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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육아서, 유아용품 리뷰

<아웃 라이어> -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탁월한 육아서다!

고래의노래 2011. 12. 17. 01:54
노력과 의지, 재능에만 집중되어 있던 성공신화를 뒤집고 비상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점을 사회, 문화 그리고 가족 내 환경 속에서 찾는다. 육아서로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의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아이의 절대적 환경'인 부모들이 타겟이 되어야 할 책이다. (그래서 과감히 육아서 리뷰 리스트에 넣는다.)

아웃라이어 - 10점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김영사

글의 제목과 구성으로만 보면 아이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현시켜 사회적 성공을 이루게 하는 방법을 찾는 부모들이 관심있어할 만 하지만 에필로그에 저자가 썼듯이 이 책은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나 '피할 수도 있는 좌절'을 제거한다는 것은 행복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니 아무리 방어적인 입장에서 살펴보더라도 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본 만 하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양육과 교육에 대해 우리가 옳다고 믿어왔던 방법에 대해 회의하고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곧게 서 있던 생각의 뿌리가 흔들리는 경험은 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 1월생이라면...Olleh!

첫번째 챕터부터 충격적이다. 성공확률은 태어난 '달'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
캐나다 하키의 메이저 주니어 A 리그 선수들은 대부분 1~4월생인데, 이는 캐나다에서 1월 1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헤아리고 하키 클래스를 짜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발달과정 상의 신체적 숙련도에 따라 같은 클래스 안에서도 빠른 생일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돋보였을 것이고 이것이 더 많은 집중과 관심, 훈련으로 이어져 결국은 프로세계에까지 연장된다고 보았다.

아이를 낳아 키워본 부모들이라면 어렸을 때 한두달 차이가 발달과정에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모두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는 우리나라에서조차 만 세살 전까지는 개월수로 나이를 헤아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사실 이 차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몇 년간은 지속되는데 학년의 기준은 태어나 해에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몇 개월 뒤처진 것으로 인해 유치원에서 겪는 불이익이 무엇이든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연초에 태어난 아이가 누리는 아주 작은 이익은 연말에 태어난 아이가 겪는 불이익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이어진다. 성취감과 낙담, 용기, 좌절이 일종의 패턴이 되어 그 아이를 수년간 묶어두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맹점때문에 덴마크에서는 아이들이 열 살이 되기 전까지 능력에 따른 분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진짜 재능'이 발현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사회적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걸 '국가적 차원'에서 깨닫고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고 부럽다.

10월생인 윤우가 유치원 등원을 몇 달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읽어서 더욱 와 닿았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보내고나서 적응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짓긴했지만 여전히 걱정이긴 하다.
지금은 태어난 해로 묶어서 학년을 구성하지만 우리 세대는 3월생부터 다음 해 2월생까지가 함께 한 학년이 되었다. 나는 2월생이었기 때문에 저자의 논리에 따르자면 'early bird'의 이득을 봤어야 하나, 당시 한국 교육정책에 따라 나보다 한살 많은 아이들과 같이 학교를 다녔다. 그래도 학교에서 적응하는데 문제가 없었고, 성적도 좋은 편이었어서 윤우도 어떻게든 잘 될 것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늦은 생일의 아이들인 경우 일년 늦춰서 학교를 보내는 것도 요즈음은 흔한 일이라고 하니 그 때 그 때 유연하게 대처해나가보자.


* 치맛바람을 보는 새로운 시각

강남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맞서서 아이의 본성에 맡기는 자연주의 육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책은 부모 주도의 양육이 갖는 장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1만 시간은 엄청난 시간이다. 성인이 아닌 경우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의 연습을 해낼 수 없다.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절실하다.

중산층 부모의 집중 양육 :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재능, 의견, 기술을 길러주고 비용을 대는 것.
가난한 부모의 자연적인 성장을 통한 성취 : 자녀를 돌봐야 할 책임은 지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성장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계발하도록 내버려둔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가는 힘들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 집중양육은 막대한 장점을 가진다. 중산층 자녀는 '권한'에 대한 감각을 익힌다. 중산층 부모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고 권위가 있어 보이는 사람과 한 곳에 있을지라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정당한 일임을 가르치고 그들이 세상을 바꿀 주인공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심어준다.

실용지능 -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는 것. 본질적으로 실천의 문제. 이것은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다.

여기에서 언급한 부모 역할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 자신이 기회를 발견하고 개척하는 능력, 즉 실용지능을 키워주는 것에 대한 것이다. 실례로 IQ과 능력 면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뛰어났던 두 천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한 사람은 랭건이라는 시골 아저씨이고 다른 한 사람은 최초로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이다.
'행복과 성공'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둘의 비교가 옳지 않아 보인다. 자신의 목장을 바라보며 뒷마당에 앉은 랭건이 불행해보이지 않을 뿐더러 일본에 원자 폭탄이 투하된 후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오펜하이머가 행복했을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한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력', '기회를 스스로 창조하는 능력'에 대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학업 중에 큰 시련을 겪게 되는데 랭건은 부모의 실수로 장학금을 잃고, 오펜하이머는 지도교수를 암살하려한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랭건은 그 시련의 시점에서 모든 것이 중지되지만 오펜하이머는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저자는 이것을 '세상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데 필요한 방법을 알고 있느냐의 차이'로 해석한다. 이것을 '실용지능'으로 명명하면서 적극적으로 양육에 개입하는 중산층 부모의 자식들이 이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다고 말한다.

