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80)
고래가 부르는 노래
2019년을 시작하며 내가 한 다짐의 큰 주제는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기'였다. 책을 더 이상 사지 않고, 모임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더랬다. 그런데 이런 다짐은 한 달을 겨우 채우고 무너졌다. 2020년이면 둘째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면 다시 내 시간은 턱없이 줄어들 거라는 초조함이 새해 다짐과 무색하게 2019년을 더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_-;;; 상반기에는 여러 개의 책모임과 학교 일을 함께 하며 정말 바쁜 날을 보냈는데, 그러다가 결국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끙끙 앓아누웠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책모임에만 집중하고 학교 일은 잠시 손을 놓았다. 모임준비와 모임 모임후기 작성을 중심으로 내 일과를 계획했고 일정한 리듬 안에서 생활하고자 노력했다. 외부일정이 없이 집에 있는 날이..
8월부터는 월기조차 쓰지 못했다. 하반기에 여러가지 활동을 마무리지었는데, 무언가하나를 결짓는 것은 그것을 하고 있을 때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작업이기에 많이 바쁘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대부분 내가 선택한 일들이었기에 활동하면서 즐겁고 보람을 느꼈다. 1. 외부활동 1)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 활동 / 에세이단 활동 서울시 성평등 정책제안 활동은 2018년 3월부터 11월까지 올 한 해를 관통하며 이어온 가장 긴 프로젝였다. 실제로 관과 함께 하는 기간은 7~8월 두 달이었는데, 그 작업을 위해 성평등 활동가 기초과정, 심화과정을 듣고 여러 모임들을 거치며 작업물을 보완하고 정리해나가는 작업이 참으로 길게 이어졌다. 강연을 기획하고 강사님들과 직접 컨택하여 강연 자리를 만들고 홍..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도 고양이를 두려워하던 나였는데..동물은 좋아해도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살갑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런 나였는데...게다가 털알러지도 있었고... 그런데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우리 가족이 되었다. 2018년의 가장 큰 마법이라면 사실 이 변화이리라. 2018년 여름 첫째네 반 아이들이 구조해서 동네 동물 병원으로 데려간 비실비실 길냥이는 놀랍게도 임신 상태였다. 첫째네 담임 선생님께서 전체 반에 이 길냥이를 입양할 가정이 없는지 물어보셨고 아이들은 조르고 부모들은 방어하는 태세가 여러 가정에서 반복되었다. 우리집도 마찬가지. 나는 나의 동물털 알러지로 방어를 하였으나 정작 내 방어벽을 무너뜨린 건 나 자신이었다. ..
1. 여신모임 완료여신모임 2기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사람이 모이지 않아 시작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시작하게 되었고 아쉽게 중간에 그만두신 1분을 제외하고 3분과 함께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비혼 멤버의 합류가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린 아이 엄마'로만 구성되어 있던 1기와의 만남 속에서 익숙해져 있던 용어들을 재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같은 프로그램을 멤버와 진도에 따라,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따라 변형시키고 구성을 바꾸기도 했는데 이 작업도 매우 의미있었다. 멤버들 각자의 사정으로 많이 빠지셔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다. '책의 내용을 다 읽고 자신의 삶을 꼼꼼히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마지막에 기대했던 변화나 깨달음이 없을 수도 있는데...실망하시..
많은 모임들과 새로운 시도들, 종종 끼어든 여행으로 많이 바빳던 5월과 6월. 5월에는 첫째 봄방학에 맞추어 제주도로 미리 휴가를 다녀왔다. 5월의 제주도는 바다놀이하기에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둘째는 여지없이 항상 바다에 갈 때마다 홀딱 젖게 놀았다. 너무 덥지 않은 날씨를 누리고자 여러 오름들을 가족과 함께 오르기도 했다. 물빛고운 협재, 도다리 잡으며 신났던 종달리, 한적해서 낯설었던 표선, 멸치떼를 몰아 말미잘에게 먹여본 월정리. 분화구에 못이 있는 민오름, 세계자연유산 동굴을 품은 거문오름, 능선이 예쁜 용눈이 오름, 신성한 신들의 도산 당오름. 다채로운 해변과 오름들로 즐거웠고 근 1년만에 안나샘도 다시 만나 더 없이 좋았다. 어떤 곳에 가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번에 제..
