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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잃은 것 얻은 것

고래의노래 2016. 4. 10. 00:46

어제는 병원때문에 오랫만에 분당에 갔다가 중앙공원으로 벚꽃구경하러 예전에 살던 아파트단지에 들렀다.
4개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당골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고 그 공원을 지나 쭉 가면 중앙공원이 나온다.

당골공원 안에 작은 모래밭이 있는데 모래놀이 좋아하는 이솔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동네엔 모래가 없다. 놀이터는 다 우레탄 바닥인데다 학교 모래밭은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가기가 어렵다. 매번 모래에 굶주렸던 이솔에게는 벚꽃보다 모래가 먼저일 터. 우리는 아예 차에 가서 모래놀이 장난감을 가져왔다. 점심도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 떡볶이를 사가지고 와서 오래 머물 준비를 했다.

근처 어린이집 아이들이 많이 놀러나와 있었다.
이 공원에는 하교시간 이후엔 아이들이 북적인다. 학교는 공원 바로 옆이고 아파트말고는 상가건물도 별로 없어서 학원도, 상점도 드물다.

사람들의 산책과 소풍이 일상이고 산과 공원이 하나로 연결된 이 동네에 홀딱 빠져서 우리 부부는 벼르고 별러서 이 곳으로 이사를 왔었다.
그런데 이사온지 1년도 못되어 윤우 학교때문에 다시 의왕으로 이사를 가게되었던 것이다.

여전히 난 저곳이 그립다. 봄과 가을이면 더욱 더. 도시 속의 자연 오아시스같던 그 곳.
그 곳을 떠나온게 과연 잘 한 일이었을까? 너무 지레 겁을 먹고 피한게 아닐까. 눈부신 햇살 아래 모래 놀이를 하다가 넓은 공터를 뛰고 꽃을 따는 이솔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자 이래저래 생각이 더 많아졌다.
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은걸까.
그리고 왜 난 있는 그 자리에서 당당히 내 길을 갈 생각조차 못했는지. 공동육아에서 대안교육까지 내 선택은 적극적으로 모래밭에 꽃을 심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꽃밭에 뛰어드는 소극적인 '탈출' 딱 그 정도였던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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