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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내 아이 키우기> - 화내지 않고 아이를 '내 맘대로' 하고 싶다구요?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육아서, 유아용품 리뷰

<화내지 않고 내 아이 키우기> - 화내지 않고 아이를 '내 맘대로' 하고 싶다구요?

고래의노래 2011. 5. 22. 23:14
화내지 않고 내 아이 키우기 - 6점
신철희 지음/경향에듀(경향미디어)

   윤우가 내가 했던 말 따라하는거야 새로울 게 없는데 이게 조금 업그레이드 되었다. 적절한 상황에 맞춰서 골라쓴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요즈음 계속 따라하는 말은 "몇번 말해!""~~하지 말라구!"
   자기가 원하는 것이 저지당했을 때 목소리를 높여서 저 말을 한다. 엄마가 자신에게 할 말을 미리 한다는 뉘앙스인데, 횟수가 늘어갈수록 엄마, 아빠한테 말하는 대화 속에서도 저 말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 "~~~라구!"라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가 아이에게 말할 때는 몰랐는데, 아이가 어른에게 이런 말투를 쓰니 저게 참 예쁘지 않은 말이라는 게 한번에 느껴졌다. 

   다시 한 번 육아서를 펼쳤다. 아이에게 화를 내서는 안된다는 건 알겠는데, '화를 낼 때 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봐라',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봐라.', '화를 내봤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말고, 나를 확실히 깨우쳐주고 변화시킬 다른 이유와 설명이 필요했다. '윤우에게 화를 내지 말자!'고 다짐하고 내 속의 화산을 꾹꾹 누르다가 이틀도 못되어 심하게 체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예전에 상담 사례 모임집 형식으로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형식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제목을 상담집이라고 내는 것이 솔직하다. 요즈음 엄마들의 니즈에 맞게 출판사에서 제목만 고친 것 같은데, 참 영리하다 싶었다. 초점은 "화"가 아니라 상황별 적절한 대처법이다. 그러므로 엄마의 "화"를 주제로 삼고 이 책을 펼쳤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내용과 제목의 괴리를 편집의 효과로 묘하게 피해갔는데, 이런 영리함때문에 별은 두 개를 뺏다. 하지만 사례별로 대처방법만 쏙! 알고 싶은 사람은 여러 책을 읽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화'를 full theme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는 다른 책에서 얻지 못했던 '화'의 핵심을 들을 수 있다. 즉, 아이가 신경질 낼 때의 대처가 아니라 왜 신경질을 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뭐가 문제이고 불만인지 아이의 상황을 살펴보라며 '그 때 그 때 다른' 상황에 이유를 돌리고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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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과 짜증이 많다는 건 평소 불만이 많다는 증거입니다.
불만은 해주길 바라는 데서 나오는 것이고 그만큼 의존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주로 부모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성격의 부모는 어떤 때는 불필요하게 허용적으로 자녀가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부모의 불안으로 보호한다는 이름 하에 간섭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자녀를 잘 지켜보고 위험할 때나 자녀가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 외에는 그대로 놔두어 편안하게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절대 미리 알아서 해주지 마십시오. 아이가 부모에게서 강요와 간섭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우선 없어져야 합니다.

반항적인 아이는 부모가 자녀의 말을 안 들어주었기 때문에 화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책 읽어줘"하면 "이따가 읽어줄께"라고 하는 일 다 마치고 가보면 아이는 이미 다른 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아이가 과자를 사달라고 하면 안된다고 하고, 엄마가 만들어주는 음식만 먹으라고 하고 늘 영양식, 좋은 책, 좋은 학원, 좋은 유치원 등 좋은 것만 아이에게 주려고 합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늘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강요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자녀는 부모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느끼질 않습니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들어준다면
자녀는 우리 부모가 '내 마음을 잘 이해하니까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구나'라고 여기게 됩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늘 다 들어주라는 것과는 다른 것이므로 그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간에 서로 통하는 일치된 감정을 많이 느낄수록 서로 사랑한다고 느낍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서 다 해준다면 아이는 그걸 당연하게 여길 뿐 고맙게 받지는 못합니다. 필요성을 느끼는 그 순간에 서로 마음이 맞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공감이 생겨날 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간에 공감적인 이해를 많이 하는 관계일수록 자녀가 순종적입니다. 그리고 정말 부모가 원하는 아이로 성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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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고 입에서 작게 탄성이 나왔다. 욕구가 항상 지연되었던 윤우는 엄마가 화를 푸는 방식을 배우고 나름 풀고 있었던 거였다. 윤우의 욕구가 좌절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엄마의 판단으로 그게 중요하지 않거나 적절하지 않은 요구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결국 부모의 자기 주장이다. 서로의 의견 대립에서 항상 지는 사람이 느끼는 좌절감이 어떨지는 미처 생각치 못했었다. 영양식과 좋은 책도 강요의 일부분일 뿐...
   그러고 보니 요즈음 윤우가 빈번하게 따라하는 말 중 하나가 이거였다. "지금 ~~~하느라 바뻐!" 밥 먹으러 오라거나 장난감 정리하라고 시키면 꼭 저 말을 한다. 물론 내가 했던 말이다. 

   아이가 '원하는 걸' '원하는 때'에 해주어서 부모와 자식 간에 공감 횟수가 많아지는 것이 자식이 느끼는 사랑의 실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래의 글이 생각났다. 김한길이 전 부인과 이혼하고 난 뒤, 현재의 행복을 미뤄둔 것에 대해 후회한다며 쓴 글 중 전 부인의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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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다섯 살 때였나봐요.
어느 날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피아노를 실은 트럭이 와서 우리집 앞에 서는 거예요.
난 지금도 그때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아빠가 바로 그 시절을 놓치고
몇 년 뒤에 피아노 백 대를 사줬다고 해도
내게 그런 감격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을 거예요"

김한길『눈뜨면 없어라』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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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 완전한 행복. 지금 누군가 나에게 마론인형 100상자를 선물한들 민들레 홑씨만큼의 감동도 없을 것이다.

요약하면 이런 거다.
1. 화를 잘 내고 반항적인 아이는 욕구가 좌절된 경험이 쌓인 탓이다.
2. 아이 입장에서 보면 부모 또한 자기 주장만 할 뿐이고, 이것은 강요와 간섭이다.
3. 아이의 욕구를 원하는 때에 충족시켜 주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깊이 이해받았다고 느낀다.
4. 이 공감의 경험이 쌓일수록 사랑을 체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내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이 궁금했다. 초점은 여전히 '나'였고, 결국 톡 까놓고 말하자면 이런 거였다. "어떻게 하면 화내지 않고 아이를 내 맘대로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 다 자식 잘 되라고 그러는 거라구요?"
헉! 드라마에서 자식 인생 내 맘대로 설계하고 싶어하는 부모가 자식과 싸우다가 최후에 오열하며 지르는 그 대사!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