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3세와 7세 사이> - 엄마, 입 다물고 아이 눈을 보세요.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육아서, 유아용품 리뷰

<3세와 7세 사이> - 엄마, 입 다물고 아이 눈을 보세요.

고래의노래 2011. 6. 13. 14:15
3세와 7세 사이 - 8점
김정미 지음/예담Friend

부제목은 '자기주도형 아이는 7세 이전에 결정된다.'이다. 요즈음 육아, 교육의 가장 핫(hot)한 용어인 '자기주도'를 들먹이며 독자들을 유혹하지만 첫인상과 달리 내용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출판사의 이러한 '호객 행위'때문에 오히려 멀어지게 되는 책들이 요즈음 너무 많다.)

그렇다고 '자기주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 시장의 또 다른 마케팅 용어로 변해서 나에게는 비호감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사실 부모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의무는 이것이다. 자식을 '자기주도형' 인간으로 만드는 것.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동기화되어 삶을 열정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인간. 이것이 순수한 자기주도형 인간의 뜻이다. 주변의 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가치관에 따라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만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 행복할 것이다. 부모가 원하는 게 이거 아닌가. '자식이 행복한 것.'

그래서 부모들 모두 자식이 자기주도형 인간이 되길 바라는데,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 자식이 주는 만큼만 반응할 것.
- 하지만 무언가 주지 않을 때도 아이를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것.
- 그래야 아이에게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이 책은 '수다쟁이 엄마'를 강요하던 이제까지의 육아서에 일침을 가한다. 딱 아이가 이야기하는 수준으로만 반응해서 자신이 하는 말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라는 것이다. 모든 육아서가 반대하던 '유아어' 사용에도 훨씬 유연한 입장을 보여준다. 많은 육아서들이 아이들의 미성숙한 발성때문에 하게 되는 유아어를 따라하지 말고 정확한 말로 되받아주라고 말한다. 나중에 본래의 단어를 익혀야 하는 학습과정에서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유아어를 따라해줌으로써 아이들은 자신들의 말이 '완전한'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아이의 말을 따라서 말해준 뒤(나는 너의 말을 들었다는 것을 표현해주기 위해) 본래의 용어로 이야기해주는 것(본래의 용어를 알려주기 위해)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쨋든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많은 '과묵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짐을 한시름 놓게 될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말할 때까지 침묵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가 "빨강!" 하면 "이건 파랑, 저건 노랑, 요거는 무슨 색일까요?"로 이어지는, 학습의도에 불타는 엄마의 수다를 경계하는 것이다. "이것 좀 봐! 신기하다!"와 같이 엄마가 이미 신기한 감정을 정해서 알려주는 것 또한 불필요한 친절이라고 말하는데,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늘 문화센터 수업에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 다 잘 보고 있잖아! 너만 왜 그래!!"라며 야단치는 엄마를 보았다. 선생님 지시에 따르기 힘든 만 3살 이전의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수업인 만큼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게다가 오늘은 수업 첫 날이라 아이의 거부감이 더 심했던 것 같다.

아이의 관심과 흥미, 선택에 집중하고 이를 존중한다면 당연히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교실을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 엄마의 마음 속에는 그날의 수업료와 내 아이만 못 하게 되는 경험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반응 육아'라는 것은 '아이에게 집중하라!'는 것이다. 아이의 관심에, 그리고 아이의 발달 수준에. 때로 우리 엄마들은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아이도 원한다고, 옆 집 아이도 했으니 우리 아이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깊이깊이 착각하곤 한다.

결국 오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 아이 엄마는 우는 아이와 교실 뒤편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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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먼저 '어린 자녀가 어른처럼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참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참고 기다려준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행동을 할 때 부모는 억지로 그치게 하거나 참도록 강요하기보다는 먼저 아이를 안정시키고 위로하면서 아이가 느꼈던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누그러뜨릴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아이의 자기규제 능력에서 부모가 노력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반응이죠. 왜냐하면 아이들은 상호적인 관계에 있는 부모가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규제하는지 보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끊임없이 '내가 요구하는 것을 먼저 하면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거야.'라며 자신의 제안에 먼저 따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똑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죠.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면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라고 말입니다. 당연한 상황입니다. 아이가 무조건 먼저 부모를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죠.

아이로부터 긍정의 대답을 기대하면서도 부모들 자신은 부정의 대답을 더 자주 한다는 것은 정말 모순입니다. 아이가 요구하는 것에 'Yes'로 응답하는 시범을 많이 보여주지 않은 탓에 결국 긍정의 대답을 가르칠 기회도 많지 않았던 것이죠.

