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로 사는 이야기 (208)
고래가 부르는 노래
초경량 유모차인 아발론을 사서 쓴지 1년쯤 되어간다. 이거 살 때 얼마나 많은 블로그와 카페를 뒤졌던가... 유아용품 리뷰를 잘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생각해 보니 리뷰할 만한 번듯한 교구와 용품을 산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초경량 유모차 선택을 두고 갈등하는 친구를 보니 나의 리뷰가 도움이 될 사람들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고민한 초경량 유모차 후보는 3가지이다. 코스트코 / 아발론 / 마루스 무조건 무게 4kg 이하 짜리만 골랐다. 처음에는 아이가 잠들면 너무 안쓰럽다는 이야기에 뒤로 젖혀지는 것을 고려했으나 그건 유모차를 트렁크에 싣고 다니는 엄마들을 위한 것. 나와 같은 뚜벅이 족에겐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세 유모차를 표까지 그려서 특징과 무게를 보기좋게..
미운 4살이라더니 윤우는 부쩍 얄미워졌다. 정말 딱 '너, 정말 내 타입 아니다.'라며 어이없는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는 순간이 점점 늘어났다. 1. WHY - man "왜"가 습관처럼 입에 붙은 윤우는 딱히 호기심이 일지도 않으면서 이어달리기처럼 질문을 해대고는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이 가방은 왜 파란색이야?" "파란색으로 칠하고 싶었나봐." "왜 파란색으로 칠하고 싶어?" "그게 예뻐보였나봐." "왜 그게 예뻐보여?" "사람마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색이 다 달라." "왜 사람마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색이 달라?" -_-+ 이 쯤 되면 이마에 빠직!하며 힘줄이 하나 잡힌다. 이건 궁금한 게 아니다. 그저 끝말잇기일 뿐. 심지어 자신이 이유를 말해놓고도 '왜?'를 붙일 때도 있다. "위험하니까 왜..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 김환희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옛이야기책 즉,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읽어주기 시작하는 시기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5, 6세 경에 읽어주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윤우에게는 아직 무리이지 싶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몇 주 전에 아는 아기엄마한테서 전래동화 전집을 사며 겪은 고민을 들었다. 유명하다는 전집의 내용을 살펴보니 너무나 잔인하고 엽기적이어서 도저히 아이에게 읽어줄 엄두가 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결국 고르고 골라 내용이 순화된 전래동화 전집을 구매했는데 이마저도 자신이 알던 전래동화의 내용과 많이 달라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옛이야기에 잔인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아이가 자라고 엄마도 자란다. 하루종일 붙어있는 데다가 이제는 똥냄새까지 똑같아진 만 3년 된 껌딱지 연인인 윤우와 나. 그렇게 서로 섞여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이려니 싶었다.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은 내가 알고 있다고, 그게 바로 '우리'가 다 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밑도 끝도 없는 어리석음인지 깨닫는 데는 꼬박 가을 한 달이 걸렸다. 윤우가 먼거리 버스 여행에도 제법 익숙해지자 내 마음은 들뜨기 시작했다. 햇볕 쨍쨍한 여름 날에 일찌감치 아이와 가을에 나들이할 곳의 리스트를 빽빽하게 적어놓고, 날씨가 선선해지기 무섭게 숙제하듯이 이를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뚜벅이 나들이였지만, 한 쪽 어깨엔 유모차를 매고 다른 한 팔에는 아이를 안고서 버스를 타는 일도 점점 ..
어언 두 달이 지나버린 여행인데 이제서야 글을 쓴다. 지난 여름 제주도 3박 4일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우리는 바로 강릉으로 출발해서 또 2박 3일 바다여행을 했었다. 남편 휴가 일주일동안 休暇라는 말이 무색하게 '쉴 틈'은 없고 오로지 온 몸 불살라 놀기 바빴다. -ㅂ-;; 일정 : 2011년 8월 19일 ~ 21일 숙소 : KT 대관령 수련원 누구와 : 소영이네 가족과 첫째날 : 하슬라 아트월드(http://www.haslla.kr/) 둘째날 : 아기동물목장 - 보헤미안 - 하조대 해수욕장 - 주문진항 셋째날 : 평창 허브나라 농원(http://www.herbnara.com/main.html) 제주도에서의 여독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강릉으로 출발했다. 여행을 할 때마다 우리..
