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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부르는 노래
한 해의 반이 지났다. 한 해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여러가지 것들은 여전히 자리를 못잡은 채 둥둥 떠다니고 있다. 나에게는 생각보다 몸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것을 실천해보기 위해 매일매일 손으로 하는 그림과 수공예 작업들을 계획했건만 나는 또 하염없이 책을 읽고 생각에 빠졌다. # 베이고 꼬매다 부엌에서 자잘하게 손을 베이는 일들이 반복되던 와중에 결국 한 번 크게 베이고 꼬매기까지 했다. 아버님 생신모임을 우리집에서 하고 설거지를 하던 중 유리컵을 닦다가 오른손 검지 손가락 밑쪽의 살점이 꽤 많이 떨어져 나갔다. 수건으로 손을 싸쥐고 주말에 하는 병원을 찾아 4바늘을 꼬맸다. 생신상 차리는 게 엄청 힘들었던 것도 아니고, 다들 맛있다고 이야기해주시고 맛있게 드셔주셔서 뿌듯하고 기뻤는데..
고요함 속에서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면, 그 자체로 충만해진다.
작년 여름인가 가을인가 이솔이가 그린 그림. 우리 가족인듯 했으나 이솔이의 설명으로는 토끼가족이었다. 왜 갑자기 토끼가족이었는지 모르겠다. 엄마토끼 배 속에 아기가 있다. 지금도 이솔이는 이 그림을 보고 우리 가족이라고 하진 않는다. 때로는 토끼가족도 아니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난 이게 우리가족 그림이라고 혼자 내맘대로 생각한다. 이보다 더 우리가족을 더 잘 그려낼 수 없다고.
어이쿠나, 결국 게을러지는구나. 생각도 못했다가 5월이 끝난지 열흘이 지나서야 화들짝 놀라서 5월을 기록한다. # 어디로... 5월의 황금연휴에 뭐할까 한참 전부터 고민하다가 결정한 곳이 강원도 인제 곰배령이었다. 남편의 휴가 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적어도 낀 연휴 중 하루는 쉬겠지 하며 경희님께 들었던 곰배령의 '고메똥골'을 예약했다. 곰배령은 예전에 타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그야말로 '생'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그 생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야생화 군락지여서 '천상의 화원'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에서 생명이 푸르게 퍼덕이는 5월의 자연을 누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겠다 싶었다. 게다가 '하루 탐방객수 제한'이 있다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
축 늘어져있던 3월을 지나 4월에는 조금 기운을 차렸다. 아이들은 모두 보내고 비는 시간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의 약속을 잡기도 하고, 첫째와 요일을 잡아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바깥으로는 학교 안에서 구성원들끼리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부딪힘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 내면적으로는 나의 불안을 직면하고자 하였다. #막둥이돌 4월 18일, 막둥이 돌이었다. 나는 마른사과를 넣어 백설기를 찌고 미역국을 끓여서 생일주인공 없는 생일상을 차렸다. 돌떡이니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남색또 엄마들에게 조금씩 주기도 했다. 미역국을 끓이고 돌떡을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괜찮아서 이제 괜찮은가 보네...했는데 봄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펑펑 나왔다.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정말 생명의 계절, 참 좋은 봄날 태어날뻔..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 를 읽으며 내가 충격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진화'의 방향성에는 어떠한 가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말하자면 긍정적인 방향, 부정적인 방향이라는 것은 인류가 과거를 곱아보고 현재를 돌아보면서 부여하는 가치이지, 진화 자체에 그러한 방향성은 없다는 것이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이 좋은 것인가? 호랑이 몸에 줄무늬가 생기고 코끼리 코가 길어진 것이 도대체 어떤 관점에서 과거보다 더 나은 변화란 말인가? 예를 들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이라는 것도 인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문제'인 것이지, 지구의 입장에서는 유구한 세월동안 겪어왔던 격한 변화의 일부분일 뿐인 것이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져서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지구는 그러거나 ..
3월 월기를 쓰려고 보니, 어머...한 달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났네. '이 일이 한 달 밖에 안 된 거였어?'싶은 것들도 있고. 3월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이솔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잘 적응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하는 불안도 있긴 했는데, 너무나 잘 적응하고 등원해주고 있다. 등원 때 엄마도 있으라는 약간의 투정이 있긴 하지만 첫째 때와 비교해서 이건 뭐 애교 수준. 다만, 사지의 힘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으며 여러 면에서 어린이집 막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독 겁이 많고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뛰고 하는 부분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어린이집 등원때문에 오랜 만에 하게 된 영유아검진에서 '대근육발달 추적 요..
'냇물아~'를 시작하는 현주언니네 다녀왔다. 남편이 아침 6시 반에 돌아왔다. 너무 졸려하기에 이솔이도 데리고 다녀왔다. 좋게 데려가면 될 껄 딱딱하게 굴었다. '냇물아~'공간을 보니 마음이 두근두근 벅차 올랐다. 꿈을 꾸는 사람에게, 그리고 진실하게 그 끔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운명처럼, 길이 열리는구나 싶었다. 현주언니의 소개로 대안교육으로의 전입을 고민 중인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쌍둥이와 연년생 딸을 둔 엄마라는데 얼굴에 찌든 피곤이 전혀 없고 맑은 느낌이어서 놀랐다. 나는 어떻게 보여질까. 40이 넘으면 얼굴에 인생이 묻어난다는데. 언니가 희재를 보낸 후 썼던 일기를 한 번 보라며 건네주었다. 아..너무 고맙다.
