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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부르는 노래
요즈음에는 워낙 아이들이 빨라서 유치원에 가자마자 좋아하는 여자친구, 남자친구 만들고 서로 결혼하겠다고 약속하고 뽀뽀한다고 할 때, 속으로 내 아들만은 제발 안그러길...기도했다. -_-;; 결혼 후에도 이리저리 아들 일에 간섭하는 시월드 에피소드들을 들으면 분노 폭발하며 아들을 심적으로 독립시키지 못한 못난 시어머니들을 욕하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품 안의 자식이요, 아들 맘 속 1순위를 다른 여자에게 뺏기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것이다. 다행히 작년에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윤우가 보여준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서연 누나가 제일 예뻐." 정도였다. 그녀랑 어찌어찌 잘 지내고 싶다는 욕심도 없고 그저 누가 원에서 제일 예쁘냐고 물으면 머리가 긴 그녀의 이름을 대는 정도. '결혼'이라는 단어를 쓰..
첫째 때도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모든 여자들이 이제까지 해왔던 거니까 나도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었고, 그저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 속에서 아기를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마침 그 때 한창 떠오르던 것이 '르봐이예 분만'. 아기의 첫 세상 경험이 안락하고 편안할 수 있게 최대한의 저자극 환경을 조성한다는 르봐이예 분만은 이런 내 욕구와 맞아 떨어졌고 집주변에 르봐이예 분만을 실행하고 있는 산부인과를 찾아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하지만 난 너무 병원을 믿었고 그랬던 만큼 내 출산은 병원에 의해 이끌려가게 되었다. 양수가 먼저 터졌는데 의사는 촉진제를 맞자고 했다. 꼭 맞아야 하냐고 했지만 돌아오는 건 강압적인 지시뿐이었다. 회음부 절개도 꼭 필요한 절차인지 의심스러웠지만 '안..
작년 여행기를 이제서야 올린다. ^^;; 올해도? 하며 4년 내리 제주도의 꿈을 잠시 꾸어봤지만, 만삭의 몸으로 집 근처 공원 걸어다니는 것도 버거운지라 포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작년 제주도를 회상해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주도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운이 좋게 삼년째 내리 윤우와 함께 제주를 가게 되었다. 중학교 때 부모님, 사촌들과 함께 했던 첫 여행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수학여행, 대학교때 친구들과의 여행에 이어 내 인생에 있어서 제주도만 6번째다. 그런데 오면 올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기 때문에..
내가 할 때는 그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지 못했다. 남편이 싸늘하고 차갑게 윤우를 대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것이 얼마나 몹쓸 짓인지 알게 되었다. 냉랭한 반응에도 천진하게 계속 질문을 해대는 윤우... 어질지 못하고 속좁은 두 어른들 사이에서 윤우는 마치 따를 당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질문과 살가운 몸짓에 차갑게 이어지는 못난 두 어른들의 행태... 자기보다 배는 큰 사람들이 보내는 싸늘한 눈빛에 작은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오그라들었을까. 단 한 명도 따뜻하게 숨을 튀워주지 않았다. 정말 우리 부부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되는 인간들이었다.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윤우가 불쌍해서 세수를 하며 펑펑 울었다. 미안하다...
2012년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직접 경험했던 한 해였다. 윤우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공동육아 공동체 생활에 대한 기대도 컸고, 3년 반만에 처음 가져보는 자유시간에 대한 계획도 빽빽했다. 처음에는 공동육아의 모습이 기대와 달라 실망하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푸는 방식이 체계적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느끼기도 했었는데, 부모가 아닌 다른 어른에게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아이가 받을 수 있는 환경에 감동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사회활동도 나름 열심히 했다. 마을 공동체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관련 사회적 기업에서 함께 토론하고 자료 수집하며 연구집을 발행하기도 했고 락앤락 주부품질개선단 활동은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한다면, 윤우가 조금 특별한 아이라는 걸 ..
