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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윤우의 성장..부모의 성장

고래의노래 2016. 1. 7. 00:46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는 윤우는 학교에 입학하고서 오랫동안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심심하다고 하면서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혼자 겉돌거나 내 주변을 서성이는 일이 많아 한동안 난 또 속을 끓였었지.

그런데 여름방학을 거치면서 윤우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그 과정에서는 제주에서의 긴 여행과 우리집 주변 생명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제주에서 주먹만한 달팽이와 사슴벌레, 노루와 쇠똥구리, 손바닥만한 나방, 뱀과 대벌레 등 온갖 생명들을 만난 뒤 윤우는 이 꼬물거리는 지구의 동반자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집주변을 돌아다니며 그런 꼬물이들을 잡아 키우면서 애정을 쏟았다.

​유난히 우리집 주변에는 사마귀가 많았다.
여러가지 종류의 사마귀에 대해 윤우덕분에 알게 되었고, 사마귀가 알을 낳는 것까지 보게 되었네.

​사마귀, 잠자리, 매미에 이어 윤우의 관심리스트에 오른 아이들은 개구리와 두꺼비.
흔하게 보지 못했던 두꺼비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아직도 오랫동안 밖에서 놀다보면 집에 가고 싶어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도 혼자 떨어져 다른 것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만, 마음이 맞아 항상 놀고 싶어하는 친구도 생기고 친구들과 있을 때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한다.

윤우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점도 있겠지만,
우리가 윤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편안해진 점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눈에 거슬렸을 법한 행동들을 윤우가 해도 이제 우리 부부는 가볍게 넘긴다.
아이의 성장은 채근한다고 빨라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자기의 속도대로 커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들이 설사 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대로 괜찮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윤우랑 훨씬 더 자주 웃는다.
윤우는 나에게 사랑한다는 달콤한 고백을 쏟아내었다.
처음 사랑한다는 말을 윤우가 하기 시작했을 때는 내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컨디션이 최악이 되어 아이들에게도 쌀쌀맞게 대했던 때라 불안감에,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고백이라기 보다 나의 마음을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에 하는 윤우의 '사랑해'에는 정말 사랑이 묻어나온다.
우리가 퍼 주고 나서야 아이는 비로소 사랑에 가득찬 듯한 모습이다.

초보부모의 시행착오를 온 삶으로 받아내고 있는 우리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얼마전에는 윤우가 저녁기도를 하며 펑펑 울었다.
요즈음 이솔이가 윤우 말을 안듣고 오히려 윤우를 약올리거나 못되게 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윤우는 어린 동생이니 강하게 대처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대범하게 넘기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는 중이다.
그 설움이 기도 중에 터져서 이솔이가 밉고, 이솔이 너무 못됐다며 눈물을 한참이나 쏟았다.
내 무릎에 쓰러져 우는 아이의 등을 쓸어주며 내 마음도 어찌나 짠하던지...

더욱더 사랑을 쏟아줘야겠다. 우리 윤우.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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