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47)
고래가 부르는 노래
오늘은 윤우가 한단계 뛰어오른 날! 바로 이유식을 시작한 날이야. 원래 기억하기 쉽게 4월달부터 시작해야지~라고 엄마는 다짐하고 있었는데, 요즈음 윤우가 엄마 먹는 걸 뚫어지게 바라보고 식탁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기에 특별히(!) 하루 더 빨리 시작하게 되었어. 오늘 윤우가 일찍 깨어나서 아침시간이 여유로왔던 탓도 있었지. 라는 책을 토대로 쌀 미음 제작 돌입!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여야 하기에 윤우는 쏘서에 앉혀 두었었는데, 쌀을 갈기 위해서 믹서기를 돌리자 윤우가 울어버린다. 믹서기 소리가 너무 컸나봐. 내일부터는 작은 방에 들어가서 문 닫고 갈아야겠다. 혹시나 윤우가 놀랄까봐, 일단 모유를 10분쯤 먹이고 배가 그득해진 기분좋은 상태에서 한숟갈 입 앞에서 흔들어 보았다. 처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윤우는 이 세상에 오직 단 한 명. 그 누구와도 같지 않아. 하지만 이 세상에는 사람들을 서로 비교하기 위한 잣대가 너무 많지. 그건 심지어 태어난 순간부터 존재한단다. 오늘은 할아버지, 할머니랑 멀리 외식을하러 갔었어. 경기도 외곽의 저수지 큰처에 있는 꽤 유명한 한정식 집이었어. 윤우에게 젖먹일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방의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윤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데, 윤우만한 아기를 안은 일행이 바로 옆 테이블에 앉게 되었어. 윤우를 낳은 이후로는 다른 집 아기들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단다. ^^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그 집의 아기를 유심히 보게 되었지. 아직 윤우보다는 한참 어린 나이의 여자아기였는데, 방석 위에 뉘여 놓으니 찡찡 거리지도 않고 혼자 고물고물 손을 ..
어제는 잠투정이 아주 심했어. 낮잠도 30분밖에 자지 않고 밤잠도 칭얼거리기에 30분동안이나 울려버리고 말았다. 물론 토닥이고 안아주면서. 그게 오늘 이렇게 뒤집으려고 그랬던 거였나? ^^ 찡얼대는 윤우를 재우려고 안방에 들어갔다가 잠을 자지 않기에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공갈을 물고 왼쪽으로 왼쪽으로 자꾸 고래를 돌리더니!! 어라어라!!!! 뒤집어진 윤우! 엄마는 '혹시 어쩌다 한 번 이러는 것?'이라는 신중한 마음으로 조금 더 지켜보았어. 공갈 젖꼭지로 약간 유도를 하니 3번쯤 더 뒤집는다. 야호~~~~윤우 한 걸음 더 컸구나! 잠실과 청주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도 연락을 드렸다. 쏟아지는 축하말~ 몇 개월간 허리를 계속 들썩이기만 하고 뒤집지를 않아서 모두가 고대해 왔기에 그 기쁨이 더 컸지~ ..
오랫만에 엄마는 외출을 했었어. 지난 달에 엄마 생일 있었던 거 기억하지? 그 달에 엄마랑 친한 친구의 생일도 있거든. 그래서 오늘 친구들이 같이 모여서 늦게나마 둘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로 한거야. 오랫만에 친구들과 만나는 거라 엄마 마음은 한껏 부풀어 있었지. 종로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 오전에 젖을 충분히 먹인 뒤, 아빠에게 윤우를 맡기고 출발했어. 버스에서 시간을 확인하러 휴대폰을 열어보니 밧데리가 간당간당. 마지막으로 영주 이모에게 10분정도 늦을 수도 있다는 양해 문자를 보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이에 엄마 친구 중 한 명은 임신을 했고, 또 한 명은 남자친구가 생겼더구나. 밀린 이야기들로 한창 입이 바빴단다. 점심을 먹고 생일 선물을 고르러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혜원이 이모에게 걸려..
낯가림은 아기가 이제 사람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증거! 즉, 그만큼 똑똑해졌다는 뜻이야. 윤우도 이제 낯가림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할아버지!!! 할머니나 고모에게는 그렇게 심한 반응까지는 보이지 않는데 유독 할아버지만은 기겁을 한다. 안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까이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엉~엉~ 울음바다가 되어버리네. 처음에는 허허 웃으시던 할아버지도 몇 번 윤우의 울음이 반복되니 많이 서운하신 눈치더구나. 아기의 발달 과정인 걸 아시니 머리로는 이해하시지만 워낙 윤우를 예뻐하시다 보니 윤우의 그런 반응에 마음이 안 좋으셨나봐. 할아버지가 더 익숙해지고 낯가림을 안하게 되면 윤우가 이 시간을 더 진~하게 보상해 드릴꺼지? 할아버지는 서운해하시지만 곁에서 보는 엄마, 아빠는 ..
