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초간단 생활놀이 150> - 좀 놀던 여자에서 좀 노는 엄마로의 변신! 본문
초간단 생활놀이 150 - 전은주 지음, 량선 그림/즐거운상상 |
학창시절에는 나름 좀 놀았었다. 기본적으로는 반듯한 모범생이었지만 장기자랑에는 빠지지 않았고, 선생님들 몰래 일탈도 꽤 했었다. 대학시절엔 의외로 놀이의 영역을 넓히지 못했는데 이건 순전히 순진한 친구들 때문이었다. 주변 여건만 되었다면 아마도 클럽 죽순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친구들에게 감사할 일인건가.;;;;
누군가 놀자고 하면 절로 흥이 나던 나였지만 아이와 노는 건 어렵기만 하다. 도대체 아이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놀아줘야 되는지, 심지어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놀이가 전부!'라고 이야기한다. 놀이로 부모와 아이간의 관계가 개선이 되고 문제행동이 없어지며 안정적인 정서를 갖게 된다는 거다. 이렇게 놀이가 중요하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건지 막막하기만 했다.
모르는 것이 있으니 일단 책을 찾아보았다. 아이와 노는 법을 책으로 배우려니 조금 어색했지만, 나처럼 놀아주기 어려워하는 엄마들이 꽤 있는지 놀이법 책들은 참 많았다. 그 중에 이 책을 고른 것은 놀이에 대한 저자의 태도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놀이책들처럼 '놀면서 배우는 수학, 영어', '놀면서 창의력 쑥쑥'이라면서 놀이로 어떤 결과를 얻으려 하지 않고 일단 '엄마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아이와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놀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느냐고.
그래,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마음의 여유라는 건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태도이다. 아이의 수준으로 유치해지고 단순해져야 하는데 내 입장에서 재미가 없으면 금방 시들해지고, 아이의 말을 어른의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대답하려니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마음 속에서 나를 꺾고 아이를 들이는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윤우와 외출을 나갈 때 내 가방은 고3 가방처럼 빵빵해진다. 물통, 쉬통, 물티슈와 수건같은 기본적인 케어물품들은 물론이고 윤우책과 내 책, 각종 스티커와 색연필, 작은 스케치북, 점토 작은 덩어리, 미니카 등을 챙겨 넣기 때문이다. 우아하게 숄더백을 옆에 맨 할리우드 맘처럼 될 수가 없다. 예쁘게 차려 입더라도 항상 마지막은 저 핫핑크 백팩으로 마무리가 되면서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그러면서도 저 커다란 가방을 고수하는 이유는 어른들의 약속과 만남에 원치않게 끼게 된 아이가 얼마나 지루할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우는 주변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놀이를 개발해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건 엄마 또한 마찬가지이다. 장난감이 쌓여있는 집에서도 놀아주려면 머리가 멍~해지는데 하물며 낯선 바깥에서야 오죽할까 -_-;;; 그러니 아이를 달래려면 이런저런 준비물이 필요하다. 이 커다란 백팩은 '못 노는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최소한의 배려인 것이다.
아이디어 뱅크라고 칭찬받던 그 창의력이 윤우와 놀 때 나와주면 좋으련만 절박함이 덜 해서인지 아이와 놀아주는 상황에서는 영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 예전에는 유치하다는 말도 참 많이 들었었는데 내 안의 그 유치함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가버린걸까?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텔레토비를 보고 열광했었다. 아직 붐이 일기도 전인 첫 방송을 보고 말이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거 하나는 자신있다!'는 저자가 정말 부럽다. 놀이책을 읽으며 준비물을 체크하고 일별로 커리큘럼을 짜보는, 아직은 초짜 놀이 엄마지만(실제로 오늘 배달된 미술재료들을 보고 윤우가 놀아본다고 하는데 아직 준비 안됐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_-;;;) 윤우의 지루함을 이해하는 기본 마음과 저 밑바닥에 아직 살아있을 창의력 우물이 있을테니 조금씩 나아지겠지. 그래, 생각해보니 기본기는 있다. 좌절하긴 일러!
유치뽕짝이던 옛 취향을 더듬어 마음 속에 끌어올리고, 놀던 뇨자의 뿌리를 노는 엄마로 제대로 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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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단둘이 보내야하는 주말이 너무 두렵다는 분들, 많으실거예요. 저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직장맘 친구들에게 일단 돈을 좀 쓰라고 충고한답니다....물감이나 색종이 같은 걸 넉넉하게 사두고 쓰라는 얘기지요...
데칼코마니 몇 번 하면 물감 한 통 쓰는 거 금방이거든요...이런 돈을 좀 쓰라는얘기지요. 재료가 좋으면 놀기가 훨씬 더 쉬우니까요. 처음엔 그렇게 돈을 좀 쓰더라도 아이와 노는 것에 익숙해지고, 재미를 좀 느낀 다음. 슬슬 돈은 커녕 사소한 준비물 하나도 필요없는 맨손놀이로 넘어가는 거지요...
맨손놀이는 놀이방법이 어려워서 힘든 게 아니라 언제든 놀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가 어려워서 힘듭니다. 마음 먹고 시간 내서 거창한 놀이를 하는 건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순간에 놀이를 할 수 있는 엄마는 흔치 않거든요...미리 계획된 놀이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불쑥불쑥 양념처럼 끼어드는 놀이잖아요.
양념을 적절하게 잘 쓰려면 엄마의 몸에 그 놀이가 확실하게 익어 있어야 합니다. 놀이방법도 확실하게 알아야 하고요, 무엇보다 24시간 생활의 모든 부분에 놀이로 양념을 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거든요.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잖아요.
**잘 놀아주는 엄마의 놀이 십계명**
01. 아이를 위해 놀지 말자. 엄마를 위해 놀자!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같이 놀아보세요. 그냥! 그냥 놀아보세요.
02. 24시간, 일상을 놀이로 만들자!
어떻게 놀 건지, 뭘 갖고 놀건지 계획을 세우고 놀면 놀기도 전에 지쳐버려요.
03. 놀이법을 알기보다 놀Q를 높이자.
한 가지 놀이에서 열 가지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내는 놀이발상력, 놀Q를 높여 주세요.
04. 놀Q 높은 엄마가 IQ 높은 아이를 만든다.
신나게 놀 때 창의력과 인내심, 설득력과 협상력, 종합 사고력이 길러집니다.
05. 시간이 넉넉해야 노는 마음도 넉넉하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먼저 집은 나서세요. 아이와 외출이 쉽고 즐거워집니다.
06. 멀리 가지 말자. 우리 동네가 최고의 놀이터!
시장 다녀오는 길에 신나게 놀기. 엄마가 마음의 문을 열기만 하면 됩니다.
07. 엄마는 최고의 장난감.
아무리 비싼 장난감도 나를 향해 활짝 웃어주는 엄마보다 시시합니다.
08. 많이 놀수록 더 잘 논다.
일단 한 번 놀아보세요. 아이가 '시시한' 놀이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깜짝 놀라실 걸요.
09. 놀이터에서 구경만 하는 엄마는 되지 말자.
아이에게 필요한 건 보디가드가 아니라 놀이 파트너입니다.
10. 지금 당장 같이 놀자.
'멋진 놀이'를 따로 시간 내서 해 주지 말고 지금 당장 같이 놀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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