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로 사는 이야기 (208)
고래가 부르는 노래
미운 4살의 고개를 넘어 윤우는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5살로 가고 있다. -ㅂ- 조금만 크게 이름을 불러도 놀랬다면서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민감하고 여리기만 했는데, 이제 목청이 떨어져라 크게 소리치며 혼을 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너, 조용히 해라. 시끄럽다."라며 점잖게(!!!) 훈계를 해서 속을 한 번 더 뒤집어 놓을 뿐이다. 하지 말라고 도끼눈을 뜨면 일부러 더 하면서 내 눈치를 살핀다. 사달라는 것도 많아지고 요구도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간다. 아무것도 모르던 천둥 벌거숭이 시절의 말썽과는 차원이 다르다. 갈등은 깊어지는데 훈육은 어려워지기만 했다. * 평화로운 쇼핑을 위한 규칙 윤우가 요즈음 빠져든 아이템은 스티커북이다. 1,000원짜리 스티커도 아니고 단행본 가격에 버금가..
** 밥먹이기** - x 참는 엄마 아기를 키울 때 흔히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간다'라는 말을 한다. 아기들이 엄마랑 떨어져 있기 싫어하기 때문에 '철저히 혼자여야 하는' 화장실에서마저 그럴 수 없다는 애환을 담은 말인데 나에게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 상황이 있다. 아침마다 아이 밥을 먹여주느라 화장실 신호를 번번히 참게 되는 것이다. ㅠ.ㅜ 나에게는 큰 일과 작은 일에 걸리는 시간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지만 안그래도 식탁에서 탈출할 궁리만 하는 5살짜리 꼬마를 남겨두고 화장실에 가는 일이 쉽지가 않다. 이러다 평생 모르던 변비 생기는 거 아닌가 몰라. T-T - 준비되지 않은 먹기독립 밥 먹을 때 그림책 없이, 장난감 없이, 음악 없이 먹는 연습을 시작했다. 어린이집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 먹기 독립이..
너, 행복하니? - 김종휘 지음/샨티 가끔 윤우가 저렇게만 자라주면 좋겠다 싶은 청년들을 볼 때가 있다.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좁은 통나무 계단을 올라가는데 우리 바로 앞에 남고생 3명이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다른 곳이 아니라 도서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른들에게는 예뻐 보이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금 이 시절이 정말 행복했다고 생각되겠지?"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현명함에 흐뭇했다. 청소년들이란 그리고 특히나 남고생들이란 미래와 과거가 아니라 철저히 현재에 살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미래는 닿고 싶지만 멀고, 과거는 지워버리고 싶은 유치함이다. 시간은 정지된 듯 하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진다. 미래의 눈으로 현재를 바라보는 현명함은 아직 젊음의 능력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아이를 낳고 유아책 분야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을 때 명화를 소재로 한 유아용 그림책들을 보고 식겁했었다. 고흐, 로댕, 마티스 등의 작품으로 '사물인지'를 알려주는 책들이었는데, 이를테면 고흐의 그림을 보고 "의자"라며 알려주는 식이다. 이런 책을 만들어낸 출판업자들과 부모들의 마음은 이런 걸꺼다. - '명화'를 아이들에게 익숙하게 한다. 어디가서도 "어, 이거 내가 아는 그림인데?"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 있게. - 공인받을 정도로 우수한 명화의 색감과 형태를 통해 미적 감각을 기른다. 그런데 정작 아이가 미술관에서 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 저거 의자그림책에서 봤던 거!" 이것 이상이 될 수 있을까? 명화가 명화로 남을 수 있는 것은 그림의 시각적 훌륭함보다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
에너지로 넘치는 5살 배기 아이의 신진대사는 30대 엄마의 그것과는 질이 다르다. 더운 피가 온 몸을 거침없이 내달린다. 열이 넘치는 아이는 "엄마도 시원한 바람을 좀 쐬어야지."라며 베란다 문을 열어 젖히기 일쑤다. 물론 나는 그 때마다 진저리를 치며 문을 닫기 바쁘다. 추위에 약한 엄마때문에 윤우는 겨우내 방콕 신세다. 특별히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순전히 놀이를 위한 나들이를 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런데 이번 주는 반짝 초봄같은 날씨가 이어졌다. 살짝 비를 뿌린 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공기가 상쾌해서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마음까지 새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이번만큼은 윤우가 가자는 곳으로 머물고 싶어하는 만큼 머물자 작정하고 나들이를 나섰다. 도서관 올라가는 길...