오늘은 윤우가 이 세상에 온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구나. 3년동안의 세상살이가 어떠했니? 엄마의 아이로 사는 건 또 어땠니? 엄마도 이제 엄마가 된지 3년이 되었어. 이 3년은 엄마 속에 숨어있던 수많은 허점들을 쉴 새 없이 깨달으면서 매일 웃고 한숨짓고 또 다짐해보는 하루하루였다. 그렇게 수백번의 다툼과 수만번의 포옹을 나누면서 윤우와 엄마가 함께 한지도 이제 만 3년이구나. 이번 생일은 참 특별했지? 어제 저녁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 내내 윤우에게 생일 축하 인사가 쏟아졌어. 생일 전 날에는 윤우의 가장 오랜 친구인 상윤이를 집으로 초대해서 윤우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하던 뽀로로 케익으로 파티를 했지. 생일 날 아침에는 다 함께 미역국을 먹었고 윤우가 엄마, 아빠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
비온 뒤 가을 하늘은 올려다보지 않아도 뻔하다. 푸르다 못해 시리고 눈이 부신 그 하늘을 두고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난 여름부터 나들이 정보 책을 읽고 리스트업까지 해가며 ( http://whalesong.tistory.com/391 ) 아이와의 가을 나들이를 꿈꿔왔건만 드.디.어 가을이 된 것이다! 나들이 장소 목록을 뒤적이다가 오늘 찜한 곳은 남산! 지난 번 추석 때 케이블카까지 타며 남산구경을 했던 터라 정확히는 남산이 목표가 아니었다. 우리의 목표는 아래처럼 예쁘게 생긴 '남산 투어 버스' 충무로역 커피숍에서 우연히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메뚜기처럼 생긴 재밌는 모습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 윤우는 버스 윗부분이 물결치는 것 같다며 '출렁출렁 버스'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정확한..
꼭 해야만 하는데, 저 만치 미뤄둔 숙제.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나의 어린 시절과 화해하고 이제 내 스스로 부모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발버둥치며 어린 시절 학습된 '부모모습'을 떨쳐버리려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요즈음엔 점점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아이와 대립각을 세우며 날카로워질 때마다 나에게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좌절한다. 아래 항목은 1985년에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개발한 인터뷰 방법으로 성인의 애착사를 탐색하고 심리상태를 해석하는데 이용된다고 한다. 이라는 책에서 발췌해 두었던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 자신의 과거를 아이를 통해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나 예비부모들, 그리고 아직 어린 시절과 화해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해보면 좋을 것이..
29개월이 되어 아이가 누워서 낮잠을 잘 수 있게 되었을 때 이것을 마지막으로 밤잠독립이 될 때까지 수면일지 업데이트는 없겠지 싶었다. 그런데 끊임없이 변화를 보여주는구나. ㅎㅎ **수면일지** - 이부자리에서 자기 시작. 윤우가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자기 시작한 24개월 무렵. 이 때부터 윤우아빠는 침대 옆 이부자리로 쫓겨나게 되었다. 윤우는 통잠을 자게 되었지만 현수는 항상 몸이 찌뿌둥하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현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이건 아이방이 따로 생기고 아이가 밤에 혼자 잠들게 될 때까지 계속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34개월 즈음 갑자기 아이가 '아빠자리'에서 자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선언'한 이후로는 쭈욱 침대 옆 이부자리에서 자고 있다. 무슨 심경의 변화인 걸까..
이렇게도 제주도를 갈 수 있었다! 14일 오후에 KT 하계 휴양소 중 한 곳에서 아마도 급한 취소건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당장 내일 떠나는 3박 4일 호텔 숙박건이 물망에 올라온 것! 휴양소 신청을 올리고 15일날 아침 휴양소 예약이 극적으로 확정되어 당일 아침 항공권을 사고, 렌트카를 예약하고, 짐까지 싸서 공항으로 갔다. 나 혼자였다면 이런 즉흥적인 출발이 가능했을리가 없다. 나는 복잡한 문제는 지레 포기해버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진작에 결정되어 진득하게 준비하는 것을 좋아해서 급하게 일이 진행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윤우아빠의 추진력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에 윤우 아빠의 이런 모습에 많이 감탄했다. 본받을 만한 부분이다. 일정 : 8월 15일 ~ 28일 (3박 4일) 항공사..
