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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2018년 5~6월月記

고래의노래 2018. 7. 11. 23:47

많은 모임들과 새로운 시도들, 종종 끼어든 여행으로 많이 바빳던 5월과 6월.


5월에는 첫째 봄방학에 맞추어 제주도로 미리 휴가를 다녀왔다. 

5월의 제주도는 바다놀이하기에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둘째는 여지없이 항상 바다에 갈 때마다 홀딱 젖게 놀았다. 너무 덥지 않은 날씨를 누리고자 여러 오름들을 가족과 함께 오르기도 했다.


물빛고운 협재, 도다리 잡으며 신났던 종달리, 한적해서 낯설었던 표선, 멸치떼를 몰아 말미잘에게 먹여본 월정리.

분화구에 못이 있는 민오름, 세계자연유산 동굴을 품은 거문오름, 능선이 예쁜 용눈이 오름, 신성한 신들의 도산 당오름.

다채로운 해변과 오름들로 즐거웠고

근 1년만에 안나샘도 다시 만나 더 없이 좋았다. 어떤 곳에 가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번에 제주에서 여러 숙소들을 거치면서 환대와 연결이 일어난다는 건 어떻게 가능한건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떤 숙소에서는 고급진 취향의 물건들과 세팅, 손글씨로 적은 집 안 곳곳의 메모들이 포근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나는 계속 숙소 주인이 지키고자 하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건 자신의 공간을 자신의 취향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였고 그 의지 밖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반면 마지막 일정에 묵은 민박집은 매우 평범하고 좁았지만 주인 할머니의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따로 예약비도 받지 않고 내가 속이 안좋아 아침 못먹은 걸 기억하시고는 걱정해주기도 하셨다. 

나는 궁금해졌다. 보통은 어느 정도의 거리감과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낫다. 그 분들이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참으로 다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람경험을 많이 해보셨을 프로 민박주인이신 할머니께서 사람에 대해 저렇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유지하실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오히려 사람은 믿을만하다는 걸 삶으로 알게되신걸까? 아니면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은 만큼 중심이 뚜렷하신걸까?

하나 분명한 건, 나는 '환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고경이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첫째주 수요일에 복지관 배식봉사를 다녀왔다. 어르신들께 배식을 하며 이것은 어떤 의미의 복지일까 생각했다. 내가 노인이 된다면 어떤 점이 힘들까, 어떤 점이 아쉬울까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질문을 낳는다. 그 점이 참 좋다.


젠더거버넌스 실무교육을 모두 받았다. 이제 이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점검해볼 일만 남았다. 은희샘의 요청으로 기초교육과정에서부터 후기 올리는 작업을 했었는데, 확실히 글로 정리하는 것은 배운 것을 익히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정리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의미들이 글로 정리를 하며 떠오르는 일이 많았다. 실전교육까지 가면서 이걸 계속 해야하나 의문도 들었는데 해보니 결국 나에게 좋은 일이었다. 강연이 주는 의미가 매우 또렸하게 들어왔다. 

젠더거버넌스 에세이단 기획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지는 것 같아 조금 부담도 되지만 쉬엄쉬엄 즐기면서 모두 잘 해보고 싶다. 


6월에는 고성, 통영, 거제로 KT가 지원하는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을 다녀왔다. 고성은 기대를 훌쩍 넘어 참 좋았다. 1억년 전의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는 상족암을 가보았다. 가늠하기 조차 힘든 세월의 흔적들이 암석지층으로, 공룡 발자국으로 남아있는 곳. 1억년은 얼마만큼의 시간인지 인간인 나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통영에서는 윤우를 위한 코스로 루지를 탔고, 봄날의 책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인생 짬뽕도 먹었지. 탱글탱글 해산물이 살아있는 정말 맛났던 짬뽕~ 사람과 자연이 잘 어우러진 곳은 어디든 참 아름답고 활기차다. 통영에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여행 내내 해보기도 했다. 나중엔 꼭 혼자 혹은 친구들과 통영에 머물며 쉬엄쉬엄 글기고 싶다.


현충일에는 청주에 내려가 영주를 만나고 왔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를 만나 마음을 보듬어주는 자리였는데 정작 여신모임 책을 건네주고 내가 울고 말았다. 많이 망설였는데 지금 큰 고비를 넘고 있는 친구에게 어쩌면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어 책을 건넸다. 그런데 친구가 진심어린 목소리로 감탄하며 정말 멋있다고 이야기했고 그 말에 난 눈물이 터졌버렸다. 결국 내가 바란 건 가까운 사람들의 인정이었을까. 내가 하는 활동을 가까운 기족과 친구들에게는 왠지 잘 말하지 않게 된다. 사실 몇 번 운을 띄웠는데 그닥 관심없어 하는 태도에 지레 겁먹어 마음을 닫고 말았다. 마음 속 깊은 곳을 헤집어 보면 아직도 서운함이 남아있다. 나의 이 마음은 조금 더 들여다 봐야할 것 같다.

아무튼 영주가 지금 이 힘든 고비를 넘기고 마음의 평안을 찾게되길.


<청계동 여인극단>을 시작했다. 연극은 항상 내가 하고 싶었던 것. 가보니 자원해서 온 사람은 나 한 명 뿐. ㅎㅎ 그래도 이런 모임을 통해 자유학교 구성원 뿐 아니라 다른 마을 사람들도 만날 수있어 좋았다. 첫째 시간은 서로를 알아가는 워크샵 형태로 진행되었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이화리더십개발원>의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선발되었고 이대에서 한 주에 한 번 수업을 듣게 되었다. 신은희샘께 추천을 받았지만 수업시간이 애매해서 아직은 내 기회가 아닐꺼라고 밀쳐두고 있었는데, 의미심장한 꿈을 꾸면서 거의 마감 직전에(이미 공식 마감 시간은 넘긴 상태) 내었다. 한 주에 한 번 젊은 공간에 오는 것도 좋고 다시 학생처럼 수업을 듣는 것도 좋다. 그리고 내가 품고 있던 질문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기분들, 나를 자극하는 강사님과 사람들을 만나는 느낌이 좋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시도들이 많았던 5월과 6월이었다.  그것들은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새로운 행동으로까지 연결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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