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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부르는 노래
일년동안 책 50권 읽기를 해 온 것이 2011년으로 삼년째. 해가 늘어갈수록 신기하게도 권수도 조금씩 늘어났다. 2011년에는 지난 해보다 조금 더 많은 54권을 읽었다. 지난 해에는 우주적 진리와 이를 대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책들을 (항상 최고의 주제로 뽑힐 수 밖에 없는 육아를 논외로 하고..^^;;) 주로 읽었는데 올해에는 내 삶의 방향성을 잡기 위한 독서에 집중했었다. 무언가를 깨닫기도 전에 시야를 좁혀서 내 삶으로 바로 넘어와 버린 것이 조금 성급하지 않나 싶지만, 어찌 보면 나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원래 순서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2012년에는 좀 더 다양한 책을 통해 엄마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림을..
아이를 재우다 눈을 뜨고 문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시간은 11시이다. 하마터면 2012년에 깨어날 뻔했다. -0- 윤우아빠가 윤우와 함께 새우깡을 먹다가 '안주의 유혹'에 맥주 한 캔을 흡입하더니 곯아떨어져 버려 나를 깨울 수가 없었던 거다. 그저 하루가 지나고 또 다른 하루가 오는 것 뿐인데 해넘이라는 건 사람 마음을 참 다르게 만든다. 부랴부랴 샤워을 하고 깨끗한 몸(!ㅋㅋ)으로 새해를 기다렸다. 2011년을 돌아보니 '결국엔 좋았던 일들'만 떠오른다. 힘들고 지치는 일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좋은 결과를 위한 과정이었을 뿐 아픔으로만 남은 상처는 없었다. 내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숙제로 여기는 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랑 안에서 그들이 나로..
어떤 소비든 마찬가지지만 나는 책 또한 신중하게 구매하는 편이다. 관심가는 책이 생기면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본 후 구매해서 두고두고 볼 책인지 한 번 읽고 넘어갈 책인지를 판단한다. 자주 가는 그림책 카페에서 어떤 분의 리뷰를 보고 이 책이 읽어 보고 싶어져서 도서관 사이트를 몇번이나 들락날락 했지만 최근 출판된 책인데다가 인기도 높아서 예약조차 불가능했다. 아쉬운 마음에 교보문고에 들를 때마다 뒤적거리며 책을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구매를 하게 되었다.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 서천석 지음/BBbooks(서울문화사) 이 책은 소아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트위터에 올린 육아에 대한 짧은 멘션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잠언집 형태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트위터라는 '가벼움'의 ..
12월은 온전히 크리스마스를 위한 한 달이다. 밤하늘의 별이 모두 땅 위에 내려 앉은듯 온 세상이 반짝이 전구로 빛나는 시기. 연말연시의 분위기라는 건 이제 크리스마스와 한묶음으로 녹아버려서 크리스천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집안에 트리 하나쯤은 장식하게 된다. ^^ 12월의 1일,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으로 우리집의 '크리스마스 시즌'을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매우 좋아하는 나는 혼자 자취를 할 때도 12월이 되면 반짝이 전구로 원룸을 장식하곤 했다. 그 때 사두었던 반짝이 꼬마전구들이 매년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집이 좁아 크리스마스 트리를 놓을 공간이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진한 와인색 에어컨에 꼬마전구들로 트리 모양을 만들었다. 에어컨의 특성상 집 안쪽으로 몸을 틀고 있기 때문에 저 곳에 장식을..
타샤 튜터의 열렬한 팬은 아니다. 그녀의 자연주의적 삶은 분명 우리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지만, 그녀가 선택한 인생은 소로우나 니어링와 같이 '의지과 신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취향'의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세금을 거부해서 철창 신세를 질 뻔 했던 소로우나 국가와 사회에 의한 감시와 통제, 억압에서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니어링의 투쟁적인 삶과는 달리 타샤의 자연 속 삶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윌북 이는 이 책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혼자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당일 밤이 되어서야 볼 ..
