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고양이가 우리 집에! 나는 흔들릴 준비를 한다. 본문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도 고양이를 두려워하던 나였는데..동물은 좋아해도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살갑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런 나였는데...게다가 털알러지도 있었고... 그런데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우리 가족이 되었다. 2018년의 가장 큰 마법이라면 사실 이 변화이리라.
2018년 여름 첫째네 반 아이들이 구조해서 동네 동물 병원으로 데려간 비실비실 길냥이는 놀랍게도 임신 상태였다. 첫째네 담임 선생님께서 전체 반에 이 길냥이를 입양할 가정이 없는지 물어보셨고 아이들은 조르고 부모들은 방어하는 태세가 여러 가정에서 반복되었다. 우리집도 마찬가지. 나는 나의 동물털 알러지로 방어를 하였으나 정작 내 방어벽을 무너뜨린 건 나 자신이었다. 그 아이가 임신 상태라는 것에, 그만 약해지고 말았다. 어떻게든 누군가 돌봐줘야 한다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임시보호'라는 조건으로 냥이를 데리고 왔다. 아래는 첫째네 반 게시판에 공유한 내용들.
오랫만에 글을 쓰네요. ^^
아마 아이들 통해 소식들으셨겠지만 자세히 상황 알려드리고자 글씁니다.
보리(반야)가 윤우네로 잠시 오게되었습니다. 잠시라고 한 이유는 저희가 완전 입양을 결정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예요. 제가 털알러지가 있는데 보리와 함께 24시간 한공간에 있을 때 어느정도로 반응할지 예상할 수가 없어서요. 무척 심할 수도, 살짝 간지럽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무척 심하더라도 보리가 아가들 낳고 산후조리할 때까지는 돌보려해요.
다른 경우면 모르겠는데 출산이 임박했다는 이야기에 어떻게든 해줘야겠다싶더라구요. ㅜㅜ 혹시 출산 때 병원에 있는게 더 나은게 아닌가 하여 의사선생님과 이야기해보니 오히려 가정 안에 있는게 낫다고 하네요. 출산 때는 으슥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장소가 필요한데 병원은 그런 환경이 아니라면서요. (저는 집에서 낳았으면서 왜 저런 생각을 했을까요. ;;)
보리는 처음 있었던 호흡기질환은 지금 치료가 되었는데 신체적으로 약한 편이고, 넘 사람을 따르는 아이라 길냥이로 지내기에는 취약한 아이라고 해요. 그래서 의사선생님께선 밖에서 함께 키우는 것보다는 가정입양을 추천하시네요.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보리와 보리아기의 입양가정을 함께 적극 찾아보자는 부탁이예요~ ^^ 아기고양이는 아마 5~6마리 될 듯 하고 8월 중순 출산하여 10월 초에 입양보낼 수 있데요. 혹시 생각중이신 가정있으심 10월까지 마음내주시어요. 보리의 입양처도 여기저기 알아봐주세요. ^^
아, 저희집에선.보리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지은이름이라 의미있고 이미 익숙해져서요. 간간히.보리 소식 전하겠습니다~
처음 왔을 때 몇 분간은 긴장하고 불안해하던 보리는 이내 안정을 찾고 마치 원래 제 집이었던 냥 느긋해지기 시작했다. 나와 첫째는 알러지가 올라와 한동안 눈이 퉁퉁 붓고 기침, 콧물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주쯤 지나자 알러지 증상은 모두 사라졌다. 아기고양이마저 무서워하던 둘째도 보리를 데려오는데 중요한 걸림돌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보리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순한 보리는 아이들이 자신들을 거칠게 다루어도 할퀴거나 공격하지 않고 그저 도망갔다. 보리가 안전한 고양이라는 믿음이 생기자 둘째는 보리를 완전히 편하게 대하게 되었고 이제 왠만한 동물은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임신시기를 거쳤던 분이라면 보리에게 진하게 감정이입되실 꺼예요.배가 볼록해진 그녀는 밤이고 낮이고 시원한 타일을 찾아 드러눕습니다. ㅎ
며칠 전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보리 배속에는 5마리 정도의 아기들이 있는 걸로 보인다네요. 그리고 열흘 안에 출산을 할꺼라고 합니다.
"열흘이요? 아! 그럼 저희가 어찌해야하죠?"
이렇게 그 얘기에 멘붕이 된 건, 네.. 저 뿐이었죠. ;;ㅎ 아이들은 그저 빨리 낳아라 노래를 부르고 보리 본인은 본능에 생을 맡긴지 오래니까요.
