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아이와 뚜벅뚜벅> 출렁출렁 남산 전기버스 타러 출발~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과 여행가기

<아이와 뚜벅뚜벅> 출렁출렁 남산 전기버스 타러 출발~

고래의노래 2011. 9. 30. 23:19
비온 뒤 가을 하늘은 올려다보지 않아도 뻔하다.
푸르다 못해 시리고 눈이 부신 그 하늘을 두고 집 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난 여름부터 나들이 정보 책을 읽고 리스트업까지 해가며 ( http://whalesong.tistory.com/391 ) 아이와의 가을 나들이를 꿈꿔왔건만 드.디.어 가을이 된 것이다!

나들이 장소 목록을 뒤적이다가 오늘 찜한 곳은 남산!
지난 번 추석 때 케이블카까지 타며 남산구경을 했던 터라 정확히는 남산이 목표가 아니었다.
우리의 목표는 아래처럼 예쁘게 생긴 '남산 투어 버스'

충무로역 커피숍에서 우연히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메뚜기처럼 생긴 재밌는 모습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
윤우는 버스 윗부분이 물결치는 것 같다며 '출렁출렁 버스'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정확한 명칭은 '남산 투어 버스' 또는 '남산 전기 버스' 이다. G20 행사 때 행사차량으로 소량 제작한 것을 남산 순환 버스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기충전 버스이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없고 남산에 도착하면 바로 충천을 시작하는데 (사진에서도 멀리 플러그를 꼽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꼬마버스 타요>에 빠져 있는 윤우는 버스가 실제로 '충전'을 하는 모습을 보자 흥분을 하며 좋아했다.

버스만을 목표로 해당 버스 정류장과 노선도, 배차 간격 등을 알아보려고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지만 건진 것은 아래 이미지 하나이다. 남산 공식 사이트와 블로그에도 정보가 나와 있지 않는데, 우리처럼 일부러 전기 버스를 타보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는데 홍보가 부실한 것 같다.

위 노선도를 보고 분당에서 출발해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정류장은 명동쪽인 것 같아서 명동역에서 나와 기다렸는데 버스 정류장을 잘못 알아서 한 대를 놓치고, 전기버스가 아니어서 또 한 대를 보내고...하다보니 장장 50분이나 버스를 기다렸다. (전기버스는 일반 순환버스와 함께 운행되고 있다.)

05번 버스는 배차간격이 20분정도로 띄엄띄엄 있다. 전기버스를 타려거든 명동 쪽보다 02, 03, 05 버스가 모두 서는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버스의 명칭이 남산 투어 버스이지만, 실제로는 남산 순환버스로 해당 지역의 마을버스라고 보면 된다. 정류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버스 정류장을 함께 쓰고 있다. 
 
명동역 정류장은 명동역 1번 출구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된다.(알파문구 앞)
우리는 처음에 명동역 1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택시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눈 앞에서 전기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T-T

우여곡절 끝에 탄 전기버스 내부. 저상버스라서 아이와 타기도 쉽다.

버스 정류장에서 남산타워까지 오르는 길.
나무가 아직 푸르르다. 이제 곧 알록달록 물이 들 것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털매미들의 소리가 메아리치듯 들려왔다.

아이스크림을 사달라 하는데 바람이 차서 케익을 사주었다.
비 온 뒤 말갛게 얼굴을 씻은 서울을 바라보며 연인처럼 앉은 아이와 나.
이 녀석, 나중에는 이 곳에 여자친구와 함께 오겠지. 상상만으로도 괜히 심통이 난다. -_-

밖으로 나와 유모차로 타워 앞 광장을 몇 번 돌더니 대뜸 이제 가자고 한다.
요즈음 한 곳에 잘 머물지를 못하는 윤우. 엄마들 모임에라도 데리고 나가면 이제 가자고 하도 조르는 통에 난감하기 그지없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를 따라 엄마 모임에 갔었던 때를 생각하면 이해는 가면서도 모임에 나가는 의미도 없게 모든 시간을 아이에게 빼앗기다 보니 아쉬운 마음이 너무 크다.
오늘도 초가을의 싱그러운 남산을 다 누리지도 못한 채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가을 햇살에 눈이 시리다. 
이 가을을 우리 연인처럼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