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삶이 글이 될 때/읽고 보다 (79)
고래가 부르는 노래
0302 1장 오! 처음부터 확 빠져든다. 몸 쓰며.살겠디고 결심하고 짐챙기며 아지 마무리못한 원고 챙기는 장면에서 나랑 너무 비슷하게 느껴져 웃음이 나옴. 조르바가 갑툭튀 등장해서 놀랐다. 근데 그 캐릭터면 그렇게 등장시킬 수밖에 없는듯. 요즘 시대에 보기엔 여성비하 문장들이 가득하다 들어서 읽기 전부터 좀 긴장했는데, 일단 그 문장들을 잘 걸르며 읽어보고픈 흥미가 강렬히 일어남! 게다가 저 마지막 조르바의 말에서 파우스트도 떠오르고! 기대기대~ 0303 2장 놀이터에서 그네의자타며 읽었더니 그들의 뱃멀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듯.유명한 여신문명지인 크레타에서 조르바는 여성들에게 군침만 흘리는구나. 내일 뱃멀미가 잦아들면 다른 얘기가 나오리라 기대하며.. 0305 4장까지. 주인공의 고민이 너무 나랑 비슷..
안경을 쓴지 5년 정도 쯤 되었던 중학교 시절에 문득 '나도 시각장애인아닌가?'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안경이라는 도구를 쓰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힘들만큼 고도근시였는데, 이 정도면 '장애'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싶었죠. 잠시였지만 '장애'라는 말이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깨이는 느낌이었고, 사회적 다수라면 기능적으로 장애여도 장애라는 용어 안에 포함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그 느낌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제가 겪었던 갈등의 주요한 부분에 대해 아래처럼 명확한 언어로 표현해놓은 데에는 후련하고 시원하기도 했고, 그런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에 왠지 불편하기도 했어요. 어느 쪽이 아이에게 옳은 방향인지 제시해주지 않은 ..
아니마, 아니무스, 자아와 자기, 개성화 과정 등 분석심리학의 기본 개념과 용어들을 정리해주는 이번 장은 내가 읽은 모든 분석심리학 관련서들의 내용들과 연결되었다. 우선 내 마음에 떠올랐던 두 가지 큰 질문이 이 책에서 딱 같은 내용으로 제시되어 놀랐고 내가 융의 사상을 이해하면서 길에 제대로 들어서긴 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 질문은 옳다 첫번째 질문은 여신모임을 하면서도 계속 떠올랐던 질문은 '무언가 선택을 해야하는 갈림길에서 내 내면이 전하는 목소리나 감정들이 그림자의 에너지인지, 우리를 인도하는 자기의 방향성인이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였다. 결국 이러한 선택의 순간에 올바른 직관의 힘에 의지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기자신에 대한 충분한 탐색을 하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외부의 에너지에..
1. 무의식에 대한 접근 - 첫번째주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왜 잊고 있었을까. 칼 융의 직접 쓴 글로 그와 대면해보니 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열려있고 선한 의도를 가진 심리학자였다. '10년의 기다림'이 가슴에 와 박힌다. 지금의 나에게도, 내 가족,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꼭 간직해야 할 이야기인 것 같다. 꿈 속에서 성폭행범을 목졸라 죽인 내가 전하는 변화의 에너지가 이 기다림 안에서 잘 융화될 수 있게 해봐야지. 2. 고대신화와 현대인 - 두번째 주 신화, 영웅, 의례가 주는 성장으로의 도약이 옛날처럼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참된 의미에서 내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해..
셀프 혁명 -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최종희 옮김/국민출판사 2월 한달 동안 여걸모임벗들과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을 읽었다. 저자의 명성에 이끌려 이 책을 모임에 추천했었지만, 페미니즘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제목이나 표지 다지인 등이 너무나도 평범한 자기계발서같은 인상인데다가 앞의 몇 장을 읽어보고서는 새롭지 않은 이야기의 나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망했었다. 하지만 거부감이 느껴졌던 사례중심의 서술에서 나온 그 사례들에 강한 자극을 받기도 하고,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내용들,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태도로부터 받은 영향,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의 아이와 조우하는 방법,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읽으며 이제까지 쌓아왔던 정보들이 정돈되는 느낌도..
