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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부르는 노래
치유모임을 하면서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며칠 전 아래와 같은 글을 밴드에 쓰고 공유했다. 모임의 주도자가 아닌데 이래도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내용까지 신경쓸 수는 없고 그러한 점이 있다면 피드백으로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겼다. 아래처럼 써놓고 멤버들의 동의를 받아 이렇게 진행하도록 된 이후 나는 낙태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치유모임을 냇물아~에서 꾸려보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아직 상담심리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내가 누군가를 치유하기에는 나 자신이 흔들림없이 고요하지도 않다고 생각되지만...시작해보면..어떨까 하고. 낙태라는 용어 자체만으로도 상처받을 수 있기에 '선택적 이별?' 뭐 이런 대체용어도 떠오르고. 천천히 준비해볼까. __..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내가 경험했던 불안감이 떠올랐다. 어리고 약해서 내가 외부의 공격을 방어할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느낄 수 밖에 없었던 불안들. 그런데 어찌보면 임신은 위험에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상태임에도 오히려 불안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마음이 강해진 건지... 임신 중에 진행되는 온갖 검사들로 인해 이 아이가 아픈 아이이면 어쩌지라는 불안은 있었지만 내 몸이 이 아이를 품고 키우기 힘들어할지 모른다거나 아이를 낳을 때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내 몸'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나는 나의 생식능력에 대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했다. 내 몸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있다니! 내 안에 두 개의 심장이 뛰다니! 내가 생명을 낳다니! 사춘..
안녕하세요~ 치유모임 친구들. ^^ 모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글씁니다. 어제 집에 돌아와서 15장을 읽는데 정해진 질문과 주제없이 이 장을 읽고 만난다면 많이 헤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제 모성애, 폐경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 못한 것도 있고. 모임을 해오면서 내밀하고 깊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전 좀더 저희들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짧은 시간동안 만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들 이야기로 시간을 채우기보다 온전히 우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이요. 이런 모임은 제가 제 상처를 자각한 후 계속 바랐던건데 이렇게 이루어져서 너무 좋고,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거죠. 주제와 질문을 명확히 하면 이야기가 퍼지지않으면서 좀더 농밀하게 얘기할 수..
몇주전 '냇물아 흘러흘러'에서 맘맘토크에 참여했다. 질문카드를 사용해서 사람들과 내면의 이야기를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을 잘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꺼라는 말에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모임이 준비중인 공간에 들어갔는데 테이블 두 개에 질문카드가 쫙 놓여져있고 내가 다 모르는 사람들이고...이솔이는 칭얼대고 갑자기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같은 시간에 진행될 예정이던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지는 거다. 일단은 이솔이를 핑계로 모임을 먼저 시작하시라고 얘기한 후 잠시 이솔이와 밖에 있었다. 상황에 못 이기는 척, 맘맘토크가 아니라 치유모임에 참여할까 한 것이다. 그런데 치유모임분들이 오늘은 모임을 안하고 맘맘토크에 참여하시겠다고 해서 나도 자연스럽게 다시 맘맘..
4월 18일. 막둥이를 보내지 않았다면 막둥이가 세상에 나왔을 예정일이다. 온가족이 함께 모여 막둥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저녁을 일찍 먹고 6시 전에 나서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솔 때 유축해서 얼려두었던 모유가 아직도 냉동실에 남아있었다. 모유를 녹여 물통에 담았다. 태어났다면 지금쯤 내 품에서 젖을 먹고 있었을까. 중환자실로 보내져 품에 안을 수 없었을 수도 있겠지.. 가는 길에 막둥이에게 줄 꽃을 꺾었다. 한창 생명이 샘솟는 봄철이라 지천은 꽃이다. 윤우는 철쭉을 따고 나는 꽃다지와 냉이꽃 그리고 애기똥풀을 땄다. 이솔이는 민들레를 힘껏 뽑아들고 "이거 막뚜이 줘야지~"하며 신나서 달려간다. 이솔이 덕분에 가는 길에 간간히 웃음을 짓게 된다. 막둥이를 뿌린 곳은 아..
무언가 쏟아내고 싶은데 어떻게 써내려가야할지 막막하다. 예전에는 쓰고 싶은 것이 생기면 머리 속으로 오래오래 머금고 있다가 마치 기자가 기사를 쓰듯 기승전결을 따져서 완전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서 적곤 했다. 지금은 불가능하다. 내 몸도 내 마음도 그리고 능력도 모두 그러기에는 모자란 상태다. 작년 여름 막둥이를 품었다가 보낸 이후로 내 마음도 내 몸도 온전치 못하다. 내내 아팠던 허리는 최악의 컨디션으로 치달아 누워있어야만 하는 날들이 이어졌고 급기야 몇 주전에는 기절하며 쓰러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리는 해내야한다고 느낀다. 이대로 두기에는 안되겠기에 일단 시작한다. 두서없는 이야기. 그냥 마구마구 이 얘기로 저 얘기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정신없을..이야기들을 시작해보련다. 이걸 공개로 쓰는 ..
어제는 병원때문에 오랫만에 분당에 갔다가 중앙공원으로 벚꽃구경하러 예전에 살던 아파트단지에 들렀다. 4개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당골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고 그 공원을 지나 쭉 가면 중앙공원이 나온다. 당골공원 안에 작은 모래밭이 있는데 모래놀이 좋아하는 이솔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동네엔 모래가 없다. 놀이터는 다 우레탄 바닥인데다 학교 모래밭은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가기가 어렵다. 매번 모래에 굶주렸던 이솔에게는 벚꽃보다 모래가 먼저일 터. 우리는 아예 차에 가서 모래놀이 장난감을 가져왔다. 점심도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 떡볶이를 사가지고 와서 오래 머물 준비를 했다. 근처 어린이집 아이들이 많이 놀러나와 있었다. 이 공원에는 하교시간 이후엔 아이들이 북적인다. 학교는 공원 바..
