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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18년 - 다양한 경험과 만남 그리고 깨달음 본문

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나의 2018년 - 다양한 경험과 만남 그리고 깨달음

고래의노래 2019. 1. 19. 01:22

8월부터는 월기조차 쓰지 못했다. 하반기에 여러가지 활동을 마무리지었는데, 무언가하나를 결짓는 것은 그것을 하고 있을 때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작업이기에 많이 바쁘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대부분 내가 선택한 일들이었기에 활동하면서 즐겁고 보람을 느꼈다.

 

 

1. 외부활동

 

1)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 활동 / 에세이단 활동

서울시 성평등 정책제안 활동은 2018년 3월부터 11월까지 올 한 해를 관통하며 이어온 가장 긴 프로젝였다.

실제로 관과 함께 하는 기간은 7~8월 두 달이었는데, 그 작업을 위해 성평등 활동가 기초과정, 심화과정을 듣고 여러 모임들을 거치며 작업물을 보완하고 정리해나가는 작업이 참으로 길게 이어졌다. 강연을 기획하고 강사님들과 직접 컨택하여 강연 자리를 만들고 홍보하는 과정을 오랫만에 다시 진행해보았다. 강연을 듣고 정리하여 후기로 남기는 작업도 부탁을 받아 하게되었는데 워낙에 글을 빨리 쓰지 못하는 편이라 조금 고생했지만 강연 내용이 다시 한 번 나의 것으로 확실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후기 글 중 하나는 나중에 활동 에세이집에 실리기도 하였다.

내가 작성한 최종 보고서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많이 뿌듯했는데 일의 결과물로 이런 평가를 받은게 너무 오랫만이라 감회에 젖기도.

 

2018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활동을 마치고 http://whalesong.tistory.com/883

 

에세이집 활동을 하며 나는 주로 삽화과 4컷 만화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성평등'을 이미지로 표현한다는 것은 말이나 글로 풀어내는 것과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었다. 이미지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각자료인만큼 성평등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도 글의 내용 또한 한 컷 안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임벗들을 끊임없이 '전형성'에 대한 탈피를 요구했는데 많은 내용을 한 눈에 보여주려면 어느 정도의 전형성도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순정만화'같다는(그래서 페미니즘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나의 그림틀을 깨려고 노력하면서도 모임벗들이 바라는 것 또한 '페미니즘'이라면 느껴지는 너무나 전형적인 이미지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생각들 속에서 성평등을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특히나 이번 활동들이 나에게 의미있었던 건 20대 페미니스트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것. 그들이 현실에서 매일매일 부딫히는 차별의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하기도 했고 여러 경로로 전해들을 수도 있었다. 내가 '기혼의 아이 둘 있는 중년여성'이기 때문에, 즉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과 숙제들을 이미 끝낸 사람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느끼지 못했던 점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20대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 두려움, 고통과 분노가 너무 안타까웠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다짐도 하게되었다.

 

2) 이화리더십개발원 신입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프로그램 수료

나에게 '불가능의 파란 장미'였던 여성활동가 리더십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한 번의 결석없이 개근상까지 받으며. ^^

일주일에 한번씩 공부하는 학생으로 돌아간 듯 캠퍼스로 가는 것이 어찌나 신이 나던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시간이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모험이자 시도였기에 더 특별했던 과정.

지금은 자치모임 운영진으로 선발되어 자치모임을 꾸려가는 중이다. 자세한 후기는 아래 링크.

<이화>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교육 수료 http://whalesong.tistory.com/832

 

3) 임팩트 커리어 행사 참여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재취업 리크루팅 행사인 '임팩트 커리어 W' 행사에 참여해보았다. 아직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가 케어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당장 재취업에 나설 생각은 없지만 나의 상황과 사회의 상황을 한 번 살펴보고 싶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전 오랫만에 이력서를 쓰면서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길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경력'보유'여성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행사를 통해 나의 '경력'이라는 것을 새롭게 조망해보게 되었다. 육아기간이 나에게 전혀 의미없는 시간이 아니었고 인간적으로 나를 성장시켜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나를 고용할 수 없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어필할 마음까지는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의 이 경험이 당신들에게 어떠한 '이윤'일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힘든 일이다. 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계속 경험을 통해 조율해나가보련다. 딱히 어느 기업에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2018년 돌아보기를 이렇게 길고 자세하게 쓰는 것도 2018년에 내가 보유하게된 경력들을 되집어보는 의미이기도 하다. ^^

 

 

2. 냇물활동

 

1) <내 안의 여신찾기> 모임 활동

4월~7월 2기, 9월~12월 3기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매번 다른 깨달음을 주는, 나에겐 축복과 같은 모임.

