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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슈웅슈웅> 46개월 아이와 제주도 여행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과 여행가기

<아이와 슈웅슈웅> 46개월 아이와 제주도 여행

고래의노래 2013. 7. 28. 23:20

작년 여행기를 이제서야 올린다. ^^;; 올해도? 하며 4년 내리 제주도의 꿈을 잠시 꾸어봤지만, 만삭의 몸으로 집 근처 공원 걸어다니는 것도 버거운지라 포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작년 제주도를 회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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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운이 좋게 삼년째 내리 윤우와 함께 제주를 가게 되었다.

중학교 때 부모님, 사촌들과 함께 했던 첫 여행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수학여행, 대학교때 친구들과의 여행에 이어 내 인생에 있어서 제주도만 6번째다. 그런데 오면 올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기 때문에 한 번 갔던 곳에 다시 간다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왔는데, 제주는 달랐다.

 

일정 : 7월 23일 ~ 26일 (3박 4일)
항공사 : 대한항공 / 숙박 : 더 호텔 / 렌트카 : 금호렌트카

숙박은 작년처럼 KT 연계 휴양소로! 우선순위 30,000등의 현실을 딛고 숙소를 따낸 윤우아빠의 집념과 끈기에 박수를 보낸다. -ㅂ-b 이번에도 호텔이 제주시였는데, 볼거리 시설과 체험에 무게를 두지 않는 우리 가족의 여행패턴에는 제주시 숙박이 더 맞는 것 같다.

첫째날 : 애월 한담 산책로 - 사라봉
둘째날 : 한라수목원 - 서귀포 자연휴양림 - 송악산해변 - 모슬포항 - 대정서초교

셋째날 : 교래휴양림(곶자왈) - 아부오름 - 월정리 카페 - 김녕해수욕장 - 별빛누리공원

넷째날 : 김녕해수욕장

 

 

***첫째날***  애월 한담 산책로 - 사라봉


 

이번에 가이드북으로 참고한 책은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 10점
전은주 지음/북하우스

책을 보면서 내 취향의 장소들을 형광펜으로 좍좍 그어놨었는데, 이번 여행에 아주 유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 향한 곳은 애월 한담 산책로. 올레길에 속하는 이 곳은 해변을 끼고 있는데 위 책의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이 곳을 '걸으러' 왔다가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이들이 바다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곳곳에 이런 작은 해변들이 있는데 특히나 사진으로 찍은 이 곳은 뒷편에 햇빛가리개도 설치되어 있어 개인 전용 해변이 부럽지 않다. 이 에메랄드 바다에 노는 사람은 윤우 한 명!!!

 

어렸을 때는 바다에 뛰어들어 미역을 건져 먹고 파도를 온 몸으로 맞으며 해변을 가르던 윤우는 부쩍 예민한 남자가 되어 제주에 왔다. 바다에 쉽게 발담그지 않고 주저하기에 물어보니 파도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 -ㅂ-;;;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조금 더 작은 해변으로 왔다.

일년 뒤 윤우가 제주의 바다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해변가에 발을 무는 하얀 애들이 있었다고..ㅋㅋ 나도 따끔하게 몇 번 물렸는데, 사실 그 애들의 정체가 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숙소에 짐을 풀고 야경이 멋지다는 사라봉 등반에 나섰다.

사실 야경보다는 불타는 듯한 오렌지빛깔의 노을이 너무 멋졌는데 올라오는 길에 해가 다 져버렸다. 아파트 숲에 지평선이 가려진 도시 속 사람들에게는 그 흔한 노을도 경이로운 체험이 된다.

어른어른 서려있는 붉은 기운의 끝자락의 감상하고 있는데 산모기떼의 습격으로 바로 하산!!!!!!!!!!!!!!!

