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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부릉부릉> 마음이 푸근했던 강화도 여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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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부릉부릉> 마음이 푸근했던 강화도 여행

고래의노래 2011. 8. 13. 15:27

여행 경로 : 동막해수욕장 - 문수산성 - 문수산 산림욕장 - 옥토끼 우주센터
일정 : 2011년 6월 18일 ~ 19일
숙소 : 김포 마리안느 펜션 별채 http://www.marigarden.net/
누구와 : 가족끼리

 
  원래 시작은 이런 거였다. 버찌씨와의 여행을 계획하며 눈이 빠지게 펜션 검색을 하던 나는 '마리안느 펜션'이라는 예쁜 펜션에 꽂혀 버렸다.  꿈에 부풀어서 예약 문의를 했으나 이미 예약은 꽉꽉 찬 상태... 눈물을 머금고 천안으로 방향을 돌렸는데(결국 이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http://whalesong.tistory.com/379) 다른 곳을 예약한 후에도 계속 이 곳이 눈 앞에 아른아른~~~T-T 난 이 곳에 갈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아직 내 생일선물이 미정으로 남아있었다는 걸 퍼뜩 생각해내고 현수한테 제안을 했던 거다. "나 여기로 생일 여행갈래!"(내 생일은 2월...)

  그렇게 펜션에 꽂혀 떠난 강화도 여행. 강화도는 신촌역 근처 고속터미널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고 동기들끼리 당일여행을 갔다 온 후 9년만이었다.
 이 전 날 현수가 회사일로 밤을 꼴딱 새는 바람에 생초보인 내가 강화도까지 운전을 했다. 여행 시작부터 제대로 두근두근이었다. -0-;;;

  강화도에 도착하자마자 강화도 남단에 있는 동막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땡볕을 막아줄 곳 없는 허허벌판 갯벌은 지글지글 타올랐다. 6월이었는데도 저랬는데, 여름이면 더 할 듯.
  갯벌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곳이지만, 엄마 입장이 되고보니 아이 씻길 걱정부터 들었다. -_-;; 아, 릴렉스~~~
이 날 갯벌은 생각보다 생물들이 다양하게 보이지 않아서 윤우도 시들했는지 진흙놀이만 몇 번 하더니 냉콤 나왔다.

  해변에 들어서자마다 오토바이 타겠다고 선언한 윤우. -_- 한 번 타는 데 만원. 엄청 기대하며 타더니 단 오분만에 내리겠다고 또 차분하게 선언했다. 허무하게 사라진 배춧잎 생각에 엄마, 아빠는 속으로 눈물 흘릴 뿐이었다.

  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바로 펜션으로 향했다. 원래 이 여행의 목적은 펜션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생각보다 마당도 크지 않고 집 인테리어도 기대만큼은 아닌 듯 해서 실망을 조금 했었다.

  잠이 든 윤우아빠를 펜션에 남겨두고 윤우와 함께 펜션 주변을 산책했다. 마을 쪽으로 내려가 닭들과 개들을 만나기도 하고 펜션 뒤 쪽의 저수지에도 가 보았다. 무성한 풀밭을 해치고 나가자 왼쪽에는 저수지가, 오른쪽에는 시골풍경이 펼쳐졌다. 일반 펜션 부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풍경이어서 새로웠다.

  펜션 정문 바로 옆에 바로 문수산성이다. 아이와 산성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쪽문을 발견했다.
터널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탐험하듯 문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길이 막혀 있다. ;;; 산성길을 따라 가는 길은 산책로로 조성이 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경사가 꽤 급하고 돌아올 때가 걱정되어서 가보지는 못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별채의 내부 모습. 아기자기하고 시설도 좋았다. 기다란 욕실과 노란 벽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펜션만을 위해 와도 될 만큼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펜션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 버렸다. 

