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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윤우와 엄마의 어린이집(유치원) 적응기

고래의노래 2012. 3. 19. 13:19
폭풍같은 2주일이었다.

10년 넘은 장롱면허의 먼지를 털고 운전대를 잡은데다가,
예상은 했지만 유난히 적응에 힘들어하는 윤우를 안쓰런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했고,
그런 아이를 도와주고자 시작한 터전 생활 속에서 혼란스러운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금 중간 점검을 해 보면,
자동차는 2주만에 차 문 한 번 긁고 범퍼 한 번 찌그러뜨렸고..ㅜ.ㅠ
윤우는 헤어질 때 울지만 다시 만날 때는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조합원 전체모임 후 뿌옇게 흐려졌던 나의 마음이 맑게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부터 윤우가 어린이집에 쉽게 적응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윤우는 낯선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힘들어하는 성격인데다가 또래 친구들을 '장난감 뺏는 아이들'로 규정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새로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5살 다람이들 중 둘은 쌍둥이 남매였고, 나머지 둘은 이미 형제가 어린이집 생활을 했기 때문에 터전에 익숙한 신입답지 않은 신입들이었다. 비빌 언덕이 없이 온전히 혼자인 아이는 윤우 하나였던 것이다.


# 첫 일주일 : 울음보에 붙잡혀 버리다.

터전에서 준비한 공식 적응기간은 3일이었다. 첫날은 엄마와 함께 늦게 등원해 일찍 하원했고 둘째날은 보통 등원 시간에 맞춰 함께 등원한 후 일찍 하원, 그리고 마지막날은 엄마가 함께 등원한 후 나들이는 따라가지 않는 일정이었다.
염려했던 것과 달리 윤우는 큰 저항없이 엄마없는 나들이길에 동참했다. 물론 "엄마도 같이 가~"라며 조금 우는 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내가 "엄마는 기다릴테니까, 다녀와서 엄마한테 뭐 보고 왔나 얘기해 줘야되~~!"라고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신나게 이야기를 하니 "내가 갔다와서 얘기해 줄께!"라며 사명감을 불태우더니 얼렁뚱땅 휩쓸려 나가버렸다. ㅋㅋ

바로 그 다음 날 엄마없는 터전 생활이 시작되었다.
터전으로 등원하기 전, 윤우에게 아래처럼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에는 조금 슬프고 힘들 수도 있지만 점점 익숙해질거야. 나중에는 터전에서 집으로 가기 싫어질 정도로 재밌어질 꺼고 그러면 진짜 '다람이'가 되는 거지. 터전에서 계속 엄마만 기다리면 시간이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지만 즐겁게 놀고 있다 보면 시간이 버스처럼 빨리 지나갈 껄?"

진짜 다람이가 된다는 말에 조금은 두근거려 하면서, 시간이 버스처럼 빨리 간다는 말에 재미있어 하면서 이 날 아침에는 순순히 나를 보내주었다. 너무 쉽게 걱정이 해결되어 나도 조금은 얼떨떨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12시쯤 함박눈한테서 메세지가 왔다. 윤우가 조금 힘들어하니 1시 10분까지 데리러 와 달라는 거였다.
그렇게 그 날은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하원을 했다.


나중에 해바라기가 올린 나들이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사진 속 윤우는 웃음기없이 우울해 보였다. 

다른 아이들의 경우, 보통 엄마를 찾으며 힘들어하다가도 나들이를 가면 금새 잊어버리고 놀이에 몰두한다는데 윤우는 나들이 내내 엄마가 보고 싶고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단다.

윤우는 다른 아이들과 손잡는 걸 유난히 싫어한다. 그런데 이 날은 예은 누나와 다정히 손을 잡았다.

나들이를 즐기지 못하고 벤치에만 있는 윤우를 함박눈이 살펴주고 있다.


그 다음 날은 결국 윤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나들이 시간까지만 함께 있으마 약속했는데 나들이 시간이 되자 결국 울음이 터졌고 내가 같이 나들이를 따라 나서겠다고 했는데도 울며불며 나들이를 거부했다. 터전에 둘이 남아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을 먹고 또 바로 하원하게 되었다.

며칠째 나들이를 즐기지 못하고 오늘은 거부까지 하니 함박눈이 윤우가 외부활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냐고 물었다.
숲유치원에서 숲나들이에 적응하지 못했던 일과 중앙공원, 탄천, 도서관만 좋다며 이제 어디가지 말자고 다짐받던 가을날의 윤우가 떠올라서 혼란스러웠다. 윤우는 공동육아의 교육 방식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가 아닐까, 선생님따라 노래랑 율동 배우고 만들기 시간, 그리기 시간 따로 정해져 있는 보통 유치원의 커리큘럼이 더 맞는 걸까 고민이 되었다.

