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2018년 3월 月記 본문
1. 젠더거버넌스 활동 시작
서울시 젠더거버넌스 활동을 하게되었다. 서울시의 행정이 성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서울시민이 아니지만 페미니즘을 사회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경험을 가져보고 싶어서 신청하게 된 것이다.
첫 활동으로 우리 해당 권역에 페미니즘을 자연스럽게 전파하고 젠더거버넌스 활동가를 새롭게 유입할 수 있도록 페미니즘 기초강좌를 기획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낮시간대가 여유로운 주부들을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분들이 흥미로워할만한 주제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강연주제를 뽑아보고 강연에 적합한 강사들을 섭회하는 역할을 분담하였다.
이 일로 또 어떠한 인연과 기회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2. 왜 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는 긴장될까
젠더거버넌스 기초 강연의 강사를 섭외하기 위해 진짜 오랫만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업무용 저화를 걸어야만 했다. 원래도 저런거 잘 못하는데 이번에는 어디에 소속도 되어 있지 않고, 젠더거버넌스 어쩌고 하면 저 용어 설명하는 것만해도 1분은 걸릴듯한 상황. 강사의 연락처를 알기위해 이리저리 전화를 하면서 다시 불안, 긴장, 주저함, 자신없음...이런 불안정한 상태가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 불편할만큼. 워낙에 알고 있던 나의 성향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이럴까. 왜 나는 유독 그런걸까.
이런 점에서 가장 나와 반대인 소연언니에게 면담 요청해서 물어보았다. 누구와 대화를 하던지 편안할 수 있는 비결이 뭔지 말이다. 언니는 1:1 대화에서 자신은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대화과정에서 상대가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캐치하고 대화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때는 누구에게도 포커스를 맞출 수 없기때문에 어디에서건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더 힘들단다. 그런데 나는 반대였다.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나에게 편한데, 그건 그 중 누군가는 나를 지지할 거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언니와는 반대로 아무에게도 집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날의 대화와 며칠 후에 4학년 밴드에서 어떠한 주제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반대표가 그 의제를 올렸을 때 나는 맨처음으로 덧글을 달면서 토의를 여는 반대표의 글이 조금 편파적이라는 것에 우려를 표하면서 모든 의견이 부담없이 이야기될 수 있는 분위기이면 좋겠다는 글을 적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쓰면서 매우 섬세하게 접근했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그 섬세함은 형식에 대한 것이었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결국 내가 중요시한 건 사람보다는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을 할 때도 그 사람이 지금 점심시간은 아닌지, 혹시 너무 바쁜 시간은 아닐지 백번은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한 문장, 한 단어도 신중하게 고른다.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는 내 모습이 너무 주눅이 든 것 같아 싫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어떤 면에서 남의 눈치를 심하게 보지 않고 있었던 거다. 아..이건 센스의 문제였다. 타고나는 거다. 내가 바꾸고 싶다고 해서 노력해서 쉽게 바꿔지는 것도 아니다. 어찌해야 하지? 좌절하는 나에게 남편은 한 템포 느리게 반응해보라고 했다. 어떤 생각이 올라오더라고 일단 간직해두고 사람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살핀 후 행동하라고. 그래,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인 것 같다. 그렇게 연습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겠지.
3. 여신모임 홍보
4월에 새로 시작할 여신모임을 홍보를 시작했다. 작년과 달리 여러 면에서 홍보에 변화를 주게되었다. 이전 홍보 문구에서 출산여성에게만 항정지었던 홍보 문구를 변경하여 취직을 고민하는 젊은 세대부터 아이들이 독립해나간 장년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문구로 바꾸었다. 또 냇물 밴드에만 올렸을 때 참가 신청이 저조하여 홍보 방안을 다각도에서 시도하게 되었다. 홍보 이미지도 제작하고 냇물아 공식 페북을 통해 홍보를 시작했고, 나도 고민하다가 참방 밴드에 모임 홍보글을 올렸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 나의 활동을 알리는 건 매우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몰래하고 있던 꿍꿍이를 드러내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다른 곳에서 쓰고 있던 가면을 들켜버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시간은 흐르는데 내가 생각한 최소 인원이 차지 않아서 내심 불안하고 걱정되었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 하고 있었는데 과련되어 해석되는 여러 꿈들을 꾸면서 진짜 내 상태를 오히려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홍보가 효과가 있었던지, 냇물밴드에서 2분, 페북을 통해 1분, 참반 밴드를 통해 1분이 신청하셔서 최소인원이 채워졌고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그 중 한 분은 내가 홍보문구를 변경한 의도대로 비혼여성분이이다. 이 분들과 어떻게 모임이 진행될지 매우 기대되고 긴장도 된다.