   펜션을 예약하러 아주머니께 전화를 드렸을 때는 '유학파 엘리트'의 고고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푸근한 인상은 아니었다. 실제로 펜션 인테리어를 직접 하시고 다른 펜션의 인테리어까지도 부탁을 받아 해주시는 등 이 방면에서는 전문적인 공부를 하신 듯 싶다. 목소리가 당차셨고 자신감도 넘쳤다.
  그런데 막상 뵈니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처음 우리가 펜션으로 들어가자 밝게 웃으며 맞이해 주셨고 직접 내린 커피까지 가져다 주셨다.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아주머니는 서울에서 오셨다는 친구분과 한창 열무와 파를 다듬느라 분주하셨다. 파김치와 열무김치를 담그신다고 했다. 이리저리 정원을 기웃거리던 윤우도 참견을 하며 거들었는데(다기 보다는...방해..) 나중에 양념까지 다 하시고 나서는 나를 불러서 커다란 봉지에 파김치며 열무김치를 가득 담아주셨다.

  위 사진이 바로 그 파김치! 반찬 하나가 아쉬운 초보주부인지라 이렇게 반찬을 새로 얻게 되면 어찌나 좋은지 모른다. 
아마 아주머니께서도 새댁의 이런 마음을 경험으로 알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기 데리고 있는 젊은 새댁에게 마음이 쓰이셨던 것 같다. 

   게다가 본채에서 생일잔치를 한 분들이 주신 듯한 케익을 우리한테까지 나누어주셔서 감동 감동!!! 우리가 집에 없자 산성 쪽까지 와서 우리를 찾으셔서는 케익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가겠다고 하셨다. 밥먹고 나서 디저트로 달달한 게 먹고 싶다며 윤우아빠를 계속 들들 볶던 차였는데(차타고 마트로 다녀오기도 많이 애매한 상황이었다.) 케익 얘기에 어찌나 감사하던지..ㅜ.ㅠ 펜션 만족도가 500%는 상승했었다.

  다음 날 우리는 펜션 바로 아래인 문수산 산림욕장에 들렀으나 그닥 기록할만한 특이사항이 없어서 패스..
안내지도가 너무나 허술해서 길을 해맨 기억밖에 없다. 
 

  강화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들러봐야지! 했던 <옥토끼 우주센터>. 마친 윤우가 태양과 지구, 목성, 토성 그리고 우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방문해 보니 기대 이상! 특히나 좋았던 건 딱 4살배기 아이들 수준에 맞는 탑승기구들이 많다는 거였다. 우주 엘레베이터와 우주 로켓 등 실내에 아기자기하게 탑승할만한 거리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딱 윤우 수준!!! 예를 들어 <우주 엘레베이터>라고 하는 건 먼 미래에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가지 않고, 우주까지 엘레베이터같이 높은 기둥 통로를 설치해 놓고 오간다는 상상을 체험기구로 만들어 놓은 것인데, 한 3층 높이까지 천천히 올라갔다가 천천히 내려오는 게 전부다!!! 6살만 되도 엄청 시시해 할 것 같다. ^^;; 하지만 그 때 즈음에는 설명을 알아들을 만한 나이이니까 이 외의 다른 재미를 발견할 듯.
  우리는 놀지 않았지만 야외 물놀이 시설도 꽤 잘 되어 있고, 센터 뒤쪽의 공원도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또 좋았던 것은 센터 뒤쪽의 이 공룡공원! 실제 크기의 공룡 모형이 언덕 구석구석에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움직이고 소리가 난다. 버튼쟁이인 윤우에게 딱! 이었던 곳. 게다가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 만족할 만한 곳이다. 공룡 움직임도 꽤 사실적이다.

  6월이었는데도 낮에는 너무 더웠다. 그런데 밤에는 반대로 엄청 서늘해서 자칫하면 감기에 걸리기 딱인 날씨였다. 산 밑의 펜션으로 여행을 간다면 덧입을 수 있는 가디건 류의 옷을 잘 챙겨서 가야할 것 같다.
  아이가 있으니 사람들의 배려에 더 목마르게 되고 작은 친절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이번 강화도 여행은 펜션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에 마음이 푸근해졌었다. 어떤 곳에 무엇을 보러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또한 여행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강화도 여행은 참 만족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