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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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글이 될 때/읽고 보다

2011년, 나를 만든 책들

고래의노래 2012. 1. 3. 23:07
일년동안 책 50권 읽기를 해 온 것이 2011년으로 삼년째. 해가 늘어갈수록 신기하게도 권수도 조금씩 늘어났다. 2011년에는 지난 해보다 조금 더 많은 54권을 읽었다. 

지난 해에는 우주적 진리와 이를 대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책들을 (항상 최고의 주제로 뽑힐 수 밖에 없는 육아를 논외로 하고..^^;;) 주로 읽었는데 올해에는 내 삶의 방향성을 잡기 위한 독서에 집중했었다. 무언가를 깨닫기도 전에 시야를 좁혀서 내 삶으로 바로 넘어와 버린 것이 조금 성급하지 않나 싶지만, 어찌 보면 나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원래 순서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2012년에는 좀 더 다양한 책을 통해 엄마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읽은 책 리스트업은 별점순. 노란색 하이라이트는 초강력 추천.
(책 제목에는 알라딘으로의 링크가 걸려 있습니다.)

* 육아 (22)

1년에 책 50권 읽기를 목표로 책읽기를 시작했던 2009년 이후로 가장 많은 육아서를 읽었다. 이 분야의 책 수를 세다가 깜짝 놀랐는데, 연말로 가면서 한 해의 책읽기를 스스로 정리해 보았을 때 올해는 육아서에 보다 덜 집중했던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아서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공통된 이야기들에는 이제 거의 감을 잡아서, 실천의 문제일 뿐 이론에는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고 그랬기에 더 이상의 육아서는 집어들지 않았다고 나름대로 해석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22권이나 되는 육아서를 읽었다니! ^^;;;

육아서를 많이 읽다보니 마음에 드는 '작가'도 생겨나서 특정 작가가 쓴 책을 골라 보는 일도 생겼다. 꽃님에미님과 정진영님이 그 분들. 꽃님에미님의 책은 <초간단 생활놀이 150>과 <제주도엣 아이들과 한 달 살기>를 읽었고, 정진영님의 책으로는 <엄마와 아이의 서울산책>, <그림책 육아>, <사계절 숲 놀이학교>를 읽었다. 두 분 다 교수나 의사같은 육아전문가가 아니라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들이다. 꽃님에미님은 문체가 유쾌하고 상황에 대한 판단과 결정이 매우 유연해서 글을 읽는 내내 '힘을 빼고 즐기는 육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진영님은 자연주의 육아를 실천하시는 분으로 글이 매우 포근한 느낌을 준다. 순발력과 위트, 우직함과 온화함이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분이지만 아이를 엄마의 목표로 대하지 않는 진실함은 똑같다. 놀이, 여행, 그림책 등 각 주제에 관한 육아서를 찾아보고 있다면 이 두 분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2012년에는 아이 '키우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살아기기'에 집중해서 육아서를 읽어 보고자 한다.
 
1.  아이가 나를 미치게 할 때 ★★★★★ ☞리뷰보기
2.  3세와 7세 사이 ★★★★★ ☞리뷰보기
3.  초간단 생활놀이 150 ★★★★★ ☞리뷰보기
4.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 ☞리뷰보기
5.  옛 이야기와 어린이책 ★★★★★ ☞리뷰보기
6.  아웃라이어 ★★★★★ ☞리뷰보기
7.  4세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할 58가지 ★★★★☆
8.  엄마의 독서학교 ★★★★☆
9.  부모와 아이 사이 ★★★★☆ ☞리뷰보기
10. 아이와 함께하는 사계절 숲 놀이학교 ★★★★☆
11. 그림책 육아 ★★★★☆
12. 딥스 ★★★☆☆
13. 우리 아이 좋은 버릇 들이기 ★★★☆☆
14. 양육쇼크 ★★★☆☆ ☞리뷰보기
15. 세상 모든 것이 공부다 ★★★☆☆
16. 화내지 않고 내 아이 키우기 ★★★☆☆ ☞리뷰보기
17.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18. 차근차근 가치육아 ★★★☆☆
19. 엄마학교 ★★★☆☆
20. 첫아이 ★★★☆☆
21. 너 행복하니 ★★★☆☆ ☞리뷰보기
22.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


* 엄마 (6)

