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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2017년 11월의 月記

고래의노래 2017. 11. 27. 16:36

​많은 것들이 끝났고, 반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 있음을 깨닫기도 했던 11월. 


1. 가을방학


 이번 가을방학은 고래책방과 숲속작은책방 등 다른 북스테이를 추진해보려 했으나 남편의 휴가가 계속 확정되지 못하는 바람에 이리저리 미루다 결국 예약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작년에 갔던 국자와 주걱에 다시 한 번~ 페이스북에서 근황은 자주 접했던지라 1년만에 보는데도 사슴은 마치 어제 만난 것만 같았다. 고양이 요리는 여전히 사람 좋아하고 착하고, 이솔이도 여전히 요리 무서워하고. ㅎㅎㅎ


 이제는 '지인'의 단계에 들어서서 사슴과 서로 조금은 더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무대로 대안교육이라는 것이 공통영역이기에 아이들 교육 이야기를 많이 했다. 공교육에 아이들이 있었을 때 사슴이 학교와 투쟁했던 이야기, 대안교육 안에서 학부모들이 서로 마음과 생각을 나누던 방식, 학교가 아이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1년간 국자와 주걱을 '자유방임'적으로 운영하면서 생긴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들었다. 책방은 항상 열려있지만, 주인장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ㅎㅎ 때론 숙박객이 책방 주인 노릇을 하며 책을 팔아야 할 때도 있는, '이래도 되나? 싶은데 되는' 책방. ㅋㅋㅋ

 세상이 믿는 룰을 보란듯이 무시하여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유쾌하게 물든다. 사슴과의 귀한 인연,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다. 



2. 무용종료


 생각치 못하게 일찍 무용수업을 끝내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미국으로 한달간 워크샵을 가게 되신 것이다. 돌아오시면 그 때는 아이들 학교가 방학에 접어들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일찍 수업을 마치게 되었다. 몸으로 하는 '표현' 부분으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기초자세만 맛본 것이 너무 아쉽긴 했지만, 내 몸 상태상 사실 지금쯤 끝내는게 맞다. 

 허벅지근육와 코어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 밸런스를 강조하며 골반교정을 중시하는 것은 나에게 매우 필요한 운동이었으나 기초자세만으로도 내 허리에는 무리가 가긴 했다. 게다가 석문호흡에서 '내려가는 호흡'을 강조하는 반면, 현대무용에서는 '끌어올리는 호흡'을 강조해서 상반되는 측면이 있었다.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에너지의 흐름 차원에서는 두 영역이 충돌했던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두 부분에서 모두 정체를 일으켰을 수 있겠다 싶다. 조순영님은 나에게 열정과 끼가 많아서 하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어느 정도 체력을 쌓은 후에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안타까워하셨는데 맞는 이야기이다. 일단 원했던 부분을 맛보았던 것에 만족하며, 체력을 키우고 다시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3. 회복적 써클 종료


 회복적 써클도 11월의 마지막주에 종료되었다. 심화과정은 기초과정보다 오히려 더 '기초적인 철학'에 집중하는 수업이었고, 이미 안면이 있는 멤버들과의 만남이었기에 조금 더 빨리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대표님과 식사할 기회도 2번이나 갖게 되었고, 대표님이 안계실 때 진행도 해보는 등 기초과정때와는 다른 깊이로 회복적 써클에 대해 받아들일 기회가 많았다. 전체정신, 존엄, 양자역학적인 관계의 힘 등 회복적 써클의 핵심내용들은 닿을듯 말듯 간질간질했지만, 이해되지 않아도 아마도 그럴꺼라는 믿음이 있어서 나아가보는 나의 내적 상태에 대해서도 다시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폐쇄적인 종교로 유명한 개신교 안에서 목사로 일하시며 개방적인 열림과 받아들임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운동을 펼치신다는 게 매우 힘든 일일꺼라고 짐작되어서 이 부분의 간극과 주변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시는지가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했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아마도 해결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대답을 안하신 걸지도..

 1년간 회복적 써클을 접한 것이 나의 삶에 어떤 작용을 할지 궁금하고, 작용을 일으키려면 내가 어찌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먼저 우리 가족 안에서부터. (이솔이와 윤우...으흑....)



4. 막둥이 2주기


 막둥이가 하늘로 간지 만 2년. 

막둥이를 뿌렸던 아카시아 나무는 그 사이 잘렸다가 다시 줄기를 뻗어서 무성해졌다. 몸과 마음이 바닥을 쳤던 나는 다시 일어나 내가 꿈꾸던 모임을 열었다. 절대 아닐 줄 알았던 나의 모습과 대면하며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의 욕구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미칠듯한 서운함에 퍼석거렸던 남편과의 관계에도 햇살이 비치고 촉촉한 비가 내렸다. 


 '너는 내 안에 있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이제 알겠다. 그저 내가 너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너로 인해 내가 바뀌었고 그래서 영원히 너는 내 삶이라는 것이리라. 



올해도 이솔이, 윤우와 함께 막둥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상을 차리고 함께 기도했다.

막둥아, 넌 우리 안에 있어. 항상 함께.


지극히 어지신 하느님, 

저희는 막둥이가 하느님 곁에 있음을, 하느님께서 막둥이를 돌보고 계심을 압니다. 

막둥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막둥이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남아있는 저희가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믿음의 말씀으로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5. 극복하지 못한 나의 감정


 반에서 작은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사람들로 회복적 써클 심화과정 사람들이 언급되고 진행자로 내가 몇번 추천되면서 몇 번의 통화와 만남, 문자들이 오갔다. 진행자로 이야기될 때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누군가 해야한다면 역량이 부족하지만 내가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긴 했다. 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 써클 심화반이 함께 할테니 도움을 받으면서 진행하면 되겠다 싶었던 거다. 


 그런데 그 갈등의 당사자 중 한 분의 감정의 소용돌이를 보고있자니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예측할 수 없는 반응, 급작스러운 입장변화, 날선 비판과 무조건적 지지에의 갈구. 그건 우리 엄마에게서 내가 받았던 공포였다. 결국 그 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난 주말 내내 끙끙 앓았다. 도저히 봉합될 수 없었던 그 상처와 간극들, 결국 자기가 원하는 말을 들어야만 끝나는 그 무시무시한 이기주의가 다시 떠올랐다. 자식을 하늘로 보낸 딸에게 전화해 그 당시 자기가 얼마나 서운했는지 토로하는...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사람의 요구는 곁의 사람이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때의 일도 계속...


 모든 사람에게는 나름의 사정이 있고, 그래서 이해못할 일들도 없다지만 그걸 감당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는 그것을 감당할만큼 정서적으로 안정되지도 사랑이 충만하지도 않았다. 이해하고 많이 극복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의 몸은 그 때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소연언니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그 감정을 털어버릴 수 있는 때가 올꺼라고, 그러면 좀 더 평온해질 거라고 이야기했다. '가족세우기'라는 심리치료법이 나에게 도움이 될꺼라고도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내 감정에 집중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겪었던 과거로 점점 돌아가 그 때의 나를 내가 안아주게 될 때 많은 것이 변할 것라고 했다. 그래, 내가 아직 그 감정에 머물러있는 상태라는 걸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족하다. 이제 차츰차츰 돌아보고 보듬어보자. 시간을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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