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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부르는 노래
초경량 유모차인 아발론을 사서 쓴지 1년쯤 되어간다. 이거 살 때 얼마나 많은 블로그와 카페를 뒤졌던가... 유아용품 리뷰를 잘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생각해 보니 리뷰할 만한 번듯한 교구와 용품을 산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초경량 유모차 선택을 두고 갈등하는 친구를 보니 나의 리뷰가 도움이 될 사람들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고민한 초경량 유모차 후보는 3가지이다. 코스트코 / 아발론 / 마루스 무조건 무게 4kg 이하 짜리만 골랐다. 처음에는 아이가 잠들면 너무 안쓰럽다는 이야기에 뒤로 젖혀지는 것을 고려했으나 그건 유모차를 트렁크에 싣고 다니는 엄마들을 위한 것. 나와 같은 뚜벅이 족에겐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세 유모차를 표까지 그려서 특징과 무게를 보기좋게..
미운 4살이라더니 윤우는 부쩍 얄미워졌다. 정말 딱 '너, 정말 내 타입 아니다.'라며 어이없는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는 순간이 점점 늘어났다. 1. WHY - man "왜"가 습관처럼 입에 붙은 윤우는 딱히 호기심이 일지도 않으면서 이어달리기처럼 질문을 해대고는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이 가방은 왜 파란색이야?" "파란색으로 칠하고 싶었나봐." "왜 파란색으로 칠하고 싶어?" "그게 예뻐보였나봐." "왜 그게 예뻐보여?" "사람마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색이 다 달라." "왜 사람마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색이 달라?" -_-+ 이 쯤 되면 이마에 빠직!하며 힘줄이 하나 잡힌다. 이건 궁금한 게 아니다. 그저 끝말잇기일 뿐. 심지어 자신이 이유를 말해놓고도 '왜?'를 붙일 때도 있다. "위험하니까 왜..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 김환희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옛이야기책 즉,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읽어주기 시작하는 시기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5, 6세 경에 읽어주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윤우에게는 아직 무리이지 싶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몇 주 전에 아는 아기엄마한테서 전래동화 전집을 사며 겪은 고민을 들었다. 유명하다는 전집의 내용을 살펴보니 너무나 잔인하고 엽기적이어서 도저히 아이에게 읽어줄 엄두가 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결국 고르고 골라 내용이 순화된 전래동화 전집을 구매했는데 이마저도 자신이 알던 전래동화의 내용과 많이 달라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옛이야기에 잔인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행복의 정복 -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사회평론 무려 8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그런데 오늘 날의 삶에 대입해서 읽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나 에 대한 챕터는 딱 요즈음의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간단하게 행복의 조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충분히 느낄 것. - 관심의 초점을 밖으로 쏟을 것. - 자신의 안에서 우러나오는 목적과 그에 따른 열정을 가질 것. - 그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할 것. - 우주의 존재 안에서 자신의 걱정이 하찮은 것이라는 것과 자신의 생이 무한히 흐른다는 것을 자각할 것. - 부모노릇은 인생의 한 부분임을 기억할 것. 아래에는 인상깊은 구절들을 뽑아 정리해 보았다. 세대를 초월한 ..