 

 

***둘째날***  한라수목원 - 서귀포 자연휴양림 - 송악산해변 - 모슬포항 - 대정서초교

 

둘째날, 일어나자마자 준비하고 제주시에 있는 한라수목원으로 향했다. 책에서 저자는 한라수목원을 보고 "제주도 사람들은 전생에 단체로 나라를 구했나보다. 바다도 가깝고 숲도 코 앞이라니!"라며 감탄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더위에 쩔은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힘든 산책길일 뿐이었다. ^^;;;;

 

그 다음 코스로 간 게 '서귀포 휴양림' (위 사진은 법정악 전망대에서의 전망)

서귀포 자연 휴양림 안의 '법정악 전망대'가 멋지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제주도에서 절물 휴양림을 경험하고 "그래, 이게 바로 휴양림이야!"라고 뼈 속까지 감탄했던 우리였기에 서귀포 휴양림에 대한 기대는 사실 크지 않았다. '절물'보다 더 나은 곳이 있을까?라는 의구심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곳은 절물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우선 다른 휴양림들과 달리 휴양림 안을 차로 이동할 수 있다. 가다가 머물고 싶은 곳은 있으면 곳곳에 설치된 길 옆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려 맘껏 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 뚜벅이 산책이 휴양림의 백미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마뜩지 않은 특징일지도 모르지만, 아주 어린 아기, 또는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과 함께 여행하는 집이라면 제주의 숲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서귀포 휴양림의 장점은 물놀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집이야 예민남의 거부로 발담그기에 그쳤지만...;;;;

저수지처럼 물이 고이게 모아놓은 데가 있는데 이 곳을 수영장처럼 쓸 수 있다.

 

법정악 전망대에 선 윤우와 나. 나는 눈 앞의 초록에 압도되었다. 맘같아서는 정말 한나절이라도 저기에 서 있고 싶었지만...뒤에서 불러대는 두 남자의 성화에 다음 목적지로...

 

책에 보니 송악산에서 모슬포로 가는 길은 '차를 버리고 걷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길래 송악산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산방산에서 잠시 멈추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올해도 작년처럼, 산방산은 밑에서 올려다보며 감탄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어디를 가던지 너무 더워서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 같아 아예 근처 카페에 들어가 시원하게 쉬기로 했다. 다행히도 카페 유리창을 통해 보는 풍경은 또 하나의 관광 여정이라 생각될 만큼 아름다웠다.

 

취학 전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관광' 욕심을 줄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 아이와 여행을 가기 전에 왜 굳이 아이를 데려가고 싶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행경비가 아까워 온갖 곳을 다 둘러보고자 한다면 그런 여행에는 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어른들끼리만 다녀오는 것이 현명하다. 무리한 일정을 따르기에는 체력적으로 아이들이 힘들 것이고 어른들은 아이를 '짐'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므로.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아이는 여행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무의식 속에서 삶의 태도로 저장될 것이다? 나는 이 또한 어른들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여행으로 아이가 어떻게 될 것이다.' 라는 기대 자체를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여행의 시간을 함께 공유했다는 것. 그거 하나다. 내 삶 속에 여행이라는 일정이 생겼는데, 내 삶에 네가 들어있으니 너도 함께 하자. 이 정도 말이다.

 

산방산 앞에 있는 용머리 해안(아마도??)을 내가 스케치하자 윤우도 그리겠다고 나섰다.

카페에서 그림 그리는 예술가 포스. 사뭇 진지하다.

그러다가 자기는 왜 엄마처럼 안 그려지냐며 짜증. ;;;;

 

 

 

한참 휴식을 취한 다음 송악산으로 향했다. 땡볕이어서 산을 올라가지는 않고 그 밑의 해변에서 놀았다.

이 곳은 까만 모래 해변인데,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만들어놓은 전투용 동굴기지가 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47&aid=0002017414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까만 모래가 신기한 윤우.

 

근처에 볼만한 곳이 또 어디가 있을까 하며 검색을 하다 알게 된 '대정서초등학교' 아름다운 나무 모양 문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디자인으로 아름다운 학교 관련 상도 받았다고 하던데...

