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엄마, 나 죽을 때 내 옆에 있어. 본문
요즈음 들어서 윤우는 자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죽은 벌레들을 가끔 보더니 '죽음'이라는 것이 뭔가 다른 상태라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엄마, 죽는 게 뭐야?"
글쎄, 죽는다는 게 뭘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아 몇 번이나 "음~"을 길게 반복한 끝에 밋밋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 음..죽으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거든.
옆에서 보면 자는 것처럼 보일꺼야.
"엄마, 죽으면 눈 뜨고 있어?"
- 음...뜨고 죽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
"난 뜨고 죽고 싶어. (흐억! -ㅂ-;;) 엄마, 나 죽을 때 옆에서 눈 뜨게 도와줘~"
- 음..아마 윤우가 죽을 땐 엄마, 아빠는 옆에 없을 꺼야. 그 땐 윤우 친구들이나 윤우 아들, 딸들이 도와주겠지.
윤우 얼굴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엄마, 가는 거 싫어!
엄마, 나 죽을 때 내 옆에 있어! 죽을 때까지 엄마랑 같이 있을꺼야."
아직 윤우에게 사랑은 추상이 아니라 실체이다.
내 옆에 있는 엄마, 나와 눈을 맞추는 엄마, 나와 손잡은 엄마 그리고 바로 곁의 엄마 냄새만이 사랑이다.
-......그래. ^^;;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윤우의 얼굴이 금새 펴졌다.
엄마가 끝까지 너를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에, 그리고 곧 그럴 필요조차 없어질꺼라는 사실에
내 마음이 새삼스레 요동쳤다.
너와 함께 마주보고 있다는 뻔한 현실이 마법이 되는 순간이다.
옆에 있던 아빠가 덩달아 끼어들었다.
- 아빠는? 아빠도 옆에 있을까?
"...아빠는......가." (꾸웩!!!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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