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로 사는 이야기 (208)
고래가 부르는 노래
하와이를 다녀와서 나는 하와이와 사랑에 빠졌다. T-T 소비지향적인 휴양지로만 정의되기에는 하와이는 너무나도 아까운 곳이다! 깊고 신비로운 원주민 문화와 살아꿈틀대는 자연이 어우러진 정말 멋진 곳. 다시 가게 된다면 힐로에 오래 머물면서 며칠동안 내내 화산공원을 탐방하고, 본격적인 용암투어도 하고 훌라와 로미로미를 배우며 원주민 문화를 깊게 접하고 싶다. 2016년 7월 10일간의 하와이 일정 (괄호)는 계획했으나 그 날 그 시간에 못한 일정. (아이와의 여행이란 항상 이런 덜어내기 작업의 연속이다.^^;;) ★표와 파란색 표시는 특별히 좋았던 곳. 1. 첫째날 13일 목요일 - (Manini'owali Beach) - 숙소 체크인 - 저녁식사 Bubba Gump Shrimp - (코나산책) 2. 둘째날..
36개월 즈음하여 이솔이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 쉬가리기 35개월경 하와이 여행을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변기에서 쉬하는 연습을 했더니 금방 쉬를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윤우 때랑 달리 밤중 쉬까지 완벽하게 한큐에 해결된 건 아니어서 밤중 기저귀 떼기까지는 또 몇주가 걸리긴 했다. 2. 미끄럼틀 + 세발자전거 36개월 즈음 되니 이제 혼자 올라가서 혼자 미꾸럼을 타고 내려온다. 사다리 타기도 혼자 곧잘하고 심지어 조금 긴 터널 뱀미끄럼틀을 혼자 타고 내려온다. 한꺼번에 레벨 급상승! 몸에 조금 힘도 붙고 자기 몸을 어떻게 쓰면 될지에 대한 감각이 생긴 것 같다. 키도 많이 자랐는지 세발자전거를 무리없이 타기 시작! ^^ 3. 밥먹기 여전히 난관. 하지만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37개..
윤우가 "난 얼굴 못 그린단 말이야."라고 두번째로 말했을 때 나는 "정말 한 때 때려주고 싶을만큼 화가 난다!"라고 하며 윤우를 노려보았다. 오늘 새로 산 책에 워크북이 딸려 있었는데 자신의 얼굴을 그려서 여권을 만드는 것이 첫번째 페이지에 있었다. 자동차, 비행기 등 기계류는 잘 그리지만 동물, 사람은 잘 그리지 못한다고 평소에도 윤우는 자신의 그림실력을 평가해왔다. 분명히 사람이나 동물을 그릴 때는 막막해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머리부터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발부터 그려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이 점이 윤우의 사람 그림을 어색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그런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림 그릴 때 어색해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못'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리려고만 하면 사람의 형태로..
한달 전쯤 윤우의 8번째 이가 빠졌다. 아이가 이를 베개 밑에 넣고 잠이 들자, 나는 이쯤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어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500원짜리 동전과 함께 아래와 같은 편지를 써서 베개 밑에 넣어두었다. 안녕, 윤우야. 난 너의 이빨요정이야. 여덟번째 이를 뺀 걸 축하해. 우리 윤우가 쑥쑥 크고 있구나. 오늘이 너의 이를 가져가는 마지막날이기에 편지를 쓴다. 이빨요정마다 다르겠지만 난 위, 아래 4개씩의 이빨만을 모은단다. 그 이들에 가장 신비한 힘이 많이 들어있거든. 이제까지 예쁜 이들을 주어서 고마워. 윤우 이는 썩지도 않은, 아주 깨끗하고 튼튼한 이들이었고 그런 이를 받게 되어서 얼마나 기뻤나몰라. 다른 이빨요정들이 날 많이 부러워했어. 나는 이제 다른 아이의 이빨을 모으러..