지금은 3기 모임기록집을 만드는 중이다. 이 또한 잘 마무리해야지.

 

2) 냇물아 흘러흘러 페북지기 & 홍보 서포트 활동

그냥 정체되어 있는 냇물 페북(http://www.facebook.com/natmoola)을 보다보다 내가 나서게 되었다. ㅎㅎ 일단 냇물지기님이 밴드에 올리시는 글을 복사해서 붙이는 것이 주요 업무이나 간간히 낵물지기님 포스팅에서 공유할만한 것을 끌어다가 내가 직접 포스팅을 작성하기도 한다.

또한 냇물 시민강좌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냇물 강연 포스터들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매번 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 내가 경황이 없을 때는 하지 못할 때도 많다.

 

 

강남구 북페스티벌에 냇물 부스가 참여했을 때 홍보물 작업하고 부스에 스텝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맞이한 냇물 해넘이 파티~ 이 행사에서 신입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프로그램을 수료하며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잡았던  <일 벌인 여자들> 간담회를 열었다! 냇물아 흘러흘러에서 자신만의 모임을 만든 모임지기들의 창직이야기. 3분의 패널 중 한 명으로 참석하여 발표하였는데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일과 나'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역시 경험과 생각을 글로 말로 정리한다는 것은 그것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다!

 

 

 

 

3. 마을활동

 

1) 사통이네 책마당 책심기 모임 행사

학교와 어린이집 바로 근처의 작은 마을 도서관이 생겼다. 학교 연대위 분들이 열심히 만드는 소중한 공간. 그 공간을 열며 첫 행사인 '책심기 행사'가 기획되었고 그 진행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그 어려움과 고단함을 함께 하지 못하고 그저 결과를 누리기만 하게 될까봐 죄송했는데 이런 제안을 주시니 오히려 감사했다.

홍보물을 작업하고 행사의 세부내용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여신모임의 경험이 확실히 나에게 차곡차곡 쌓여있음을 느꼈다. 행사는 더 없이 유쾌하고 즐거웠다. 이 첫 기운이 사통이네 책마당으로 쭈욱 잘 이어졌으면!

 

 

2) 청계마을 여인극단 활동

6월 ~ 11월. 11월 30일 연극공연. 감동, 즐거움, 깊은 깨달음과 좋은 사람들과의 멋진 만남이 있었던 감사한 경험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

▶ 여인극단 연극, <안녕, 엄마> http://whalesong.tistory.com/886

 

3) 발도르프 7년 주기 전기작업

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던 경험. 깨어있는 듣기가 어떤 배움을 선물하는 지 알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

▶ 7년 주기로 돌아보는 전기 작업과 그림책 만들기 http://whalesong.tistory.com/885

 

극단 활동과 전기작업 두 활동을 하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모임에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그 과정들을 지켜보며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일을 진행하는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가 내가 기대한만큼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것을 단순하게 평가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배움을 가져가느냐 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었다. 최선의 결과는 결국 내가 만드는 것!

 

 

4. 학교&어린이집 활동

 

1) 어린이집 번개짱 활동

2018년 2월에 선생님과의 소통을 위한 부모단위의 장을 뽑을 때 뽑히긴 했지만 나는 그런 역할이 아니라 번개짱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1년 내내 신입환영회, 교현이네 환송회를 빼면 번개를 한 적이 거의 없다. -_-;;; 내가 너무 바빴던 것이다. 그래서 12월에 빛그림 만들기 번개를 서둘러 잡았었다. ㅋㅋ

짱 활동을 하며 내가 중심에 잡았던 건 사실 밴드에 '기록'을 남기는 것. 매년 새로운 가족이 들어오는데 이제까지의 히스토리를 구전으로만 전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풍 때 차량지원부터 바자회 기부처 아이디어, 부모모임 기록, 송년회, 졸업식에 대한 의견 나눔 히스토리, 스승의 날 선물 히스토리, 선생님 생신선물 히스토리 등을 밴드에 매번 남기려고 했고 태그로 구분해놓았다. 이제 새로운 짱을 뽑아야 하는데, 내가 남긴 기록들이 도움이 되길.