보리는 참 복많은 냥이구나 싶습니다. 여기저기서 보리에게 쏟아지는 마음들을 보고있자니 이 여름보다 더 정말 훈훈해집니다.
병원 선생님께선 초음파와 안약 등의 진료비를 받지 않으셨구요.
이은화 선생님께선 보리를 위한 사료를 사주셨어요.
강은엽 선생님과 새솔빌라주민분들의 기금이 보리의 병원비에 사용된건 아시지요.
이미 집사가족인 준하네와 현동네는 고양이 간식과 사료를 나눠주셨습니다.
그리고 보리를 예전에 돌봐주시던 (반야라고 이름지어주신) 분과도 만났어요. 일부러 보리진료 시간맞춰 기다리고 계셨구요. 어찌 지내나 싶어 보러왔다셨고, 잘 돌봐달라며 다행히 인상좋은 분이(네, 저말입죠. ㅎ) 있는 곳으로 가 안심이라하셨어요. 보리 간식도 사주셨구요.
더운 여름이지만 이런 훈훈함은 나눌수록 청량감 상승이지요? ^^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보리는 어디서 이런 복을 타고난 걸까요?
순하고 샹냥하고 다정한 보리에게 이런 따뜻한 행복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출산 케어 잘 해보겠습니다. 떨리네요...-ㅁ-
보리는 8월 초에 아기를 낳았다. 내 다리를 부여잡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마법같은 일이다. 내가 보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건 '새끼 밴 누군가'를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얼마나 취약하며 많은 돌봄이 필요한 연약한 상태인지 알기 때문에. 물론 임신 상태는 마법처럼 강인하고 충만한 상태이기도 하다. 임신과 출산이 주는 충만함이 크듯이 그 상태에서 겪는 모든 경험들이 우리를 얼마나 상처입히는지 나는 알기에...보리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보리의 출산으로 우리집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찼고 나는 묘한 울러거림과 함께 상처가 어루만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화요일 보리가 드디어 아기들을 낳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저랑 남편 따라다니며 야옹거리고 뭔가 필요하다는듯 쳐다보길래 때가 오고있나보다 했는데보통 동물들이 출산한다는 밤이나 새벽이 아닌 환한 아침에! 보리는 출산을 했답니다.
사람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성격의 보리는 '구석에 들어가서 사람손길 거부'한다는 보통 냥이와 완전 다른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보통'은 아닌 걸로...) 제 옆에서 제가 화장실가는 것조차 불안해하며 집착하더라구요. 잠시만 제가 자리를 떠도 "어디가냐옹~~~" "옆에 있으라옹~" 진짜 이런 톤으로 야옹거리며 쫓아왔습니다. 결국 저는 출산과정 내내 산파처럼 보리 옆을 지켰고 보리는 절 부여잡고 진통을 했습니다. -ㅁ-
작은 배에 정기적으로 수축이 올 때마다 힘을 주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짠하던지요.드디어 한시간? 정도 진통을 하다가 첫째를 낳았는데 당황했는지 낳은 아기를 놔두고 도망가버리더라구요. @o@;;;;;;;; 다행히 둘째부터는 침착하게 잘 낳았고 뒷처리까지 말끔하게 잘 해내었습니다. 병원 초음파로 확인했던 것처럼 모두 5마리였어요!
탯줄과 태반을 스스로 처리하고 아기들 몸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햝아주더니 이제 젖을 물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아....그런데 아가들을 낳고 곧바로 젖을 빨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지 눈이 뒤로 넘어가면서 가뿐 숨을 쉬고 헐떡거렸어요.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고양이들은 강아지들처럼 혀를 내밀고 헐떡이는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 혀를 내밀고 숨을 거칠게 쉬었습니다. 보리가 기절이라도 하는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어요. ToT
출산은 우리 몸이 해낼 수 있는 최고난도의 육체적 수행이라고 하지요. 보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저의 출산이 떠오르면서 안쓰럽더라구요. ㅜㅜ 아아...이제 너도 엄마로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다시금 내려앉습니다.
맨처음 첫째를 낳고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다가 "아...엄마구나..이제 영원히 누군가에게.."라는 생각에 갑자기 무서워졌던 기억도 떠올랐어요.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떠한 기쁨이고 무게이고 한편 고통인지 모두, 잘 알고 계시지요?그렇게 이 세상에 없던 생명들이 세상으로 나오고 한 존재는 엄마가 되는 여러모로 '심쿵'인 순간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 전환으로 다른 '심쿵'을 소개해드려요~~^^
줄무늬까망이, 점까망이, 얼룩 까망이, 회색이, 노랑까만줄무늬 요렇게 5남매네요.