 

# 주말 : 분리불안을 공부하고 방법을 고민하다.

집으로 돌아와 주말내내 고민하면서 '분리불안'에 대해 찾아보았다.
마침 시기가 시기인 만큼 <60분 부모>에서 이 주제에 관해 방송한 것이 있었다.

분리불안은 만 4세 이전에는 보통 정상적인 것으로 보며 그 이후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는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아이와 엄마의 케이스를 보여주고 분석을 했는데 나와 상당히 비슷했다.
5살 때 유치원에 보냈다가 아이가 적응하지 못해서 4월에 그만두고 지금은 집에서 엄마와 지내고 있는 6살짜리 여자아이였다. 문화센터 수업시간에도 엄마와 떨어지지 못해서 교실 뒤에 엄마가 있어야 했고 아이는 수업을 듣다가도 계속 엄마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엄마의 '불안'정도가 상당히 높았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쉽게 긴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혹시 피해를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심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도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아이가 고스란히 흡수해 다른 환경과 사람들을 불편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함께 있으면서 엄마가 내내 아이만 바라보았는데, 이러한 행동 또한 아이에게 '나는 무언가 불완전해서 엄마가 지켜줘야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고 했다.
나의 정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윤우에게만은 그런 마음이 전염되지 않기를 바랬는데 욕심대로 되지는 않았나보다. ㅠ.ㅜ

방송에서 알려준 분리불안 극복 방법은 아래와 같았다.

1. 씩씩하고 단호하게 헤어져라.
(엄마가 감정의 틈을 보이면 아이는 이것을 쉽게 느끼고 저항이 심해진다. 같이 있더라도 계속 아이만 보지말고 다른 행동을 하라. 그리고 점점 문쪽으로 위치를 이동하며 아이와의 거리를 넗힌다.)
2. 아이를 믿어라.
(아이들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감정읽기를 위해서 슬픈 감정에 너무 깊게 오래 머물지 말아라. 엄마와 헤어져서 슬픈 감정은 짧게 읽어주고 좋은 쪽으로 흥미를 전환해 준다.)
3. 행동목록을 만들어라.
(불안한 아이는 자율적이지 못하다. 등원하면 어떤 놀이를 할지 잘 지도해주고 또래에 섞여서 놀 수 있게 인도한다. 선생님의 역할도 이 부분에서는 중요하다.)
4. 용감한 행동을 칭찬하라.
(혼자서 지낸 시간에 대해서 칭찬하고 대견하다고 이야기해 준다.)

이 방송을 본 후 윤우의 분리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확실한 계획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적응기간을 정해두고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해 분명하게 약속을 해야했다.

나는 윤우에게 딱 일주일만 엄마가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월화수 3일은 온종일 함께 터전 생활을 할꺼고 목금 이틀은 등원 후 30분만 함께 한 후 헤어지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3일동안의 터전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 두번째 주 3일간 : 윤우가 아닌 다른 아이들과 놀아주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윤우보다는 다른 아이들과 더 놀면서 윤우가 그룹놀이에 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남자아이들과 전쟁놀이를 하고, 여자아이들에게 종이인형을 그려서 오려주었다. 내가 몸으로 보여주어야만 했다. 이 곳은 즐겁고 유쾌한, 마음을 놓아도 되는 편안한 곳이라는 걸.

그렇게 터전에서 놀고 나면 피곤할만도 한데 윤우는 하원 후에 놀이터며, 탄천, 세차장을 동네 순례하듯 돌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동네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낮잠도 없이 뛰어다녀서 밤잠시간은 더 앞당겨졌고 침대에 누우면 순식간에 곯아떨어졌다. "엄마, 가지마...엄마, 가지마..."를 주문처럼 외우며 잠드는 윤우를 바라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세번째 날이 되자 윤우는 엄마와 떨어져 오랫동안 거실에서 또래들과 앉아 종이 오리기를 했다. 많은 발전이었다.


# 두번째 주 이틀간 : 헤어짐을 준비하다.

그 다음 날은 이제 오전에만 잠깐 도와주다가 헤어지기로 약속한 목요일이었다.
엄마랑 헤어져도 아주 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엄마와 아빠 마음은 윤우와 항상 함께라는 것을 계속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 아빠는 "윤우는 혼자가 아니야~~♬"라며 엉터리 노래도 (^^;;) 불러 주었다. 장난처럼 불러준 노랫말이지만 윤우 마음 속에는 꽤 깊이 박혔나보았다. 마치 다짐을 하듯 블럭놀이를 하다가도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윤우는 갑자기 불쑥불쑥 "윤우는 혼자 아니야?"라며 확인을 했다.

