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아이와 슈웅슈웅> 34개월 아이와 제주도 여행 본문
14일 오후에 KT 하계 휴양소 중 한 곳에서 아마도 급한 취소건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당장 내일 떠나는 3박 4일 호텔 숙박건이 물망에 올라온 것! 휴양소 신청을 올리고 15일날 아침 휴양소 예약이 극적으로 확정되어 당일 아침 항공권을 사고, 렌트카를 예약하고, 짐까지 싸서 공항으로 갔다.
나 혼자였다면 이런 즉흥적인 출발이 가능했을리가 없다. 나는 복잡한 문제는 지레 포기해버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진작에 결정되어 진득하게 준비하는 것을 좋아해서 급하게 일이 진행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윤우아빠의 추진력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에 윤우 아빠의 이런 모습에 많이 감탄했다. 본받을 만한 부분이다.
일정 : 8월 15일 ~ 28일 (3박 4일)
항공사 : 이스타 항공 / 숙박 : 오션스위츠 호텔 / 렌트카 : 금호렌트카
숙박은 공짜였지만, 작년 제주도 여행과 달리 아이가 떡 하니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항공권에서 경비 폭탄. ㅜ.ㅡ 결국 작년의 2박 3일 일정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경비가 들어갔다.
렌트카는 별 생각없이 KT 직원 할인이 있어서 금호렌트카를 선택했는데 왜 1등 렌트카인지 알 것 같았다. 차도 새 것이고 아기 카시트가 완전 깨끗한 브라이텍스. @0@ 게다가 egg 무료 장착. 직원들 서비스도 Good~
다른 렌터카 회사들보다 공항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러웠다.
첫째날 : 곽지 해수욕장 - 용두암 야경
둘째날 : 우도 (홍조단괴해빈 - 우도봉) - 만장굴
셋째날 : 산굼부리 - 성읍민속마을 - 성산일출봉 - 카페 루마인
넷째날 : 절물자연휴양림 - 협재 해수욕장
여행 일정짜는 것은 작년보다 훨씬 쉬웠다. 역시 한 번 치열하게 고민해하고 다녀본 경험이 있기에 이번 여행때는 작년에 정리해둔 <제주도 여행 정보> 주머니만 들고 비행기에 탑승. 비행기 안에서 일정을 짰다.
일단 **랜드, ***뮤지엄 등 아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갈 경우 많이 들르는 코스는 다 배제.
실내 체험이라면 수도권에서도 더 다이나믹하게 즐길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고 제주도에 온 이상 '제주'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씨만 허락한다면 철저히 자연 위주로 가되, 작년에 너무 좋아서 다시 가고 싶었던 곳들과 가고 싶다고 찜해 놓고 일정상 빠졌던 곳들을 가보기로 했다.
* 작년 제주도 여행기는 ☞ http://whalesong.tistory.com/299
◆ 첫째날 : 곽지 해수욕장 - 용두암 야경
찍사는 항상 나이다 보니, 가족사진이 별로 없다.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드(남자)분이 찍어준 사진.
처음에는 윤우를 우리 중간에 앉혔는데 많이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 창가 자리로 옮겨 주었다. 윤우 키가 아직 작아서 밖의 경치가 많이 보이진 않았을텐데, 훤히 트인 풍경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던지 창가로 옮긴 후로는 잠잠하게 잘 버텨 주었다.
렌트카에 몸을 싣자 마자 우리가 찍은 곳은.....곽지 해수욕장.
그리고 곽지로 가다가 급! 생각났다. 작년에 간다간다 하다 못간 숙이네 보리빵!!!!!!!!!!!!!!!!!!! 곽지 가는 길에 멈추고 내비에 찍으니 5분 거리란다. 올레!
작년에는 "네비에 안 나온다, 내비에 나와도 찾아가기 힘들다, 애월파출소를 찍는게 낫다." 라는 이야기들을 들었었는데, 네비가 업데이트 되었는지 '숙이네 보리빵'까지 잘 인도해 주었다.