보리의 짝은 뭔가 까무잡잡한 애였나봐요. ㅎㅎ아직 눈도 못떴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꼬물이들'입니다.
삐약삐약 거리며 엄마를 부르고 젖쟁탈전은 벌써부터 치열합니다. 8개의 젖꽂지가 있지만 보리가 배를 다 드러내놓고 누워주는게 아니기에 ㅎㅎ 쟁탈전이 벌어지지요. 근데 굳이 모자란 젖꽂지 갯수가 아니더라도 남이 먹는 것을 뺏어먹으며 할퀴고 밀치고 그래서 그 누군가는 또 삐약거리고 난리가 나네요. ;;;;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저 5마리가 온 집안으로 휘젓고 다닐꺼라 생각하니.... 네. 일단 생각 안하는 걸로요...-ㅂ-;;;
글읽으며 여러 번 심쿵하셨나요? ^^ 그럼 5마리 고양이 남매의 '귀여워서 심쿵?' 성장기는 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후로 삐약삐약 아기냥이들과 함께하는 복된 시간이 흘러갔다. 바라보기만 해도 '돌봄애'가 샘솟는 말랑말랑 아기냥이들과의 하루하루는 정말 즐거웠다.
종이상자도 못넘던 아기들이 이제 제 힘으로 상자를 넘어 집 안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곧 지들끼리 뒹굴며 놀고 여기저기 다니다 엄마에게 끌려오기를 여러차례. ㅎㅎ 그러다 이제 우다다 거리며 잡기 놀이를 하고 서로 사냥연습을 하기에 이르렀다.
막내끼리의 만남. 아오, 루미가 저렇게 조그마했구나.
이리저리 여러 번 냥이들을 옮기는 보리 때문에 우리는 구석을 온통 막느라 분주했다. 사람들이 너무 보는게 불안한가 싶어 보금자리 입구를 아예 벽쪽으로 해놓기도 하고. 근데 굳이 많이 불안하지 않아도 아기들과 보금자리를 옮기는 건 고양이들의 습성이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구석에 아기들이 끼여서 젖도 제대로 못먹을까봐 어찌나 맘졸였던지...
5마리 남매들의 입양 가족을 찾는게 쉽지는 않았으나 어쨋건 모두 따뜻한 가정들을 찾아 갔다.
오랫만에 냥이 사진들고 돌아왔습니다. ^^
많은 분들이 아기냥이들이 입양가정을 다 찾았는지 궁금해 해주시고 걱정해주셨어요.
이리저리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어제 마지막 입양가정이 확정되어 이렇게 기쁜 글 올립니다.
이제까지는 한꺼번에 있는 사진만 보여드렸었는데,
마지막으로 한마리 한마리 소개해드려요.
성훈이네로 가서 폭풍 사랑 샤워를 받고 있는 '버찌'~ (성훈이네가 찍어주신 사진)
제일 먼저 입양이 결정되었던 복많은 아이죠.
버찌라는 이름은 성훈이가 지었다고 하네요. 음, 아마 '보리' 아기라서, 같은 맥락으로? 수컷이예요.
'루미' 막내로 태어나 가장 작은 몸짓으로 연약하게만 보였던 아이. (지금은 아주 대찬 녀성이 되었다지요.)
아기냥들은 다 입양보내려고 했는데 윤우가 '이렇게 정들었는데 한마리도 안 남긴단 말이야!'라고 오열하는 바람에(덕분에?)
저희집에 남게 된 아이예요.
보리가 막내였으니 뭔가 둘이 막내 케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루미는 '먹구름이'의 줄임말이예요. 회색 아이라서.
'뭉치' 아기냥계의 한 덩치. 가장 몸집이 푸짐해요. 그래서 이름도 뭉치입니다. 수컷.
돌아다니는 거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아이예요. 토실토실 둥글둥글 귀여워요. ^^
'수호랑' 호랑이를 닮았어요. 수컷.
아기냥들 중 어렸을 때부터 가장 뺴어난 외모를 자랑해서 아기냥계의 원빈으로 성장하나 싶었는데
갈수록 세련미보다는 허당끼를 보여주고 있는 아이입니다. ㅎㅎ
(얼굴 잘 생겼는데 알고보면 코딱지 파서 먹는 아이....뭐 그런 느낌. ㅋ)
'탐이(타미)' 가장 먼저 둥지를 빠져나왔고, 가장 먼저 어미밥을 넘본 녀석.