4. 꿈책, 여걸모임 종료
여걸모임에서 <여자들의 꿈>이라는 책을 읽고 함께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매우 유익했고 흥미로웠다. 내가 모르던 다른차원의 힘과 깨달음을 이용하기 시작한 느낌이 든다. 꿈모임을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네. 아래는 모임하면서 내가 여걸모임 톡에 적었던 내용들.
"어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 참 좋았어요.
내 삶의 상황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선택에 대하여,
내 감정과 몸이 전하는 이야기들을 인정하며 얻는 편안함에 대하여
이야기했었죠.
우리 모두 각자 새로운 변화 앞에서 마음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여신모임에서도 나눴던 이야기이고 책에서도 여러번 읽었던 것들이지만 우리가 모여서 계속 반복하는 이유는 감정과 갈등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수용하고 앞으로 나갈 힘을 서로에게서 받기 때문인듯요.
책내용 중 좋은 부분이 많아서 내용의 엑기스를 모임서 잘 전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못해서 아쉽네요. (흑흑)
모임에서 받은 에너지로 한 주의 삶을 잘 살아내고 돌아오는 일요일에 또 만나요.
이번엔 10장 까지 읽고요,
18일 일요일 10시 사당역 투썸서 만나요~ ^^"
"어제가 공식적으로는 여걸모임의 마지막이었네요.
항상 그렇든 어제 모임도 작은 깨달음 속에서 영혼에 힘을 받는 만남이었습니다. ^^
그런데 어제 집으로 돌아와 만남을 돌이켜보는데 제가 판단식의 말을 많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반년넘게 꾸준히 여걸모임벗들 만나 이야기하다보니 제가 벗들의 삶과 성향에 대해 많이 안다는 생각에 꿈의 해석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여자들의 꿈> 끝에 이런 저자가 꿈모임이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대해 이야기해요. "꿈꾼 이의 삶에 대해 아는 정보가 꿈을 바라보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구성원이 꿈을 판단이나 선입견없이 듣고, 꿈꾼 이와 삶을 관련짓기 전에 꿈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전 꿈해석을 통해 얼른 벗의 삶에 도움을 주고싶은 마음에 서둘렀던 것 같아요. ^^;
혹시라도 어제의 제 성급한 꿈해석때문에 더 혼란스러워지고 불편하셨을 수도 있을 듯 해서 말씀드립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꿈을 자신의 삶으로 가져가는 것은 꿈꾼 이이고, 그 해석은 온전히 당사자의 것이니까 저의 수다가 그것을 틀지우는 것이 아니었길 바라요. 사실 다 잘 걸러서 받아들이셨을듯요. 그냥 제가 찔려서요. ㅜㅜ
제가 처음 시도한 여신모임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여러분이 저에게 참 소중합니다. 참 감사해요.
우리의 삶과 그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우리를 응원해요. 벗들이 꾸는 꿈과 그 길에서 겪는 모든 감정, 혼란스러움마저도 지지합니다. 앞으로도 쭉!
영혼의 지지가 필요할 때 언제든 불러주세요.
가끔이라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수다로 서로 힘을 주고받자요~ ^^"
여걸모임 멤버들과의 인연이 참 소중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지.
5. 기타 마무리
희수아빠와 함께 했던 기타수업이 마무리되었다. 6월쯤에 반모임 때 공연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었는데 잘 될지..ㅎㅎ 기타를 치는 모습이 각자의 기질, 생활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벼리아빠는 기타주법, 악보보는 것에 매우 치밀하고 분석적이셨고 기본부터 충실하려는 모범생 타입이셨다. 현동아빠는 기타칠 때 손과 팔에 힘이 들어가 있어서 이를 잘 빼지 못하셨고 준하아빠는 희수아빠에게 가장 스트로크 발전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들을 만큼 흡수가 빠르셨고 유연한 모습이셨다. 나는 현동아버님처럼 손에 힘이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기타를 치기가 매우 어려웠다.
기타를 치고 싶다고 생각한 건 기타가 가지고 다니기 쉽고 여러 곡들에 적용하기 편하다고 생각해서인데, 기질에 따라 자기에게 맞는 악기가 있다고 했을 때 기타는 내 악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는 뭔가 타악기가 어울리는 것 같기도.
기타를 가르쳐주신 희수아빠의 굳은 살 박힌 손가락과 기타를 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계속 연습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무언가에 고수가 된다는 건 저런 열정이 필요한 거구나 싶다. 그런데 그 또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건데...싶기도 하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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