수요일 밤에는 자기 전에 <뽀뽀손>을 읽어주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유치원에서 분리불안 극복용으로 활용할 만큼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뽀뽀손 - 10점
오드리 펜 지음, 루스 하퍼.낸시 리크 그림, 최재숙 옮김/사파리(언어세상.이퍼블릭)


너구리 체스터가 처음 학교에 가게 되어 힘들어하자 엄마 너구리가 마법의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건 바로 '뽀뽀손'. 아이의 손바닥에 엄마가 뽀뽀를 해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외롭거나 가족의 사랑이 필요할 때마다 뽀뽀손을 뺨에 대고 이 말을 떠올려 보렴.

'엄마는 나를 사랑해. 엄마는 나를 사랑해.'

그러면 뽀뽀가 네 얼굴로 깡충 건너가 행복한 생각들이 가득 떠오르게 해 줄 거야."

결국 이 뽀뽀손으로 체스터는 학교갈 용기를 내고 학교 앞에서 엄마 손에도 뽀뽀손을 해준다.

 

학교를 '어린이집'으로 바꿔서 읽어주었다.

"동물들도 어린이집이 있나봐. 나무에 있어." "체스터도...어린이집 가는 거 좀 힘들어했었지..."

이러면서 윤우는 내용을 혼자 곱씹어 보았다.

원래 처음이란 건 누구나 힘들다고 얘기해 주었지만 이렇게 이야기로 읽어주니 역시나 감정이입이 잘 되나보다.


드디어 목요일!  등원 전에 윤우와 함께 찍은 내 사진을 이름표 목걸이에 넣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라고 가방에 챙겨주었다. 엄마 손을 잡고 싶으면 만지라고 내 벙어리 장갑도 함께 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등원 후 윤우가 바느질을 하는 걸 도와주다가 일어섰다. 마지막 뽀뽀손을 해주면서.

윤우는 물론 울었다. 윤우 스스로도 많은 다짐을 했겠지만 아직은 이 순간의 슬픔이 더 절절할 나이이니까.

그렇게 처음으로 헤어져 하루를 보내고 하원길에 초조하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윤우가 "공룡기차~♪" 노래를 부르며 걸어왔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내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온 몸이 가득차는 느낌이었다. "엄마 선물이야!"하며 내미는 바느질 완성품. 알록달록한 예쁜 방울을 매단 노란 달님이었다.
엄마없이도 터전에서 즐겁게 잘 지낸 것 같아 너무 대견하다고, 그리고 선물도 너무 예쁘고 고맙다고, 엄마는 너무너무 기쁘다고 몇번이나 몇번이나 칭찬을 해주었다. "엄마 기뻐?"하며 으쓱해하는 윤우.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자기때문에 엄마가 웃는다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며칠 전 그렇게 헤어졌던 날의 나들이 사진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윤우는 웃고 있었다. 엄마 사진을 목에 걸고. ㅋㅋㅋ

우려했던 것과 달리 나들이도 즐기게 된 것 같다.
주말에는 엄마, 아빠에게 '푸른샘 약수터'를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찾아가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나들이 가는 장소가 터전 주변에 몇 군데 정해져 있는데 윤우 말에 따르면 물고기 동산, 넓은 세상, 베트맨 공원을 가봤단다. 이름들도 참 예쁘다. ^^ 푸른샘 약수터는 그 나들이 장소 중 한 곳으로, 나도 가본 적이 없어서 우리는 온전히 윤우의 안내만 믿고 따라갔다. 가보니 정말 멋진 장소였다. 산 속에 있으면서도 별로 높지 않아서 아이들이 올라오기에도 무리가 없고 뛰어놀만한 넓은 공터도 있었다.
"이 길은 질척해서 위험해." "저 쪽에는 운동기구도 있어." "약수터는 이 쪽이야."
이렇게 이리저리 우리에게 약수터를 안내해주며서 윤우는 많이 신나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이집은 신나기도 하지만 엄마랑 헤어져서 슬픈 곳이기도 하다.
윤우는 주말에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하고, 오늘 아침에도 "엄마, 가지마" "덩더쿵 싫어. 가지마"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오늘 날씨가 좋다~"라고 하면 "그럼 오리보트 타러가자. 오리보트 타는 날씬데 왜 어린이집에 가?"라며 자신의 자유분방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격하게 떼부리고 우는 것은 아니어서 "점점 익숙해질꺼야. 우는 것도 계속 줄어들 걸? 나중에는 울고 싶어도 눈물도 안 날꺼다~"라고 얘기하면 "나 이만큼밖에 안 울꺼야~" 이러면서 스스로 흐뭇해하기도 한다. 다행히 어린이집에 갈 때 버스를 타는 걸 좋아해서 어린이집까지 가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다.