방금 윤우의 책을 또 주문해 버렸어. 엄마 책도 몇 권 사고 싶었지만, 일단 이번 주말에 도서관에서 왕창 빌리는 것으로 대신해보기로 하고 윤우의 책만 3권 주문! 요즈음 뒤집지는 못하면서 누워있기는 싫어하는 윤우. 부쩍 심심해하는 것 같아 보기 안타까울 지경이야. 주말에 쏘서를 한 번 조립해줘 볼까해. 거창한 장난감들을 하나 둘 추가하지 못한다면 가장 손쉽게 추가할 수 있는게 토이북!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눈이 빨갛게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렸단다. 서평이 좋은 책들로만 골라보았는데 아직까지는 돌 이후부터 보여주는 책들이 많은지라 윤우에게는 살짝 이르다 싶어. 그래도 엄마가 열심히 읽어주면 들어주겠지? "안녕, 달님"과 "꿀벌 따닥책"을 좋아하는 윤우. 마구마구 소리지를 정도는 아니지만 꽤 집중해서 쳐다보고..
어제 연습한 대로 아기띠를 하고 이른 아침에(9시 반이었지만...^^) 윤우와 함께 보건소로 출동~~~ 처음 타보는 버스에 잘 적응할까, 찡얼거리지는 않을까 두근 반 세근 반이었는데, 윤우는 역시나 또 꾸벅꾸벅 꿈나라로 가더구나. 보건소에 도착해서 DTP와 폴리오 주사를 양 허벅지에 빵빵 맞았지. 주사약이 들어갈 때 약간 뻐근하다는 한 쪽 주사에 "엥~"하며 반응하더니 주사를 빼니 곧 잠잠해지더구나. 우리 윤우, 엄마 어릴 때처럼 주사 잘 맞는 아이가 되려나? ^^ 4개월째에 몸무게는 7.8kg 쑥쑥 자라고 있구나~ 윤우!! 그런데 오늘 보건소에서 밤중수유가 너무 잦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3번이면 너무 심한거라며 아무리 밤에 깨도 10분 정도는 토닥여서 다시 재우는 연습을 시키라고 하더구나. 안그래도 밤..
윤우를 낳고 나서 들은 말 중 가장 많은 게 "아들은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딸의 10배는 더 들어!" 라는 거였어. 여자아가들보다 남자아기들은 훨씬 활동적이기 때문에 이를 다 받아주다보면 진이 다 빠진다는 거지. 아직까지 윤우는 누워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 아가라서 엄마는 이런 걸 잘 느끼지 못했거든. 그런데 요즈음은 슬슬 실감이 나려고 해. ^^;; 지금 열심히 뒤집기 연습하고 있는 중인데 벌써 부터 뉘여놓으면 누워있기 싫다고 징징~~~꼭 안아서 세워주거나 앉혀줘야지만 잠잠해진단다. 누워서 보는 세상이랑 앉아서, 서서 보는 세상이랑 많이 달라서 그런가봐. 윤우는 탐험가니까~~^^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은 윤우랑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지 고민이야. 누워만 있을 때는 여러가지 책과 딸랑이, 모빌만으로도 윤우..
오늘은 엄마와 윤우에게 모두 도전의 날! 처음으로 엄마 혼자 아기띠를 하고 윤우와 외출을 했어. 윤우하고의 외출은 모두 아빠와 함께였는데, 이제 아빠는 주말밖에 시간을 못내시잖아. 그렇다고 윤우랑 엄마랑 맨날 방바닥에서 뒹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내일이면 보건소로 예방접종을 맞으러 가야하는 날이어서 연습이 필요하다 싶었지! 아기띠 연습도 항상 아빠만 하고 엄마는 하지 않았었어. 너무 안일했지? ^^;; 아기띠로 안아줄 때마나 윤우가 힘들어해서 조금 걱정이었는데, 아빠 품보다는 엄마품이 역시 좋았는지 아기띠 안에서 조용히 바깥 구경을 열심히 하더라구. 기분전환과 연습용 외출이었기 때문에 딱히 목적지도 없어서 엄마가 심심하면 들르는 교보문고에 갔단다. 며칠 전에 상윤이네 놀러갔을 때 여러가지 멜로디 ..
오늘은 윤우와 엄마가 오랫만에 단 둘이 보내는 하루였어. 지난 주 월요일부터 잠실과 청주를 왔다갔다 했고, 어제는 아빠의 휴가였기 때문에 온전히 엄마랑 단 둘이 있는 시간은 오랫만이었지. 환경도 여러 번 바뀌고 돌봐주는 사람, 안아주는 사람 많다보니, 일주일 사이에 윤우의 생활패턴과 습관은 확연히 달라져 버렸단다. 점점 더 혼자 있기 싫어하고 누워있기 싫어하고, 잠들 때도 누워서 자지 못하고 안아주거나 젖을 먹여야만 되지. 어렵게 만들어놓은 좋은 습관들이 일주일 사이에 사라져버려 엄마는 조금 초조한 느낌이 들었단다. 이렇게 윤우 다루기가 어려워진 마당에 엄마도 일주일동안 요리할 걱정없이 뒹굴거렸으니 갑작스럽게 윤우랑 보내게 된 시간이 더 힘들게 느껴졌어. 하루종일 집안을 치우지도 못하고 윤우와 붙어있었단..
