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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2017년 9월 月記

고래의노래 2017. 10. 2. 01:10

새로운 시도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던, 분주하고 뜨거웠던 9월.
어디로 뻗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채로 뜨겁게만 달아오르던 내 안의 불덩이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 보았던 한 달이었다. 
두려움을 넘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그 시도가 만드는 흐름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할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1. 여신모임을 시작하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융의 분석심리학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를 치유모임에서 함께 읽으며 나는 나 스스로를 여러 각도에서 되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관심은 '여성', '영성', '치유'로 집중되어 갔다. 그 즈음 언제나 나를 두근거리게 하고 충만하게 했던 치유모임의 책들이 언젠가부터 점점 멀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집중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렇게 좋았던 모임이었는데 왜 이런 변화가 왔을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오랫동안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알 수도 없는 인생의 실타래를 이야기 속에서 하나씩 풀어가는 여성들만의 모임. 출산과 육아의 과정 속에서 소멸되어 가는 듯한 나를 부여잡으려는 30~40대 여성들과 모여 서로를 보듬고 응원하는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융도 중년은 자기실현으로 가는 문을 여는 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치유모임에서 나의 핵심가치 찾기를 했을 때, 내가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5가지 가치는 '빛남', '움직이게 함', '연결됨', '깨어있기', '신과 관련'이었다. 그 가치들을 골랐던 그 당시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심지어 '독립적이고 싶은데, 왜 아직도 누군가와 연결되길 바라나,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가보다.'하며 많이 실망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커다란 에너지를 의식하고 깨어있으면서 다른 누군가와 연결되어 함께 움직이고 빛나길'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었지만, 그걸 현실로 풀어놓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 모임을 꾸리기에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믿었다. 내공이 더 쌓이면 할 수 있겠지, 언젠가.. 좀 더 나중에...라고.


그런데 현주언니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지금 이 곳에서 당장 해보라고, 넌 충분히 할 수 있고, 게다가 잘 할 거라고. 언니의 독려에도 나도 주저했다. 그 때 나를 일으켜세운 언니의 한 마디.

 "이 공간, 언제 끝날지 몰라. 우리가 사랑하는 이 공간에서 우리 후회없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보자. 바로 지금!" 

그 공간이 바로 언니의 삶 자체라는 것을 알기에 '끝'이라는 이야기만으로도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 '끝'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순간을 사랑하는, 게다가 그러한 현실 속에서 다른 누군가의 삶까지 독려할 수 있는 언니의 모습에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언니의 말을 듣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언니는 내 눈물에 당황했는데, 나는 그 때 내 눈물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다. 언니의 삶 언저리에 내가 걸쳐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울컥했다. 

그래서 난 겁없이 시작했다. '나쁜 짓이라고 하라'던 니체처럼, '일단 시작하라'는 언니의 말을 따르면서.

내가 기다리는 완벽한 준비는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일단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작과 함께 성장하고 완벽이 아닌 온전함을 향해 나아간다. 무언가 행한다는 것은, 발걸음을 내딛고 손을 한 번 휘두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나'의 모임이 아니며 '모임벗들과의' 모임이다. 변화를 기대하는 모임이기에 시작에 앞서 완벽할 필요가 없다. 불완전함과 함께 시작한다.

'우리가 결심하는 순간, 하느님의 의지도 함께 움직인다.'던 괴테의 말을 믿으며.


2. 무용
내 마음 속에 불덩이 중 하나는 분명히 이것이었다. '몸을 쓰고 싶다. 몸으로 표현하고 싶다!'

고상하고 우아한 움직임 말고 뜨겁게, 날 것으로 움직이는 것!

그래서 현대무용을 배울 수 있는 곳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적당해 보이는 몇 곳들을 찾았지만, 모두 지방, 아니면 서울. 아무리 열정이 있다해도 오며가며 지칠 것만 같았다. 

결국 '숨고'라는 매칭 사이트를 통해 현대무용 강사분과 연락이 닿았고, 남색또 엄마들 중 우혁엄마가 합세해서 일주일에 한 번 한시간씩 무용을 배우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허리에 진통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칭이 잘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골반도 틀어져 있어서 자꾸 자세가 삐뚤어졌다. 내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코어근육이 받쳐줘야 한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코어강화 운동과 스트레칭, 좌우균형잡는 자세를 수업 전에 매번 반복하는데, 이게 정말 내 몸의 균형에 도움이 되겠구나라고 확실하게 믿음이 간다. 정형외과나 한의원, 기체조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 만족스럽다. 


우혁애미의 복직으로 아마도 12월까지만 배우게 될 것 같은데, 그 이후에도 계속하고 싶긴 해서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내 몸이 내 의지와 하나되는 그 날까지!

3. 흙작업
내 마음 속의 폭풍들을 어쩌지 못해 방황하고 있을 때, 석원엄마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석원엄마는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변에 그것을 적극적으로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인들도 많았고, 스스로도 삶 안에서 그것을 균형있게 구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석원엄마는 막연한 나의 질문에, 유치원 엄마들 중에서 그런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 시기가 딱 그러한 고민이 들어올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조형예술학교를 다니면서 예술작업 중에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은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당시에 아이도 학교 입학을 하고, 유치원 상황도 안정적이지 않아서 개인적인 시간을 낸다는 것이 참 힘들었는데도,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의 울림때문에 밀고 나갔었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나에게도 예술작업을 권유하셨다. 석원이네 유치원에서 작년에 많은 학교 엄마들이 함께 작업했다는 그 수업. 

모든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나는 흔쾌히 수업을 신청했다.

먼저 흙작업을 통해 그릇 모형을 만들고 그 모형을 보며 목공작업을 이어간다고 했다. 흙을 느끼고 반죽하며 내 마음의 흐름에 따라 손을 움직여서 형태를 탄생시키는 작업을 했다. 흙을 반죽할 때는 다리에서부터 몸을 통과해 손으로 힘이 전해지도록 흙을 치대야했다. 만약 자연스럽게 몸을 사용한다면 그리 부담이 되지 않을 동작이었지만, 나는 허리가 아팠고, 워낙에 긴장하면 몸이 경직되는지라 몸에 부담이 많이 되었다. 


흙을 만지는 경험 자체는 매우 좋았고, 내 마음의 흐름에 따라 나온 형태도 만족스러워서 목공작업에 대한 욕심이 났지만, 조각칼을 잡고 나무를 깎아보니 흙보다 몸에 더 부담이 갈 것만 같았다.

많은 시도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던 9월 초반에는 2번이나 체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욕심을 버리고 목공작업에 들어가지 않기도 결정했다. 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요, 또 다른 의미의 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형예술학교에서 추구하는 예술이라는 것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와 의미로서는 닿아있지만, 그 방법이 어색하고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 불편함이 단지 생소하고 낯설기 때문에 온 것인지, 아니면 발도르프 라는 큰 맥락 안에서의 거부반응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몸이 좀 단단하고 편안해질 때 즈음 다시 시도해볼 수 있겠지.


4. 복사

윤우는 복사단 입단을 거쳐 복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나도 복사자모회 안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모임과 의무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윤우는 복사활동을 만족스러워했고, 잘 하고 있다. 그러데 나는 아직 이러한 의무들이 조금은 부담스럽다. 

이것을 기회로 생각하고 조금씩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겠지. 

윤우는 항상 나를 첫 경험으로 이끄는 빛의 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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