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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교육 수료

고래의노래 2018. 8. 30. 12:16

이화리더십개발원에서 진행하는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교육'이 모두 끝나 수료를 했다. 

나에게 '불가능의 파란 장미'였던 이 교육을 개근상까지 받으며 수료하게 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교육 시작 때 썼던 목표는 이것이었다. 

"창조적인 여성주의 활동가가 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이 때 내가 사용한 '창조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다만 이 당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주요한 고민은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페미니즘은 주요한 이슈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할 것인가'였다. 

결국 '창조적'이라는 말은 방법적인 부분에 대한 의미가 강했던 것이다. 


교육을 들으며 '창조적'이라는 의미가 좀 더 넓게 확장되었고,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에 대한 상도 조금씩 구체화되었다. 


교육으로부터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1. 상대를 이해하기

2. 나를 이해하기

3. 서로 스며드는 방법 

4. 활동가와 나, 공생하기


1. 상대를 이해하기

피스모모의 평화감수성과 경청, 소통을 위한 교육, 퍼실리테이션 교육, 진저티의 세대교육을 통해 "모두가 존중받을만 하다." "맥락없는 행동은 없다."는 믿음으로 상대와 교감하고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학교에서 들었던 회복적 써클의 이야기와 중복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놀라웠고, 사회운동 또한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나를 이해하기

워크샵에서 이루어진 개인사 공유작업과 진저티의 밀레니얼 세대 이해하기 교육을 통해 내가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내면 돌아보기, 자기성찰 작업은 항상 해오고 있었기에 이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불안해했던 나의 모습들과 너무나도 닮아 깜짝 놀랐다. X-세대와 밀레니얼의 낀 세대 쯤이지만, 원하는 걸 이루기위해 조직에 연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일할 때에도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 문자에 더 익숙하기에 통화를 할 때는 스크립트를 미리 준비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에 나에게도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들이 있었구나 싶었다. 전문가가 아님에도 유료모임을 열고 어느 조직에 속하지 않은 해 움직이는 것에 계속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는데, X-세대의 사고가 나의 성향을 짓누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그대로의 활동도 괜찮아! 라는 위로는 받은 느낌이었다. 


3. 서로 스며들기

이렇게 나와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서로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스며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성주의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만으로도 진입장벽이 세워지는 상황에서 어떻게하면 페미니즘의 가치를 지키며 비겁하지 않게 활동할 수 있을까. 

살림의료협동조합의 이사님의 강연과 그 곳에서의 필드워크 경험은 이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살림은 여성주의라는 가치를 매우 중요시하면서도 이를 전체 조합원과 나누고 공감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이었다. 그 또한 매우 여성주의적이고도 흥겨운 방법으로 말이다. 그것을 위한 깊은 고민과 세심한 운영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4. 활동가와 나, 공생하기

진보권에서  '정의로움'이라는 가치를 바깥으로 외칠 때 이것이 힘을 얻으려면 내부에서도 그 정의로움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활동가 개인적으로도 흠결없이 가치가 실현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이 사후에 사적인 삶에서는 주변인들에게 매우 상처를 주는 사람들었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NGO 활동가로 활동해본 것은 아니지만 진보적 시민운동가나 정치인사들의 안타까운 사연, 사고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 속에 한가지 의문이 일었다. 여성주의 활동가로서의 나와 한 개인으로서의 내가 큰 부딪힘없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노회찬 의원의 비보를 접하면서 이 의문은 더 증폭되었고 이것이 '사람책' 세미나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녹색당 공동위원장과 시민사회활동가 대나무숲 페이지 운영자를 사람책으로 신청했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해답은 지닌 이들은 없으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렇게 질문을 함께 품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마무리하며 다시 첫 시간에 썼던 나의 목표를 읽어보니 '창조적'이라는 말이 다르게 다가왔다. 그것은 방법뿐 아니라 활동가로서의 나의 태도와 관점의 부분이기도 하다. 관계의 창조, 형식의 창조, 내용의 창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을 죽 적어보며 마지막 수업 시간을 마무리했다.


- 교육생들과의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조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해보기

- 냇물아 흘러흘러를 통해 활동가로 거듭난 엄마들을 모아 '누구나 활동가 간담회'를 열기

- 여러 형태의 치유모임 구상해보기. (짧은 형태의 여신모임, 낙태치유, 꿈모임, 여학생들을 위한 페미니즘 워크샵 등)


 '변화를 꿈꾸며 가슴뛰는 나'와 '같이 꿈꾸는 동지들'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200% 만족이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이 아니라 과정이 좋아야 좋은 것! 그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