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47)
고래가 부르는 노래
예쁜아, 이제 40주하고도 하루가 지났구나. 언제쯤이면 너를 보게 될까. 엄마랑 아빠, 오빠, 주변 사람들 모두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단다. 오빠가 예정일을 못 채우고 일찍 태어난게 엄마는 계속 마음에 걸렸었어. 그래서 우리 둘째는 엄마 품에서 오래오래 있어주길 바랬지. 예쁜이가 엄마의 그 바람을 들어주네. ^^ 한 생명의 궁전이 된 내 몸이 이렇게 성스럽게 여겨진 적이 없었다. 둥그렇게 너를 품은 이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구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리 둘째. 우리에게 온 순간부터 엄마, 아빠의 바람을 모두 들어준 기특한 아가... 편안하고 건강하게 우리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께. 예쁜아.
요즈음 들어서 윤우는 자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죽은 벌레들을 가끔 보더니 '죽음'이라는 것이 뭔가 다른 상태라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엄마, 죽는 게 뭐야?" 글쎄, 죽는다는 게 뭘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아 몇 번이나 "음~"을 길게 반복한 끝에 밋밋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 음..죽으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거든. 옆에서 보면 자는 것처럼 보일꺼야. "엄마, 죽으면 눈 뜨고 있어?" - 음...뜨고 죽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 "난 뜨고 죽고 싶어. (흐억! -ㅂ-;;) 엄마, 나 죽을 때 옆에서 눈 뜨게 도와줘~" - 음..아마 윤우가 죽을 땐 엄마, 아빠는 옆에 없을 꺼야. 그 땐 윤우 친구들이나 윤우 아들, 딸들이 도와주겠지. 윤우 얼굴이 갑자기 심..
오늘은 윤우가 이 세상에 온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구나. 3년동안의 세상살이가 어떠했니? 엄마의 아이로 사는 건 또 어땠니? 엄마도 이제 엄마가 된지 3년이 되었어. 이 3년은 엄마 속에 숨어있던 수많은 허점들을 쉴 새 없이 깨달으면서 매일 웃고 한숨짓고 또 다짐해보는 하루하루였다. 그렇게 수백번의 다툼과 수만번의 포옹을 나누면서 윤우와 엄마가 함께 한지도 이제 만 3년이구나. 이번 생일은 참 특별했지? 어제 저녁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 내내 윤우에게 생일 축하 인사가 쏟아졌어. 생일 전 날에는 윤우의 가장 오랜 친구인 상윤이를 집으로 초대해서 윤우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하던 뽀로로 케익으로 파티를 했지. 생일 날 아침에는 다 함께 미역국을 먹었고 윤우가 엄마, 아빠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
윤우와 아빠를 백화점 6층 아동 매장에 있는 놀이터에 남겨두고 잠시 엄마 혼자 쇼핑을 했다. 20분 뒤 쯤 다시 올라와보니 윤우는 다른 아기들 등쌀에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지. 커다란 자동차&기차 레일 테이블이 2개가 있고 그 위에 조그만 미니 카들과 기차가 있었는데, 윤우는 가지고 놀던 자동차를 매번 다른 아이에게 뺏기고 있었던 거야. 손에서 잠시 놓으면 다른 친구가 가져가는 건 물론 기본이고 손에 들고 있어도 누군가가 채갔다. 그럴 때마다 윤우는 엄마를 쳐다봤는데, 결국 윤우가 부딪히며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에 개입할 수는 없었구나. 난감한 표정을 짓던 윤우는 자기 장난감을 뺏어간 친구에게 다가가 두 손을 내밀며 "빌려주세요~"를 하더구나. 들은 체도 안하는 친구를 향해 정말 끈덕지게... 엄마는 ..
버스 타기에 재미들린 윤우는 요즈음 산책만 나가면 "버스타고 파!" 그런다. 버스 색깔도 정확히 지적하는데, 몇 주 전에는 계속 빨간 버스를 타겠다고 해서 혜림이네 사무실에 다녀왔다. -_- 사무실에 도착해서 처음에는 낯설어서인지 다시 나가겠다고 울음보를 터트리더니 달달한 도너츠가 연신 제공되자 자리 잡고 앉아 안정을 취했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다시 나와 명동성당을 잠깐 들렀다. 쭉 이어진 계단에서 폴짝거리는 재미에 빠져 한동안 안가겠다고 하는 걸 겨우겨우 구슬려서 내려가고 있는데 계단 한가운데에 노숙인이 한 분 있었다. 구걸통 하나를 앞에 두고 옆으로 쪼그려 누우셨는데, 윤우가 보더니 "아저씨 코~자네?" 라고 크.게. -0- 말했다. 나는 행여나 저 사람이 벌떡 일어나 우리를 노려보면 어쩌나 싶어..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어제 오후, 아파트 복도에 나가 함께 눈을 보는데 하늘을 향해 힘껏 고개를 뺀 윤우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너무너무 신이 나는지 발까지 동동 구르며 깔깔거린다. 눈오면 아이들과 강아지가 제일 좋아한다는 말이 실감나네. 찰칵. 엄마의 크림통을 슬며시 가져가더니 눈깜짝할 사이 뚜껑을 열고 휘젖고 있었다. 얼른 저지하려는데 손에 묻은 크림을 얼굴에 열심히 토닥인다. 엄마, 아빠가 화장품 바르는 걸 보고는 해보고 싶었나 보다. 찰칵. 노란 스쿨 버스를 좋아한다. 아파트 복도에 나가서 밖을 볼 때 노란색 유치원 버스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소리를 엄청 크게 지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이다. ^^; 찰칵. 라는 그림책을 함께 보고 있었는데, 엄마 원숭이와 아기 원숭이가 꼬..