지난 9월부터 성당에서 교리수업을 듣고 있다. 세례를 받기 위한 신자 수업이다. 오래 전부터 천주교에 호감이 있었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면 천주교 신자인 친구를 따라 성당에 나가 미사에 참여하고는 했다. 물론 식의 진행순서며 기도문, 성가는 하나도 모른 채 다른 사람들이 일어설 때 일어나고 앉을 때 앉는 것이 다였지만, 경건하고 차분한 그 분위기가 내 마음까지 정화시키는 것 같았다. 천주교 신자인 내 친구들은 대부분 마음이 넓으면서 정의로웠고, 사회운동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시는 여러 신부님들을 보며 편협하지 않는 종교의 진짜 모습을 보는 듯해서 훈훈했다. 평등, 사랑, 정의와 같이 모든 종교들이 추구하는 참된 가치들이 오로지 종교적인 행사 안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의 삶 자체가 되어버린 것을 보면서 이..
# 윤우와 함께 요가책에 나오는 포즈들을 따라하고 있었다. - 윤우는 잘 되는데 엄마는 뼈가 굳어서 잘 안 구부러진다. " 엄마 뼈가 단단해졌어? " - 응, 나이 들면 그래. " 그럼, 엄마 이제 죽을 때 다 된거야? " - (-_-);;;;;; ....아니, 아직 멀었어. " 엄마가 할머니 되고..그리고 나서도 한참 있어야 죽는거지?" - 응, 엄마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 어, 엄마 내 옆에 오래 있으면 좋겠어. " - 고마워 ^^ " 이게 뭐가 고맙냐? " - 윤우가 그만큼 엄마를 사랑한다는 거잖아. 그래서 고마워. " 그렇네....맞아. #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헤어진 후 " 엄마, 나 쓸쓸한 기분이 들어. " - 친구들하고 왁자지껄 재밌게 놀다가 헤어져서 조용해지고..
너그럽고 관대한 육아의 기본은 사랑보다는 사실, 측은지심이다. 아직 미성숙한 너를 내가 봐준다는 심정. 언뜻 오만해보이지만 꽤나 중요한 마인드이다. 미성숙하기에 무시해도 된다는 식으로 방향을 잘못 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무시하지 않으면서 가엷게 여기는 마음'은 진정 어른의 너른 품성에서만 가능하다. 내가 화가 나서 윤우에게 소리를 지르면 윤우는 "소리질러서 미안하다고 말해!"라고 한다. 일단 네가 잘못한 것을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라고 하면 (굳이 먼저 사과를 받겠다는 유치뽕 마인드..ㅠ.ㅜ) 사과를 하는데, 그 후 내가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면 그제야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내게 안긴다. 그토록 매살찼던 엄마가 여전히 내 편임을 확인한 안도감의 눈물일 것이다. 나는 그 순간 매번 어린 시절의 나를 안는 느..
# 아들의 프로포즈 를 읽어주고 있었다. 는 엄마와 아빠의 결혼을 아이들 관점으로 이야기해주는 아주 사랑스러운 책이다. 하루종일 시무룩해하는 검은 토끼에게 흰 토끼가 묻는다. - 왜 그러니? * 무슨 생각을 좀 하느라고 그래 -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 내 소원을 생각하는 중이야. - 소원이 뭔데 그러니? * 언제까지나 늘 너와 함께 지내고 싶어. 갑작스런 '프로포즈'에 눈이 똥그래지는 흰토끼의 클로즈업된 얼굴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 이 책을 읽더니 윤우가 갑자기 나를 보며 얘기했다. - 엄마, 나 무슨 생각하는지 물어봐 나는 벌써 윤우가 무슨 말할지 예상이 되어서 큭큭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 무슨 생각하는데? - 언제까지나, 엄마와 함께 지내고 싶어. 죽을 때까지 엄마랑 함께 ..
윤우가 어린이집에서 첫 생일을 맞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의 생일잔치는 소박하다. 다같이 먹을 제철 과일 한가득과 아이들이 직접 빚어서 만들어준 수수팥떡 한 접시 그리고 생일잔치 때마다 사용하는 커다란 초가 하나.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일단 생일상은 차려진다. 주인공은 색종이로 만든 왕관을 쓰고 그 앞에 머쓱하게 앉아있으면 된다. ^^ 어색한 웃음을 짓는 주인공. ^^ 많이 컸다. 아들. 맞은편에서는 친구들이 이렇게 생일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뒷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윤우가 사모하는 서연누님. 이제 장화 하나를 고를 때도 "이거 신으면 서연누가가 이뻐하겠지?"라며 그녀의 반응을 먼저 가늠해본다. 아직 아들 마음 속 일등자리를 내놓을 수 없는 나는 재밌으면서도 마음이 허해지곤 하는데 그런 사랑 표현(?..