내려서 보리빵 한 봉지 샀는데, 아주머니가 뭔가 자꾸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내셔서 왜 그러지 싶었는데 그 이유는 떠나는 날에야 알게 되었다. -_-;; 으흠~
맛은 그럭저럭 Good~! 담백한 맛이어서 첫 입에 "너무 맛있다!"는 탄성이 나오진 않지만, 제주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들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ㅎㅎ
작년에는 협재에서만 놀고 곽지해수욕장에는 오지 않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곽지가 더 좋았다.
수심이 정말 얕고 파도가 사방으로 치는 반도같은 지형이어서 파도도 잔잔하다. 물도 맑고 해변가에는 놀이터와 분수대(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도 있었다.
단지 하나 흠이라면 돗자리를 파도 근처로 깔 수 없다는 것. 중간중간 돌들이 있고 수심이 워낙 얕아서 파도가 안치는 모래사장과 놀만한 곳과는 거리가 좀 멀다.
그래도 나는 다음에 아이와 간다면 다시 곽지로 가고 싶다.
나는 맛집을 믿지 않는다. 놀라울 만큼의 맛을 경험한 적이 그닥 많지 않다.
그래서 제주여행 때 들른 식당에 대해서도 이 곳에서는 쓰지 않을 생각이다. (현수 성화에 맛집 찾아갔으나 결과는 평범집이었기에) 그런데 일부러라도 쓰고 싶은 곳이 한 곳 있다.
아이와 여행할 때의 단점은 아이의 입에 우리의 식단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일단 모든 회와 매운 음식들 다 제외! 그렇다 보니 선택권이 별로 없다. 이 날 윤우아빠가 폭풍 검색으로 찾은 곳은 애월 곤조보리밥집!
마당을 앞에 둔 작은 주택인데 밖에서 자리를 잡으려 서성이니 예쁜 아가씨가 조금만 기다리라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여기서 일단 합격!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평범한 맛이라도 빛난다.
그런데 들어가서 메뉴를 보니 거의 정식 메뉴이다. 가격은 7,000~8,000원 선. 정식은 보통 2인분 이상 시켜야 하는데 물어보니 1인분씩도 된단다. 띵똥~! 점수 올라가는 소리!! 보쌈 정식과 강된장 정식을 1인분씩 시키고 서비스로 나오는 숭늉을 맛있게 들이켰다. 다시 제주에 온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집이다.
오후 늦게 도착해서 곽지 하나의 일정만 채우기에는 모자라다며 현수가 급 검색한 제주의 야경, 용두암.
친구들과 제주에 왔을 때 본 적이 있었는데 참 초라했던 기억이 있어서 흥! 거렸는데 야경은 기대이상이었다.
용두암 자체보다 그 쪽으로 가는 길이 잘 되어 있고 분위기가 있다. 비행기가 불빛을 반짝이며 공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윤우에게는 사실 이 반짝거리는 비행기 구경이 제일 재미있었을 듯 하다. ^^
우리처럼 제주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은 사람들이라면 밤마실로 제격!
◆둘째날 : 우도 (홍조단괴해빈 - 우도봉) - 만장굴
다음 날에는 사람들이 제주도 일정에서 하루를 풀로 잡는다는 우도에 갔다.
우도에 차를 가져가면 좋다는 글들이 많다고 하여 차를 배에 실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인솔하는 아저씨의 짜증때문에 우리가 많이 마음이 상했다. 조금만 말을 잘못 알아들으면 한소리하고 늦으면 늦다고 뭐라뭐라. 빨리가면 빨리간다고 타박이여서 나중엔 급기야 현수가 거의 싸울 기세였다. 조마조마...
많이 바쁘신 건 알겠지만,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도의 첫인상이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사명감을 가져주실 수는 없는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는 산호해변. 해변이 모래사장이 아니라 부서진 산호와 조개들이다.
