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로 사는 이야기 (208)
고래가 부르는 노래
며칠전부터 윤우한테 엄마, 아빠에게 존댓말 쓰도록 하고 있다. 요즈음 아빠에게 별것 아닌 걸로 너무 버럭하며 화내는 일이 많아 시키기 시작했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평어를 쓰는 공동육아 속에서 지냈었으니 더 그렇기도 했겠지만 윤우는 특히나 어른에게 존댓말하는걸 어려워하고 존대해야할 상황, 상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존댓말 자체를 어려워하는 것도 같기도 한데 아예 밖에서는 어른들에게 거의 말을 하지않는다. 문제는 화장실이 급하다던가 하는 진짜 필요한 상황에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거다. 얼마전에도 친구네 마실가서 이 얘기를 하지못해 바지에 실수를 하고 오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건 존대를 통해 서로에 대한 존중, 말의 힘(형식적이라도 존대를 함으로서 함부로 못대하게 되는것)을 느끼고 그와 동시에 존..
"엄마, 내려와봐." 윤우가 아파트 현관문 인터폰으로 밖에서 나를 내려오란다. 이유가 뭐냐고 물어도 그냥 일단 내려오라는 말에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내려갔다. "@@이 내 자전거를 계속 타. 나는 안주고 계속. 내가 자기 잡아야만 다시 준데." 자전거를 타고 오겠다며 윤우가 혼자 내려갔었는데 동네 친구인 @@를 만난 모양이다. 친구는 자전거를 한 번 타게 해다라고 했고 윤우는 빌려주었는데 오래 타고 난 뒤에 윤우가 다시 돌려달라고 했는데도 윤우를 놀리며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우가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분통이 터졌다. 약삭빠른 친구들에게 윤우가 '당하고' 이렇게 서럽게 운 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 때마다 나는 네 물건이니 친구에게 더 강하게 이야기하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 윤우가 친..
http://www.firstbirthday.or.kr/whalesong 윤서가 저희에게 온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답니다. ^^ 윤서의 첫 돌을 기념하면서 지인분들의 뜻을 함께 모아 기부를 하려고 합니다. 내 아이가 소중하듯 지구촌 저 너머의 아이들의 소중한 삶을 이렇게나마 응원합니다. 한 분 한 분 얼굴뵙고 돌 떡도 돌리면서 윤서 얼굴도 보여드리고 인사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꼭 기부가 아니어도 올려져 있는 윤서 사진도 구경하시고 마음 속으로 덕담해주세요. ^^ 기부에 참여해주시는 지인분들께는 미리 감사드립니다. http://www.firstbirthday.or.kr/whalesong
잊어버리기 전에 특별했던 윤서의 가정출산기를 남겨본다. 출생일 : 41주 (9월 1일 새벽 4시 40분) 태명 : 예쁜이 몸무게 : 3.38kg 특이사항 : 36주에 역아회전술 시행, 탯줄을 목에 감고 있었음. 태어난 곳 : 우리집 거실 * 가정출산을 결심하기까지 생각해보면 나는 첫째 때부터 자연출산을 원했다. 굴욕 3종에 대해 내내 의문스러워했고 왜 꼭 누워서 낳아야 하는지 불만이었다. '자연출산'이라는 개념도 없던 때였지만 자연출산을 원했던 것인데, 이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르봐이예 병원을 찾는 것이었다. 첫째를 낳았던 르봐이예 병원에서 실망스러운 출산을 경험한 이후 둘째는 무조건 가정출산을 하기로 결심했다. 첫째 때부터 나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모든 여자들이 겪는 그 ..
* 잠 윤서는 윤우와 잠 문제가 참 다르다. 윤우 때도 잠때문에 고생을 하며 어떻게든 패턴을 만들어주고자 수면일지까지 썼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윤우 때는 패턴을 만들고자 하는 그 목적의식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기대과 목표가 있는데 재빨리 성취가 되지 않는데서 오는 고생이었던 거다. 짧게 말하자면 사서 고생...;;; 윤서는 아예 패턴을 만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첫째가 있는 상황이니 그저 애가 졸리다면 재우고 눈 말똥말똥하면 함께 노는 식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겠다며 일찌감치 포기했기 때문. 둘째를 낳기 전엔 첫째와 둘째를 어떻게 같이 재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가장 궁금했는데, 이게 되고 있으니 참 신기하다. 수면교육을 특별히 하지도 않았는데 윤서는 초저녁에 잠이 든다. 윤우 때는 수유 후 목..