탐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이기에 이름도 저리 지었지요.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고 자기 표현도 명확한 아이입니다.
화장실 모래에서 뒹굴며 노는 야성미를 지니기도 했어요. ㅎㅎ
이렇게 5남매랍니다.
버찌는 성훈이네, 루미는 저희집으로 입양되었고
뭉치랑 수호랑은 석원이네가 연결시켜주신 지인분들에게 10월 중순경 가기로 되어 있답니다.
탐이가 마지막까지 확실히 결정이 안 된 상황이었는데요,
어제 현동이네로 가는 걸로 최종 결정되었어요. 몬냥언니가 잘 챙겨주겠죠? ^^
먼저 선뜻 마음을 내주셨던 성훈이네 감사해요. 덕분에 마음의 부담이 한결 덜 한 채 모두 좋은 가정 찾을 수 있을 꺼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버찌가 가서 사랑받는 모습을 직접 보니 넘 뭉클했어요.
지인분과 연결시켜 주시고 직접 와서 안내까지 해주신 석원이네 감사드립니다. 입양가정 지인분은 정말 냥이를 사랑하시는 분인게 느껴졌어요. 누구에게 이야기를 해볼까 이리저리 많이 고심하셨을 듯요!
'모두 안데려가는 한 마리가 남는다면 우리가!'라며 든든한 보험이 되어 주셨던 현동이네 감사합니다. 먼저 데려가기로 했던 가정에서 사정상 탐이를 못데려가게 되었을 때 연락드리니 선뜻 데려가겠다 하시고 오히려 저희에게 '고마워요!'라고 말씀해주셔서 어찌나 찡하던지요.
보리가 아이들 손에 구조된 순간부터 임신기간거쳐 아이들 낳고 아기들 입양가정 정해질 때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셔서 모두 너무 감사했습니다.
띵똥하고 건너와 건네주셨던 냥이 먹을거리들을 보리와 아기냥들이 모두 잘 먹었답니다. ^^
4학년 모든 가정께서 아기냥이들의 입양문제로 함께 고민해주시고 이리저리 알아봐주시고
심지어 데려와야하나 진지하게 고민까지 하셨던 걸 (ㅎㅎ) 알고 있습니다.
그 마음들이 모여서 보리의 아기들이 이렇게 좋은 곳들로 가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아기냥들을 이렇게 한마리 한마리 떠올리며 사진으로 정리하다보니
이녀석들과 이별해야 한다는게 조금씩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6마리 고양이들과의 동거는 저희 가족에게 참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 기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럼 이제 보리 이야기 시리즈는 마무리하겠습니다.
보리와 아기냥이 궁금한 분들은 언제든 방문해주세요~ ^^
보리를 데려오고 보리가 아기들을 낳고 아기들을 함께 돌보고 입양보낸 2018년 여름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었다. 돌봄과 배려라는 따뜻함을 사방으로부터 느끼기도 했고 생명이 주는 기쁨과 경이로움 그리고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수호랑과 뭉치는 백신을 조금 늦게 맞춘 탓에 입양 가정으로 가기 전에 범백혈구 바이러스에 걸려서 생사를 넘나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이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심하게 감정이 요동쳤다. 생명과 책임에 대한 숙제가 다시 한 번 내 앞에 펼쳐진 느낌이었다. 다행이 고비를 잘 넘기고 튼튼하게 돌아와 모두 입양가정으로 무사히 가게 되어 어찌나 기쁘던지.
.
이렇게 냥이들이 아파서 한동안 가슴이 땅으로 가라앉고 때때로 눈물지으며 난 내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대의 안위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그런 취약한 상태에 또다시 빠졌다는 걸. 이제 보리와 루미. 이렇게 두 마리 냥이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나는 또 이 아이들 때문에 기쁘고 슬프고 괴롭고 위안받겠지.
내 옆에 와서 자신과의 부비부비 시간을 요구하다가도 따뜻한 햇살에 누워 편안히 낮잠을 즐기며 만족스러워하는걸 보면 녀석들의 '중심잡힌 다정함'에 나마저도 영향받는 기분이다. 내가 그리도 원하던 모습. 모두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그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함 그리고 그 힘으로부터 오는 느긋한 편안함. 어쩌면 그걸 이 녀석들과 함께 지내며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생명들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이제 나는 흔들릴 준비를 한다. 어쨋든 무언가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결국 함께하는 삶 자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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