사실 육아서보다 그 사람의 인생을 통해 부모의 모습을 엿보는 것이 더 많은 깨달음을 주고는 한다. 아래의 책들은 모두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엄마로서의 나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나'를 이야기하다 보니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엄마의 공책>은 엄마를 존경하고 엄마처럼 되고 싶어하는 자신과 자신을 닮고 싶어하는 딸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유명한 그림책 화가인 이수지씨의 엄마인데 나열되는 에피소드가 보여주는 그녀의 사람됨과 부드러운 열정에 읽는 내내 감탄을 했다. 꼭 닮고 싶은 사람이다.
<빈 집에 깃들다>는 귀촌에 대한 이야기이다. 농사꾼이 되어 누리는 기쁨과 희열 그리고 토박이 어르신들 사이에서  겪게 되는 갈등에서 오는 고단함까지 솔직하게 풀어썼다. 그래서 아래의 '보다 나은 사회' 카테고리에 넣을까 하다가 이리로 옮겨 왔다. 귀촌을 결심할 때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두 아이는 도시에 남는 것을 선택했는데 저자는 이를 존중해준다. 그리고 과감히 두집살림을 결정해버린다. 삶에 대한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도 대단했지만 자신의 삶이 나아갈 방향을 아이들때문에 꺾지 않는 저자의 대담성에 더 놀랐다. '어짜피 아이들과 우리는 다른 인생'이라는 것을 그녀처럼 이렇게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싶다.
사실 아이들을 제쳐두고 자신이 믿는 가치에 철저하게 빠져들어간 걸로 치면 누구도 <평화는 나의 여행>의 저자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평화활동가로 전 세계를 누빈 이야기이다. 그녀는 이라크 전쟁 반발 전 인간방패로 이라크에 들어가는데, 아이들을 남겨두고 이라크행을 결심한 그녀도 놀랍지만 그 여정을 지지하며 지켜보는 그녀의 가족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매번 듣는 질문인 '아이 엄마가 어떻게..?'라는 질문에 '엄마이기 때문에...'라고 답변한다는 그녀. 지켜야만 하는 가치를 쫓아가는 그녀의 삶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가르침이자 울림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나라면 울며 매달리는 유치원 아이를 놔두고 험한 길을 택하지는 못할 것이다. 엄마라는 굴레와 내가 가야할 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번에 현주언니네에 놀러 갔을 때 <박정희 할머니의 수채화 인생>과 <행복한 사람,타샤 튜터>를 빌려 왔었다. 나의 미래를 상상해 보기 위해서였다. 전업주부 이제 만 3년 반. 둘째를 생각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남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미래를 그려보고 싶었다. 주부라는 테두리 안에서 나의 미래를 엿보고 싶었다.

몇 주 전에 윤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엄마는 뭐가 될꺼야?"
아..아...하다가 말문이 막혔다. '무엇'이라는 게 딱히 직업이 아니더라도 '엄마는 이렇게 사는 사람이 될꺼야.'라는 답이 한 번에 나올 수 있도록 내 마음 속에서 한 번 정립을 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엄마의 공책 ★★★★★ ☞리뷰보기
2.  빈 집에 깃들다 ★★★★★
3.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 속까지 정치적인 ★★★★☆ ☞리뷰보기
4.  박정희 할머니의 나의 수채화 인생 ★★★★☆
5.  행복한 사람, 타샤 튜터 ★★★☆☆ ☞리뷰보기
6.  평화는 나의 여행 ★★★☆☆


* 보다 나은 사회(4)

현대사회의 병폐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귀농'과 '자급자족의 삶'이라는 주제에 닿게 된다. <굿바이 스바루>는 미국 청년의 시골에서의 자급자족 도전기인데 추천사에서 이야기하는 '재치넘치는 위트'를 조금도 발견하지 못한 채 중간에 접고 말았다. 전혀 친숙하지 않은 광할한 대자연에 대한 묘사에서부터 벌써 '이건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문화적 간극이 느껴졌다.
그 대신 <즐거운 불편>은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도시 속에서 실천하는 자연주의 삶'이라는 조금 더 편안한 주제인데다가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 저자의 글이기에 더 친숙했다. 지역신문 기자인 저자는 2년 동안 '자연주의 생활'을 경험하며 르포를 연재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연재에 대한 정리 보고서이다. 처음 1부는 자신의 자연주의 생활 도전기에 대한 이야기이고 2부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실었다. 문체가 평이해서 읽기가 쉬운데 내용에는 깊이가 있다.  