미운 4살, @이고 싶은 7살이라고 하지만 지금보다 더 한 상황이 있을거라고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요즈음이다. 끈기없고 의욕도 없는 데다가 벌려놓고 수습하지 않는 뻔뻔함까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온갖 취약점이 4살 배기 작은 아이게게 꽉꽉 들어찬 느낌이다. - 참을성 제로 무언가 달라고 요구를 한 뒤 1초가 지나면 "왜 이렇게 빨리 안 돼?"라며 재촉을 한다. 2초도 아니고 분명 1초다. 과자나 요구르트같이 바로바로 줄 수 있는 거라면 모르지만,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떡이나 빵을 해주는 사이에는 이러한 재촉과 짜증을 내내 받아내야 한다. 심지어 만화영화가 조금만 길어도 너무 길다며 못 본다. - 의욕 제로 제 손으로 해 보려는 의욕이 전혀 없다. 무언가를 찾을 때 손으로 찾지 않고 눈으로 훑으면서 없다고..
노력과 의지, 재능에만 집중되어 있던 성공신화를 뒤집고 비상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점을 사회, 문화 그리고 가족 내 환경 속에서 찾는다. 육아서로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의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아이의 절대적 환경'인 부모들이 타겟이 되어야 할 책이다. (그래서 과감히 육아서 리뷰 리스트에 넣는다.)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김영사 글의 제목과 구성으로만 보면 아이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현시켜 사회적 성공을 이루게 하는 방법을 찾는 부모들이 관심있어할 만 하지만 에필로그에 저자가 썼듯이 이 책은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는 또 다른 문..
**수면일지** - 포기하려던 낮잠을 다시 힘든 가을날을 지나고 윤우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윤우의 욕구를 대부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낮잠을 심하게 거부할 때는 낮잠을 강요하지 않고 건너뛰는 일도 종종 생겨났다. 그럴 때는 물론 일찍 밤잠을 자긴 하지만 밤잠까지의 시간동안 내내 긴장감이 계속 되었다. 낮잠을 자지 않은 채 외출을 나갔다가는 피곤함을 못이긴 윤우가 폭풍 짜증을 내서 나도 고생, 애도 고생이었기 때문에 오후의 일정은 모두 취소되곤 했다. 낮잠 여부에 따라 하루가 휘둘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낮잠 시간을 다시 돌리게 된 계기가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잠깐 동안 아이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 재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윤우, 뭐야? 지금 자는 거야~~..
11월의 마지막 주말, 청주의 엄마, 아빠가 우리 집에 올라오셨다. 3주 간격으로 있는 엄마, 아빠의 생신을 한꺼번에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항상 생신 때가 되면 우리가 청주로 내려가곤 했는데 생각해보면 정작 생일 당사자의 집에 내려가 우리가 배불리 얻어먹고 오는 식이니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 진작에 있었더랬다. 생일 파티는 외식으로 한다쳐도 그 외의 아침, 저녁 등 남은 끼니들은 고스란히 부모님의 책임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게다가 아빠는 예전부터 청계천이 보고 싶다며 엄마에게 노래를 부르셨단다. 딸네 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사위랑 편하게 술잔도 기울이고 마음껏 서울 나들이도 해보는 아빠의 꿈을 "늙어서 애들 성가시게 하면 안되는겨!"라며 엄마가 내내 꺾어오셨던 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말마다 가는 나의 병..
밥과 반찬이 아니라 자꾸만 '간식 갓길'로 빠지게 되는 프로젝트.-_-;;; 물론 반찬을 따라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에 일상적인 반찬들인지라 포스팅하기도 부끄러워서 자꾸 비일상적인 레서피만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그 레서피마저 없는 재료, 귀찮은 재료 모두 뺀 헐러덩 고래표. 흠흠 그것이 '아직까지는' 내 한계렸다. 하지만 더 솔직해지자면, 나는 빵 요리를 참 좋아한다. 노릇한 빵 냄새며, 고소한 크림, 찐득한 치즈, 달콤한 소스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취할 때는 밥을 차려먹은 기억보다 빵으로 끼니를 떼운 기억이 더 많다. 그러다가 윤우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식탁에서 빵이 점점 사라져갔다. 이제 간식 이외에 빵을 밥으로 먹는 특별식은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아침뿐이다. 딸기잼과 ..