사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요구한 것을 (먼저 부정하고 뒤늦게나마) 거의 다 들어주는 편입니다. 대부분 처음은 부정하고 뒤늦게 들어주는 형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다 해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늘 처음엔 거부당했기 때문에 '우리 엄마 아빠는 늘 안 된대'라고 생각하고 해준 게 없다고 기억합니다.
...아이가 '엄마, 아이스크림 사 줘'라고 요구할 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긍정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아이스크림? 좋았어! 엄마도 먹고 싶은걸? 그런데 지금 막 백화점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먹지?"
이 한마디에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엄마는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했고, 아이와 뜻이 같다는 사실과 함께 현재의 상황도 설명했으며 아이에게 스스로 판단해 보라고 질문까지 되던졌죠.
공을 아이에게 넘겨주라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에게 주세요.

* 반응적인 부모 점검
1. 나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아이가 관심을 두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가?
2. 나는 아이와의 일상 속 모든 행위 속에서 아이의 관심과 흥미에 민감한 편인가?
3. 나는 아이의 상태에 잘 적응하는가?
4. 나는 아이가 선택한 것을 유지하도록 하고 지지해 주고 촉진해 주며 상호작용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가?

* 반응적인 부모와 자녀 사이의 선순환
아이가 먼저 만들어 낸 행동 -> 그것과 직접 관련된 주제 -> 부모와의 상호 작용 -> 아이가 새롭게 만들어낸 행동

* 아이가 스스로 많은 행동을 만들어내게 하려면?
1.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한 뒤 부모가 반응하는 사이의 시간 간격이 아주 짧아야 한다. (0.5초 내로 즉각적일 것)
2. 아이의 관심을 알려면 동작보다는 눈을 봐야 한다. 아이가 두 번 이상 쳐다보거나 오랫동안 시선이 가 있으면 분명 아이가 좋아하는 것.

부모의 역할과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일방적이기 보다 양방향적인 것.
엄격한 부모보다 민주적인 부모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 지배적이지만, 부모의 권위를 구속으로 느끼지 않은 자녀의 경우 부모 자식 사이에 갈등이 없으니 악영향도 없을 것.

아이에게 준 만큼만 받기.
아이가 빨간색 공을 던지면 엄마도 "빨~강"하며 공을 받으면 됩니다. ("그럼 엄마는 파란색 공이다!" 는 하지말 것)
가끔 아이가 이건 뭐야? 라고 물으면 "글쎄 이게 뭘까?" 가 더 효과적.

* 반응적 부모는..
1. 아이의 발달적 수준에 는높이를 맞춘다.
2. 아이의 관심에 초점을 맞춘다.
3. 아이의 성향과 행동양식에 맞추어 자신의 기대를 조정한다.
4. 표현적이고 활기있게 상호작용 한다.

과거에는 부모가 아이의 언어 능력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대화할 때 아이의 언어 학습이 크게 발전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주장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가 아이의 표현 언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아이의 현재 수준과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죠.
아이가 '빠방, 자동차, 음매'와 같이 2~3음절로 된 단어로 대화하려 한다면 부모도 역시 그렇게 반응합니다. 억양이나 비슷한 단어, 표정만으로도 의사소통은 얼마든지 이루어집니다. 꼭 단어 수를 늘려 하나의 문장을 만들지 않아도 대화는 충분히 가능하죠.
이처럼
아이가 사용하는 단어나 발음, 억양을 그대로 따라하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 의미있고 완전한 표현인 것처럼 반응해 준다면 아이는 편안하게 자신감을 키워갈 것입니다.

내 아이를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에게 잘 이해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아이의 행동에 그대로 반응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못마땅한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제지하거나 이거 해라, 저거 하자며 억지로 주의를 돌리려 하지 말고, 손가락을 빨거나 물을 담았다 부었다 하며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할 때도 아이의 그런 행동을 그대로 따라해 줌으로써 존중과 이해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지나치게 반응이 없다면 걱정하는 엄마들에게 되묻고 싶은 것은 '아이의 상태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엄마의 정서 상태를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엄마의 정서는 곧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아이가 해야할 것에 대해 먼저 아이와 대화를 하여 약속을 정해 놓습니다. 아이가 충분히 이것이 자신한테 왜 필요한지 이해했고 또 할 만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면 언제 얼마큼씩 연습할 것인지를 타협하여 정합니다.
"하루에 3장을 할 수 있다고 네가 엄마와 약속했었지. 그러니 조금 힘들어도 해보자. 그리고 정말 어렵다면 엄마와 다시 의논해서 줄여보자"라고 반응해 줄 수 있겠지요.

반응적인 부모는 훈계하기 전에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훈계가 필요한 행동 범위를 정합니다.
반응적인 부모는 아이가 규칙이나 제한을 위반한 경우 그 즉시 훈계합니다. 훈계한 뒤 반드시 아이를 달래줍니다. 훈계로 인하여 자녀와의 관계를 손상시키는 일은 없어야 합나다. 가장 좋은 방법을 훈계한 뒤 조금 진정되었을 때 아이를 안아주는 것. 이 때 말은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 일을 끄집어 내어 "다신 안 그럴꺼지?"라며 확인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