오늘도 헤어질 때 뽀뽀손을 하고 온 몸이 부서질 듯 안아주었지만 울음이 터졌다.
하지만 하원길에는 다시 "공룡기차~" 노래를 부르겠지. ^^


# 2주일간의 힘든 적응기를 보내고

그런데 윤우랑 약속했던 일주일의 도움기간 중에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른 신입 다람이들의 적응에 내가 방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유섭이는 엄마와 함께 밥먹는 윤우를 부럽게 쳐다보기도 했고 선우랑 승현이는 크림빵은 윤우랑 같이 있는다며 '부당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있는 동안 6, 7세 형아 누나들인 토순이와 강아지들에게도 알게모르게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강아지랑 토순이들도 방학이 끝나고 새롭게 적응해야 할 시기인데 엄마가 터전에 들어와 있으니 아무래도 '일상'일 수는 없었을 테고,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에 녹아들지 못하고 들떠 있으니 선생님인 함박눈과 해바라기도 더 힘들었을 것이다. ㅠ.ㅜ

 

공동육아의 터전은 '우리들의 공간'이라는 생각에 터전을 넘나드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다.

또한 일반 유치원에서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적응에 대해 훨씬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만 고려하고

이 유연함을 교사회와의 상담없이 일방적으로 펼쳐버렸다. 공동육아에서는 다른 곳보다는 아이의 개별적인 성향과 상황에 따라 배려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분명 터전에서 아이들의 생활을 담당하는 교사분들과 함께 고민한 후에 결정할 사항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터전에서의 3일동안 본의아니게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보게 되면서 우려가 늘어나기도 했었다.
공동육아의 아이들이니 조금은 더 성숙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기대했었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언행도 예쁘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 윤우가 배우지 않았으면 싶은 행동과 장난도 많이 했고, 아직 어린 다람이를 놀리고 밀치면서 즐거워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에 분노했다. '아이들은 또래가 아니라 성숙한 어른에게서 배운다.'라는 말도 떠오르면서 돈내고 나쁜 행실 배우게 하고, 엄마랑 떨어져 스트레스만 받게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공동육아가 추구하는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체격과 지적 수준이 다른 5, 6, 7세가 섞이면서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만 더 강화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고민고민하다가 조합원 전체 모임에서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아직 들어온지 2주밖에 안 된 신입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이 되었다. 문제 자체보다 이 부분에 사실 더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문제를 듣고 품어서 해석하는 모임의 '열린 모습'에 많이 감동했다. 지금은 6, 7세 형아들에게도 '적응의 시기'로 아직은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인성 교육 부분에 있어서는 교사회에서도 특별히 중요한 사안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기존 아마(엄마, 아빠를 공동육아에서는 이렇게 줄여 부른다.)분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차분한 위로와 공감 그리고 교사회의 굳은 의지와 의욕에 말그대로 '안심'이 되었다.
(공동육아는 부모들이 출자금을 내서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어린이집'이다. 자세한 설명은 http://whalesong.tistory.com/463)

'공동육아의 교육방식이 윤우에게 맞는걸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5살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윤우에게 온통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닐까?' 라는 정말 근원적인 걱정, 공동육아 자체에 대한 고민까지 처절하게 심란했고 혼란스러웠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점점 나들이를 즐기고 친구들의 이름을 혼잣말로 불러보는 윤우를 보니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아직은 서툴지만 윤우에게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공동육아 속에서 우리 가족이 경험하게 될 공동체 생활도 점점 기대가 된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터전의 선생님에게도 모두 힘든 3월이다. 변화는 항상 시간과 어느 정도의 아픔을 동반한다. 지금은 순간의 고통이 아니라 고통 뒤의 웃음을 그려볼 때다.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 울리면서까지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심정으로. 물론 그런 생각으로 아이를 다시 집에 데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부모가 중심을 잡고 그야말로 '결심'을 하는 거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든 어린이집에서든 아이답게 그 상황에서의 즐거움을 찾아갈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을 것이다라는 정답은 없다. 확실한 것은 흐릿한 판단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우왕좌왕하는 것이 아이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안정을 찾았다 싶을 때 다시 보내고, 힘들어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다시 데려오기를 반복한다면 아이의 불안감은 더 커져 갈 것이다. 
순간을 살고 순간에 진실하되, 순간의 '감정'에 온통 휘둘리지는 말자고 다짐해 본다. 각자의 상황에 따른 '판단'을 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