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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자> - 포도양갱 : 양갱을 꿈꿨던 젤리포의 좌절. 본문

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밥은 먹고 살자

<밥.먹.자> - 포도양갱 : 양갱을 꿈꿨던 젤리포의 좌절.

고래의노래 2011. 11. 11. 00:07
엄마가 팥양갱을 참 좋아하신다. 어렸을 때 엄마 생신 선물로 팥양갱을 사드렸던 적도 있다.
그 때는 물렁거리는 설탕 덩어리를 씹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는데, 피를 속일 수는 없는지 몇 년 전부터는 일부러 찾아 먹고 싶기도 할 만큼 양갱의 '맛'을 알게 되었다.
윤우는 벌써 양갱 매니아이다. 한 대 걸른 유전은 더 강력한 걸까? 팥양갱 하나 쥐어주면 뺏을 때까지 하나를 계속 쥐고 먹는다.

<이.밥.차> 9월호에는 내가 흥분할 만한 레서피가 가득했다. 간식거리 요리법들이 잔뜩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밥.먹.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윤우에게 제대로 된 집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때문이었지만, 사실 내가 마음 속으로 꿈꿔 왔던 그림을 실현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 그림 속에는 '집 간식'이 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오늘 간식은 뭘까?'하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빨라지곤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언제나처럼 식탁 위에 새로운 간식이 준비되어 있다. 엄마와 함께 식탁에 앉아 따뜻한 우유랑 간식을 먹으며 엄마에게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엄마는 커피(또는 차)잔에 손을 동그랗게 모으고 내 이야기를 들으며 따뜻하게 눈웃음을 짓고 있다.

....는 알흠다운 그림!!!!! 바로 그 그림을 위해서 '집 간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침 예전에 마트에 갔다가 사두었던 한천가루가 있었다. 집에서 만드는 양갱이라... 윤우에게 너무나 완벽한 간식이 아닐까!


재료
* 필수재료 : 포도 한송이 (요리책에는 복숭아 통조림을 사용했지만, 나는 집에 있던 포도를 썼다.)
* 양념 : 한천가루(0.5), 설탕(2)

요리법
1. 포도 껍질을 벗기고 씨를 뺀 후 믹서에 간다.
2. 냄비에 물 2/3컵을 넣고 한천가루를 고루 풀어 끓으면 설탕을 넣고
3. 포도를 넣은 뒤 불을 줄이고 계속 저어가며 5분 정도 졸인다.
4. 뜨거울 때 바로 용기에 붓고 실온에서 30~40분 정도 식혀 굳히고
5. 용기를 뒤집어 한 입 크기로 썰어 마무리.



비주얼 이만하면 괜찮고, 맛도 그럭저럭 합격, 식감은 양갱보다는 젤리포스럽다.
생각보다 포도가 수분이 많았는지 요리책대로 물을 부으니 제대로 굳지를 않아서 한천가루를 엄청 많이 넣어야 했다. 그렇게 한천가루를 많이 넣고도 적당히 졸여지지가 않아서 계속 저으며 20~30분은 졸인 것 같다. -_-;;; 그렇게 공을 많이 들였는데...그런데...그런데...

안 먹는다. ㅠ.ㅜ 한 입 먹더니 안 먹는다. 젤리포 식감이라 그런거야? 더 쫀득해야 되는거야? 너무해! 너무해! 엉엉.
결국 이 날의 포도양갱은 하루를 더 묵혔다가 한 번 더 윤우에게 거절당하고 남편 배로 들어가고 말았다.
남편에게 "맛있어?" 라고 물으니 "응... 근데 이거 다 먹어'치워야' 돼?" -_-;;;
두 남자가 번갈아가며 비수를 꽂는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저 '꿈의 그림'을 완성하고 말겠어. T0T

** <밥은 먹고 살자>, 일명 <밥.먹.자>는 아기를 위해 요리혐오증을 벗어나고자 하는 초보주부의 눈물겨운(!) 투쟁기입니다.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 월간지>를 1년 목표로 따라합니다. 친절한 과정컷과 예쁜 결과컷 없고 오로지 처절한 인증샷만 존재합니다. -_-;; 자세한 설명은 http://whalesong.tistory.com/362 이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