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밥.먹.자> - 밀가루 NO, 오븐 NO 감자도우 피자 : 어린이집 등원 기념 파티!! 본문
* 감자도우 피자 레서피는 블로그 맨 아래에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드디어 윤우도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다. 아직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은 윤우에게는 가혹한 3월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주 어린이집으로 신입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을 때도 다른 아이들과 달리 윤우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계속 집에 가자며 졸랐다.
한참이나 준비가 안 된 아이를 과연 어린이집에 억지로 보내는 게 맞느냐의 문제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본래의 계획대로 부딪혀보기로 했으니 이제 문제는 '구슬리기'였다. 좋은 일, 좋은 기억, 좋은 물건들과 어린이집을 연결시키기!
한참 전부터 나는 윤우의 어린이집 등원을 앞두고 등원기념 파티를 열어주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갈만큼 큰 형아가 된 것을 축하하는 기념파티로 케잌과 촛불, 선물은 물론이고 특별한 음식과 기억할만한 추억까지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진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다. 나들이를 위한 좋은 날씨와 선물한 장난감을 등원 전까지 미련없이 가지고 놀만한 시간까지 고려해서 고심 끝에 정한 파티 날짜는 3월 1일 삼일절!
파티의 스케줄은 케잌 - 선물증정 - 나들이 - 저녁 특별식으로 타이트하게 짜여졌다. 이것도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선택한 순서. -ㅂ-;; 우리에게 '즉흥'이란 없나니...ㅎㅎ
내가 추천하는 딸기가 수북히 올려진 케잌을 거부하고 윤우 스스로 고른 하얗고 순수한 (ㅎㅎ) 까망베르 치즈 케익.
"윤우가 어린이집 가는 걸 축하합니다~~~♬"
선물은 미리 사서 베란다에 숨겨 두었던 '공룡기차'!!!!!! 타요를 내팽겨치고 요즈음 윤우가 빠져있는 공룡 애니메이션이다. 우리나라 제목은 <아기공룡 버디> 원제는 <Dinosaur Train>. 공룡가족이 기차를 타고 여러 공룡들을 만나러 다니는 내용인데 짧은 애니메이션 안에 입양가족이라는 흔치 않은 주제와 각기 다른 동물들이 자연 속에서 이루는 조화를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내 마음에도 쏙 든다. 단지 장난감 가격은 수입품이어서 참 사악했다. ;;
공룡기차를 받고 윤우는 "엄마, 자꾸 웃음이 나!!!"라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케잌조차 한 입 먹지 않고 즉시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덕분에 케잌은 다 내 차지. 헤헤 그래, 다행이구나. 이 뇌물이 부디 어린이집까지 효과를 발휘해야 할텐데 말이지... ^^;
지난 가을, 계속 이어지는 엄마와의 나들이에 지쳐 윤우가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에 딱 한 번 다시 가자고 한 곳이 있는데 바로 '뚝섬유원지'였다. (아래 사진들은 '문제의 가을 나들이' 때 찍은 사진들..-ㅂ-)
'자벌레'라고 불리우는 기다란 터널은 '터널'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윤우에게 점수를 받았는데 그 안에서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매번 열리고 움직임에 따라 벽면에 그림이 변하는 모션반응장치도 있다.
밖의 놀이터에는 신기한 놀이기구가 많고 여름이면 거대한 분수에서 음악쇼를 벌였다. 놀이터 옆 수영장은 겨울이면 눈썰매장으로 변한다. 게다가 지하철이 지나가는 걸 엄청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남자아이들에게 최고!) 그야말로 '유원지'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서(그것도 공짜로!) 나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윤우의 반응은 그에 미치지는 못했는데, 많고 많았던 나들이 장소 중 이 곳을 꼭 집어 다시 가자고 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게 두 번째로 왔을 때 한강에 떠 있는 오리보트를 보았고 봄이 되면 가족 모두 와서 꼭 오리보트를 타자고 약속했던 것이다. 그 약속 이후 윤우는 언제 봄이 오는지, 이제 봄이 되었는지 계속 묻곤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보트 타는 날, 하늘은 파랗고 햇빛은 따뜻하고 공기는 상쾌하다. 올해 들어 최고의 날이었다.
노랑색 깔맞춤. ㅎㅎ 옷도 신발도 구명조끼도 모두 노랑. 위에 천막도 노랑인지 얼굴조차 노랗게 떴다.
그리고 심지어 윤우는 몇 대 되지도 않는 '노랑 오리보트'를 골랐다. 아이인거 티내니? ㅎㅎㅎ
다른 오리보트와 달리 왕관을 쓰고 빨간 리본까지 목에 매단 노랑오리보트.