물빛이 에메랄드 색인데 친구들과 왔을 때는 정말 놀라울 만큼 에메랄드빛이었는데 이 날은 바람이 세서 그런건지(아님 세월 탓?) 조금 물이 탁했다. 파도가 세서 윤우는 물에 들어가기를 주저했는데 조금 방향을 잡아주자 금방 말려들어서 놀았다. ㅎㅎ
시간제약때문에 바로 만장굴로 갈까했으나 그래도 아쉬워서 들른 우도봉. 섭지코지를 포기하는 마음으로 들렀는데 아쉽게나마 아담하게 섭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윤우는 이 모든 풍광보다 우도의 명물 땅콩 아이스크림에 더 홀릭!!
만장굴은 윤우가 하도 나가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바람에 데리고 들어가지 못하고 윤우아빠만 들여보냈다.(그래서 사진은 없다...-_-) 나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적에 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제주도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세 곳 중 한 곳이다.(만장굴, 한라산, 성산일출봉) 이만큼 긴 용암동굴이 희귀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석회동물의 화려함을 상상하고 간다면 많이 실망할 것이다. 만장굴은 용암이 흘러 생긴 동굴이기 때문에 스케일이 큰 대신 종유석, 석순과 같이 석회동굴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재미는 없다. ^^;;
◆셋째날 : 산굼부리 - 성읍민속마을 - 성산일출봉 - 카페 루마인
산굼부리. 작년에 윤우가 비바람 속에서 넘어져 울던 곳. ㅎㅎㅎ 일년 새에 부쩍 큰 아이와 좋은 날씨에 다시 산굼부리를 찾았다. 입구 근처에 있는 하루방 옆에 서보라니 부끄럽다며 멀찍이 떨어져 포즈를 잡는다.
산굼부리는 정말 좋은 산책코스이다. 정상까지 가는 코스가 (조금씩 다르게) 3가지나 된다.
지난 해 폭우 속에서도 산굼부리 정상에서 넋이 나갔었다. 그것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가는 입구인 것만 같았다.
오랫도록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엄숙한 그 구덩이(!)가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지그시 나를 보고 있는 듯 했다.
단 하나의 단점은 그늘이 없다는 것. 더운 여름 오후에 가면 지치기 쉽다.
다음 번에는 해질녘의 산굼부리를 보고 싶다.
지난 해에 찜해 놓았다가 못들린 성읍민속마을. 민속촌과 달리 입장료가 없고 전통 가옥으로 구성된 실제 마을이라고 보면 된다. 주민들이 살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이랑 비슷한 컨셉이다.
지난 번 태풍 무이파가 지나갔을 때 600년 된 천연기념물 나무를 쓰러뜨렸다고 뉴스가 났는데 바로 이 곳에 있는 팽나무이다. 나무를 쓰러져 있고 쓰러진 나무에 일관헌이라는 옛 관아도 일부가 무너져 파란 비닐천으로 덮힌 상태였다. 600년 세월이 한 순간에 무너지다니 참 허무하다.
이 곳에는 군데군데 구경하는 옛집들이 있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거절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라는 팻말이 낯설어서 얼마동안은 망설였다. 고궁이나 민속박물관에서는 항상 고개만 거북이처럼 길게 빼고 들여다 보아야 했던 옛집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는 그 집에서 툇마루에도 앉아보고, 부엌의 아궁이도 살펴보았다. 아이에게 이보다 좋은 옛 체험은 없을 것 같다. 이 날 덕분에 윤우에게 '옛날 사람들이 살던 집'에 대해 확실한 이미지를 남게 되었다.
길가의 봉숭아꽃을 따서 돌에 찧여 봉숭아물 들이는 걸 윤우에게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안하겠다고 하더니 몇 시간 후에 엄마 손톱이 발갛게 물들어있는 걸 보고 자기도 해달란다. 올려놓더니 한 오분만에 이제 떼보라고..ㅎㅎㅎ
정말 희미하게 들었는데 계속 물이 들었다며 신기해했다.
제주도의 옛 생활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제주 민속촌보다 이 곳을 추천하고 싶다. 보다 적극적인 민속체험을 원한다면 곳곳에 있는 체험집을 선택해서 유료로 체험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무언가 얻어서 돌아가야 한다는 욕심없이 한적한 마을길을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옛 제주가 느껴지는 곳이다. 다음에 이 곳에 들르게 되면 찻집에 들러서 옛 정취를 더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
사실 성산일출봉을 가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주변 해수욕장을 가려했는데 현수가 주변 맛집 찾아보라며 지령을 내려서 현수 운전하는 중에 멀미하며 아이폰으로 검색하니 근방 맛집은 성산 일출봉 주변이 대부분.