윤우를 낳고 나서 엄마는 없던 버릇이 생겼어. 온갖 돌발사고를 일부러 상상하고는 그 대처방법을 고심하는 것. 그 어떤 천재지변이 닥치더라도 꼭 지키고 싶은 사람이 엄마에게 생겼기 때문이겠지? ^^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단다. 엄마가 작은 방 책상에서 다이어리를 잠깐 정리하고 있는데 책상이 2초 정도 부르르~ 떨리는 거야. 순간적으로 '아! 지진이다!'라고 느낀 엄마는 얼른 윤우가 어디에서 놀고 있는지부터 확인했단다. 다행히 그 짧은 진동만으로 지진은 멈추었지만, 한 달 전쯤 아이티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있었던 대지진 참사때문에 '지진'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엄마는 간담이 서늘해졌단다. 지진, 해일, 태풍과 같은 대형 자연재해 뒤에는 드라마같은 구조 에피소드가 꼭 전해지게 마련이지. 그 중 많은 ..
먹기 싫은 것 먹고 싶은 것이 명확해진 윤우. 몇 주 전부터 죽을 쑤지 않고 밥을 먹이기 시작했는데, 오로지 '밥'에만 관심이 있고 '반찬'에는 도리도리다. 힘들게 밥 밑에 반찬을 숨겨 몇숟갈 먹고 나서는 그만 먹고 내려가겠다고 난리인데, 문제는 그러고 나서 배고프다며 연신 군것질거리를 찾는다는 것. 다용도실에 과자와 바나나를 숨겨둔 것을 알고는 툭하면 다용도실 열라고 법석이구나. 안열어주면 울음보. -_-;;; 그렇게 나름 '입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윤우였것만 어제는...어제는... 똥을 먹었다. 밥을 먹이고 식탁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윤우가 뭔가 오물거리면서 엄마에게도 하나 내밀며 권하더라구. '어? 나는 과자 준 적 없는데....없는데....................헉!!!!!!!..
윤우는 이제 자기 주장이 강해져서 '도리도리'가 제법 나오는구나. 먹기 싫다거나 하기 싫다거나 저리 치우라거나 모두모두 '도리도리'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고개를 젓는 걸 보니 너무 신기하기만 하네. 귤이나 과자를 먹고 싶다는 표현도 정확하게 하고, 욕실을 구경하고 싶다고 화장실 문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한단다. ^^ 이렇게 이제 자기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요구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럽게 울며 떼를 쓰기 시작해. 윤우에게 윤우만의 "의지"라는 것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구나. 이 편지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엄마가 이야기했었지. 행복은 인생의 단 하나의 이유이며 목적이라고. 엄마, 아빠가 진짜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윤우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거란다. 진정 행복한 사람이란 자신만..
유아기에 아이들은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더니, 윤우가 요즈음 한창 예쁜 짓을 많이 하는구나. 깜짝 놀랄 정도로 알아듣는 말도 많아지고, 좋고 싫음이 더 분명해져서 이제야 정말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느낌이 든단다. ^^; 귤 사진을 보여줬더니 냉장고로 기어가 귤을 꺼내라며 문을 열라고 하기도 하고,(바나나 사진을 보면 다용도실을 가리키지~) 소방차 사진을 보여주며 "빨간 자동차가 삐뽀삐보~♬" 노래를 불러주었더니 이제 소방차 사진만 봐도 몸을 흔드네. 사물 이름을 알고 싶어하는 명명기가 이 시기에 온다고 하는데 딱 그 때인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윤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마를 보고 "응응"하면 이게 뭐냐는 의미. 이름을 이야기해주면 그 이름을 머리 속에 꼭꼭 담아두려는..