"어..어.. 마음 주머니가 점점 작아지네~~!" 물병에 붙어있는 스티커 떼지말라고 물병을 손 안닿는 쪽으로 옮기자 자기 손에 닿는 락앤락 뚜껑의 스티커를 '의도적으로' 만지작거리길래 내가 한마디했다. 그 말을 듣자 조금 움찔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손은 스티커 위. 결국 내가 눈에 더 힘을 주고 나서야 윤우는 손을 떼고 제자리에 앉았다. 지난 주말, 친구의 3살짜리 동생에게 쪼잔하게 구는 윤우를 보고 다른 아이 엄마가 '마음주머니' 이야기를 했다. "윤우 마음이 커져야 멋진 7살 형님이 될텐데~~ 동생한테 친절하게 할까?" 어른들 눈에만 보인다고 설명한 '마음주머니'가 생각외로 먹혀들어갔다. 그 날 이후 나는 '엄마 말 안들으면 마음주머니 작아진다.'는 말로 계속 위협을 가하고 있던 터였다. 조금 지나자..
아이들의 사고는 역시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한약 택배가 경비실에 와 있다고 하여 잠시 가지러 간 사이였다. 윤서는 유모차에서 잠들어있었고, 윤우가 유모차를 슬슬 밀어주고 있었다. 윤우에게 택배를 찾아오겠다고 하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뭔가 쿵하는 소리가 나는 듯도 해서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잠깐이니 괜찮으려니 했다. 택배를 찾아 계단을 올라오는데 희미하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보니 유모차에 있었던 윤서가 바운서에 누워있고 윤우가 윤서에게 공갈 젖꼭지를 물리며 바운서를 흔들어주고 있었다. 윤우가 아직 윤서를 안아서 옮기기에는 힘이 약한데 어찌된 일인가 싶어 물으니, 유모차가 쓰러졌었다고 한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얼른 윤서를 살펴보았는데..
윤서는 딸이다. 나는 딸을 낳았다. 너무나도 원했던 딸이기에 바로 내 눈 앞에 아기가 보이는데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심지어 '진짜인가? 진짜 내가 딸을 낳았나?'하며 몽롱한 느낌마저 드는 거다. 품에서만 잠드려 하는 아이를 매달고 화장실까지 다녀오면서 어제는 문득 '너도 커서 이렇게 아기 안고 동동거리고 잠 못자는 날들을 보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안쓰러워지면서 '그 때 네가 힘들어서 징징거리면 내가 달려가 아기도 업어주고 네 밥도 차려줄께.'하며 고물거리는 둘째에게 먼 미래를 약속하기까지 했다. 고단하고 처절하고 때론 사무치게 벅찬 그 일을 너도 하겠구나..생각하니 뜨끈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아직 아기인데도 딸에게서 내 인생이 보이고 딸의 인생 속에서 나를 그려볼 수..
출산 후 컴퓨터 켤 짬이 나지 않았다. 자는 걸 내려놓으면 무조건 깨는 초강력 등센서 소유자의 등장으로 온전히 인간 바운서 및 요람이 되어버렸기 때문. 그래도 성장일기는 적어놓아야 겠기에 애안은 채 스마트폰으로 남긴다. * 윤서의 특징 - 매우 민감. 소리와 촉감. 평상적이지 않은 모든 상태에 불만을 표시한다. 심지어 하품하며 짜증낸다. -_-; - 한번 크게 울기 시작하면 젖물리기 외에는 달래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남편이 아기를 돌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의 외출이 가능하려면 이게 극복되야 할텐디... * 잠 - 무조건 안겨서 자려고 하며 바닥에 눕히기만 하면 깨서 운다. 심지어 서성거리지 않고 소파에 앉아도 깸. 그래서 낮잠은 길면 20분. 그 외에는 안겨서 비몽사몽. - 거실 등을 어..