맛집이라는 식당을 찾아 대충 식사를 하고 나니 바로 곁에 있는 성산일출봉이 아까웠다. 게다가 세계 자연유산인 성산 일출봉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랑을 위해서 들러보기로 했다.
나는 이 곳에 두 번 올랐는데 두 번 다 숨이 턱까지 찼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윤우는 절대로 못 올라갈 꺼라며 계단 가기 전까지만 산책처럼 걷자고 했는데, 사탕을 쥐어주고 걸으니 이게 왠 걸, 사탕빨로 막 걷는다. ㅎㅎㅎ
결국 사탕을 거의 다 먹었을 즈음 마지막 3분 정도는 아빠에게 안겨 가긴 했지만, 그 날 여기까지 자기 힘으로 온 사람들 중에는 윤우가 제일 어렸던 듯. 장하다! 윤우 페이스따라 쉬엄쉬엄 걷다보니 나도 좋은 컨디션으로 오를 수 있었다.
제주도는 요즈음 세계7대자연경관에 도전중이다. 사실 나는 '제주도가 좋긴 하지만 세계 7대까지는 아니지않나?'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성산일출봉을 와보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그럴만 하다고...
팻말을 보니 딱 해녀무대가 펼쳐지는 시간이었던 거다. 부랴부랴 내려갔는데 아이걸음인지라 이미 공연 끝나고 도착.
근데 온통 현무암돌로 이루어진 이 해변은 모래사장과 다른 재미를 안겨주며 윤우의 혼을 쏙 빼놓았다.
군데군데 이렇게 물웅덩이가 있는데 갯강구와 말미잘, 치어들, 게와 새우, 소라게들의 천국이었던 거다!!!
한시간을 놀고도 더 놀겠다는 아이를 살살 내리는 비를 핑계로 억지로 데려와야 했다.
나도 재미있을 정도니 윤우는 오죽 했을까.
해녀분들이 살을 발라서 버려놓으신 소라 껍질을 윤우 귀에 대주고 바람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원래 파도소리들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바람소리가 더 그럴듯한 것 같기에..^^;;;
"왜 바람소리가 나지?" 라며 화들짝 놀라기에 "아기 바람이 살고 있나봐~"라고 했더니 납득을 하면서 (ㅎㅎㅎ) 고개를 끄덕인다. 아기바람집을 우리는 집까지 고이 가져왔다. ^^
둘째 날 저녁에 달달한 디저트를 먹겠다며 커피숍을 검색해서 제주시내까지 들어갔다가 주차를 하지 못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다음 날에야 바보짓을 후회했다. 그 많고 많은 분위기 좋은 해변카페를 놔두고 우리가 제주시내 커피숍을 찾았지....라고;;;;;;
그래서 오늘은 평이 좋은 카페 루마인을 찾았다. 바로 앞에 탁 트인 창으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다만 재미없는 장소일 뿐. 더군다가 여기는 조용한 분위기라서 아이와 가기에는 알맞지가 않다.
전망도, 커피도, 건물도 사실 나에게는 실망스러웠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이리라.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윤우가 잠이 들어서 오늘은 늦게재워야 겠구나 싶었는데 마침 호텔에서 9시 반부터 <방구대장 모짜르트>라는 유아 대상 클래식 무료 공연을 한다는 거다. 이거 보여주면 되겠다 싶었는데 현수가 용연공원에 가잖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갔는데 왠걸! 완전 만족! 이 곳은 첫째날에 들른 용두암과 이어지는 공원이다.
반짝이는 조명으로 밝혀진 용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면 스릴넘칠 만큼 흔들거린다.
다리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위 사진처럼 기암절벽이 펼쳐지는데 시내 한복판에 이런 자연을 가지고 있는 제주시민들이 너무 부러웠다.
