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80)
고래가 부르는 노래
새로운 시도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던, 분주하고 뜨거웠던 9월. 어디로 뻗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로 뜨겁게만 달아오르던 내 안의 불덩이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 보았던 한 달이었다. 두려움을 넘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그 시도가 만드는 흐름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할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1. 여신모임을 시작하다., 융의 분석심리학 책, , , 를 치유모임에서 함께 읽으며 나는 나 스스로를 여러 각도에서 되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관심은 '여성', '영성', '치유'로 집중되어 갔다. 그 즈음 언제나 나를 두근거리게 하고 충만하게 했던 치유모임의 책들이 언젠가부터 점점 멀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집중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렇게 좋았던 모임이었는데 왜 이런 변화가 왔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는..
뜨거웠던 여름날의 기록 * 아이들의 여름방학 윤우도 이솔이도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여름방학을 시작하기 전 나의 야심찬 계획은 소도시, 또는 시골 곳곳에서 내가 꿈꾸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방문해보고 그들의 삶을 통해 내 삶의 방향을 잡아보는 거였다. 그런데 윤우의 복사준비, 비올라 레슨, 연극연습모임으로 8월 달력이 빼곡히 채워져서 도저히 어디론가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내 석문호흡 스케줄까지 더해져서 거의 매일 어떤 모임들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여정으로 채울 수 없는 점은 아쉬웠지만 적당히 바빴고 즐거웠고 어떤 점에서는 의미있었다. 특히나 복사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윤우가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걸 위해서 우리 부부가 부모로서 해 줘야 할 것은 무엇일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 회복적 써클 사후 모임 마무리 회복적 써클 워크샵 이후 진행되었던 연습모임이 7월 첫째주를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총 8회였고, 들고났던 5~6명의 멤버 중 나를 포함하여 총 3명이 개근을 했다. 회복적 써클 대화법 연습도 물론 좋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지난 일주일을 정리하며 함께 이야기나누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회복적 써클 대화법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 커다란 갈등 외에 일상생활의 소소한 갈등에 대해서는 사실 적용이 쉽게 느껴지지 않고 그게 회복적 써클을 멀리 느껴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갈등의 근본 원인이 시작되는 사람들의 '진짜 욕구'를 파악하는 것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던 것은 참 좋았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모든 해결방안이 있다.'는 선한 ..
한 해의 반이 지났다. 한 해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여러가지 것들은 여전히 자리를 못잡은 채 둥둥 떠다니고 있다. 나에게는 생각보다 몸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것을 실천해보기 위해 매일매일 손으로 하는 그림과 수공예 작업들을 계획했건만 나는 또 하염없이 책을 읽고 생각에 빠졌다. # 베이고 꼬매다 부엌에서 자잘하게 손을 베이는 일들이 반복되던 와중에 결국 한 번 크게 베이고 꼬매기까지 했다. 아버님 생신모임을 우리집에서 하고 설거지를 하던 중 유리컵을 닦다가 오른손 검지 손가락 밑쪽의 살점이 꽤 많이 떨어져 나갔다. 수건으로 손을 싸쥐고 주말에 하는 병원을 찾아 4바늘을 꼬맸다. 생신상 차리는 게 엄청 힘들었던 것도 아니고, 다들 맛있다고 이야기해주시고 맛있게 드셔주셔서 뿌듯하고 기뻤는데..
고요함 속에서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면, 그 자체로 충만해진다.
작년 여름인가 가을인가 이솔이가 그린 그림. 우리 가족인듯 했으나 이솔이의 설명으로는 토끼가족이었다. 왜 갑자기 토끼가족이었는지 모르겠다. 엄마토끼 배 속에 아기가 있다. 지금도 이솔이는 이 그림을 보고 우리 가족이라고 하진 않는다. 때로는 토끼가족도 아니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난 이게 우리가족 그림이라고 혼자 내맘대로 생각한다. 이보다 더 우리가족을 더 잘 그려낼 수 없다고.
어이쿠나, 결국 게을러지는구나. 생각도 못했다가 5월이 끝난지 열흘이 지나서야 화들짝 놀라서 5월을 기록한다. # 어디로... 5월의 황금연휴에 뭐할까 한참 전부터 고민하다가 결정한 곳이 강원도 인제 곰배령이었다. 남편의 휴가 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적어도 낀 연휴 중 하루는 쉬겠지 하며 경희님께 들었던 곰배령의 '고메똥골'을 예약했다. 곰배령은 예전에 타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그야말로 '생'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그 생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야생화 군락지여서 '천상의 화원'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에서 생명이 푸르게 퍼덕이는 5월의 자연을 누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겠다 싶었다. 게다가 '하루 탐방객수 제한'이 있다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
축 늘어져있던 3월을 지나 4월에는 조금 기운을 차렸다. 아이들은 모두 보내고 비는 시간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의 약속을 잡기도 하고, 첫째와 요일을 잡아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바깥으로는 학교 안에서 구성원들끼리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부딪힘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 내면적으로는 나의 불안을 직면하고자 하였다. #막둥이돌 4월 18일, 막둥이 돌이었다. 나는 마른사과를 넣어 백설기를 찌고 미역국을 끓여서 생일주인공 없는 생일상을 차렸다. 돌떡이니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남색또 엄마들에게 조금씩 주기도 했다. 미역국을 끓이고 돌떡을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괜찮아서 이제 괜찮은가 보네...했는데 봄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펑펑 나왔다.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정말 생명의 계절, 참 좋은 봄날 태어날뻔..
