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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젠더거버넌스 성평등정책제안활동을 마치고

고래의노래 2019. 1. 16. 23:18

2018년 3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서울시 성평등정책제안활동이 2018년 11월 30일에 젠더거버넌스 한마당 자리를 통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실질적인 정책 변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원하게 되었는데 힘들기도 했지만 참으로 보람되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내 한 걸음이 성평등한 세상을 위한 작은 보탬이었다고 믿는다.

 

 

 

- 행정과의 협조 평가
 내가 담당한 사업은 협조가 대체로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이었다고까진 할 수 없지만 공무원분들은 요청하는 바에 적절하게 피드백을 주셨고 피드백이 늦어진 적도 없었다. 다만 이러저러한 것을 묻는 과정에 대해 ‘점검받는다’는 느낌이라며 불편함을 나타낸 분이 계셨고 미팅 후의 사담 중에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농담을 하시는 분도 계셨다.
 내가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은 대체로 협력하는 상황이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듯 하다. 특히 환류간담회 자리에서 젠더거번넌스 활동을 관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행정과 활동가 사이의 매개 역할을 담당했던 보육지원과의 여성정책팀 팀장은 각 사업 담당자들이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귀찮을 수도 있는데’ 이 자리에 ‘나와준’ 것에 대해 연신 감사의 표시를 하며 어쩔 줄 몰라하셨는데, ‘아이를 재운 이후에야 새벽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아이의 하원시간을 어렵게 조절하며’ 그 자리에 앉은 활동가들의 활동에 대한 진심과 노력이 무시당하는 현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민관협업과 성인지적 정책개선이 중요하다고 공무원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보다 젠더거버넌스를 제도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언제까지 ‘귀찮게 하는 존재’로 치부되야 하는가!

 

- 젠더거버넌스 활동에 대한 제안
 ① 명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젠더거버넌스’나 ‘성평등 정책 제안 활동’이라는 용어가 낯설기 때문에 미팅이나 인터뷰를 위해서 나를 설명하는 것이 꽤나 어려웠다. 매번 설명이 길게 이어지곤 했다. 그 때마다 활동가 명함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하게 젠더거버넌스에 대해 한 문장으로 설명한 문구와 함께 서울시 등 여러 기관이 함께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한 눈에 보여준다면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활동가의 위신도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름과 연락처를 적는 란은 뒷면에 공란으로 남겨서 각 활동가가 필요할 때마다 적도록 하는 공통디자인의 명함으로 제작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② 회의를 위한 공간지원이 되면 좋겠다. 회의를 할 때마다 매번 장소를 정하는 것이 일이었다. 여러 다른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경험도 나쁘지 않았지만 적당한 장소가 물색되지 않으면 우리가 갈 수 있는 ‘비빌 언덕’이 한 곳이라도 있으면 좀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 활동을 마치며

 많은 자료를 들여다보고 의미를 뽑아내는 것,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협업자로 공무원분들을 만나는 것,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과 무언가를 계속 물어보는 것. 모두가 굉장히 오랜만에 또는 새롭게 하는 일들이었다. 경험은 새로웠지만 나의 일상은 변하지 않았기에 일상의 틈을 내어 일을 해나가야 했다. 회의를 하다 말고 아이 하원시간에 맞춰 부리나케 뛰어나오기도 하고 어린이집 방학 때는 아이를 데리고 인터뷰를 가기도 했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난 뒤에야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서 문서 작업을 했다.
 정신이 없고 고단했지만 그 일들이 나와 내 아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일들이었기에 보람을 느끼며 힘을 내서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페미니즘이라는 가치관을 공유한 ‘너머, 물보라’ 멤버들과 함께 했기에 일을 하면서 내가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성평등 정책 제안 활동이 나를 또 다른 경험과 인연으로 이끌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서울시 젠더거버넌스 경험이 내가 살고 있는 의왕시를 성평등한 도시로 만드는 데도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