윤우가 아프다. 한달 넘게 기침, 콧물을 질질 끌어서 결국 대학병원에 데리고 갔는데도 신통치가 않네. 지난 주 주말에는 열이 갑자기 올라서 한밤중에 아빠와 함께 응급실로 출동하기도 했었지. 항생제 먹고 나서 잠시 좋아지는 것 같더니 어제부터 다시 열나고 노란 콧물을 질질 흘린다. 2주 사이에 신종플루 검사만 2번 하고, 타미플루까지 먹이고 법석을 피웠는데, 결국 2번 다 음성이고 윤우는 여전히 아프다. 돌까지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아서 소아과에서 애기 잘 키웠다고 엄마가 칭찬까지 들었었는데, 모유를 끊어서 윤우 면역력이 약해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나. 한 달 내내 약을 밥처럼 먹는 윤우가 안쓰럽구나. 어서 나았으면... 잠들고 나서도 자꾸 깨서 운다. 옆에 누군가가 없는게 싫은 모양이야. 앞으로 윤우..
윤우의 잠패턴이 심하게 꼬였다. 10개월째 들어 애를 먹이던 낮잠시간이 규칙적으로 변하고 밤잠도 길어지면서 수면일지조차 쓰지 않았었는데, 갑작스럽게 이번 주에 급격하게 변해버린 거야. 낮잠을 재우려고 아기띠로 안으면 심하게 버둥거리면서 빠져나오려고 하고, 밤잠을 자기 시작한 이후로 자주 깨기도 한다. 심지어 어제는 밤잠을 자다 일어나서는 저녁 11시까지 자지 않았어. 그것도 겨우겨우 분유를 먹이고 달래서 재울 수 있었단다. 그러다가 오늘은 급기야 11시부터 1시까지 1번의 낮잠밖에 자지 않았다. 낮잠이 한 번으로 바뀌는 시기는 18개월 쯤이라고 알고 있는데, 벌써 잠패턴이 바뀌려는 걸까? 아니면 독감 주사 맞은 이후에 몸이 좀 안 좋아졌나? 윤우가 잠을 안자면 엄마는정말 피곤해진단다. 윤우와 놀아주어야 ..
윤우와 못 본지 만 4일째 되어 간다. 세상이 아무리 떠들어도 내 주위는 고요하여 우리 가족과는 상관없는 일로 은근 치부해버리고 있던 '신종플루'에 엄마가 덜컥 걸려 버리고 만거야. 지난 일요일 저녁부터 콧물이 수돗물처럼 줄줄 나와서 심한 코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오후에 낮잠을 잠깐 자고 일어나보니 온 몸이 화끈화끈. 열을 재어보니 38.5도 였다. (급성열성호흡기 증상이 있다더니 정말 "급"이었다. 콧물도 갑자기 줄줄 흘렀고 열도 갑자기! ) 놀란 마음에 잠실 할머니께 와주십사 전화드린 후에 할머니가 오시고 나서 거점병원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날씨가 무척 추웠는데 그래서 그런지 병원에 갔더니 온도가 36.7정도로 내려가 있었다. 일단 감기약만 받고 나왔다. 그래도 혹시 몰라 윤우를 할머니..
드디어 윤우가 걸었다! 모두가 모두가 기다리던 그 한 걸음! 며칠 전부터 걸음마 연습을 시키면 웃으면서 재밌어하더니, 오늘은 용감하게 발을 혼자 떼었다. 블럭 하나를 손에 쥐고 일어서서는 엄마에게 주려고 하는데 내가 멀리 있자, 조심조심 5걸음 정도 걸어서 와 안기는 윤우. 엄마는 너무 신기하고 기뻐서 윤우 등을 힘차게 토닥이며 칭찬을 퍼부어 주었단다. 이제 한 두달 안에 아장아장 윤우가 될 것 같다. 윤우는 이제 먹는 것도 나눌 줄 안다. 지난 일요일에 상윤이네 놀러 갔을 때, 둘이 튀밥을 함께 먹었는데, 윤우가 손에 한움쿰 튀밥을 쥐더니 상윤이에게 내밀었어. 냉큼 받아먹는 상윤이. 눈에 꼭 담아두고 내내 꺼내 보고 싶을 만큼 예쁜 모습이었어. 상윤이는 그 나이 또래 아이답지 않게 윤우가 자기 장난감을..
조촐했던 윤우 돌잔치가 끝났다. 가족들과 이모 두분만 함께 했던 정말 작은 잔치였는데, 잔치는 잔치인지라 여러가지 준비할 것이 많았다. 돌 떡케익, 돌앨범과 액자, 작은 꽃바구니 2개, 윤우 사진 슬라이드(노트북으로), 돌잡이 용품까지! 성대한 돌잔치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도 준비과정에서 수월하게 풀리는 것이 없어, 엄마, 아빠는 잔치 준비하는 긴장감은 여실히 느꼈단다. -_-;;;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찜해놓은 돌 떡케익 업자는 돌잔치 이틀 전에 연락해보니 제주도 여행을 가 있고, 돌앨범과 액자는 잔치 하루 전까지도 확답을 안 주다가 당일날 전화해보니 배달 트럭에 사고가 있었다고 하고, 노트북은 AS 들어가고, 돌잡이 용품 중 엄마가 바라는 우주선 장난감은 배달이 늦어 확인해 보니, 수입해 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