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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소박해서 더 따뜻했던 윤우의 생일잔치

고래의노래 2012. 10. 11. 17:09

윤우가 어린이집에서 첫 생일을 맞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의 생일잔치는 소박하다. 다같이 먹을 제철 과일 한가득과 아이들이 직접 빚어서 만들어준 수수팥떡 한 접시 그리고 생일잔치 때마다 사용하는 커다란 초가 하나.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일단 생일상은 차려진다. 주인공은 색종이로 만든 왕관을 쓰고 그 앞에 머쓱하게 앉아있으면 된다. ^^

 

 어색한 웃음을 짓는 주인공. ^^ 많이 컸다. 아들.

 

맞은편에서는 친구들이 이렇게 생일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뒷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윤우가 사모하는 서연누님.

이제 장화 하나를 고를 때도 "이거 신으면 서연누가가 이뻐하겠지?"라며 그녀의 반응을 먼저 가늠해본다.

아직 아들 마음 속 일등자리를 내놓을 수 없는 나는 재밌으면서도 마음이 허해지곤 하는데 그런 사랑 표현(?)이 자주 있는 건 아니라서 봐주고 있다. ㅋㅋㅋ

 

부모가 준비해주는 건 세가지이다. 아이들이 함께 점심으로 먹을 고기 1kg, 생일편지 그리고 생일보드.

생일 보드에 윤우의 5살 인생을 정리했다. ^^

 

터전의 친구들이 윤우에게 생일을 축하하는 그림편지를 그려주었다. 그 그림편지가 묶여서 이렇게 멋진 생일선물이 탄생! 생일 주인공에게 줄 그림을 그리고 전하고 싶은 말을 선생님에게 알려주면 선생님이 그림 옆에 글을 적어준다. 아이들마다 어찌나 그림과 메세지가 개성이 있는지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림의 대부분은 윤우가 집에 놀러오면 '버스'를 선물하겠다는 내용이다. 윤우가 버스쟁이인건 터전에서도 이미 유명하기 때문. 윤우가 자주 이야기하는 17번 버스를 그려준 형님도 있다. 서툰 글씨로 윤우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써넣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과 윤우를 그려넣기도 했다.

 

색종이 왕관, 친구들이 빚은 수수팥떡, 그림편지... 소박하고 정겨운 생일잔치였다. 화려한 왕관에 화려한 크림케잌에 돈으로 산 생일선물들이 가득한 생일파티였다면 아마 이런 따뜻함은 느끼지 못했겠지. 윤우도 친구들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몇번이나 다시 꺼내보며 우리 부부에게 자랑을 했다.

이렇게 소박함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방법을 윤우가 영원히 잊지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