예쁜아, 이제 40주하고도 하루가 지났구나. 언제쯤이면 너를 보게 될까. 엄마랑 아빠, 오빠, 주변 사람들 모두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단다. 오빠가 예정일을 못 채우고 일찍 태어난게 엄마는 계속 마음에 걸렸었어. 그래서 우리 둘째는 엄마 품에서 오래오래 있어주길 바랬지. 예쁜이가 엄마의 그 바람을 들어주네. ^^ 한 생명의 궁전이 된 내 몸이 이렇게 성스럽게 여겨진 적이 없었다. 둥그렇게 너를 품은 이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구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리 둘째. 우리에게 온 순간부터 엄마, 아빠의 바람을 모두 들어준 기특한 아가... 편안하고 건강하게 우리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께. 예쁜아.
요즈음에는 워낙 아이들이 빨라서 유치원에 가자마자 좋아하는 여자친구, 남자친구 만들고 서로 결혼하겠다고 약속하고 뽀뽀한다고 할 때, 속으로 내 아들만은 제발 안그러길...기도했다. -_-;; 결혼 후에도 이리저리 아들 일에 간섭하는 시월드 에피소드들을 들으면 분노 폭발하며 아들을 심적으로 독립시키지 못한 못난 시어머니들을 욕하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품 안의 자식이요, 아들 맘 속 1순위를 다른 여자에게 뺏기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것이다. 다행히 작년에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윤우가 보여준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서연 누나가 제일 예뻐." 정도였다. 그녀랑 어찌어찌 잘 지내고 싶다는 욕심도 없고 그저 누가 원에서 제일 예쁘냐고 물으면 머리가 긴 그녀의 이름을 대는 정도. '결혼'이라는 단어를 쓰..
작년 여행기를 이제서야 올린다. ^^;; 올해도? 하며 4년 내리 제주도의 꿈을 잠시 꾸어봤지만, 만삭의 몸으로 집 근처 공원 걸어다니는 것도 버거운지라 포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작년 제주도를 회상해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주도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운이 좋게 삼년째 내리 윤우와 함께 제주를 가게 되었다. 중학교 때 부모님, 사촌들과 함께 했던 첫 여행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수학여행, 대학교때 친구들과의 여행에 이어 내 인생에 있어서 제주도만 6번째다. 그런데 오면 올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기 때문에..
내가 할 때는 그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지 못했다. 남편이 싸늘하고 차갑게 윤우를 대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것이 얼마나 몹쓸 짓인지 알게 되었다. 냉랭한 반응에도 천진하게 계속 질문을 해대는 윤우... 어질지 못하고 속좁은 두 어른들 사이에서 윤우는 마치 따를 당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질문과 살가운 몸짓에 차갑게 이어지는 못난 두 어른들의 행태... 자기보다 배는 큰 사람들이 보내는 싸늘한 눈빛에 작은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오그라들었을까. 단 한 명도 따뜻하게 숨을 튀워주지 않았다. 정말 우리 부부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되는 인간들이었다.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윤우가 불쌍해서 세수를 하며 펑펑 울었다. 미안하다...
2012년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직접 경험했던 한 해였다. 윤우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공동육아 공동체 생활에 대한 기대도 컸고, 3년 반만에 처음 가져보는 자유시간에 대한 계획도 빽빽했다. 처음에는 공동육아의 모습이 기대와 달라 실망하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푸는 방식이 체계적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느끼기도 했었는데, 부모가 아닌 다른 어른에게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아이가 받을 수 있는 환경에 감동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사회활동도 나름 열심히 했다. 마을 공동체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관련 사회적 기업에서 함께 토론하고 자료 수집하며 연구집을 발행하기도 했고 락앤락 주부품질개선단 활동은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한다면, 윤우가 조금 특별한 아이라는 걸 ..
# 윤우와 함께 요가책에 나오는 포즈들을 따라하고 있었다. - 윤우는 잘 되는데 엄마는 뼈가 굳어서 잘 안 구부러진다. " 엄마 뼈가 단단해졌어? " - 응, 나이 들면 그래. " 그럼, 엄마 이제 죽을 때 다 된거야? " - (-_-);;;;;; ....아니, 아직 멀었어. " 엄마가 할머니 되고..그리고 나서도 한참 있어야 죽는거지?" - 응, 엄마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 어, 엄마 내 옆에 오래 있으면 좋겠어. " - 고마워 ^^ " 이게 뭐가 고맙냐? " - 윤우가 그만큼 엄마를 사랑한다는 거잖아. 그래서 고마워. " 그렇네....맞아. #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헤어진 후 " 엄마, 나 쓸쓸한 기분이 들어. " - 친구들하고 왁자지껄 재밌게 놀다가 헤어져서 조용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