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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부르는 노래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사이언스북스 모임에 이 책을 추천했을 때 내가 말한 거창한 이유는 이것이었다.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몸, 마음, 사회를 살펴봤으니 이제 우주 한 번 봐야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라는 책을 함께 읽어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짜맞춘 그럴 듯한 이유였다. 막연히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를 살펴보는 걸 도와줄 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분명 그럴꺼라는 확신은 없었던 거다. 그런데 칼 세이건은 이 책의 머릿말에서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세상에나...그리고 그의 말처럼, 막연했던 나의 기대처럼, 는 나를 인간의 본질로 이끌었다. 심히 우주적으로!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인간은 자신을 근원을 탐구한다..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민음사 * 드디어 나왔다. 포르노그래피! 1세대 페미니즘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자들을 연대하게 만들어주는 주제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에게 의무로서 당연하다는 듯이 주어진 이 노동을 '선택'으로 바꾸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가사도우미 고용'으로 인해 여성들 사이에서의 새로운 계급화라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 결과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한정되는 문제를 다 해결하기도 전에 2세대 페미니즘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 중심에 포르노그래피가 있었다. "2세대 페미니즘은 포르노물이라는 단층선을 따라 자유적 페미니즘과 문화적 페미니즘으로 분열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성차별적인 발언에 발끈하며 '성평등..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민음사 * 대통령이 '여성'이기에 일어난 진짜 문제들 11월 말과 12월 초를 지나면서 나라에 광풍이 일었고, 이제까지 꾹꾹 눌러져왔던 사회의 썩은 부분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터져나왔다. 그 썩은 부분들에는 2016년 한 해동안 계속 이슈가 되어 왔던 '페미니즘'도 있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이 여성이기에 문제가 되는 상황들이 터져나왔다. 대통령의 문제들이 '여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갇힌 채 좁게 해석되고는 했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들이 여성혐오욕설과 여성비하용어들 안에서 팝콘튀듯 증폭되었다. 이렇게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대통령을 여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탈출시키려할 때 정작 대통령 본인은 '여성의 사생활'이라는 변호인의 말을 ..
이사를 하는 부산스러움 때문이었을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올 때 즈음에는 항상 일년을 글로 마무리해보고 내년을 새롭게 다짐하고는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게다가 막둥이 1주기였던 그 날의 기록도 당일에 적지 못했네. 시간을 내어 따로 적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갈 만큼 내 마음이 벌써 안정이 된걸까. 천변을 산책할 때면 아이들과 에쁜 꽃을 꺾어 막둥이 나무에 놓아주고 막둥이에게 인사를 하곤 했다. 막둥이를 뿌린 곳이긴 하지만 막둥이가 그 곳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어느 날 천변의 나무들이 싹뚝 잘리고 막둥이 나무도 잘려진 것 보았을 때 심장이 쿵!하긴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슬퍼하지 않았다. 막둥이가 그 곳에 잠들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 곳에 남아 있는..
빨래하는 페미니즘 -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민음사 에서 저자는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잃어간다'는 케케묵은 이야기를 결국 직접 삶으로 경험해내다가 출구를 찾기위해 페미니즘과 다시 만나게 된다. 결혼, 특히나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란..더 말해 뭐할까. 그래서 이번에는 모임벗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들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는 어떤 성격의 과정이었고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삶은 어떤지를. 어렸을 때 나는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죽기 전에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내 이름을 알리겠다는. 구체적인 행동은 없으면서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만 활활 타오르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그 시절에는 결혼, 출산, 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