부모짱을 뽑았던 건 사실 선생님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주요한 원인이었는데 2018년에는 이 부분이 나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형식 면에서도 여러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이제 어린이집은 2019년 올해가 마지막이구나! 이리 생각하니 뭔가 애틋하네.

 

2) 악기짱 활동

이건 진짜 별거아니지만 선생님과의 공적인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이 역할을 통해 몇 번 이루어졌었기에 의미있었다. 나중에 내가 대표든 부대표든 하게 되었을 때 어떠한 상황이 생길지에 대해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다.

 

3) 기타연주 시작

1월~ 3월에 희수아버님으로부터 기타의 기본주법을 배웠다. 기타를 마스터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아직 연습 의욕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나를 추동하는 마음으로 12월에 반모임에서 기타공연을 하기로 하고 같은 반 학부모 2분과 함께 연습을 시작했다. 사실 희수아버님께 기타를 배우면서 모임벗들끼리 레슨이 마무리되면 반모임에서 한 번 공연하자!고 이야기했었는데 정작 레슨이 끝나자 더 이상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었다. 바쁜 틈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배움의 기회를 주신 희수아버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공연은 한 번 꼭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2018년이 넘어가기 전에 하기로 결정! 루돌프사슴코, 등대지기, 담다디를 연습했는데 연습과정도 즐거웠고 공연 때에도 음악의 흥에 빠져서 즐겁게 할 수 있었다.

2019년에도 꾸준히 기타 연습을 하는 것이 목표! 그러기 위해서는 때때로 공연을 해야???

 

4) 회복적 서클 연습모임 활동

2017년부터 꾸준히 해온 회복적 서클 연습모임. 올해 말에는 학교 평화위와 협업으로 회복적 서클 워크샵을 들은 분들을 다시 소환하는 만남의 자리인 <지원과 돌봄 : 첫번째 만남>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나는 홍보부분의 기획, 진행을 맡아서 홍보물을 디자인하고 홍보 게시물을 작성하는 작업을 했다. 행사 자체는 성황리에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이 행사를 통해 연습모임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 좋았다.

모임을 통해서 상대의 말 이면의 욕구에 다가가고자 하는 연습, 나의 감정에 대해서 돌아보고 어떠한 지점에서 걸렸는지 이해하려는 연습이 꾸준히 되어왔다는 걸 나의 생활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멈추어 생각하는 습관은 확실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아직 온전히 서클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깨닫고 닿고 싶기에 연습모임을 계속하려고 한다.  올해에는 무려 새벽 6시 모임!!

 

 

5) 학교 교육위 활동

교육위에서 활동하며 이 소위는 내 역량으로는 있을 곳이 아닌가보다! 싶은 생각이 들어 고민하기도 했는데, 2018년에는 내 역할을 찾아 해나가기 시작했다. 홍보 포스터 작업물과 홍보 게시글 작성을 주로 담당하고 있고 회의록을 맡고 있다. 신입 NGO 여성활동가 프로그램과 젠더거버넌스 교육을 통해 들었던 진저티 프로젝트의 세대소통 강연을 학교 구성원들을 위한 소통 강연으로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다. 교육위 강연 역사 이해 처음 구글폼으로 강연 신청을 받는 작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강연 기획과 진행, 평가까지 일련의 작업들이 진행되는 과정을 매뉴얼화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중이다.

 

 

 

5. 우리 가족 사건

 

고양이 보리가 가족이 되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사람이 고양이를 두 마리나 집에 들이다! 고양이들과의 만남은 나의 어떤 부분을 일깨웠다!

자세한 기록은 아래 링크.

고양이가 우리 집에! 나는 흔들릴 준비를 한다. http://whalesong.tistory.com/834

 

 

2018년을 돌아보며 몇가지 알게 된 깨달음이 있다. 모든 경험과 모든 만남은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주는 기회라는 것 그리고 경험은 어디가지 않고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는 것이다. 부딪혀보지 않으면 나는 나를 존재로 인식할 수 없다. 그것은 물리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영혼적인 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나쁜 짓이라도 하라!'는 니체의 말과 '나는 내 경험의 합이다.'라는 융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다. 특히나 그 경험이 꾸준한 것일 때 그 에너지는 참 '참되다'는 느낌이 든다. 강력하거나 효과적인 것과는 다른 차원의, 선하고 진솔한 에너지. 2019년에는 외부로 뻗었던 내 에너지를 안으로 좀 모아들이며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가치있게 느끼는 것은 내가 꼭 경험해봐야 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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