 

문은 그 곳이 어떠한 곳인지 잘 말해준다.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이고 문 앞에 건장한 경비원들이 지키고 선 집을 보면 집주인이 매우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문 앞이 더럽고 산만하다면 그 집 주인이 그 집에서의 생활에 매우 불만이며 애정이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정갈하게 정돈된 마당이 드러난 열린 문은 누군든지 이 집에서는 환영받으리라는 표시이다. 비록 활짝 열어있어도 이런 문으로는 도둑이 섣불리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환영받지 못할 사람'임을 알기에.

 

아침마다 아이들이 깔깔대며 저 나무 아래로 지나가는 풍경을 상상해보았다. 마치 요정의 숲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  학교가 아이들을 가둬두는 곳이 아니라는 걸 적어도 이 곳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학교 운동장에 커다란 야자수가 있어서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이 곳에서 운동장을 돌고 사방치기를 하고 정글짐을 오르기도 하면서 우리 가족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머물렀다.

 

 

***셋째날***  교래휴양림(곶자왈) - 아부오름 - 월정리 카페 - 김녕해수욕장 - 별빛누리공원

 

기분좋은 아침. 다행히도 낯선 곳에서의 숙박을 윤우는 꽤 즐겁게 받아들였다.

 

제주가 시댁인 친구로부터 제주에 가면 '곶자왈'을 찾아가보라고 추천을 받았다. 곶자왈은 한 곳의 지명이 아니라, 울툴불퉁한 용암지대에 풀과 나무들이 얼기설기 뒤엉켜 있는 숲을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우리가 간 곳은 교래휴양림 안에 있는 곶자왈이지만 이 곳 말고도 제주 곳곳에 곶자왈이 분포되어 있다.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이 공존해서 다양한 식물군을 볼 수 있는데다가 나무뿌리들이 꿈틀거리며 용암지형의 땅을 감싸고 있는 모습들이 무척 신비롭다. 커다란 고사리들을 헤치고 나아가다보면 저 멀리 공룡을 만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마치 원시과거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늦게나마 이 여행 포스팅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가 곶자왈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서일만큼 나는 이 매혹적인 숲에 빠져들었다.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우리가 갔던 교래자연휴양림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http://www.jejustoneparkforest.com/ 제주 전통 가옥 모양의 초가집(내부는 물론 신식)으로 숙박시설이 꾸며져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좋은 체험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이슬을 머금은 곶자왈을 산책한다면 정말 환상적일 듯!

 

교래휴양림 곶자왈에는 코스가 2가지 있는데, 한 곳은 큰지리오름까지 오르는 오름산책로이고 다른 한 곳은 생태관찰로이다. 욕심같아서는 오름 산책로 쪽으로 길게 돌아가고 싶은데, 아들녀석이 도와주지를 않는다. -_-;;; 그래, 어쩜 자연에 매료되는 건 어른인 내가 도시 문명을 있는대로 겪어보았기 때문일테지. 아직 5살 밖에 안된 아이에게는 자연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환경'일 뿐, 아직 다 채우지 못한 빚같이 항상 아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유명한 아부오름을 가 보았다. 책에 나온대로 '여기로 가는 거 정말 맞아?' 하며 철조망을 넘고 소똥을 피해가며 계속 의심하고 올라가다 보면 장관이 펼쳐진다. 마치 하늘이 그릇을 빚어놓은 듯 푹 꺼진 거대한 땅구덩이 안에 커다란 나무들이 원을 그리며 자라고 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나무들을 '이재수의 난'이라는 영화팀이 촬영을 위해서 심어놓았던 것이라고 한다.

 

간단한 요기를 하기 위해 김념해수욕장 근처의 커피숍을 일일이 돌았는데, 막상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없었다.