산책로도 조명에 신경썼다. 적당히 으슥해서 (^^) 데이트 코스로 만점!
긴 산책로를 돌아 다시 주차해놓은 곳으로 가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 들어섰는데 윤우가 하르방을 보더니 코를 덥썩 잡는다. "어쩜 너는 뭘 아는 것처럼 코부터 잡니~" 하면서 하하 웃었다. 그런데 하르방 코가 조금 부러져 있었다. 현수가 "밑에 떨어진 이거 아냐?" 라고 윤우에게 건네주니 윤우가 "아빠가 코에 붙여봐!" 하며 현수손을 하르방 코로 덥석!
"아빠는 하르방 코 잡으면 안 돼!"하고 포효를 하며 현수 손을 띄어 놓았다. -_-;;;; 둘째는 꼭 딸이어야 할지니!!!!!!!!!!!
가는 길에 있던 운동기구들 사이에서 거의 또 한시간을 놀았다. ^^;;
제주도에 놀러갈 때마다 제주시민의 일상을 들여다볼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밤마실로 용연공원을 둘러보면서 조금은 그분들 생활을 엿본 듯 했다.
◆넷째날 : 절물자연휴양림 - 협재 해수욕장
지난 해에 폭우 속에서도 150% 만족했던 절물 자연 휴양림. 이 휴양림을 보고 나는 "이제까지 내가 갔던 휴양림은 진짜 휴양림이 아니었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시 찾았는데 역시나 좋다.
유모차로 가던 그 길을 이제는 뒤어가는 윤우. 숲 속에서 아이는 자유롭고 편해 보인다. 숲은 조용히 아이를 품었다.
이번 태풍 때문인지 많은 나무들이 잘린 흔적이 있어서 안타까웠다.
파는 게 있으면 사오고 싶을 정도 였는데 파는 건 500원짜리 솔방울 새 뿐..ㅡ.ㅠ
윤우가 조금 더 큰다면 나무 공예 체험도 해보고 싶다.
관장이라는 분이 우리 가족 사진을 찍어 주셨다. 제주도 땅에서 찍은 유일한 가족 사진으로 남았다.
숲길을 가는데 만나는 곤충들은 마치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선명했다.
이렇게 선명한 초록색을 띤 오동통 메뚜기는 나도 처음 보았다. 메뚜기는 윤우 앞에서 오래오래 머물러 주었다.
다음에 윤우와 함께 온다면 윤우가 좋아할꺼라고 생각했던 숲 속 놀이터. 절물에는 이런 놀이터가 3개쯤 된다.
온통 사방은 초록이고 아이들은 그보다 더 푸르렀다.
마지막으로 협재로 달리면서 숙이네 보리빵으로 점심을 해결하려 했는데 숙이네에 가보니 이미 모든 보리빵이 팔렸다는 거였다. (그 때가 오후 1시 반..) 첫날 보리빵이 많았을 때 달랑 한 봉지만 사가는 새댁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아주머니 표정이 이제 이해가 되었다. 이런 날 많지 않은데 있을 때 사두는 게 좋을껄..이 표정이었던 듯..ㅜ.ㅠ
협재에서 타이트하게 한시간을 논 후 빠듯하게 공항에 도착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비행기에 탑승.
참 알찬 제주여행이었다. 여행의 반은 날씨라는 게 정말 맞다. 날씨가 계속 좋으니 구경하기가 참 편했다.
제주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아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는데, 제주 관광의 꽃이라는 중문관광단지를 한 번도 들르지 않은 채로도 멋진 일정이 되었다. 멋진 야경과 밤 비행기를 구경하고, 제주시민의 생활도 엿볼 수 있었던 건 제주시 숙박의 장점!
갈 때마다 나는 제주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상상해보는 거다. 이 곳에 살면 어떨까? 하고.
지난 해에 이어 또 한 번 제주가 평범한 일상을 견딜 추억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윤우에게 이번 제주 여행은 어땠을까? 또렷히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저 의식 너머에 푸른 바다와 초록 산, 그리고 머리카락 사이로 불어오던 바람 너머로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정겹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 기억이 너에게도 힘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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