남편이 본격적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2월. 2년간의 육아 동반자가 한순간에 집에서 사라져버렸고, 나는 2월 내내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첫째야 이제 학교에 등교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내 품을 서서히 떠나려하고 있지만 아직도 찰거머리처럼 딱! 붙은 둘째는 하루종일 나에게 이라와서 앉아라, 책을 읽어달라, 인형놀이를 하자, 이거 봐라, 저거 봐라, 눈을 감아봐라, 떠봐라....하며 잠시도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물론 내가 매번 저 요구에 응한 것은 아니고 기본적인 살림을 해야할 순간에는 거절을 하고 일을 하긴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앵앵~~~~징징~~~~사이렌 소리를 감당해야만 했다. 게다가 밤에도 갑자기 왜이리 예민해진건지, 내가 없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사이렌 가동하여 나를 소환하였으니, ..
하와이를 다녀와서 나는 하와이와 사랑에 빠졌다. T-T 소비지향적인 휴양지로만 정의되기에는 하와이는 너무나도 아까운 곳이다! 깊고 신비로운 원주민 문화와 살아꿈틀대는 자연이 어우러진 정말 멋진 곳. 다시 가게 된다면 힐로에 오래 머물면서 며칠동안 내내 화산공원을 탐방하고, 본격적인 용암투어도 하고 훌라와 로미로미를 배우며 원주민 문화를 깊게 접하고 싶다. 2016년 7월 10일간의 하와이 일정 (괄호)는 계획했으나 그 날 그 시간에 못한 일정. (아이와의 여행이란 항상 이런 덜어내기 작업의 연속이다.^^;;) ★표와 파란색 표시는 특별히 좋았던 곳. 1. 첫째날 13일 목요일 - (Manini'owali Beach) - 숙소 체크인 - 저녁식사 Bubba Gump Shrimp - (코나산책) 2. 둘째날..
윤우와 친구들이 읽을 그림책을 3학년 부모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책읽기를 시작한다. 그 시작을 함께 하고픈 부모들의 따뜻한 마음이 잘 전해졌으면.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곤 하지만 오랫만에 그림을 그리니 너무 행복해져서 오히려 내가 힐링받았던 시간. 아래는 나의 그림들.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사이언스북스 라는 긴 여행을 마쳤다. 단순히 과학적 지식서적을 넘어서는 책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런 감동적인 웅변서일 줄은 몰랐다. 이 책에서는 과학이 밝혀낸 지식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발견하고 탐구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설명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인류의 역사를 거쳐 우리의 지적 수준에서 밝혀낸 우주의 모습일 뿐이기 때문이다. 인류라는 렌즈를 통한 탐구였기에 우주를 알아간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일이었고 인류의 적나라한 모습과 직면하는 일이었다. 인류는 급격한 지적 성장을 이루는 듯하다가 후루룩 뒷걸음질을 쳤었고 애써 얻은 지식을 어이없게 사용하곤 했다. 인류의 이런 비틀거림을 보고 있자니 '지금 우리'는 어..
*요약 인간은 기억을 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를 진화를 통해 발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호불신이라는 파충류의 뇌로 판단하고 전쟁을 일으키면서 인류를 스스로 대재앙의 기로에 세우고 있다. 현재 인류가 가진 무기기술은 인류 전체를 멸망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 핵융합기술이나 레이더같은 전쟁에 쓰여지는 온갖 기술들은 우주탐구를 위해서도 똑같이 쓰여지는 것들이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생존해나가고자 한다면 우주 탐구를 통해서 스스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국가라는 영역을 벗어나 인류 전체, 지구 전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인류가 지금 처한 상황 인류는 현재 위대한 모험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원시성을 잘 길들이며 우리의 원시적 두뇌가 내리는 일방적 지시와 대결함으로써 지구가 ..
* 요약 인류는 세상의 근원을 알아내기 위해 우주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것은 태초에는 비유적인 해석이었고 이후에는 산화적 설명이었다. 그러다가 2500년전 이오니아인들은 우주를 신과 떨어뜨려 규칙으로 이해하고자 시도했다. 섬중심 문명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교류를 가능하게 했고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발상 또한 가능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고의 비약적 발전은 노예제도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사회적 성숙이 동반되지 않는 지적 성장은 결국 신비주의로 퇴보하게 되는데, 기득권들이 자신을 노예와 구분하기 위해 노동을 천하게 여겨 실제적인 관측과 실험마저 중요하지 않게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그후 급격히 이루어지던 지적 성장은 주춤하며 더딘 성장을 이어나가게 되는데, 이 성장은 관측을 통한 ..
12월 19일에 이사를 하고 연말과 연초에는 짐정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사를 하는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사를 하게되면 불필요한 짐들을 한번 싹 정리하게 되어서 좋다. 게다가 연말에 이사를 한지라 묵은 해를 보내며 묵은 짐까지 딸려 정리하고 새해를 맞아 기분이 상쾌했다. 이번 1월은 남편이 회사로 돌아가기 전 남은 마지막 '아빠타임'이었다. 다시는 못 올 2년이라는 휴식기에 생각만큼 진하게 놀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내 몸 상태를 생각하면 사실 그보다 더 놀 수도 없는 상황이긴 했다. 내 건강이 극도로 안 좋았을 때 그가 함께 아이들 곁에 있어주어서 다행이었고 이솔이 3~4살, 윤우 8~9살이라는 시기에 아빠가 거의 매일 집에 있어주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선물이지 않았나 싶다. 그 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