3월 월기를 쓰려고 보니, 어머...한 달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났네. '이 일이 한 달 밖에 안 된 거였어?'싶은 것들도 있고. 3월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이솔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잘 적응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하는 불안도 있긴 했는데, 너무나 잘 적응하고 등원해주고 있다. 등원 때 엄마도 있으라는 약간의 투정이 있긴 하지만 첫째 때와 비교해서 이건 뭐 애교 수준. 다만, 사지의 힘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으며 여러 면에서 어린이집 막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독 겁이 많고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뛰고 하는 부분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어린이집 등원때문에 오랜 만에 하게 된 영유아검진에서 '대근육발달 추적 요..
'냇물아~'를 시작하는 현주언니네 다녀왔다. 남편이 아침 6시 반에 돌아왔다. 너무 졸려하기에 이솔이도 데리고 다녀왔다. 좋게 데려가면 될 껄 딱딱하게 굴었다. '냇물아~'공간을 보니 마음이 두근두근 벅차 올랐다. 꿈을 꾸는 사람에게, 그리고 진실하게 그 끔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운명처럼, 길이 열리는구나 싶었다. 현주언니의 소개로 대안교육으로의 전입을 고민 중인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쌍둥이와 연년생 딸을 둔 엄마라는데 얼굴에 찌든 피곤이 전혀 없고 맑은 느낌이어서 놀랐다. 나는 어떻게 보여질까. 40이 넘으면 얼굴에 인생이 묻어난다는데. 언니가 희재를 보낸 후 썼던 일기를 한 번 보라며 건네주었다. 아..너무 고맙다.
남편이 본격적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2월. 2년간의 육아 동반자가 한순간에 집에서 사라져버렸고, 나는 2월 내내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첫째야 이제 학교에 등교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내 품을 서서히 떠나려하고 있지만 아직도 찰거머리처럼 딱! 붙은 둘째는 하루종일 나에게 이라와서 앉아라, 책을 읽어달라, 인형놀이를 하자, 이거 봐라, 저거 봐라, 눈을 감아봐라, 떠봐라....하며 잠시도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물론 내가 매번 저 요구에 응한 것은 아니고 기본적인 살림을 해야할 순간에는 거절을 하고 일을 하긴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앵앵~~~~징징~~~~사이렌 소리를 감당해야만 했다. 게다가 밤에도 갑자기 왜이리 예민해진건지, 내가 없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사이렌 가동하여 나를 소환하였으니, ..
12월 19일에 이사를 하고 연말과 연초에는 짐정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사를 하는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사를 하게되면 불필요한 짐들을 한번 싹 정리하게 되어서 좋다. 게다가 연말에 이사를 한지라 묵은 해를 보내며 묵은 짐까지 딸려 정리하고 새해를 맞아 기분이 상쾌했다. 이번 1월은 남편이 회사로 돌아가기 전 남은 마지막 '아빠타임'이었다. 다시는 못 올 2년이라는 휴식기에 생각만큼 진하게 놀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내 몸 상태를 생각하면 사실 그보다 더 놀 수도 없는 상황이긴 했다. 내 건강이 극도로 안 좋았을 때 그가 함께 아이들 곁에 있어주어서 다행이었고 이솔이 3~4살, 윤우 8~9살이라는 시기에 아빠가 거의 매일 집에 있어주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선물이지 않았나 싶다. 그 마지..
이사를 하는 부산스러움 때문이었을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 즈음에는 항상 일년을 글로 마무리해보고 내년을 새롭게 다짐하고는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게다가 막둥이 1주기였던 그 날의 기록도 당일에 적지 못했네. 시간을 내어 따로 적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갈 만큼 내 마음이 벌써 안정이 된걸까. 천변을 산책할 때면 아이들과 에쁜 꽃을 꺾어 막둥이 나무에 놓아주고 막둥이에게 인사를 하곤 했다. 막둥이를 뿌린 곳이긴 하지만 막둥이가 그 곳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어느 날 천변의 나무들이 싹뚝 잘리고 막둥이 나무도 잘려진 것 보았을 때 심장이 쿵!하긴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슬퍼하지 않았다. 막둥이가 그 곳에 잠들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 곳에 남아 있는..
어제는 병원때문에 오랫만에 분당에 갔다가 중앙공원으로 벚꽃구경하러 예전에 살던 아파트단지에 들렀다. 4개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당골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고 그 공원을 지나 쭉 가면 중앙공원이 나온다. 당골공원 안에 작은 모래밭이 있는데 모래놀이 좋아하는 이솔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동네엔 모래가 없다. 놀이터는 다 우레탄 바닥인데다 학교 모래밭은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가기가 어렵다. 매번 모래에 굶주렸던 이솔에게는 벚꽃보다 모래가 먼저일 터. 우리는 아예 차에 가서 모래놀이 장난감을 가져왔다. 점심도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 떡볶이를 사가지고 와서 오래 머물 준비를 했다. 근처 어린이집 아이들이 많이 놀러나와 있었다. 이 공원에는 하교시간 이후엔 아이들이 북적인다. 학교는 공원 바..
제가 알고 지내는 사람 중 가장 정의롭고 열정적인 사람인 현주언니가 '냇물아 흘러흘러'라는 멋진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는 세미나 공간,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부모임이 있어요. 특히나 언니는 어린 아이를 키우며 사회와 단절된 듯한 느낌에 외로웠던 적이 있어서 이 공간이 아기엄마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소통하고 공부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네요. 서울 세곡동사거리 근처입니다. 분당, 판교, 강남에서 가까워요. 현재, 녹색평론과 민들레 읽기모임이 있고 엄마들의 독서모임, 초등생 읽고쓰기 강의가 진행중입니다. 이번 달 말에는 세월호 유가족분과의 만남의 자리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멋진 공간, '냇물아 흘러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