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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2017년 1월 月記

고래의노래 2017. 1. 31. 23:36

12월 19일에 이사를 하고 연말과 연초에는 짐정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사를 하는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사를 하게되면 불필요한 짐들을 한번 싹 정리하게 되어서 좋다. 게다가 연말에 이사를 한지라 묵은 해를 보내며 묵은 짐까지 딸려 정리하고 새해를 맞아 기분이 상쾌했다.

이번 1월은 남편이 회사로 돌아가기 전 남은 마지막 '아빠타임'이었다. 다시는 못 올 2년이라는 휴식기에 생각만큼 진하게 놀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내 몸 상태를 생각하면 사실 그보다 더 놀 수도 없는 상황이긴 했다. 내 건강이 극도로 안 좋았을 때 그가 함께 아이들 곁에 있어주어서 다행이었고 이솔이 3~4살, 윤우 8~9살이라는 시기에 아빠가 거의 매일 집에 있어주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선물이지 않았나 싶다.

그 마지막 1월을 아쉬워하며 우리는 여행을 계획했고, 이번엔 효도관광 컨셉으로 2 그룹으로 찢어져서 가게 되었다. 1월 둘째주에 시엄니와 남편, 아이들이 후쿠오카로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그 다음 주에 친정엄마와 둘이서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 없는 5일간 온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보는 호사를 누려보았다. 적막한 집에서 내가 한 일은 정말 대충 해먹고, 아침 늦게까지 자고, 그리고 하루종일 글을 쓰는 것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이렇게 길게 주어지다니 무엇을 해야 하나 조바심에 계획을 세워보려고 했으나 집에서 혼자 머무는 것 또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휴식이라는 판단에 5일내내 큰 일정 없이 집에서 뒹굴었다. 집에서 혼자 있으며 내가 한 일은 마치 작가처럼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밀린 블로그를 쓰는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글쓰기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있기에 한 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미뤄두었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5일을 보내고 아이들과 남편이 다시 돌아온 그 주말 토요일에는 윤우와 피정을 다녀왔다. 남편이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을 때 피정 한 번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기간이 긴 피정을 내 허리상태가 허락할 것 같지 않고 짧은 피정들을 항상 기존의 일정과 겹쳐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아이와 함께 하는 피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윤우에게도, 나에게도 좋겠다 싶어서 여행 바로 전 날이고 선약도 있었지만 약간 무리를 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아이들과 엄마가 각자의 장점을 쓰고 서로 나누고, 향심기도를 배우고, 겨울산을 오르며 자연을 느끼고, 엄마와 아이가 한 팀이 되어 게임도 했다. 피정 다운 고요함은 없었지만 윤우가 즐거웠다고 해주어 좋았다. 여러가지 기도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향심기도라고 하는 것은 처음 해보았는데, 느낌이 좋았다.
신, 하느님을 떠올리게 되는, 내가 부르고 싶은 한마디 말을 정해서 마음 속으로 그 단어를 되내이며 집중하는 기도이다. 나는 '우주'라는 단어를 정했고 그 단어와 함께 우주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집중해보려했다. 동양의 명상법에 영향을 받은 기도법이라고 하는데 명상과 아주 닮아 있었다. 명상을 하며 내 안의 영성에 집중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이 결국은 하나이지 않을까 하며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나에게는 마치 절충안같은 기도법이었던 것이다. 무엇을 해달라며 소원을 비는 기도는 진정한 기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도란 '주님의 기도'와 같이 감사함에 대한 또 하느님을 닮아가게, 하느님의 뜻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 뿐이라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룹에서 기도를 하게되면 기도문을 어찌 지을지 몰라 난감하고 결국은 버벅거리다가 자신감이 떨어지고는 했다. 게다가 가톨릭에서는 '공식적이고 멋들어진 기도물'들이 어찌나 많은지... 더 기가 죽었다. 그런데 무언가 빌지 않아도 하느님만 부르고 느껴도 기도가 되는 거라니! 마음이 편하고 하느님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

엄마하고의 홍콩여행은, 내 마음 속 숙제 중 하나를 해결한 것 같아서 좋았다. 또 생각만큼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엄마가 얼마나 나와 다른 사람인지, 그리고 얼마나 엄마가 어린 시절의 나에게 '안정감'면에서 나쁜 영향을 주었을지 다시 한 번 느낀 여행이었다. 엄마는 여행지에서 당연히 맞닥뜨리게 되는 새로움 앞에 기대감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끊임없이 "실패하면 어떡해."라고 이야기했다. 윤우와 친정엄마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좋아하는 것부터 새로움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까지. 내가 엄마와 다른 성향이니 이런 것이 양육태도로 만들어진 기질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새로운 사람에게 처음 두려움을 느끼는 그 마음습관은 부모님이 나에게 '세상에 대한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윤우에게, 이솔이에게 똑같이 대하지 않도록 의식하자.

<코스모스>를 치유모임에서 함게 읽기 시작했다. 기대를 뛰어넘어 나에게 감동을 주는 책이자 저자이다. 2학년엄마들과 함께 <존엄> 책 읽기 모임도 하고 있는데, 나는 주로 모임에서 멤버들 개개인의 인생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윤우는 겨울 방학 내내 친구들과 하루종일 놀러다니고 있다. 아침 9시에 그야말로 '출근'을 해서 6시에 '퇴근'을 한다. 부모와의 놀이 기회가 점점 뜸해지고 이제 친구에게로 애정이 기우는 시기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아직까지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며 하루종일 '명령과 간섭'을 해대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연방 고백을 해대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2017년의 한 달이 또 훌쩍 지나갔다. 아아아아 아직 올 해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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