엄마가 팥양갱을 참 좋아하신다. 어렸을 때 엄마 생신 선물로 팥양갱을 사드렸던 적도 있다. 그 때는 물렁거리는 설탕 덩어리를 씹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는데, 피를 속일 수는 없는지 몇 년 전부터는 일부러 찾아 먹고 싶기도 할 만큼 양갱의 '맛'을 알게 되었다. 윤우는 벌써 양갱 매니아이다. 한 대 걸른 유전은 더 강력한 걸까? 팥양갱 하나 쥐어주면 뺏을 때까지 하나를 계속 쥐고 먹는다. 9월호에는 내가 흥분할 만한 레서피가 가득했다. 간식거리 요리법들이 잔뜩 있었던 것이다. 내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윤우에게 제대로 된 집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때문이었지만, 사실 내가 마음 속으로 꿈꿔 왔던 그림을 실현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 그림 속에는 '집 간식'이 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대와 떡볶이는 내가 엄청 좋아하는 음식이다. 길거리 순대와 김말이의 위생에 대한 폭로로 떠들썩했을 때 잠시 시들했지만 브랜드 분식집(아딸이나 죠스 떡볶이 등)이 늘어나면서 다시 마음 놓고 먹고 있다. 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을 하고 난 뒤 너덜너덜해진 정신과 몸으로 매운 떡볶이 소스를 묻힌 허파와 맥주 한 캔을 들이키고 나면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ㅂ
아이가 자라고 엄마도 자란다. 하루종일 붙어있는 데다가 이제는 똥냄새까지 똑같아진 만 3년 된 껌딱지 연인인 윤우와 나. 그렇게 서로 섞여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이려니 싶었다.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은 내가 알고 있다고, 그게 바로 '우리'가 다 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밑도 끝도 없는 어리석음인지 깨닫는 데는 꼬박 가을 한 달이 걸렸다. 윤우가 먼거리 버스 여행에도 제법 익숙해지자 내 마음은 들뜨기 시작했다. 햇볕 쨍쨍한 여름 날에 일찌감치 아이와 가을에 나들이할 곳의 리스트를 빽빽하게 적어놓고, 날씨가 선선해지기 무섭게 숙제하듯이 이를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뚜벅이 나들이였지만, 한 쪽 어깨엔 유모차를 매고 다른 한 팔에는 아이를 안고서 버스를 타는 일도 점점 ..
어언 두 달이 지나버린 여행인데 이제서야 글을 쓴다. 지난 여름 제주도 3박 4일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우리는 바로 강릉으로 출발해서 또 2박 3일 바다여행을 했었다. 남편 휴가 일주일동안 休暇라는 말이 무색하게 '쉴 틈'은 없고 오로지 온 몸 불살라 놀기 바빴다. -ㅂ-;; 일정 : 2011년 8월 19일 ~ 21일 숙소 : KT 대관령 수련원 누구와 : 소영이네 가족과 첫째날 : 하슬라 아트월드(http://www.haslla.kr/) 둘째날 : 아기동물목장 - 보헤미안 - 하조대 해수욕장 - 주문진항 셋째날 : 평창 허브나라 농원(http://www.herbnara.com/main.html) 제주도에서의 여독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강릉으로 출발했다. 여행을 할 때마다 우리..
아침부터 분주했다. 보통 주말의 일정은 내가 미리 짜놓고 남편에게 통보하는 편인데, 그 주의 스케줄은 홍대 와우북페스티발에 가는 거였다. 도서관에 책을 가져다 주고 다시 집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서 버스를 타야 하니 시간이 빠듯했다. 물론 빠듯하다는 건 충실한 하루를 보내기 위한 나의 기준에서이다. 누구 하나 기다리는 사람없는 온전히 우리들만의 나들이니 말이다. 내가 운전을 하고 나섰다가 도서관에서 주차를 하는데, 3번 시도를 하다가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급한 마음에 얼른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남편은 삐뚤어진 차를 보고는 "이게 다 댄거야?"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지금은 시간이 없고 조금 삐뚤어지긴 했지만 양 옆의 차들이 문을 여는 데 지장이 없다며 맞섰다. 그러자 남편은 "이래서 차 끌고 ..
내일은 우리의 4번째 결혼기념일이다. 4년 밖에 안되었다니! 라고 현수가 놀라워 하길래 지겹다는 게야? 하고 눈을 흘겨줬는데, 연애 기간이 9년이나 되었던 우리에게 4년의 시간이 묻혀버릴 만도 하다. 결혼을 하고 3개월만에 계획치않게 윤우를 임신해서 우리는 첫 결혼기념일을 산후조리원에서 맞았다. 첫번째 결혼기념일에 호주를 여행하자던 약속은 이미 가을 바람에 먼지날리듯 사라져버린 뒤였고, 엄마와 현수의 성화로 잠깐의 나들이도 하지 못한 채 집 근처의 교보문고에 가서 책 한권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었다. 나는 그 후로 매년 현수와 나만의 결혼기념일을 꿈꿔왔다. 하지만 어린 윤우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시댁에 윤우를 하룻밤 맡기기로 결정을 했다. 감사하게도 시부모님께서는 흔쾌히 윤우를..