알고보니 이것들은 럭셔리 '자동패달' 보트였다. 일반 패달 오리보트보다 무려 만원이나 더 비싸서 돈을 내며 잠시 윤우를 다시 설득해볼까 망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었다. 아이를 뒤에 혼자 둘 수가 없어 나도 함께 뒷자석에 타고 남편이 혼자 운전해야 했는데 혼자 패달밟게 했으면 아마 허벅지에 알이 실하게 배겼겠지. ㅋㅋㅋ
나름 기어도 있다. 엔진소리가 요란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터보트 속력을 내지 않는 오리보트에게 그런 소리가 날리 만무했다. ^^;;
한강 한복판에 처자식과 함께 동동 떠 있는 상황은 안전지상주의 남편에게 긴장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왠지 뒷모습에서도 팽팽한 긴장이 느껴진다. ㅋㅋ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윤우이기에 오리보트도 십분만 타고 이제 가자고 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다. (23,000원...ㅜ.ㅠ)
그런데 오랫동안 바래왔던 일이기 때문일까, 윤우는 40분 내내 보트타는 걸 즐겼다. 말없이 강물을 바라보는 아이.
이 강물이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고 하니 어떻게 그렇게 멀리까지 갈 수 있냐며 경이로워 한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 건대입구역으로 돌아와서 롯데백화점에서 점심을 먹고 윤우가 유모차에서 잠이 든 사이에 쇼핑을 했다. ^ㅂ^ 쇼핑 이후에는 건대 근처에 사는 친구인 회원이랑 오랫만에 만났다. 집에 가자며 떼쓰는 윤우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왕 마카롱 두 개에 사탕 하나, 가져갔던 자동차와 공룡 스티커를 활용한 역할 놀이에다가 연습장에다 즉석에서 연결놀이를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 이렇게 겨우 한 시간동안 연장을 한 후 다시 집으로 출발~~
오늘의 마지막 피날레! 특별 저녁식사의 메뉴는 피자였다. 피자만큼 파티에 어울리는 음식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밀가루를 못먹는다는 점. 그래서 인터넷 레서피를 뒤져서 '감자도우 피자'를 찾아냈다.
재료 (라지 사이즈 피자 - 큰 후라이팬 크기)
* 도우재료 : 중간 크기 감자 5개, 양파 1개, 소금, 전분 3~4 숟가락, 파슬리 가루
* 소스재료 : 케찹, 팽이버섯(양송이가 없어서), 파프리카, 양파, 다진마늘, 버터
* 토핑재료 : 시금치, 방울 토마토, 피자치즈, 체다치즈
요리법
1. 감자와 양파를 강판에 간다. 갈은 감자는 면포에 걸러 물기를 뺀다.
2. 갈은 감자와 양파에 전분과 소금, 파슬리 가루를 넣고 섞는다.
3.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침개 부치듯 넓게 펼친다.
4. 감자도우가 부쳐지는 사이 다른 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소스재료를 넣어 볶으면서 졸여 소스를 만든다.
5. 도우가 어느 정도 익으면 자세를 잘 잡고 한 번에 휙 뒤집는다.
6. 도우를 뒤집은 후 5분 정도 지나면 위에 소스를 끼얹고 각종 토핑재료를 얹은 후 뚜겅을 덮고 익힌다.
왠만하면 요리 중간 과정을 찍지 않는 나이지만 이 피자는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에 얹을 채소가 마땅치 않아서 집에 있는 시금치를 넣었더니 웰빙 피자 포스가 철철~~~~ 마치 비주얼로만 보면 미스터피자의 '시크릿가든'같지 않은가!!!
다 됐다~~~ 하며 쟁반에 담는데 흐물거리는 감자도우(를 빙자한 감자 부침개)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피자 쓰나미...T0T T0T T0T T0T T0T T0T T0T 요리 중간 과정 기록이 없었으면 나 울었을 뻔 했다. 괴성을 지르면서 급하게 토핑들을 쓸어담으면서 대충 정리하고 찍었다.
모양은 저래도 맛은 훌륭했다. 밀가루 없이 오븐 없이 완성된 건강 피자!!! 게다가 감자도우의 비법만 빼면 토핑이며 소스는 모두 내가 '맛을 그려서' (ㅋㅋ) 완성했기에 더욱 의미있는 작품되겠다. 다만 하나 옥의 티가 있었다면 다진 마늘을 너무 많이 넣었다는 점. ^^;; 윤우가 뜨겁다며(맵다는 것과 헷갈린 듯) 울상이었다. 두유랑 같이 먹으면 괜찮다고 구슬르면서 그래도 꾸역꾸역 먹였다.
건대입구에서 점심을 먹은 이후로는 왠지 어른들의 파티가 된 분위기. ㅎㅎㅎ
그래도 잠자리에 누워 윤우에게 오늘 하루를 물어보니 '정말 신나는 하루!'였다며 총평했다. ㅋㅋ 그런데 이 멋진 하루가 오늘의 주제인 '어린이집 등원 기념'이랑은 잘 이어진걸까? 5살 윤우에게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일 뿐, 완벽한 하루가 씁쓸한 내일을 보상할 수는 없겠지.
참, 오랫만의 나들이였다. 겨울이었던 탓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주말마다 내가 병원을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병원을 다녀오느라 아침 나절을 다 써버리고 나면 먼 곳으로의 나들이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간만의 나들이에 얼음왕자 남편조차도 "오랫만이네..."하며 미소를 지었다.
타이틀은 '윤우의 어린이집 등원 기념 파티'였지만 이 날 하루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하루였다. 그래, 그거면 된거다. 모두가 행복했다는 사실, 그것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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