지금은 달라졌나 모르겠지만 책이나 인터넷에서 추천한 유명한 카페들은 전부 '음료'만 팔아서 이리저리 헤매이다가 딱 한 곳 발견하고 들어가 허겁지겁 핫도그를 먹었다.

 

제주 해변의 장점이자 단점은 주변에 상가가 없다는 것이다. 동해, 남해, 서해 어디를 가더라도 해변이 있는 곳이면 횟집과 슈퍼마켓, 편의점들이 즐비한데 제주의 해변에는 고요함과 바다뿐이다. 그렇기에 소란스러움도 쓰레기도 없이 여유롭게 오직 바다만을 즐길 수가 있다. 그들의 일상을 지켜내고자 하는 제주주민들의 자발적인 욕구 때문인지 아니면 상업지역을 규제한 행정상의 엄격함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지켜지고 있는 제주의 해변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가 항상 그리운 곳이 되고 있는거 아닐까. 어쨋든 제주에서는 해변을 가기 전 간식거리 준비는 필수!!

 

저렇게 바다에 철푸덕 앉기까지 얼마나 열심히 꼬드겼는지..-ㅁ-;; 적어도 한 명은 멀쩡하게 있어야 한다며 나도 몸사리긴 했지만서도...쩝

 

저녁 코스로 별빛누리공원을 잡은 건 공원이 매우 늦게까지도 문을 열기 때문이다. 3월부터 11월까지는 11시까지 개장한다. http://star.jejusi.go.kr/ 이 공원의 가장 특별한 점은 말 그대로 앞 뜰의 광장이다. 이 곳이 '별빛누리천체관', '별빛누리체험관'이 아니라 '공원'인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앞 마당 광장에 태양계를 만들어 놓았는데 저녁무렵이 되면 각 천체에 불이 들어와 무척 예쁘다. 마치 별빛 길을 걸어가듯 촘촘히 작은 전등이 박혀있는 길을 걸어가는 재미도 쏠쏠.

 

건물 안에는 우주에 대해 알려주는 각종 영상물과 시설물들이 가득하다. 천체투영실(플라네타리움)에서 누워서 천장의 화면을 감상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시간맞춰 예매한 후 들어갔지만 무섭다며 나가자는 윤우때문에 5분만에 퇴장. ;;;

커다란 천체망원경으로 달과 행성(토성과 목성)을 보는 체험도 있으니 아이와 함께 해보면 좋다.

 

 

*** 넷째날 ***  김녕해수욕장

 

 

제주에서의 마지막날이다. 뭐니뭐니 해도 여름제주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항상 바다다. 그래서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어제 갔던 김녕에 다시 들러 놀기로 했다. 제주도 바다는 수심이 얕으면서도 진흙(갯벌)이 아닌 모래사장이고 물도 깨끗하고 파도도 높지 않다. 소리와 촉각에 모두 민감한 윤우가 놀기에는 최적인 바다인 셈이다.

 

취학 전 아이들을 둔 부모하면 유용할 해변가 팁!

바닷가 수영 후 가장 걸리는 점이 끈적한 소금물을 씻어내는 것인데, 꽃님에미님의 제주도 체류기에 나온 것처럼 1.5L 생수병에 수돗물을 담아 가지고 갔다가 해변가에서 샤샤삭~ 뿌려주면 대충 해결이 된다. 물론 어른은 불가하지만... ㅋㅋㅋ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쌍둥이네가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달살기> 책을 보고 어린이집이 방학을 하자마자 제주도로 떠났다. ^^ 요즈음 제주도로 아예 이주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은 것 같다. 이러한 제주열풍이 제주를 '항상 그리운 그 곳'으로 머물게 하지 않을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제주로 가시는 분들이 예쁜 카페나 펜션을 짓는 것에 몰두하시기 보다 제주를 그대로 지켜내고 보존하는데 힘을 많이 쓰셨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그런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다행이긴 하지만...^^

 

또 언제쯤 갈 수 있을까... 그리운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