바라만 봐도 좋은 우리 둘째. 이솔이. 기억은 기록을 따라갈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예쁜 이 순간이 그야말로 수식간에 지나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둘째는 기록에 소홀해진다. 31개월 이솔이는 또래보다 키가 작고 머리카락 숱이 적어서 밖에 나가면 2돌 미만 아기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돌쟁이로 보는 분까지...^^;;; 이솔이가 아기 때는 참 걱정이 많았다. 양쪽 허벅지 주름이 달라서 고관절 탈구를 걱정했었고, 윗입술과 윗잇몸을 잇는 살인 상소순대가 너무 이 가까이에 붙어 있어서 잘라주는 수술 해야하나 걱정, 엉덩이 윗쪽이 함몰되어 있어서 혹시 신경질환 있을까봐 걱정, 대천문이 너무 일찍 닫혀서 머리가 안클까봐 또 한 걱정...그리고 가장 큰 걱정은 너무 안 웃고 반응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는 윤우는 학교에 입학하고서 오랫동안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심심하다고 하면서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혼자 겉돌거나 내 주변을 서성이는 일이 많아 한동안 난 또 속을 끓였었지. 그런데 여름방학을 거치면서 윤우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그 과정에서는 제주에서의 긴 여행과 우리집 주변 생명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제주에서 주먹만한 달팽이와 사슴벌레, 노루와 쇠똥구리, 손바닥만한 나방, 뱀과 대벌레 등 온갖 생명들을 만난 뒤 윤우는 이 꼬물거리는 지구의 동반자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집주변을 돌아다니며 그런 꼬물이들을 잡아 키우면서 애정을 쏟았다. 유난히 우리집 주변에는 사마귀가 많았다. 여러가지 종류의 사마귀에 대해 윤우..
한 생명이 나에게 왔다갔다는 게 꿈이었던 것만 같다. 남편이 셋째를 반대하던 상황인데도 난 막연히 나에게 올 아이가 더 있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배란기가 명백히 아니었음에도 제주에서의 그 날이후 난 아기가 나에게 왔을지 모른다고 느꼈다. 그렇게 영혼으로부터 연결되어있던 막둥이와 나. 네가 온 것을 알게 된 날의 그 기쁨.. 입덧도 거의 없었고 임신 초기의 몸살기도 심하지 않았다. 얼굴은 점점 고와지고 피부트러블 하나 없었다. 토마토가 많이 먹혔다. 난 직감적으로 막둥이가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딸이라는걸 알았다. 그렇게 사뿐히 우리에게 왔던 너. 너를 지키지못했다는 죄책감에 울고, 한 생명이 사라졌는데 세상이 너무 멀쩡해서 서러워서 울고, 누구랑도 이 슬픔을 온전히 나눌 수 없어 울었다. 내 가슴이..
저녁기도를 마치고 "막둥이한테 인사하자."하니, 윤우가 배에 대고 얘기한다. "막둥아, 잘 자. 꿀럭꿀럭 아픈데는 없니? 꿀럭꿀럭 엄마 허리는 잘 되고있니? 꿀럭. ㅎㅎ" 아픈덴 없니? 라는 윤우 말에 눈물이 터졌다. 이솔이도 부리나케 뛰어와 "막둥아, 잘 자~" 한다. 막둥이가 우리 가족이 되면, 오빠, 언니가 참 잘 해줄텐데. 참 좋아할텐데...
35년 삶에서 가장 힘든 나날들. 평범함이라는게 참 힘든거라는 걸 그건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걸 뼈저리게 느낀다. 나를 믿고 와 준 아이를 지키고 싶은데 아이와 내 맘을 지지해주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어찌해야 하나요.. 주님. 세잎 클로버 덤불 속 네잎클로버는 그렇게나 환영받는데, 막둥이는 왜 그럴 수가 없을까. 이 세상이 축복하지 않는 불쌍한 내 새끼... 막둥아, 너와 나는 지금 하나이고 나를 택해준 너이기에 널 놓을 수가 없구나. 난 엄마니까... 넌 오로지 날 믿으며 지금도 심장이 뛸테니..
이 학교에서는 생일이 되면 부모가 쉬는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 아이가 어떻게 이 땅에 내려왔는지 반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태몽이어도 괜찮고 동화를 직접 만들어도 된다. 또는 그냥 아이에게 쓰는 편지로 대신하기도 한다. 윤우에게 생일이야기를 꼭 만들어주고 싶어서 며칠동안 머리 쥐어짜며 쓴 글. 다행히 윤우가 좋아해주었다. 이 글로 동화책도 만들어줘야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늘 저 너머 어딘가에 하느님이 아기천사들과 살고 있어요. 그 곳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 귀여운 동물들, 작은 벌레들도 다함께 모여 평화롭고 사이좋게 지내지요. 동물들은 물론 벌레와 꽃, 풀까지 말을 할 수 있답니다. 모습이 달라도 온전히 서로를 이해했고 그래서 ..
