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부모와 아이 사이> - 자식과 나 사이의 '들뜬' 공간을 인정하자.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육아서, 유아용품 리뷰

<부모와 아이 사이> - 자식과 나 사이의 '들뜬' 공간을 인정하자.

고래의노래 2011. 4. 14. 14:31
부모와 아이 사이 - 8점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양철북


   너무나도 유명한 육아서의 고전. 1965년 출간. 물론 위 책은 개정판이다.
   그래도 기본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면 정말 대단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양육쇼크>에 나왔던 칭찬의 역효과를 여기에서는 미리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역량에 대해 스스로 결정내리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양육쇼크>에 나온 내용 그대로이다. 

   또한 폭력의 무용함을 이야기하면서 적절한 비유를 든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무턱대고 때리지 않고 먼저 살펴보지 않나. 아이들은 컴퓨터보다 물론 상위이다!

   감정을 받아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양육서는 많은데 이 책에서는 정말 명쾌하게 그 이유를 이야기해 준다. 감정이야말로 누가 제지할 수 없는 자유의 영역이며 제지되어야 할 것은 감정을 표출하는 행동으로 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가끔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올 때가 있다. 모든 조건이 완벽함에도 사랑받지 못하는 남자가 여자 주인공에게 소리친다."나는 왜 안되? 그 녀석은 되면서 나는 왜 안되냐고!!!" 당연히 안된다. 사람 감정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므로.
   사람 마음을 그야말로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항상 밝고 명랑하고 천사처럼 빛나는 웃음만 보여주길 바란다. 우울하거나 화난 모습을 보면 안절부절 못하고 어떻게든 '정상적인 어린애'의 모습으로 돌려놓으려 안달하는 것이다. 자식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마리오네트가 아니라 별개의 인간이라는 걸 깨우치는 첫번째 걸음이 바로 이것이 될 것 같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기.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을 발췌하여 실제 목차와 상관없이 정리하고 주제별로 묶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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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게 하기

아버지 : 나무로 만든 의자는 무거워서 옮기기가 힘들어.
케니 : (자랑스럽다는 듯이) 난 옮겼는데...
아버지 : 옮기는 데 힘이 꽤 들지?
케니 : (팔을 굽혀 근육을 보이면서) 난 힘이 세요.
이 대화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힘든 일을 해낸 데 대해 언급했다. 자신의 힘에 대하여 결론을 내린 것은 아이 자신이었다.

"왜 달은 자동차와 같이 움직이는 거예요?"
"정말 재미있는 질문이구나! 이 질문이 수백년 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혔어. 그래서 달의 움직임을 연구하기로 결심한거야. 그걸 알고 있니?"
"와, 그럼 난 과학자 될 거예요. 도서관에 가서 달에 관한 책을 찾을 꺼야."
멜리사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에 계속 답을 해주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을 멜리사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갈등상황에 대해 보고하러 왔을 때, 아이들 사이의 문제에 대해 "누가 먼저 그랬니?"라고 하는 결정적인 질문을 하지 말아라. 아이들에게 재판관과 검사, 법률의 강제 집행인 노릇을 해야 하는 내키지 않은 역할을 피할 수 있다.

부모의 권위 :  때로는 침묵도 필요하다.
스콧은 다리를 다쳐서 학교에 못 가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파티에도 갈 수 있었으면, 학교에도 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몇 분 뒤, 스콧이 물었다. "엄마, 나 학교 가야겠지요?"

아이들은 가끔 자기들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비난을 받고도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 방향을 제시해 줄 때

이끌어줄 때는 문제에 대해, 그리고 가능한 해결책에 대해 언급한다. 아이 자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주스가 쏟아졌구나. 가서 다른 잔하고 행주를 가져와야겠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그저 벌어진 사건 자체만 다루고 사람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패트리셔 아주머니, 이렇게 좋은 선물을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먼저 이렇게 인사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로버트도 어머니를 따라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을 것이다.

분노를 다스리는 첫 단계는 구체적으로 감정에 이름을 붙여 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 화났어!"
화가 난 까닭을 설명하고, 마음 속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겠는지 아이에게 요구한다.

돈의 아버지는 교사와 면담할 때, 미리 메모지와 펜을 들고 갔다. 그리고 교사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가 나오면 이를 긍정적인 행동으로 바꿔 표현했다.
교사 : 아드님이 제 시간에 등교하지를 않아요. 숙제도 하지 않고, 공책 정리가 엉망이예요.
아버지 : 그러니까 돈이 등교시간을 잘 지키고, 숙제도 꼬박꼬박 하고, 공책정리도 깔끔하게 하면 좋겠다는 말씀이군요.
아버지는 면담 후 이 메모를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지난 잘못을 탓하기 보다는 앞으로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 주었다. 비난 대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희망을 주었다.