윤우는 요즈음 결혼식 상황극을 많이 한다. 장난감 자동차들 중 두 개를 골라 다른 자동차 친구들을 모두 부른 다음 결혼식을 올리고 같이 케익을 나눠 먹는 거다. 친구들은 준비한 선물을 주고 결혼한 두 친구는 함께 여행을 간다. 결혼식에 여러 번 데리고 다니면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좋아하는 두 사람이 앞으로 영원히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겠다고 약속하는 거라고 말이다. '남자와 여자'가 하는 거라고 말해주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했는데 윤우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알 수 없었다. 상황놀이를 하는 걸 보니 거의 '주인공이 둘인 생일파티'수준이기에 그 정도로만 이해했나보다 싶었다. 며칠 전 윤우는 거실에서 놀고 남편과 둘이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언가 생각이 서로 맞지 ..
속이 텅 빈 '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짜증과 불만과 온갖 떼부림을 담아내지 않고 그저 흘러보낼 수 있도록. 윤우는 요즈음 들어 모든 것에 예민하다. 원래부터 무던한 성격의 아이는 아니었지만 요즈음에는 이상스럽게 생각될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해졌다. 일단 짜증이 엄청 늘었다.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섞인 괴성을 토해낸다. 윤우가 옷을 벗거나 입기 시작하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질 지경이다. 옷 벗다가 걸려도 짜증, 신발이 안 신겨져도 짜증, 장난감이 망가져도 짜증이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스케치북도 "너무 멀리 있따구!!!!"라고 소리를 지르며 가져다 달라고 한다. 감각이 엄청 예민해졌다. 입맛이 민감해서 왠만한 새로운 음식은 시도조차 안하는 것은 기본이고, 몰래 먹이려고 같은 모양의 ..
습관 1)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어떻게 하면 주도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의 자유를 실행하지 않으면 결국 수동적으로 남에 의해 지배되는 존재가 된다. 습관2)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리더십) 관리는 어떤 일을 바르게 하는 것이지만 리더십은 바른 일을 하는 것 결국에는 어떤 모습이고자 하는가! 인생의 여러 역할을 가치관과 목표에 따라 수행함을 의미 나의 행동과 태도의 원천이 되는 패러다임이 자신의 가치관과 올바른 원칙에 우ㅢ배되지 안호게 각본을 다시 쓰는 것 - 재각본화 - 패러다임의 변화 습관3)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제4세대 시간관리는 인간관계의 유지와 증진, 결과의 달성을 강조 당신이 위임할 수 있는 업무목록들과 이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의 명단을 작성하라. 위..
요즈음...마음이 아프다. 원래는 일기처럼 쓰려던 이 블로그가 어느 새 육아일기와 육아철학에 대한 글 들로 가득 차면서, 나는 내 공간이던 이 곳조차도 마냥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 속 마음 하나 털어내지 못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하지 말란 것도 아니고 100% 내가 스스로를 가두고 틀에 끼워 넣고 있는 상황. 참, 웃긴다. 뭐 하는 짓인지... 어머님이 결혼 전에 어느 스님에게 날짜를 받으러 갔을 때 그 스님이 내 사주를 보더니 '걱정이 많다'고 했단다. 이제 걱정 그만하고 싶은데 내 발목을 잡고 놓지를 않는다. 신이시여...좀 도와주소서.
원래는 내 어린 시절 동요를 윤우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동요 씨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펄~펄~ 눈이 옵니다' '동구 밖 과수원 길~' '기찻길 옆 오막살이~' 요런 노래들을 윤우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전자악기음 배경이 아닌, 소박한 반주에 이렇게 옛 노래들을 담아놓은 씨디를 찾기가 진짜 어려웠다. ㅠ.ㅜ 뾰로롱 거리는 전자음이 난무하는 동요도 싫고 '우유송' '숫자송' 같이 인터넷 플래시 애니로 먼저 제작되어서 퍼진 노래(목소리는 귀엽게 한다고 일부러 변조시키고...어후...)도 싫은데 동요 씨디라고 검색하면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온통 이런 노래들 일색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찾다가 지쳐 포기하고 있을 즈음 이 노래책+CD 세트를 만난 거다! '소박하게 연주하겠다'고 다짐하고 만든 동요집이다. 심지어 바이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