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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부르는 노래
'유아'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윤우. 순간 순간이 아쉬운 나날들이다. 1. 협상의 달인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말 중 많은 부분이 조건문이다. "이거 한 입만 먹으면 간식 먹자." "정리 안 할꺼면 엄마는 들어갈꺼야." 등등 "~하면 ~한다."는, 우리가 영어수업 시간에나 의식했던 가정법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좋게 말해 가정법이지 흔히 협박으로 활용되는 이 문법을 아이가 부모에게 고스란히 쓰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엄마, 아빠는 아차! 하며 다시 한 번 육아서를 뒤적여 대화법을 탐색한다. 그래서 다음 번에 등장하는 것이 협상문. 아이가 적절하지 않은 요구를 하면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문법이다. 원래는 이 대안에 혹해서 갈등 상황이 종결되는 것이 부모들이 기대하는 바지만 아이들은 부모에게 차선책을 ..
보낼까, 말까... 유치원에 대한 우리 부부의 고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린이집에 적응해야 하는 건 아이뿐 만이 아니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부모 또한 적응이 필요했다. 적응에 한 달 꼬박 걸리지 않을까 각오했던 윤우는 2주 반 만에 적응을 끝내고 어린이집 현관에서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하는데, 정작 윤우 아빠와 나는 아직도 적응 중이다. 기대를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공동육아를 공부한 만큼, 공동육아를 기다린 만큼 내 안에 높은 기대치가 존재했던 것 같다. 등원을 시작한 바로 다음 주부터 현실과 기대의 극심한 괴리감에 지극히 혼란스러웠으니 말이다. # 터전 안은 마치 야생동물이 버글대는 정글과 같았다. 공동육아에서는 자기보다 어리고 약한 동생들을 돌보면서 서로 배려와 돌봄을 경험하게..
요즈음 들어서 윤우는 자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죽은 벌레들을 가끔 보더니 '죽음'이라는 것이 뭔가 다른 상태라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엄마, 죽는 게 뭐야?" 글쎄, 죽는다는 게 뭘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아 몇 번이나 "음~"을 길게 반복한 끝에 밋밋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 음..죽으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거든. 옆에서 보면 자는 것처럼 보일꺼야. "엄마, 죽으면 눈 뜨고 있어?" - 음...뜨고 죽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 "난 뜨고 죽고 싶어. (흐억! -ㅂ-;;) 엄마, 나 죽을 때 옆에서 눈 뜨게 도와줘~" - 음..아마 윤우가 죽을 땐 엄마, 아빠는 옆에 없을 꺼야. 그 땐 윤우 친구들이나 윤우 아들, 딸들이 도와주겠지. 윤우 얼굴이 갑자기 심..
재료 * 재료 : 두부 반모(스테이크 두툼하게 3개 정도가 나옴), 빵가루, 다진마늘, 다진양파, 달걀 1개, 소금 약간 * 스테이크 소스 재료(스테이크 3개 분량) : 케첩(4), 굴소스(3), 다진마늘, 물 50cc, 버터, 양송이(6개), 양파채 (굴소스는 레드와인으로 대체가능하나 대체할 경우 꿀을 추가하고 끈기를 더하기 위해 전분을 조금 섞는다.) 요리법 1. 양파와 양송이를 잘라서 준비해둔다. 2. 두부를 면포에 싸서 물기를 꼭 짜면서 손으로 으깬다. 3. 큰 그릇에 물기 짠 두부와 나머지 스테이크 재료를 넣고 반죽하며 잘 치댄다. 4.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동그랗게 모양을 잡은 두부 스테이크를 올린 뒤 호떡굽듯이 지그시 눌러준다. 5. 다른 팬을 준비해 달군 후 녹인 버터에 양송이와 양파채..
4월에 진눈깨비가 내린다. 기다리는 마음때문에 봄은 항상 더디 오는 것 같다. 밖에는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3월의 마지막날에 봄은 '3, 4, 5월!'이라는 인지적 구별에서 오는 불편함을 거스르지 못하고(^^;;) 아이의 겨울내복들을 서랍 깊숙히 정리했다. 지난 겨울 입었던 내복은 2년째 입히는 옷이었는데, 무릎으로 기는 아기도 아니면서 무릎이 몹시 헤졌다. 같이 산 3벌의 내복들이 모두 그랬다. 쑥쑥 크는 아이에게 3개월용으로 새 내복을 사줄 수는 없어서 이번 겨울은 버텨보자며 꿋꿋하게 헤진 내복을 입혔다. -_-;;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너무 거슬렸다. ㅠ.ㅜ 헌 옷을 입히더라도 깔끔하게 보이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서툴게 손바느질을 시작했다. 작아서 못입게 된 윤우의 긴팔 옷을 동그랗게 ..
