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2017년 2월 月記 본문
남편이 본격적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2월.
2년간의 육아 동반자가 한순간에 집에서 사라져버렸고, 나는 2월 내내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첫째야 이제 학교에 등교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내 품을 서서히 떠나려하고 있지만
아직도 찰거머리처럼 딱! 붙은 둘째는 하루종일 나에게 이라와서 앉아라, 책을 읽어달라, 인형놀이를 하자, 이거 봐라, 저거 봐라, 눈을 감아봐라, 떠봐라....하며 잠시도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물론 내가 매번 저 요구에 응한 것은 아니고 기본적인 살림을 해야할 순간에는 거절을 하고 일을 하긴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앵앵~~~~징징~~~~사이렌 소리를 감당해야만 했다.
게다가 밤에도 갑자기 왜이리 예민해진건지, 내가 없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사이렌 가동하여 나를 소환하였으니, 낮에도 밤에도 오롯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나는 스트레스가 목까지 찰랑거려 넘칠 지경이 되고 말았다. 괴로움 중에 이 괴로움의 원인이 무엇이냐 근원을 파내려가며
- 언제부터 부모가 아이랑 놀아주기까지 해야 됐지?
- 대가족과 골목문화가 사라지면서 그랬겠지
- 사방치기랑 말뚝박기도 부모가 알려줘야 하면 말다한거지 모.
- 아이들은 놀이의 천재라곤 하지만, 일단 모방이 있어야 창조가 되지.
- 골목 언니, 오빠들 노는 거 보고 모방하는게 아니라 모방할 대상이 오로지 부모밖에 없는 상태에서 어찌 놀아.
- 부모들이 일하는 곳, 논이나 대장간, 목공소, 하다못해 마당에서 일하는 모습보며 따라하는 놀이도 이제 못하지.
- 일한답시고 하는 건 컴퓨터 타닥거리는 게 다인데 그런 단순 작업에서 어떤 다양한 모방과 창조가 일어나겠어?
- 그러면 어찌해야 되는거야. 이거 방법없는거야!!! 우씨~~~~~!!!
이렇게 쓰잘데 없이 생각이 깊어지고는 했다. 인생이 고달프면 자연스레 사상가, 철학자가 되는 것 같다. -_-
2월 초에 윤우 방학이 끝나기 전에는 '우리끼리 여행'을 한 번 시험해보기 위해, 아빠 회사에서 가까운 북촌에 숙소를 잡아 1박 2일 서울 여행을 다녀왔다. 이솔이가 아직 낮잠을 자는 나이여서 유모차를 끌고 다녀야 했고 나이차, 성별차가 나다보니 관심과 흥미가 달라 일정을 소화하는데 몇 번의 삐걱거림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아빠의 야근으로 저녁에 아빠와 함께 서울밤을 즐기지 못한 것은 내내 아쉽지만 말이다.
우리가 묵은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우리 아이들이랑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사는 집이어서, 나는 또 괜시레
'이런 집에서,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란다면 어떨까?'
를 상상해보면서 한옥 시세를 검색하고 주변 초등학교를 알아보았다. ㅎㅎㅎ 내가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라면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련만, 내가 잠시나마 그런 기회를 가져볼 수 있을라나 하고 기대했던 아침식사 시간에 우리 방으로 식사가 배달되는 것을 보고 포기. ㅋㅋ
2월 중반 주말에는 3학년 학부모들이 만드는 그림책 작업 중 내 분량을 마치기 위해 아이들과 남편을 시댁에 보내고 하루종일 그림을 그렸다. 음악을 틀어놓고 붓을 잡고 있으니 저절로 행복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공부하다 지치면 그림을 그리며 잠깐의 기쁨을 느끼던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 생각을 손끝으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은 무한한 축복인 것 같다. 나는 정말로 그림을 다시 그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그냥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나의 생일 즈음에는 어디로 나들이를 갈까 궁리하다가 인천 송도에 다녀왔다. 생일 선물로는 뭘 달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하이힐을 점찍어두긴 했는데, (지금 아니면 이제 다시는 못 신을 것 같아서) 아직까지 사진 못했고 대신 한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네.
이렇게 2월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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