자극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만큼 어려운 게 있을까. '자연(自然)'스럽다는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게 흘려두었다가는 없던 병도 생길 판이다. 시류를 거슬러 오르는 푸닥거림이 있어야만 저 한 쪽 구석에 놓인 자연스러운 삶과 겨우 마주칠 수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는 이제 범국민적인 것이 되어서 유기농 식품에 대한 선호가 날로 느는 것 같다. 그 흐름이 자연도 살리고 우리도 사는 '손잡은 유기농'이 아니라 '특별한 고급 먹거리'쪽으로만 기울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우리 가족도 먹을거리 쪽에 대해서는 일찍 눈을 떠서 한살림과 생협을 이용하고 장을 보면서 첨가물을 확인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생활주변의 물품에 대해서는 대체로 자연스럽지 못했..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기적같은 일보다 더 힘든 일이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을 사랑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뛰어넘는 '의식적인' 표현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원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함께 있어 주는 것'이 기본이다. 이 절대적 시간을 바탕으로 주양육자와 아이 사이의 깊은 애정인 '애착'이 생겨난다. 올바른 애착이 형성된 아이는 자신감이 있고 긍정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창하게는 아이의 앞으로의 인간관계와 세계관을 좌우하는 것이 이 '애착'이다. 윤우가 태어난 순간부터 단 하루도 윤우 곁을 떠난 적 없었던 나는 윤우와의 애착관계에 대해서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의식'없이 행해졌던 내 사랑이 ..
초간단 생활놀이 150 - 전은주 지음, 량선 그림/즐거운상상 학창시절에는 나름 좀 놀았었다. 기본적으로는 반듯한 모범생이었지만 장기자랑에는 빠지지 않았고, 선생님들 몰래 일탈도 꽤 했었다. 대학시절엔 의외로 놀이의 영역을 넓히지 못했는데 이건 순전히 순진한 친구들 때문이었다. 주변 여건만 되었다면 아마도 클럽 죽순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친구들에게 감사할 일인건가.;;;; 누군가 놀자고 하면 절로 흥이 나던 나였지만 아이와 노는 건 어렵기만 하다. 도대체 아이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놀아줘야 되는지, 심지어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놀이가 전부!'라고 이야기한다. 놀이로 부모와 아이간의 관계가 개선이 되고 문제행동이 없어지며 안정..
37개월이 되니 책을 읽는 것도 많이 달라졌다. 파고드는 주제가 생겼고, 대부분의 새 책을 일단은 읽어본다. 그래서 간택받지 못하고 오래 묵혀 있던 책들이 이번 달에 많이 빛을 봤다. * 시작됐다! 공룡 사랑. 시작은 책이 아니라 스티커였다. 코엑스 수족관 출구의 기념품 가게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길래 작은 거 하나로 얼른 해결하고 빠져나가고자 '스티커 하나 골라라' 했더니 뜬금없이 공룡 스티커를 고른 거다. 그리고 나서 시작되는 질문 세례. 이 공룡은 이름이 뭐냐며...-_-;;; 그래서 갑자기 공룡책을 잔뜩 사들이게 되었는데 모두 좋아한다. 남자아이들이 몰입하는 주제 순서가 자동차, 공룡...그 다음엔 뭐였더라. 설마 파워레인저? 고 녀석 맛있겠다 -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백승인 옮김/달리(이레)..
10월의 세째주 주말, 당진에 있는 선희네에서 버찌씨가 다들 모였다. 대하 파티를 열기로 한 것이다. 요즈음 버찌씨들과 만나면 헤어지기 전에 꼭 다음 만남 꺼리를 만들곤 했는데, 지난 번 여름에 유진이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다들 전주에 내려갔을 때 "가을이 되면 대하를 먹으러 오라!"던 추기경의 말을 아무도 흘려듣지 않았던 것이다. ㅎㅎ 선희네는 대하철만 되면 지인들을 불러 대하를 사주느라 바빠진다. 딱히 가을이 아니더라도 당진에 놀러 갈 일이 생기면 선희와 추기경(이름이 김수환이어서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은 삽교천 근처 시장에서 싱싱한 회며 꽃게를 한 바구니 사다가 우리를 푸짐하게 대접해 주고는 했다. 게다가 이 날은 선희네가 새 집으로 이사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때였다. 집들이라는 그럴 듯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