1. 똥오줌을 가린다! 여름되면 한다한다하던 배변훈련. 날씨가 아직 '충분히' 덥지 않다며 미루고 미루다 7월 7일 첫 시도를 했다. "이제 기저귀 벗고 팬티 입어보자~ 쉬 마려우면 엄마한테 얘기해~"라고 최대한 상냥하게 구슬리니 별 거부감없이 팬티를 입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변기에 쉬하는 연습한다고 해놓고 한 번도 시키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 셈. 결국 이 날 4번 팬티에 쉬함. 그런데 신기하게도 끙아는 한 번에 변기에 퐁당. 이렇게 딱 하루 연습하고 다음날부터 연속되는 이웃집 방문과 전주여행으로 기저귀 신세였다. 그런데 그 다음 주에 바로 쉬를 제대로 가리기 시작했다. '역시 늦게 시작하니(33개월) 빨리 되잖아~' 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ㅂ
여행 경로 : 동막해수욕장 - 문수산성 - 문수산 산림욕장 - 옥토끼 우주센터 일정 : 2011년 6월 18일 ~ 19일 숙소 : 김포 마리안느 펜션 별채 http://www.marigarden.net/ 누구와 : 가족끼리 원래 시작은 이런 거였다. 버찌씨와의 여행을 계획하며 눈이 빠지게 펜션 검색을 하던 나는 '마리안느 펜션'이라는 예쁜 펜션에 꽂혀 버렸다. 꿈에 부풀어서 예약 문의를 했으나 이미 예약은 꽉꽉 찬 상태... 눈물을 머금고 천안으로 방향을 돌렸는데(결국 이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http://whalesong.tistory.com/379) 다른 곳을 예약한 후에도 계속 이 곳이 눈 앞에 아른아른~~~T-T 난 이 곳에 갈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아직 내 생일선물..
모란시장을 시작으로 나는 아이와 나들이 다닐 생각에 부풀었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할 때 내가 하는 첫번재 행동은 책을 빌려보는 것이다. 냉큼 도서관으로 가서 관련 책 두권을 빌렸다. 처음에는 한 권만 검색해 놓고 갔는데 바로 옆에 도 꽂혀있길래 같이 빌려왔다. 엄마와 아이의 서울산책 - 정진영 지음/살림Life'자연'과 '전통'을 중심으로 한 나들이책. 인사동과 그 일대(인사동에서 삼청동 가는 길과 그 주변 고궁들까지)에 대한 정보가 많고 서울의 푸른 공원들을 다양하게 소개해 놓았다. '옛 수도' 서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엄마의 느리고 포근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서울 나들이 - 이재영 지음/북하우스'문화'..
33개월쯤 되자 아이는 또 다시 변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새 책에 대한 거부도 많이 줄었다. 택배상자로 배달된 새 책을 보고 "읽어보자"라며 달려드는 일도 생겼다. 책을 읽어주면 오랫동안 앉아있기도 해서 도서관 유아열람실에서 한시간동안 책을 보기도 했다. 이제까지는 도서관에서 항상 내 책만 빌려서 부랴부랴 빠져나오기 바빴는데 이제 윤우도 도서관을 즐길 줄 알게 되는 건가 싶어서 작게 두근거린다. 다른 사람이 책을 읽어주는 것도 이제 흔쾌히 받아들인다. 특히나 할아버지가 읽어주시는 책을 듣고 있는 모습은 꽤 감동적이고 뭉클하기까지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윤우를 보면 우리가 죽어서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를 통해 영원히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__..
때는 7월 6일 수요일. 지리하던 장마기간 중 해가 잠깐 얼굴을 비친 행운의 날에 우리는 네이버 파워 블로거인 평온님 댁에 놀러 가게 되었다. 난 현주언니 꼽사리. ㅎㅎㅎ 현주언니랑 알게되고 나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알아가게 된다. 나에게 언니는 정말 귀중한 인연이다. 산본 근처 대야미, 마당넓은 집에서 세 아이와 함께 살고 계신 평온님. 속깊게 아이를 키워내고 계신 하루하루 이야기를 블로그에 맛있게 풀어놓고 계신다. 우리가 갔을 때가 딱 점심 때. 세 아이 키우며 밥해먹는다는 건 요리혐오증인 나에겐 생각만으로도 멀미나는 일이다. ㅜ.ㅠ 안 그래도 하루하루가 바쁘실 평온님한테서 우리는 죄송하게도 밥을 얻어먹었다. 메뉴는 비빔밥. 각종 야채, 나물 볶음과 양파간장을 섞어 비벼먹는 그 맛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