2004년쯤부터 소화장애가 빈번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명치 끝이 답답하고 묵직한 느낌에다가 뒷목이 당기고 머리가 아팠다. 이 증상이 한 번 나타나면 하루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는 수 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굶고 나면 손 하나 까닥할 기력조차 없어지는데 그제서야 답답함은 가라앉고는 했다. 몇번의 내시경 검사에도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하고 끙끙거리고만 있었는데 남편이 인터넷을 검색하더니 '담적병'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담적은 소화기능 부족으로 위장 내에 잔류한 음식이 부폐하면서 세포 사이사이에 들어가 굳어지고 이것이 위장운동을 방해해서 소화장애가 더 심해진다는 병이다. 지난 해 11월 관련 한방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고 진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약은 ..
내가 책읽기를 즐기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는다. 정규교육 과정 12년 동안 교과서만 죽어라 읽다보니 책을 지루하고 딱딱하게만 여기게 되었고 학문의 날개를 펼쳐야 할 대학시절에는 갑작스레 몰려드는 홉스, 루소, 로크, 맑스같은 대천재들의 지성을 미처 다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허덕거렸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아기가 현미밥을 받아먹을 수 없는 것처럼, 독해능력도 없는 뇌로 쏟아지는 사상(思想)의 폭포수에 나는 항상 소화불량 상태였다. 그러나 그 한껏 체한 시간들 덕분에 난 도서관을 '발견'하게 되었다. 쿤쿤한 옛 냄새가 나는 낡은 책들 사이에 가만히 서서 내가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 넓고 다양한데 전율했고 그 모두를 한꺼번에 다 빨아들이고 싶은 욕심에 애가 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도서관과 멀어졌다가 윤우를 임..
폭풍같은 2주일이었다. 10년 넘은 장롱면허의 먼지를 털고 운전대를 잡은데다가, 예상은 했지만 유난히 적응에 힘들어하는 윤우를 안쓰런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했고, 그런 아이를 도와주고자 시작한 터전 생활 속에서 혼란스러운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금 중간 점검을 해 보면, 자동차는 2주만에 차 문 한 번 긁고 범퍼 한 번 찌그러뜨렸고..ㅜ.ㅠ 윤우는 헤어질 때 울지만 다시 만날 때는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조합원 전체모임 후 뿌옇게 흐려졌던 나의 마음이 맑게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부터 윤우가 어린이집에 쉽게 적응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윤우는 낯선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힘들어하는 성격인데다가 또래 친구들을 '장난감 뺏는 아이들'로 규정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새로 어린이집에 ..
겨울이 끝나간다. 가을 끝에 맺은 뼈아픈 다짐과 함께 시작했던 겨울. 유난히 추웠지만 눈은 적어서 방콕생활이 예상보다 길었던 겨울이었다. 항상 철저하게 준비만 하다가 지쳐서 정작 행동은 뜻뜨미지근해지는 나는 겨울이 시작되기 전 엄마표 미술놀이책을 한권 독파하고 놀이 커리큘럼을 짠 후, 미술놀이 재료 사이트(www.momart.co.kr)에서 기본재료로 불려지는 것들을 대거 구매했었다. 폼폼(폭신한 구슬공), 모루(털달린 철사), 무빙아이(인형눈) 등 유아교육 분야의 또 다른 신세계 용어를 익히게 됐다. ^^;; 결과적으로 말하면 다부진 각오로 구매한 미술재료들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만 3세가 조금 넘는 아이에게 의도대로 자르고 붙이고 그리는 일은 버거웠다. 윤우가 한 건 '재료탐색' ..