오늘은 윤우가 이 세상에 온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구나. 3년동안의 세상살이가 어떠했니? 엄마의 아이로 사는 건 또 어땠니? 엄마도 이제 엄마가 된지 3년이 되었어. 이 3년은 엄마 속에 숨어있던 수많은 허점들을 쉴 새 없이 깨달으면서 매일 웃고 한숨짓고 또 다짐해보는 하루하루였다. 그렇게 수백번의 다툼과 수만번의 포옹을 나누면서 윤우와 엄마가 함께 한지도 이제 만 3년이구나. 이번 생일은 참 특별했지? 어제 저녁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 내내 윤우에게 생일 축하 인사가 쏟아졌어. 생일 전 날에는 윤우의 가장 오랜 친구인 상윤이를 집으로 초대해서 윤우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하던 뽀로로 케익으로 파티를 했지. 생일 날 아침에는 다 함께 미역국을 먹었고 윤우가 엄마, 아빠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
비온 뒤 가을 하늘은 올려다보지 않아도 뻔하다. 푸르다 못해 시리고 눈이 부신 그 하늘을 두고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난 여름부터 나들이 정보 책을 읽고 리스트업까지 해가며 ( http://whalesong.tistory.com/391 ) 아이와의 가을 나들이를 꿈꿔왔건만 드.디.어 가을이 된 것이다! 나들이 장소 목록을 뒤적이다가 오늘 찜한 곳은 남산! 지난 번 추석 때 케이블카까지 타며 남산구경을 했던 터라 정확히는 남산이 목표가 아니었다. 우리의 목표는 아래처럼 예쁘게 생긴 '남산 투어 버스' 충무로역 커피숍에서 우연히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메뚜기처럼 생긴 재밌는 모습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 윤우는 버스 윗부분이 물결치는 것 같다며 '출렁출렁 버스'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정확한..
꼭 해야만 하는데, 저 만치 미뤄둔 숙제.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나의 어린 시절과 화해하고 이제 내 스스로 부모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발버둥치며 어린 시절 학습된 '부모모습'을 떨쳐버리려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요즈음엔 점점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아이와 대립각을 세우며 날카로워질 때마다 나에게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좌절한다. 아래 항목은 1985년에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개발한 인터뷰 방법으로 성인의 애착사를 탐색하고 심리상태를 해석하는데 이용된다고 한다. 이라는 책에서 발췌해 두었던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자신의 과거를 아이를 통해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나 예비부모들, 그리고 아직 어린 시절과 화해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해보면 좋을 것이..
29개월이 되어 아이가 누워서 낮잠을 잘 수 있게 되었을 때 이것을 마지막으로 밤잠독립이 될 때까지 수면일지 업데이트는 없겠지 싶었다. 그런데 끊임없이 변화를 보여주는구나. ㅎㅎ **수면일지** - 이부자리에서 자기 시작. 윤우가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자기 시작한 24개월 무렵. 이 때부터 윤우아빠는 침대 옆 이부자리로 쫓겨나게 되었다. 윤우는 통잠을 자게 되었지만 현수는 항상 몸이 찌뿌둥하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현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이건 아이방이 따로 생기고 아이가 밤에 혼자 잠들게 될 때까지 계속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34개월 즈음 갑자기 아이가 '아빠자리'에서 자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선언'한 이후로는 쭈욱 침대 옆 이부자리에서 자고 있다. 무슨 심경의 변화인 걸까..
자취할 때 내 자취방은 각종 곰팡이와 벌레들의 천국이었다. 엄마가 고향집에서 주무시다가 내 방을 생각하면 잠이 안오신다고 할 정도. ^^;; 풍수의 기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의 흐름'을 믿기 때문에 잘 정돈된 환경 속에서 활기찬 삶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영 몸이 따로 놀았다. 그랬기에 여름에는 항상 초파리들과 함께였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너무 심해서 다용도실 쪽을 살펴보았더니 다용도실 구석구석이 초라피들의 번식장소가 되어 있었다. 비염기가 있어서 코를 훌쩍거리는 아들래미 둔 엄마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대청소는 물론 앞으로의 생활을 제대로 바꿔보기로 결심하고 하나하나 실천중이다. 우선 초파리들의 신혼집, 다용도실을 청소하고 정돈했다. 락앤락 음식물쓰레기통을 산 뒤로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