요즈음 퍼즐놀이에 빠졌다. 몇번은 버벅대더니 방법을 파악하고 나선 척척. 꽤 어려운 퍼즐도 조금 도움주면 해낸다. 얼마전엔 자기 기저귀 안을 보더니 "이솔이 고추 없어. 고추 생겨?" 라는 참으로 아기다운 말을. ㅋㅋ 모양맞추기를 이제 제법한다. 하지만 색깔은 아직 구별을 못한다. 여러번 알려주어도 파랑, 노랑, 빨강의 구분은 아직 어려운듯. 어른들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고 주목받고 칭찬받는걸 좋아한다. 아기에 대해서는 샘을 낸다. 호기심을 보일 때도 있긴 한데 다들 아기 얘기만 하는 분위기에선 질투를 하는 것 같다. 청계엄마들과 놀이터에 있을 때 5개월 짜리 아기가 왔는데 아기를 이솔에게 가까이 데려가니 훡 고개돌려 외면하는 이솔. 진짜 네 동생 태어나면 그 땐 어쩌려고! 그리고 부쩍 내 옷 안에 들어..
제주의 신비로움 속에 셋째가 우리에게 왔다는걸 월요일에 알게됐다. 아랫배에 싸한 기분이 월경전 증후군과 비슷했지만 평소 생리전 증상이 심하지 않았기에 혼자 테스터기를 사서 임신테스트를 해보았던 거다. 결론은 소변이 닿자마자 진한 임신선! 그렇게 바라던 셋째 아이가 우리에게 와주었다. 남편은 어림없다 반대하고 나 혼자만 소망했던 그 생명이 기적처럼 우리에게 왔다. 너무 기뻤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과연 외벌이로 세아이 키우기가 가능할까. 두 아이들과도 잘 못놀아주면서 애 셋을? 게다가 기다렸다는듯 허리가 굽은 채 펴지질 않았다. 그동안 이런 적은 여러번이었지만 임신중이어서 침도 허리에 맞을 수 없고 물리치료도 안된다고 했다. 오늘까지 꼬박 5일동안 난 허리를 펴지 못했다. 집안일은 물..
각자 다른 꿈을 꾸지 못하고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미친듯이 달려가는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아이를 재물로 바치지 않으려 대안교육이라는 옆길로 들어선지 이제 5개월째다. 대안교육 중에서도 지금 이 학교를 선택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교육내용과 운영'면에서 우리는 학교가 하나의 뚜렷한 교육철학을 가진 곳이길 바랐다. 모든 학교가 나름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멋들어진 형이상학적 문구들을 실제 현장에서 풀어놓을 때는 각자 해석하는 바가 다르게 마련이다. 심지어 공교육의 모든 학교들도 문구만으로 보면 참으로 좋은 교육 목표들을 가지고 있다. 유연함과 융통성이 결여된 철학과 소신은 권위적인 교조주의나 딱딱한 원칙주의로 빠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선 긍정적인 믿음을 가져보기로 하고 이 학교의 문을 ..
언어 22개월 : 두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을 만듦. 엄마 여기 앉아. 아빠 부릉부릉 크다. 나 코 잘래. 언어 모방도 가능. 오빠와 아빠를 구분해서 발음. 세상 모든것을 엄마와 아빠 카테고리화. 23개월 : 아저씨를 아찌로 아줌마들을 이모로 부르며 언니도 한다. 다른 엄마들을 이모~로 부르며 살갑게 군다. 할머니는 암무이, 할아버지는 아부지. 오빠가 뺐었져.(이르기) 이거 벌레 아니야. 먼지야. 빨리 나와, 저리 가. 모방 모든 행동을 모방함 행동 거절할 땐 한쪽 어깨를 올리고 고개를 살짝 숙인후 눈은 위를 보며. 시러~라고 얘기. 거절당하며 녹는 기분. 밥먹는건 주로 싫어하며 먹다 내려가서 나머지 떠먹여 받음. 먹을 것을 나누고자하며 식사시간에 누가 없음 크게 부르고 인형을 업어주고.신발장을 뒤져 신발을..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어짜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육아과정에서의 선택은 그 무게가 다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8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여러 선택 중 우리는 대안학교로 길을 틀었다. 선택에는 기대가 있기 마련이다.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며 내가 바라는 미래의 아이 모습이 나도 분명히 있다. 아이가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사회에서 홀대받는 직업을 갖더라도 소명의식을 갖고 기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만약 어른이 된 아이가 그런 모습이 아니어도 나는 짐짓 실망하거나 아이를 닥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긴 육아의 끝에서 나는 아이가 어떠한 모습이건 내 선택의 기회비용을 따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