페미니즘과 기독교 - 강남순 지음/동녘 내 종교 안에서 느꼈던 불편함들이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 명확해지자 나는 그 둘이 과연 양립가능한지에 대한 갈등에 휩싸였다. 불행히도 이러한 점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눌 사람이 같은 종교 지인 중에는 없었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에 '페미니즘'과 '기독교'를 키워드로 관련 책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처음 이 책이 검색에 잡혔을 때 너무 반가웠고 일단 주문부터 했는데, 이 책의 저자인 강남순 교수님께서 방학 시즌 때마다 한국에 와서 강연을 하신다는 걸 알게되어서 강연을 들으러 가기도 했다. 함께 읽기의 힘을 알기에 혼자 읽기보다는 같은 지점에서 갈등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읽고 싶었는데, 마침 '치유모임'에서 이 책을 선정하셨다고 해서 반갑게 한 달동안 합류하게 되었다. ..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 클라리사 에스테스 지음, 손영미 옮김/이루 은 여성들을 향한 '선동서적'이다. 이 책은 우리의 머리를 향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우리의 가슴을 향해서만 돌진한다. 삶에서 '지하세계'의 어둠을 한번이라도 경험한 여성이라면, 그리고 인류의 문명화이래로 멈춘 적이 없던 여성에 대한 억압을 온 몸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성이라면 책이 건네는 메세지가 자신의 영혼을 쥐고 흔드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른 여성주의 책들처럼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도 한가지이다. 주어진 삶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라는 것. 여성의 영혼에는 이미 충분한 힘이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억압되었던 여성 본래의 그 힘을 되찾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여걸'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야성을 지닌 ..
서양미술사 -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예경 * 책과 나와의 접점을 찾아서 책을 읽을 때 책과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으면 독서가 즐겁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 사람이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걸 알게 되면 대화의 밀도가 깊어지고 즐거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나만의 필터로 책을 해석해낸다.'는 것이 그러한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같은 책도 언제, 어느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지금의 나는 온통 '나 자신'에게 관심이 쏠려 있다. '나는 어떠한 사람이며,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중이다. 가 이러한 내 고민과 어떤 접점을 가질 수 있을까. 이번 독서는 그 접점을 찾는 과정이었으며 책과의 대화 속에서 오르락내리락 요동쳤던 ..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를 읽으며 내가 충격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진화'의 방향성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말하자면 긍정적인 방향, 부정적인 방향이라는 것은 인류가 과거를 곱아보고 현재를 돌아보면서 부여하는 가치이지, 진화 자체에 그러한 방향성은 없다는 것이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이 좋은 것인가? 호랑이 몸에 줄무늬가 생기고 코끼리 코가 길어진 것이 도대체 어떤 관점에서 과거보다 더 나은 변화란 말인가? 예를 들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이라는 것도 인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문제'인 것이지, 지구의 입장에서는 유구한 세월동안 겪어왔던 격한 변화의 일부분일 뿐인 것이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져서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지구는 그러거나 ..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사이언스북스 라는 긴 여행을 마쳤다. 단순히 과학적 지식서적을 넘어서는 책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런 감동적인 웅변서일 줄은 몰랐다. 이 책에서는 과학이 밝혀낸 지식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발견하고 탐구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설명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인류의 역사를 거쳐 우리의 지적 수준에서 밝혀낸 우주의 모습일 뿐이기 때문이다. 인류라는 렌즈를 통한 탐구였기에 우주를 알아간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일이었고 인류의 적나라한 모습과 직면하는 일이었다. 인류는 급격한 지적 성장을 이루는 듯하다가 후루룩 뒷걸음질을 쳤었고 애써 얻은 지식을 어이없게 사용하곤 했다. 인류의 이런 비틀거림을 보고 있자니 '지금 우리'는 어..