1. 젠더거버넌스 활동들 젠더거버넌스 모니터링 첫 활동으로 기획했던 성평등 입문강좌가 마무리되었다. 강연기획, 강사초빙, 웹자보 제작, 기록작성까지 강연전반의 일들을 함께 하다보니 뿌듯하고 보람있었다. 특히나 강연후기 작성은 강연 내용을 돌아보고 내 안으로 흡수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반응도 좋아서 흐뭇했다. 은유 샘을 만나서 기록지까지 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2. 여신모임 시작. 새로운 모임벗들과 새롭게 다시 여신모임을 시작했다. 같은 책, 같은 구성이지만 멤버들이 다르니 다르게 흘러간다. 나 또한 3번째 읽는데도 다른 질문이 떠오르기도 하고 관련 자료들도 점점 풍성해지면서 이야기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 경험은 또 어찌 마무리될지 기대가 된다. 그 밖에 교육위 활동, 회복적 써클 모임도 계속 이어..
1. 젠더거버넌스 활동 시작 서울시 젠더거버넌스 활동을 하게되었다. 서울시의 행정이 성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서울시민이 아니지만 페미니즘을 사회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경험을 가져보고 싶어서 신청하게 된 것이다. 첫 활동으로 우리 해당 권역에 페미니즘을 자연스럽게 전파하고 젠더거버넌스 활동가를 새롭게 유입할 수 있도록 페미니즘 기초강좌를 기획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낮시간대가 여유로운 주부들을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분들이 흥미로워할만한 주제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강연주제를 뽑아보고 강연에 적합한 강사들을 섭회하는 역할을 분담하였다. 이 일로 또 어떠한 인연과 기회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2. 왜 나는 다..
2월은 치유모임에서 를 함께 읽고 여걸모임에서는 을 함께 읽었다. 이 책들 읽으면서 읽으면서 느낀 점들은 따로 포스팅했다.설날도 있었고, 친청부모님 칠순모임도 있었고, 내 생일도 있었어서 나름 이벤트가 풍성한 한 달이었다. 그 안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일상의 맥락은 페미니즘 안에 있었다. 엄마와의 오랜 대화가 있었고, 나는 하이힐을 샀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길게 포스팅했다. 을 통해 익히게 된 감정읽기를 통한 욕구찾기와 페미니즘이 만나면서 내 안의 안개들이 걷히는 느낌이 든다. 기술과 철학이 합쳐져 길을 뚫는 기분이다. 1. 기독교와 나 종교의 가르침과 상반된다고 느껴지지만 너무나 견고한 '전통'이 되어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성당 안에서의 불합리들을 어떻게 필터링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지난 일요일에 청주에 내려갔다. 명절에 엄마가 내려오지 말라하셔서 그 다음 주에 점심이라도 한끼 같이 하러 내려갔던 것이다. 내려오기 전에 엄마는 나와 할 얘기가 있다 하셨는데, 혹시 심각한 병이 발견된 건 아닌지 이혼하려 하시는 건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항상 말씀하셨던 것과 같은 주제의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지난 해 어버이날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기로 해놓고 우리가 오지 말랬다는 것부터 시작됐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혹시라도 엄마가 무지 아프다는 얘기를 듣는 게 아닐까 긴장하던 마음이 탁 풀리면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너네가 우리를 오지말라고 했다.' '너네가 우리를 무시했다' 결혼하고 가정 꾸린 이후 10년 넘게 계속 되는 저 오해. 그 때 상황이 어떤 것이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
무엇이든간에 갇혀있던 틀을 깨는 건 해방감을 준다. 깨진 그 틀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면 더욱. 며칠 전 하이힐을 샀다. 나는 일년도 전부터 더 늦기 전에 하이힐을 신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하고 있었다. 내 안의 불덩이를 느끼던 그 때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하이힐 리스트만 보고 결정하지 못한 채 1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이번 생일에는 꼭 사야겠다 마음먹고 백화점을 돌다가 전격 결정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다는 말은 진실이다. 나는 '지금' 이 신발이 필요했다.나는 내가 중독되어 있던 틀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는데 내가 나의 여성성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의 틀 안에서 나를 잘 포개어 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
1. 저글러스 드라마를 통해 본 나 12월 말부터 저글러스라는 로코 드라마에 빠졌었다. 이러한 감정적 몰입은 응팔이후 근 2년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일상을 장악하는 이 감정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드라마 내용은 그닥 새로운 것은 없었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은 차가운 남자상사를 따뜻하고 발랄한 여자비서가 보필하면서 치유해주고 결국 사랑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여자 비서, 남자 상사라는 구조 안에서 남녀 성역할 구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묘하게 피해간다. 여자주인공을 놓고 벌이는 술내기에서 남자주인공이 "누구와 함께 일할지는 그 여자의 결정이지, 우리가 술자리에서 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가 하면 여주인공에게 치근덕거리는 남자..