월요일, 윤우가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했다. 몇 주 전부터 3월에는 어린이집에 갈꺼라고, 아주 재미있는 일이 많은 곳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더니 어린이집 가는 것 자체로 실갱이를 벌이지는 않았다. 윤우가 가는 어린이집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대안 유치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모들이 출자금을 모아서 직접 어린이집 터전을 마련하고 선생님과 영양교사를 채용해서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어린이집'이다. 부모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유치원, 어린이집의 대표이며 소유권자인 '원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공동육아(共同育兒)'라는 뜻 그대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체'인 것이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 어디로 보낼까 고민하고 정보를 찾으면서도 정작 '공동육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 감자도우 피자 레서피는 블로그 맨 아래에 있습니다.다음 주 월요일이면 드디어 윤우도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다. 아직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은 윤우에게는 가혹한 3월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주 어린이집으로 신입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을 때도 다른 아이들과 달리 윤우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계속 집에 가자며 졸랐다. 한참이나 준비가 안 된 아이를 과연 어린이집에 억지로 보내는 게 맞느냐의 문제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본래의 계획대로 부딪혀보기로 했으니 이제 문제는 '구슬리기'였다. 좋은 일, 좋은 기억, 좋은 물건들과 어린이집을 연결시키기!한참 전부터 나는 윤우의 어린이집 등원을 앞두고 등원기념 파티를 열어주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갈만큼 큰 형아가 된 것을 축하하는 기념파티로 케잌과 촛..
참 색다른 주제의 그림책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기에는 제법 묵직한 주제인 '재개발'을 이야기한 흔치 않은 그림책. '집'을 그리라는 말에 '아파트'를 그리는 요즘 아이들에게 집과 동네, 마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림으로나마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의 사직동 - 한성옥 그림, 김서정 글/보림 사직동, 찾아보니 광화문에서 경복궁을 바라보았을 때 경복궁 왼편에 있는 동네이다. 결혼기념일에 남편과 거닐었던 효자동의 옆 동네인 것 같다. 경복궁이라는 제일 큰 문화사적과 인왕산, 청와대 부근이라는 점 때문에 주변 지역은 아직도 재개발이 막혀 다행스럽게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효자동이나 부암동의 모습이 옛 사직동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이 책을 김서정과 함께 쓰고 그림을 그린 한..
아이와 말을 나눈다는 건 에너지 소모가 크다. 아이의 말을 이해하는 것도, 아이에게 내 말을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이해와 지각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철저하게 상대방에게 맞추어야 한다. '나'를 놓고 '너'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반복된다. 부모가 되야 어른이 된다는 말은 이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은 하루하루가 그 '연습'의 나날들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누구나 그렇겠지만 윤우도 쉴 새없이 계속해서 말을 쏟아내고 대답을 요구한다. 제일 힘든 건 같은 말을 반복하며 반응을 요구하는 것. 한 번 꽂히면 같은 말을 기본 5번 반복한다. 그것도 완결형의 평서문이 아니라 항상 의문문이다. "타이니가 화가 나서 이렇게 발을 굴렀데?" 이런 질문 아닌 질문을 연속으로 5번 반복하고 계속 나의 대답을 요구한다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정신없는 아침식사 시간이 지나고 게으름뱅이 윤우를 꾸역꾸역 먹이고 있는데 식탁 바로 옆 달력을 보니 오늘이 2월 14일이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멋적게 말했다. - 발렌타인데이네. ㅎㅎㅎ 사랑해. " 뭘 주고 그런 말 해라. -ㅁ-+" - 여직원들한테 받아요. ㅋ " -0- ..." 민망한 빈손을 흔들며 남편을 보내고 식탁으로 돌아오니 윤우가 물었다. "엄마 뭘 받아?" - 아,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주는 날이야. "엄마 윤우 사랑해?" - 그럼 사랑하지. "그럼 오늘 내가 아빠랑 가서 경찰차 사줄께." - (받는 사람이 내가 맞나? ;;;) ㅎㅎ 오늘은 주로 먹을 걸 선물로 줘. 직접 한 음식이라든지...초콜렛이라든지. " 그럼 내가 엄마한테 초콜렛 줄께." - ㅎㅎㅎ 고마워...
미운 4살의 고개를 넘어 윤우는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5살로 가고 있다. -ㅂ- 조금만 크게 이름을 불러도 놀랬다면서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민감하고 여리기만 했는데, 이제 목청이 떨어져라 크게 소리치며 혼을 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너, 조용히 해라. 시끄럽다."라며 점잖게(!!!) 훈계를 해서 속을 한 번 더 뒤집어 놓을 뿐이다. 하지 말라고 도끼눈을 뜨면 일부러 더 하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사달라는 것도 많아지고 요구도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간다. 아무것도 모르던 천둥 벌거숭이 시절의 말썽과는 차원이 다르다. 갈등은 깊어지는데 훈육은 어려워지기만 했다. * 평화로운 쇼핑을 위한 규칙 윤우가 요즈음 빠져든 아이템은 스티커북이다. 1,000원짜리 스티커도 아니고 단행본 가격에 버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