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성평등정책 제안 활동가 실무교육 2강> 강연 기록 본문
<사례를 통해 보는 젠더거버넌스>
활동 안에서 파릇파릇하게 거듭나보자~
남부권역의 성평등 제안 활동가 실무교육 2번째 강연이 5월 25일 밸류가든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에서는 실질적인 젠더거버넌스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우리 활동을 좀 더 선명하게 그려보고 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다. 강동구 활동가인 최은순 선생님과 동작구 활동가인 하루 선생님께서 젠더거버넌스 우수 사례로 뽑혔던 강동구와 동작구의 활동 사례를 들려주셨다. 선생님들의 이야기 중 나에게 중요한 포인트로 남았던 몇가지들을 정리해보았다.
1. 활동 전 떡잎부터 파릇파릇
젠더거버넌스 활동을 시작한 시점부터 마무리까지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놀라웠던 것은 두 경우 모두 젠더거버넌스라는 행정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에 지역 기반으로 함께 만나 이야기하고 공부하면서 더 나은 삶을 그려보는 모임이 먼저 만들어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벼와 보리’, ‘보라돋보기’처럼 예쁜 이름의 모임안에서 떡잎을 키우고 계셨던 것이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처럼 꾸준히 한 방향으로 나아가다보니 자신의 때를 만난 간증인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2. 정책활동가들을 위한 활동 꿀팁!
직접 경험한 사람이 가장 전문가라는 말이 있다. 몇 년간 성평등정책제안 활동을 하시면서 몸으로 체득하신 노하우와 조언들이 깨알같이 이어졌다. 이른 바 ‘활동가들을 위한 꿀팁’들! 몇가지 인상적이었던 조언들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여럿이 모여 함께 한다
- 서로의 부족함이 보완될 수 있게 팀으로 움직인다. (ex : 자기검열로 인해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능숙한 다른 멤버가 필요했다.)
- 활동가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더라도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게 열어놓으면 당사자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정책 활동에도 새로운 활력이 더해진다. (공식적인 활동비가 지급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
2)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 시,구위원회를 방청하고 행정 설명회를 찾아다닌다.
- 구청과 시청, 여러 행정기관 사이트들로부터 자료를 찾고 이런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없는 자료의 경우 담당 공무원에게 요청하고 필요한 경우 정보공개청구까지도 해본다.
- 개선요구를 하거나 정보 공개 요청을 할 때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꼼꼼히 살펴보자.
3) 세심하게 살피고 준비한다.
- 행정담당자가 성인지적 관점에 어긋나는 말을 할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대사를 준비한다.
(이런 일상 대화 속에서도 담당자의 인식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업결과 뿐 아니라 사업과정도 성인지적 관점에서 살핀다. (위원회의 성비, 설문조사대상의 성비, 위탁업체 선정 시 성인지적 기준이 있는지 등)
4) 官과 편안하게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 활동 과정에서 보여주는 담당 공무원과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 담당 공무원을 만나기 전 팀 내에서 질의응답 역할극을 미리 해본다.
- 고위 공무원과의 만남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맥을 활용하거나 관의 공식행사에서 기회를 찾는 등 다양하게 노력해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요약하면 ‘모여서 함께하고 기관과의 파트너쉽을 공고히 하면서 섬세하지만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말씀. 헉.. 내가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3. 이 활동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끝이 좋으면 모든 게 다 좋다. 그렇다면 활동이 끝나고 난 이후 되돌아보았을 때 정책제안 활동에 포함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이 과정들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공무원에게는 귀찮기만 한 일이었고 활동가들에게는 아무 것도 먹혀 들어가지 않는 답답한 경험이기만 했을까?
과정 안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성평등정책제안 활동은 행정 담당자의 업무에 힘이 실리게 한다. 주민이 직접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업무 추진의 확실한 근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활동가들에게는 일을 추진하고 사람을 모아 결과를 만들어 본 것이 큰 경험이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활동 결과들이 다 수용, 구현되지 않더라도 ‘주민으로부터 시작되는 정책활동’이라는 것 자체에서 기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때로는 그 제안들이 다른 기회를 통해 행정으로 전달되기도 했다고 하니 활동과정 안에서 모든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섣불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끝난 이후에도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활동가 스스로의 변화였다. 이것은 가히 삶이 정치임을 온 몸으로 느낀 진정한 ‘시민’의 탄생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저 아래로 내려앉았던 자신감이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모자란 듯 해도 성평등정책 제안 활동을 하며 시민으로 거듭나는 나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내가 사는 지역을 넘어 공무원과 시민이 모두 다시 깨어나는 이러한 과정이 성평등정책 제안 활동의 목표가 아닐까.
우리 구의 멤버들은 강연을 듣고 서로 텔레파시가 통한 듯 이야기했다.
“우리 모임 이름부터 지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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