오늘은 윤우에게 "첫 경험"이 많은 하루였어. 처음으로 엄마, 아빠랑 백화점 나들이를 했지. 유모차를 타고 외출을 한거야. 아빠가 옷을 살 일이 있었는데, 마침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윤우를 데리고 도전을 해보기로 한거지. 낮잠을 자는 윤우가 깨면 얼른 젖을 한 번 먹이고 기분좋은 상태에서 출발하려 했는데, 왠일인지 2시간이 다되도록 일어날 줄 모르는 윤우..^^;; 더 늦어지면 해가 떨어져서 추워질 게 뻔해서 결국 급한 마음에 윤우를 깨우고 말았단다. ^0^;; 방한커버를 씌운 거한 모습의 유모차에 윤우를 싣고! 출발~~~ 엄마, 아빠는 행여나 윤우가 칭얼거릴까 계속 윤우를 바라보며 안심시키느라 바빴지. 엄마, 아빠의 옷을 고르는 내내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더니 결국 한시간 되자 잠이 들어 버리더구..
오늘은 윤우가 EASY 패턴을 거의 정확하게 지킨 날이었어. 그래서 낮잠을 4번이나 잤단다. 물론 45분 칼잠인 게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 윤우가 낮잠을 자기 시작하면 엄마는 책을 보기 시작해. 청주에 내려와서 시간날 때마다 읽으려고 지난 주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책을 미리 구매해 놓았었단다. 공지영이라는 인기 작가가 쓴 산문인데, 자신의 딸에게 인생의 조언들을 편지형식으로 풀어놓은 책이지. 이 사람의 작품은 소설인 "즐거운 나의 집"과 시를 모티브로 엮은 에세이집인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라는 두 책밖에 읽은 적이 없지만, 읽은 후에 다시 한번 손이 가는 흔치 않은 책들이라 이 작가에게는 호감을 갖고 있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윤우야. 오늘은 희망과 좌절이 동시에 흩뿌려진 날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성장하고 있지. 우리 윤우처럼 말이야. 성장에는 그만큼의 아픔이 따르게 되어 있단다. 요즈음 윤우가 이가 나려는지 짜증도 많이 늘고 자꾸 무언가를 씹으려고 하잖아? 아주 단순한 비유지만 성장을 위한 아픔이라는 건 이와 같아. 이러한 아픔이 있은 다음에야 반짝이는 다음 단계로 들어설 수 있지. 어제 많은 사람이 뜻하지 않게 죽는 사건이 있었단다. (2009년의 용산 철거현장 충돌 사태를 검색해 보면 될꺼야.) 대의를 위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그 변화 속에서 본의아니게 시름하게 된 사람들의 기싸움 같은 것이었지. 어느 쪽도 상처입지 않은 채 모두의 만족을 추구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모두의 만족을 위해서는 모두의 양보가 필요..
바뀐 환경 때문일까. 오늘은 유난히 낮잠투정이 많았던 윤우. 유모차에서 잠자리로 또 다시 엄마품으로의 회전을 몇차례 거치고 나서야 너는 힘겹게 잠이 들었지. 많이 피곤했는지 설렁설렁 젖을 먹어놓고도 내리 2시간 낮잠을 자더구나. 덕분에 엄마도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었어. 윤우가 이렇게 가끔씩 엄마를 힘들게 할 때면 엄마도 사람인지라 짜증이 나고 윤우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되내이곤 한단다. 너눈 순수한 영혼이란 걸. 누군가를 골탕먹이기 위해 행동할 줄도 모르고 일부러 남을 화나게 할 줄도 모르는 그야말로 자기 감정이 충실한 아가일 뿐이라는 걸 말이야. 지금은 마냥 엄마의 사랑만 먹고 자랄 나이. 짜증난다고 조금 힘들다고 너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혹시나 너의 그 깨끗한 영혼에 ..
오늘은 윤우가 아주 특별한 외출을 한 날이야. 지금 엄마가 글을 쓰는 이곳은 엄마의 고향 청주란다. 윤우를 낳고나서 몸조리를 위해 친정에 내려가 있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었지만, 1시간 반이라는 나름 윤우에게는 장거리일 자동차 여행이 무리일 것 같아 백일까지 미루고 있었지. 마침 다음 주가 설날이어서 아빠와 함께 윤우를 데리고 첫 장거리 여행을 나서게 되었어. 자동차의 부드러운 진동과 적당한 소음때문에 차만 타면 자는 아기들이 많아서 30분 정도의 드라이브는 걱정없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1시간 반이라니, 이 정도의 시간을 윤우가 견뎌낼 수 있을까 떨리기도 했어. 다행히 윤우는 차를 탄 순간부터 쿨쿨 잘도 자더구나. 카시트를 불편해하지 않고 칭얼대지도 않아서 얼마나 대견했는지 몰라. 100킬로 이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