배경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내 한복판. 키 작은 나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가 엄마의 손을 찾아 더듬거리며 나아간다. 드이어 엄마 손을 잡았는데, "아유, 귀찮아!" 엄마가 내 손을 냉정하게 뿌리친다. 놀랐고 슬펐지만 슬픔 속에 멍하니 남겨질 여유가 없었다. 내 감정에 솔직해질 그 찰라 속에 엄마가 저 군중 속으로 사라져 나는 고아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더 컸기 때문이다. 한, 6살이나 7살쯤 되었을까? 나에게는 이 순간이 내 생애에서 가장 '처절하게 거부당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끔 나는 이 기억을 꺼내 엄마의 죄책감을 자극하고는 했다. 어떻게 자기 자식 손을 저렇게 '팩'하니 내팽게칠 수가 있었을까. 아무리 되돌아감아 재생을 해보아도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곰곰히 생각..
문화센터 수업도,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모임도 없는 겨울이 시작되었다. 윤우가 8개월 무렵이었을 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베이비 마사지 강의를 들은 걸 시작으로 이제까지 항상 일주일에 한 번은 수업을 들었으니까 정해진 스케줄 없는 온전한 자유시간을 윤우는 이제서야 누리는 중이다.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할 3월까지 남은 몇 개월의 꿀같은 자유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정작 윤우보다도 내가 더 몸이 달았다. 여러 놀이책을 뒤적거리면서 윤우랑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정리하고 스케줄을 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윤우가 몸을 배배 꼬며 "심심해~~~"를 외칠 때에는 머리 속이 멍해지고 마는 것이다. 결국 '재미있는 걸 달라'는 요구가 몇 번 계속되자 나는 단순무식하게 돗자리를 펴고 밀가루를 뿌려 주었다. '일탈의 허..
실제로 비행기를 탔을 때 고도가 안정된 시간에 승무원에게 부탁하여 아이들이 점보여객기 2층과 조종실 내부를 살펴보게 함. 기차를 이용할 때도 좀 일찍 나가 여색 전무께 부탁드려기관실을 관찰 '실례합니다만 아이들에게 선생님들 수고와 노력으로 기차가 어떻게 가는지 보여주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 기관실을 보여주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들이 기관사들이 노력해서 이 거대한 기차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하는 것, 바른 인사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식당 종업원에게 부탁하여 주방장의 허락이 떨어지면 아이들을 몰고 조리실에 가봤다. 내가 아이들이 중고생이 될 ㄸ까지 다른 교육기관에 기대지 안고 오로지 학교만 보냈던 것은 공교육이 살았으면 하는 끊임없는 긷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학교교육만 받..
1. 맛있게 먹는 아이 어른들이 맛있께 먹는다. 와구와구 부모가 뭐라 하든 먹는 애는 먹고 안 먹는 애는 안 먹는다. 먹는 건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려줌 아무리 맛없어 보여도 딱 한 입은 먹어보기 우리 아이가 **한 어른으로 자라주면 좋겠다. 그러러면~~~~ 식사예절 2. 의사소통 잘 하는 아이 - 대화 이어가기(상대방에 대한 호감) 오늘 뭐하고 놀았어? 이번엔 엄마한테 물어봐. - 거절 잘 하기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 이번에는 좀 힘들겠다. 3. 밉지 않은 아이 - 조건을 들며 요구하는 것은 안 됨. - 피부색, 나라, 장애에 따른 차이 느끼게 하기 4. 시원시원한 아이 - 나쁘게 말할 거라면 넌지시 빗대어 말하는 감각 -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힘 '엄마 진짜 ..
어떤 소비든 마찬가지지만 나는 책 또한 신중하게 구매하는 편이다. 관심가는 책이 생기면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본 후 구매해서 두고두고 볼 책인지 한 번 읽고 넘어갈 책인지를 판단한다. 자주 가는 그림책 카페에서 어떤 분의 리뷰를 보고 이 책이 읽어 보고 싶어져서 도서관 사이트를 몇번이나 들락날락 했지만 최근 출판된 책인데다가 인기도 높아서 예약조차 불가능했다. 아쉬운 마음에 교보문고에 들를 때마다 뒤적거리며 책을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구매를 하게 되었다.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 서천석 지음/BBbooks(서울문화사) 이 책은 소아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트위터에 올린 육아에 대한 짧은 멘션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잠언집 형태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트위터라는 '가벼움'의 ..
