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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2017년 3월 月記

고래의노래 2017. 4. 2. 18:31

3월 월기를 쓰려고 보니, 어머...한 달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났네. '이 일이 한 달 밖에 안 된 거였어?'싶은 것들도 있고.

3월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이솔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잘 적응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하는 불안도 있긴 했는데, 너무나 잘 적응하고 등원해주고 있다. 등원 때 엄마도 있으라는 약간의 투정이 있긴 하지만 첫째 때와 비교해서 이건 뭐 애교 수준. 다만, 사지의 힘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으며 여러 면에서 어린이집 막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독 겁이 많고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뛰고 하는 부분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어린이집 등원때문에 오랜 만에 하게 된 영유아검진에서 '대근육발달 추적 요망'이라는 진단이 나와서 마음이 심란했다. "이거는 할 수 있지 않아요? 될텐데..."라며 내가 써온 문항지를 다시 검토하는 작업을 거친 후에 억지로 억지로 턱걸이 점수가 나온거라 더 씁쓸. 남편은 발달이 덜 된게 아니라 겁이 많은 거라고 하지만 나는 발달이 덜 되어 아직 팔다리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보여지는 현상이 겁이 많은 거라고 생각한다. 몸에 대한 자신감이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으로 이어지는데, 첫째도 그랬고 둘째도 그러고...음 우리집 아이들은 왜 이럴꼬. 내가 체육을 못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이게 어디 유전인지 아리송해지며 남편에게 덮어씌우고픈 심정이다. -_-

이솔이가 어린이집에 완벽 적응하고 낮잠까지 자고 오게 되면서 나에게는 오후 4시까지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월요일, 금요일은 석문호흡에서 소연언니와 운동(수련?)을 하고 수요일은 회복적 써클 강의에 참석하고 목요일은 냇물의 치유 책모임에 나간다. 아침에 비는 시간이 화요일밖에 없는 셈. 윤우는 오후 대부분 시간을 내 손을 타지 않으니 오후 시간은 온전히 비지만, 이렇게 모든 요일에 일정이 있다는 것이 미리부터 괜히 지치는 느낌이었다. 화요일에 있는 쪼물딱 모임에 참가포기 선언을 해서 화요일을 비워놓은 것이 그나마 숨통을 틔워놓은 것.

자유시간이 생겼는데도 왜 이리 지치기만 하는걸까 의아했는데, 주변의 여러 이야기를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제서야 내가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자각할 여유를 갖게 된 게 아닐까 싶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힘들다힘들다 하면서도 나름 긴장상태인지라 그냥 버텼는데, 혼자만의 시간이 되자 온전히 나의 심신 상태가 드러나기 시작한게 아닐까.

그렇게도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는데 누군가를 만나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는 걸 처음 느꼈다. 나는 그저 혼자만 있고 싶고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만 싶었다. 에너지와 기운을 내 안으로 모아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나의 가치관에 대한 신념과 주관을 갖되 다른사람의 생각을 존중하고 함께 나아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인생의 숙제처럼 다가와있는 요즈음. 그래서 학교에서 회복적 서클에 대한 공지가 나왔을 떄 주저없이 신청했다. 
하지만 강사님의 모호한 표현들 속에서 알쏭달쏭 갸우뚱거리며 폭풍질문을 해대고는 했다. 좀 더 명확하게,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는 없는걸까? 불만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여러 가치들과 세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반면, 그 가치에 가닿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에 목매게 된다.

남색또 엄니들과의 만남 중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이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스스로 그 방법을 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이미 그 방법을 찾은 누군가가 있으면 그가 제대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는 것. 석문호흡에서도 그랬고, 회복적 서클에서도 그랬다. 명확하지 않은 지도에 난 항상 답답함을 느꼈다. 모호함을 모호함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내 안에서 내 식으로 숙성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는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회복적 서클과 석문호흡이 이야기하는대로 내 안에 답이 있다는 것과 내 페이스에 따라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믿어보자.

윤우는 첫영성체 교리를 시작했다. 기도문을 외구고 성경을 읽으며 하루하루 체크하는 것이 윤우는 즐겁다. 교재가 있고 이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도 재미있어 한다. 영적인 충만함에 대한 기대나 신심이 생활속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안되고 있으나 부담일 수 있는 하루하루의 의무들을 성실히 해내고 있는 것을 보니 대견하다. 삶 속에서 무언가 단계를 뛰어넘고 그에 대해 모두가 축하하고 인정해주는 의식이라는 것이 사라진 시대에 그나마 첫영성체라는 '의식'을 경험해본다는 건 정말 값진 일인 것 같다. 특히나 발도르프 교육에서 발하는 '루비콘 강의 시기'인 10살에 이러한 의식이 기회로 윤우에게 주어졌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 기회에 나도 영적으로 성숙하고 말이 아닌 행동과 삶으로 이끄는 부모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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