바라만 봐도 좋은 우리 둘째. 이솔이. 기억은 기록을 따라갈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예쁜 이 순간이 그야말로 수식간에 지나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둘째는 기록에 소홀해진다. 31개월 이솔이는 또래보다 키가 작고 머리카락 숱이 적어서 밖에 나가면 2돌 미만 아기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돌쟁이로 보는 분까지...^^;;; 이솔이가 아기 때는 참 걱정이 많았다. 양쪽 허벅지 주름이 달라서 고관절 탈구를 걱정했었고, 윗입술과 윗잇몸을 잇는 살인 상소순대가 너무 이 가까이에 붙어 있어서 잘라주는 수술 해야하나 걱정, 엉덩이 윗쪽이 함몰되어 있어서 혹시 신경질환 있을까봐 걱정, 대천문이 너무 일찍 닫혀서 머리가 안클까봐 또 한 걱정...그리고 가장 큰 걱정은 너무 안 웃고 반응이..
글쓰기는 생각을 단순화하기위한 기록, 즉 내 밖에 보관하기. 누구나 지금 이 모습으로 살고 있는 데는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다. 남들에게는 게으름이나 무기력함이나 비겁함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도 나름대노 하고 싶은 말이 있은 것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일에서 실패나 저주, 죄와 벌은 없다. 그 모든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청산하거나 변화시켜야할 것이 무엇이며, 언제 그렇게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다. 다시 말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내일로 가는 오늘만 있을 뿐 절대적인 퇴행은 없다. 치유의 글쓰기 도움 주제들 1.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2. 오, 그건 오해였다구 3. 그 때 그 장소 그 사건. 4. 내 인생의 첫기억 5. 인생그래프 그리기 6. 내가 좋아한 연예인 7. ..
제가 알고 지내는 사람 중 가장 정의롭고 열정적인 사람인 현주언니가 '냇물아 흘러흘러'라는 멋진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는 세미나 공간,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부모임이 있어요. 특히나 언니는 어린 아이를 키우며 사회와 단절된 듯한 느낌에 외로웠던 적이 있어서 이 공간이 아기엄마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소통하고 공부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네요. 서울 세곡동사거리 근처입니다. 분당, 판교, 강남에서 가까워요. 현재, 녹색평론과 민들레 읽기모임이 있고 엄마들의 독서모임, 초등생 읽고쓰기 강의가 진행중입니다. 이번 달 말에는 세월호 유가족분과의 만남의 자리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멋진 공간, '냇물아 흘러흘러..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7172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전부 다 잘 할 순 없어. 더, 더 잘 하고 싶었는데. 근데 잘 안되잖아. 이젠 아이.. 못 낳을지도 몰라. 아이는 늘 기억하면 되잖아. 잊지 않으면 되잖아. 응? 당신은 여러가지 일을 너무 신경써. 생각이 너무 많아. 남들이 싫어하면 어때?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받는게 더 좋잖아. 사랑하는 사람하고 서로 통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항상 옆에 있어 주는데 날 위해서 있어주는건지 모르겠어. 괜찮아. 왜 그렇게 생각해? 왠지 그냥 왠지 멀어지는걸 멀어지는걸 알고있는데도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생각 너무 하지마. 너무 생각하면 오히려 헷갈려. 괜찮아. 어째서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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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 살고있는, 웃고있는.. 막둥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아기사진을 보았다. 막둥이도 저럴 수 있었는데 어떤 미소를 지었을까. 어떤 눈빛을 가졌을까. 막둥이가 사무치게 아파서 아침엔 이솔이 앞에서 울어버렸다. "엄마, 왜 울어?" "막둥이 보고싶어서." 이솔이는 "막뚱이?"이러더니 "내가 데려올께."하며 무언가를 가져와서 "자~"하며 상에 놓는 시늉을 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여기 넣어야지."하며 내 배를 가리킨다. 난 막둥이를 다시 넣는 시늉을 했다. "고마워." "이제 괜찮아."하며 날 어설프게 안는 이솔. 그렇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며칠 전 막둥이를 낳는 꿈을 꾸었다. 아픔없이 그때 그 날처럼 내 안에서 스르륵 나온 막둥이. 태어났는데 울지도 안고 고요히 잠든듯 눈을 감은 막둥이를..
내 눈 대신 내 허리가 울고 있는 것만 같다. 점점 심해지는 허리통증. 막둥이가 그립다. 막둥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는 윤우는 학교에 입학하고서 오랫동안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심심하다고 하면서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혼자 겉돌거나 내 주변을 서성이는 일이 많아 한동안 난 또 속을 끓였었지. 그런데 여름방학을 거치면서 윤우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그 과정에서는 제주에서의 긴 여행과 우리집 주변 생명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제주에서 주먹만한 달팽이와 사슴벌레, 노루와 쇠똥구리, 손바닥만한 나방, 뱀과 대벌레 등 온갖 생명들을 만난 뒤 윤우는 이 꼬물거리는 지구의 동반자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집주변을 돌아다니며 그런 꼬물이들을 잡아 키우면서 애정을 쏟았다. 유난히 우리집 주변에는 사마귀가 많았다. 여러가지 종류의 사마귀에 대해 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