노력과 의지, 재능에만 집중되어 있던 성공신화를 뒤집고 비상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점을 사회, 문화 그리고 가족 내 환경 속에서 찾는다. 육아서로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의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아이의 절대적 환경'인 부모들이 타겟이 되어야 할 책이다. (그래서 과감히 육아서 리뷰 리스트에 넣는다.)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김영사 글의 제목과 구성으로만 보면 아이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현시켜 사회적 성공을 이루게 하는 방법을 찾는 부모들이 관심있어할 만 하지만 에필로그에 저자가 썼듯이 이 책은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는 또 다른 문..
**수면일지** - 포기하려던 낮잠을 다시 힘든 가을날을 지나고 윤우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윤우의 욕구를 대부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낮잠을 심하게 거부할 때는 낮잠을 강요하지 않고 건너뛰는 일도 종종 생겨났다. 그럴 때는 물론 일찍 밤잠을 자긴 하지만 밤잠까지의 시간동안 내내 긴장감이 계속 되었다. 낮잠을 자지 않은 채 외출을 나갔다가는 피곤함을 못이긴 윤우가 폭풍 짜증을 내서 나도 고생, 애도 고생이었기 때문에 오후의 일정은 모두 취소되곤 했다. 낮잠 여부에 따라 하루가 휘둘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낮잠 시간을 다시 돌리게 된 계기가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잠깐 동안 아이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 재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윤우, 뭐야? 지금 자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기적같은 일보다 더 힘든 일이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을 사랑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뛰어넘는 '의식적인' 표현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원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함께 있어 주는 것'이 기본이다. 이 절대적 시간을 바탕으로 주양육자와 아이 사이의 깊은 애정인 '애착'이 생겨난다. 올바른 애착이 형성된 아이는 자신감이 있고 긍정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창하게는 아이의 앞으로의 인간관계와 세계관을 좌우하는 것이 이 '애착'이다. 윤우가 태어난 순간부터 단 하루도 윤우 곁을 떠난 적 없었던 나는 윤우와의 애착관계에 대해서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의식'없이 행해졌던 내 사랑이 ..
초간단 생활놀이 150 - 전은주 지음, 량선 그림/즐거운상상 학창시절에는 나름 좀 놀았었다. 기본적으로는 반듯한 모범생이었지만 장기자랑에는 빠지지 않았고, 선생님들 몰래 일탈도 꽤 했었다. 대학시절엔 의외로 놀이의 영역을 넓히지 못했는데 이건 순전히 순진한 친구들 때문이었다. 주변 여건만 되었다면 아마도 클럽 죽순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친구들에게 감사할 일인건가.;;;; 누군가 놀자고 하면 절로 흥이 나던 나였지만 아이와 노는 건 어렵기만 하다. 도대체 아이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놀아줘야 되는지, 심지어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놀이가 전부!'라고 이야기한다. 놀이로 부모와 아이간의 관계가 개선이 되고 문제행동이 없어지며 안정..
37개월이 되니 책을 읽는 것도 많이 달라졌다. 파고드는 주제가 생겼고, 대부분의 새 책을 일단은 읽어본다. 그래서 간택받지 못하고 오래 묵혀 있던 책들이 이번 달에 많이 빛을 봤다. * 시작됐다! 공룡 사랑. 시작은 책이 아니라 스티커였다. 코엑스 수족관 출구의 기념품 가게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길래 작은 거 하나로 얼른 해결하고 빠져나가고자 '스티커 하나 골라라' 했더니 뜬금없이 공룡 스티커를 고른 거다. 그리고 나서 시작되는 질문 세례. 이 공룡은 이름이 뭐냐며...-_-;;; 그래서 갑자기 공룡책을 잔뜩 사들이게 되었는데 모두 좋아한다. 남자아이들이 몰입하는 주제 순서가 자동차, 공룡...그 다음엔 뭐였더라. 설마 파워레인저? 고 녀석 맛있겠다 -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백승인 옮김/달리(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