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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

막둥이

고래의노래 2015. 12. 3. 14:41

한 생명이 나에게 왔다갔다는 게 꿈이었던 것만 같다.

남편이 셋째를 반대하던 상황인데도 난 막연히 나에게 올 아이가 더 있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배란기가 명백히 아니었음에도 제주에서의 그 날이후 난 아기가 나에게 왔을지 모른다고 느꼈다.

그렇게 영혼으로부터 연결되어있던 막둥이와 나. 네가 온 것을 알게 된 날의 그 기쁨..
입덧도 거의 없었고 임신 초기의 몸살기도 심하지 않았다. 얼굴은 점점 고와지고 피부트러블 하나 없었다. 토마토가 많이 먹혔다. 난 직감적으로 막둥이가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딸이라는걸 알았다.

그렇게 사뿐히 우리에게 왔던 너.

너를 지키지못했다는 죄책감에 울고,
한 생명이 사라졌는데 세상이 너무 멀쩡해서 서러워서 울고,
누구랑도 이 슬픔을 온전히 나눌 수 없어 울었다.

내 가슴이 찢어진들 이 세상 빛 한번 제대로 누리지 못한 네 설움보다 더할까.

내 아가, 막둥아. 너의 깨끗하고 맑은 영혼을 하느님께서 아시니 부디 그 분 곁에서 슬픔, 아픔 내려놓고 기쁘게 지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