1.  즐거운 불편 ★★★★★
2.  다시 마을이다 ★★★☆☆
3.  불편해도 괜찮아 ★★★☆☆
4.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


* 인문, 사회, 경제(9)

본래 올해 독서 목표 중 하나가 에리히 프롬과 칼 융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소유냐 삶이냐>를 보다가 막히고 <칼 융 자서전>을 보다가 막혀서 아직까지 진전이 없다. <소유냐 삶이냐>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내용에 당황하다가 결국 반납기간이 되어서 도서관에 돌려주었고, <칼 융 자서전>은 공감하기 어려운 천재의 유년시절 주변을 맴돌다가 결국 책을 덮고야 말았다. 예전에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을 볼 때와 너무나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평범한 감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천재들의 정신세계에 도저히 몰입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답답함은 사실 그들 자신이 범인(凡人)들을 대할 때 평생동안 느껴온 것이겠지만... 칼 융의 자서전은 이부영 교수님의 책을 통해 더 이해하고 나서 읽어야겠다. 아직까지 나에게는 해석의 필터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미래에서 온 편지>는 종교학자 현경이 내면의 여신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이를 젊은 여성들에게 일깨워주고자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릴 구원할꺼야> 1, 2권의 끝에 최종보고서 형식으로 써 낸 책이다. 이제까지 여러 방면에서 현경의 책에 대한 추천을 받았는데 계속 미뤄오다가 올해에 드디어 시리즈 3권을 모두 읽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대학교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 감동의 깊이가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30대의 나에게 마음의 불을 당겨주지는 못했다. <프린세스, 마법의 주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좋은 이야기들이지만, 이미 나는 너무나 많이 들어온 이야기였고, 신선하지가 않았다. 이래서 모든 것에 때가 있다고 하나보다.

1.  내가 에리히 프롬에게 배운 것들 ★★★★★ ☞리뷰보기
2.  행복의 정복 ★★★★☆ ☞리뷰보기
3.  깨어나십시오 ★★★★☆
4.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5.  프린세스, 마법의 주문 ★★★☆☆
6.  미래에서 온 편지 ★★★☆☆
7.  당신의 삶을 바꿀 12가지 음식의 진실 ★★★☆☆
8.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
9.  괜찮아요 ★★★☆☆


* 문학, 에세이(9)

<동물원을 샀어요>의 책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단순한 은유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말 그대로의 의미였으며 게다가 실화였다. 많은 호기심이 생겼지만 '동물원'에 대한 반감때문에 읽기를 주저하다가 읽어보게 되었는데, 나와 다른 생각이라고 무턱대고 귀를 닫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행동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 글의 저자는 동물원에 대한 논쟁에 대해 언급하면서 동물원의 순기능, 즉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을 구하는 '동물보존 수단'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므로 동물원은 각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사유가 온당한지, 원래의 자연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는지 등 높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이 책은 목표를 향한 강한 의지와 행동의 힘을 보여준다. 동물원이 매물로 나온 것을 보고 입찰에 참여하고 동물원 운영권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온갖 지인들, 심지어 입찰 경쟁자에게까지 도움을 청한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말그대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는 저자의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최선을 다 했는데 실패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말하는 최선이 과연 부끄럽지 않은 최선이 맞는지.
최근엔 맷 데이먼 주연으로 영화도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영화 제목은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줄거리를 보니 헐리우드 가족 영화에 로맨스를 살짝 버무려 각색을 한 것 같다.  

1.  동물원을 샀어요 ★★★★☆
2.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
3.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 ★★★★☆
4.  사랑바보 ★★★★☆
5.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
6.  생의 한가운데 ★★★★☆
7.  마지막 강의 ★★★☆☆
8.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꺼야 ★★☆☆☆
9.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꺼야 2 ★★☆☆☆


* 여행 (4)

교보문고의 사외보인 <책과 사람>에 꽃님에미님의 제주도 체류기가 소개되었을 때 '아! 이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어젠가는...'이라는 다짐을 했었다. 아이와 함께 한, 두 번의 제주도 여행 내내 내 마음 속에는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꽉꽉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집 구하기, 제주도에서 한달 간 살면서 필요없었던 물건, 아쉬웠던 물건, 등 알짜 정보가 빼곡하다. 물론 제주도 여행정보도 알차다. 꽃님에미님에게 자극받아 벌써 여러 가족이 제주도로 떠나고 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결국 행동하게 하는 저자의 힘이 부럽다. 
<대한민국 마을여행>은 생각과는 많이 다른 책이었다. 내가 제목에서 기대했던 건 작은 마을을 오가며 일어났던 마을 사람들과의 교감과 에피소드로 엮여진 '여행 에세이집'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신문사 여행전문 기자였던 저자가 대한민국의 농어촌 체험 마을에 대한 정보를 실어놓은 '여행정보집'이었다. 글 속에서 작은 마을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문체는 건조했다. 정보에만 집중했을 뿐 그 정보를 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닥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1.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
2.  엄마와 아이의 서울산책 ★★★★☆ ☞리뷰보기
3.  대한민국 마을여행 ★★★☆☆
4.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