학교 편집위의 요청으로 학교 소식지에 실릴 나의 한 해 이야기를 썼다. * 내 안의 여신을 찾아 헤맸던 2017년 나의 2017년을 숫자로 표현한다면, ‘10’이다. 결혼 10주년, 엄마 10년차, 전업주부 10년째. 결혼 후 얼마 안 있어 첫째 아이를 임신했고, 임신 후 심한 알러지 증상으로 바로 퇴사를 했으니 저 10년들은 또 하나의 10년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 ‘경력단절 10년’. 능력이나 가능성으로 평가받던 시기를 지나 아내와 엄마라는 ‘관계’ 안에서 나를 정의내리던 시간들. 결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라는 인생 챕터들을 누구나 그렇듯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기쁘게 넘겨왔고 그 과정 속에서 마치 내가 사라져버리는 듯한 불안도 느꼈다. 하지만 그 10년을 후회하지도, 되돌리고 싶지도 않다. 그..
2017 한 해가 지나갔다. 여러 모임에서 올 한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고, 희순언니의 요청으로 학교 소식지에 올 한 해에 대한 글도 썼다. 그래도 블로그에 마지막 월기를 써야 확실하게 마무리가 될 터인데, 다른 데에 온통 정신을 뺏기고 있어서 계속 정리가 늦어지고 있네. ;;; 이 이야기는 2018년 1월 월기에 다시. 1. 여신모임 마무리 올 한 해 나에게 가장 큰 사건이었고 의미였던 여신모임이 12월 첫째주에 마무리되었다. 기대했던 만큼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있게 진행하지 못해서 아쉬움은 남지만, 3개월 간 모임을 이끌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했던 경험은 고스란히 나에게 남아있을 것이기에 든든하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모임을 시작하게 됐냐고 많이 질문을 받는데, 모임진행을 결..
많은 것들이 끝났고, 반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 있음을 깨닫기도 했던 11월. 1. 가을방학 이번 가을방학은 고래책방과 숲속작은책방 등 다른 북스테이를 추진해보려 했으나 남편의 휴가가 계속 확정되지 못하는 바람에 이리저리 미루다 결국 예약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작년에 갔던 국자와 주걱에 다시 한 번~ 페이스북에서 근황은 자주 접했던지라 1년만에 보는데도 사슴은 마치 어제 만난 것만 같았다. 고양이 요리는 여전히 사람 좋아하고 착하고, 이솔이도 여전히 요리 무서워하고. ㅎㅎㅎ 이제는 '지인'의 단계에 들어서서 사슴과 서로 조금은 더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무대로 대안교육이라는 것이 공통영역이기에 아이들 교육 이야기를 많이 했다. 공교육에 아이들이 있었을 때 사슴이 학교와 투쟁했던 이..
10월은 폭풍같은 한달이었다. 여기 저기서 계속되는 모임들과 거기에서 부여되는 역할들로 정신없이 바빴다. 사람들을 모으고, 진행하고, 나온 이야기들을 갈무리하고, 이야기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들을 했다.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고 방전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는데, 목이 붓다가 목소리가 일주일 넘게 잘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마음은 충만했다. 그 일들을 즐겼고, 결과에 대한 반응과 평가도 좋았다. 다만 내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는 유일한 모임그룹이었던 성단 복사자모회에서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는데, 내 안의 무언가를 깨뜨리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려 한다. 1. 회복적 써클에서 나를 돌아보다 회복적 써클 심화반 수업이 시작되었다. 지난 기초과정에서 회복적 써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