*요약 인간은 기억을 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를 진화를 통해 발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호불신이라는 파충류의 뇌로 판단하고 전쟁을 일으키면서 인류를 스스로 대재앙의 기로에 세우고 있다. 현재 인류가 가진 무기기술은 인류 전체를 멸망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 핵융합기술이나 레이더같은 전쟁에 쓰여지는 온갖 기술들은 우주탐구를 위해서도 똑같이 쓰여지는 것들이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생존해나가고자 한다면 우주 탐구를 통해서 스스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국가라는 영역을 벗어나 인류 전체, 지구 전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인류가 지금 처한 상황 인류는 현재 위대한 모험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원시성을 잘 길들이며 우리의 원시적 두뇌가 내리는 일방적 지시와 대결함으로써 지구가 ..
* 요약 인류는 세상의 근원을 알아내기 위해 우주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것은 태초에는 비유적인 해석이었고 이후에는 산화적 설명이었다. 그러다가 2500년전 이오니아인들은 우주를 신과 떨어뜨려 규칙으로 이해하고자 시도했다. 섬중심 문명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교류를 가능하게 했고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발상 또한 가능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고의 비약적 발전은 노예제도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사회적 성숙이 동반되지 않는 지적 성장은 결국 신비주의로 퇴보하게 되는데, 기득권들이 자신을 노예와 구분하기 위해 노동을 천하게 여겨 실제적인 관측과 실험마저 중요하지 않게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그후 급격히 이루어지던 지적 성장은 주춤하며 더딘 성장을 이어나가게 되는데, 이 성장은 관측을 통한 ..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사이언스북스 모임에 이 책을 추천했을 때 내가 말한 거창한 이유는 이것이었다.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몸, 마음, 사회를 살펴봤으니 이제 우주 한 번 봐야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라는 책을 함께 읽어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짜맞춘 그럴 듯한 이유였다. 막연히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를 살펴보는 걸 도와줄 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분명 그럴꺼라는 확신은 없었던 거다. 그런데 칼 세이건은 이 책의 머릿말에서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세상에나...그리고 그의 말처럼, 막연했던 나의 기대처럼, 는 나를 인간의 본질로 이끌었다. 심히 우주적으로!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인간은 자신을 근원을 탐구한다..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민음사 * 드디어 나왔다. 포르노그래피! 1세대 페미니즘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자들을 연대하게 만들어주는 주제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에게 의무로서 당연하다는 듯이 주어진 이 노동을 '선택'으로 바꾸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가사도우미 고용'으로 인해 여성들 사이에서의 새로운 계급화라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 결과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한정되는 문제를 다 해결하기도 전에 2세대 페미니즘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 중심에 포르노그래피가 있었다. "2세대 페미니즘은 포르노물이라는 단층선을 따라 자유적 페미니즘과 문화적 페미니즘으로 분열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성차별적인 발언에 발끈하며 '성평등..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민음사 * 대통령이 '여성'이기에 일어난 진짜 문제들 11월 말과 12월 초를 지나면서 나라에 광풍이 일었고, 이제까지 꾹꾹 눌러져왔던 사회의 썩은 부분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터져나왔다. 그 썩은 부분들에는 2016년 한 해동안 계속 이슈가 되어 왔던 '페미니즘'도 있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이 여성이기에 문제가 되는 상황들이 터져나왔다. 대통령의 문제들이 '여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갇힌 채 좁게 해석되고는 했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들이 여성혐오욕설과 여성비하용어들 안에서 팝콘튀듯 증폭되었다. 이렇게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대통령을 여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탈출시키려할 때 정작 대통령 본인은 '여성의 사생활'이라는 변호인의 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