이 챕터를 잃고 정말 뜨끔했다. 나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던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기 때문이다. 실용지능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누구와 만나도 주눅들지 않는 대인관계의 기술은 비단 영업사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윤우에게 이것을 가르치기 전에 나 먼저 이런 능력을 좀 길러야 할텐데...ㅠ.ㅜ 


* 쥐어짜는 학교가 때로는 옳다.

이 책에서는 또한 학교의 역할과 교육 방법론에 대해서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미국 하류층을 대상으로 한 키프 아카데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지금 한창 벗어나려고 하는 많은 수업시간과 과중한 숙제가 가지는 좋은 영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키프 아카데미에서 여름방학은 짧고 숙제는 많고 학교는 늦게 끝난다. 요즈음 올바른 교육방향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놀이를 통한 배움과 여유 속에서 스스로 깨우치는 자기주도학습과는 정반대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연구결과, 빈곤층 아이들은 긴 방학을 통과하며 중산층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이에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이 아이들의 학업과 재능을 돌볼 수 있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빡빡한 학교 스케줄이었던 것이다.

마리타는 자신이 속한 문화적 유산 속에서는 중상류층 가정처럼 주말과 방학에 어린이에게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하려 하지 않았기에 다른 방향을 선택해야 했다.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절대 가치'는 존재하되 '절대 방법'은 없다. 


* 우리 아이들에게 야자타임을!

나고 자란 곳의 문화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힘의 크기에 주목한다. 출신지로 그 사람의 성향을 판단하는 것이 '섣부른 편견'이 아니라 확실히 존재하는 '뿌리깊은 힘'이며 그렇기에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남부지방은 '명예'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선조들의 목축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농업과 달리 자신들의 소유물에 대해 끊임없는 위협을 받아야 했고 이 때문에 다혈질에 공격적인 문화가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목축을 하지 않는 남부 사람들에게도 이것은 일반적인 성향이며 그 이유로는 언어적인 영향을 이야기한다. 언어 속에 다혈질 명예문화를 반영하는 단어들과 뉘앙스, 억양이 포함되어 있고 이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깊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주보다 작은 면적에 사는 우리조차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의 성향을 달리 보는데 이것이 그렇게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보다. -0-

우리는 각각 고유한 인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서는 우리가 성장해 온 공동체의 문화적 환경을 통해 영향을 받은 것이 있으며 그 차이는 놀랄 만큼 두드러진다.

한국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특정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내는 권력간격지수(Power Distamce Index)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한국은 나이와 직급에 따른 서열과 권위가 너무나도 강하다는 것이다. 1997년 대한항공의 괌 추락사고를 이야기하며 이 사고의 이유가 이 권위질서에 대한 저항력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장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부기장이 적극적으로 반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권위문화가 뿌리깊은 이유에 대해 한국말의 복잡한 높임말 체계를 꼽았다. 왜 아니겠는가. 싸울 때마다 "너 몇 살이야!"가 나오는 답답한 사회. '공경(恭敬)의 표현'이라는 높임말의 본래 기능은 이미 그 힘을 잃었고 역기능인 '나이로 찍어누르기'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세상을 산 지 만 3년밖에 안 된 우리 아이들이 '높임말 논란'에 휘말린 적도 있다. 희범이와 윤우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  6살짜리 꼬마가 희범이에게 오더니 "너 몇살이야?" 라고 묻는 것이었다. 희범이가  "4살"이라고 대답하자, "나 6살이거든! 왜 반말해!"라며 형아는 역정을 내고 돌아섰다. -_-;;;; 6살 짜리에게까지 물든 권위 문화...
나는 공동육아의 반말문화를 계속 마뜩잖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우리 아이들, 한국의 아이들은 잠시동안만이라도 귄워문화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나이 든 어른에게 반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야자타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권력은 그것은 가진 사람이 부끄러워 하고 은밀하게 행사해야 할 그 무엇이다.
문화유산은 떨쳐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이 스스로의 문화적 기원에 솔직해지고 항공세계와 맞지 않는 부분과 정면으로 대결할 의향이 있다면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문화적 요소를 극복하게 만드는 힘 또한 양육에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실용지능, 권위에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저 아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들 하지만 내심 부모로서 생각하는 '내 자식의 행복한 인생'에 대한 큰 이미지는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경우 윤우가 자연과 교감하고 우주를 동경하며, 타인의 고통에 함께 울 수 있는 사람이되면 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또한 부모의 입장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기회를 찾는 능력'을 준다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일 것이다.
개인적인 능력 밖의 문제로 놓쳐버릴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해 인지하고 사회가, 부모가 아이들을 세심하게 바라본다면 저자의 말처럼 좀 더 풍성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밖에 한국, 중국, 일본의 수리력의 비밀을 숫자를 빨리 발음해서 기억하기 쉽다는 점과 숫자 읽는 방법이 이미 패턴화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온다. "2분의 1"이라는 식으로 분수 읽는 법에서 이미 분수의 원리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분석하는 것처럼 수학능력의 탁월함이 주입식 교육의 효과가 아니라면, 빨리 뜯어고치자. -_- 어짜피 그런 교육 아니어도 우리 아이들은 잘 한다고 하니..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