* 감정을 받아주기

"할머니 미워!"
"아냐. 그러면 안 돼. 할머니는 네게 선물도 주고, 구경도 시켜주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 아이는 있는 그대로 감정을 드러내면 위험하다는 것을 배운다.
"응, 이제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무엇 때문에 할머니에게 화가 났는지 말해주지 않을래?"

아이들이 넘어져 다치면 부모들은 가장 먼저 달려와 육체적으로 도와준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부모들이 가장 먼저 감정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아이가 마음 상했을 때, 부모가 이를 그대로 받아주면서 우선 위로해 줄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이것을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부모들이 있다. 프레드의 어머니의 경우를 보면, 아들이 잘못을 저지른 곳은 학교이고, 이에 대한 처벌은 교사가 이미 했다. 그 일로 마음이 상한 아들은 어머니한테 야단이 아니라, 자기 기분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도 기술이 있고 지식이 있는 부모들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손바닥으로 때리는 방법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부모가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어떤 느낌을 갖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들에게는 감정이 아니라 오로지 행동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괴적인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이 발생하면, 부모들이 관여하여, 그것을 말과 그 밖의 다른 상징적 출구로 배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얼마나 화가 나는지 엄마에게 보여줘. 엄마도 보게"
아이에게 커다란 인형이나 종이와 필기 도구를 건네주면 좋다. 아이는 인형을 꾸짖거나 마구 줄을 그어대면서 분노를 표현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감정이 잔인하다고 해서 충격받을 필요는 없다. 그런 감정을 정직한 것이며 신체적으로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부모의 언급은 간단해야 한다.
"이제 엄마도 네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겠다."


* 행동을 제지하고 규율을 제시하기

제지를 할 때는 부분적으로 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흠뻑 젖게만 하지 않는다면, 네 누이동생에게 물을 좀 튀겨도 좋아."
이렇게 제지하면 아이는 큰 혼란을 겪는다. 그와 같이 모호한 표현은 아이에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 제지할 때는 확고한 표현을 사용해서 아이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오로지 생각만 하면서 자기 태도를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최선이다. 제한을 할 때, 말을 얼버무리게 되면, 끝없는 말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더듬거리며 어설프게 한계를 정해 놓으면 아이들에게 반발할 명분을 주게 되고 서로 고집을 세워 싸우다 아무도 이기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매일 아침 '자명종 부모'가 잠을 깨워 주기 보다는 자명종 소리를 듣고 잠을 깨는 것이 더 좋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팬티를 내리고 겉옷을 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너희 둘 다 옷입고 다른 놀이를 찾아봐"라고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호들갑을 떨지 않아야 성과 사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해치지 않고 아이들의 성적 실험을 제지할 수 있다.

나이에 차이를 두지 않고 아이들을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나이에 따라 새로운 특권과 책임을 주어야 한다. 나이가 많은 아이에게는 당연히 더 많은 것을 허락해야 한다. 동생들보다 더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되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자유도 더 많아야 한다. 이런 특권을 공공연하고 너그럽게 허락하면 아이들도 그 나이가 되면 자기도 그런 특권을 누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이들을 사랑할 때는 공평함이 아니라 특별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공평한 사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사랑의 질을 중시해야 한다.


* 해서는 안되는 말

농담으로라도 아이에게 버리겠다는 위협을 하면 안된다.
"너 당장 오지 않으면 여기 버려두고 갈꺼야."
그런 말을 들으며 아이의 뇌리에는 부모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불콫이 활활 타오른다. 버리겠다고 위협하지 말고 손을 잡고 끌고 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아이에게 커다란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면(엄마의 입원 등) 이를 숨기지 말고 연극놀이를 통해 아이와 연습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대사를 거의 부모가 맡지만, 곧 아이가 맡게 될 것이다.
떠나기 전에 어머니는 몇가지 조치를 더 취했다. 이베트에게 새 보모를 소개하고 화장대 위에 딸과 함께 찍은 커다란 사진을 세워 놓았다. 또 딸이 잠들기 전에 들을 수 있도록, 딸이 좋아하는 이야기 몇 편과 사랑한다는 메세지를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놓았다.

부모들은 장황한 소리를 늘어놓고 불필요한 설명을 하여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미숙한 아이가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에도 꼭 아이의 동의를 얻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믿는 부모들이 특히 그렇다.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말할 때는 완곡한 표현을 피하는 것이 좋다. 네살 된 여자아이에게 할아버지는 영원히 주무시기 위해 가셨다고 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주무시기 전에 인사를 드리지 않았는데 할머니가 그걸 알면 화를 내실 거라면서 걱정했다. 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가셔서 천사가 되었다고 하자, 어떤 다섯살 남자아이는 남아있는 가족도 죽어서 천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조건을 붙여 보상을 내거는 말의 이면에는 행동을 고칠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한번만 더 그랬단 봐라!"같은 경고는 아이들의 자율성에 대한 일종의 도전 행위이다. 만일 자존심이 있는 아이라면, 경고를 받고 나면, 졸장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