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본문
언제부터를 어른이라고 불러야 할까.
주민증을 받은 순간, 성년의 날, 처음 월급을 받은 날..
여러가지 의미를 붙일 수 있는 기념일들이 있지만,
어른이라는 의미는 팍팍하고 건조한 삶을 알고 수긍해가는 어느 날들..로 정의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며칠 전에 전혀 다른 의미로 "어른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 주 목요일에 예약 구매를 해두었던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 DVD가 회사로 도착했다.
평일에는 마음 놓고 볼 시간이 없어 주말이 되어서야 10편 정도를 내리 연속으로 보게 되었다.
(참, 지금 이 주제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남자인 신랑도 빨강머리 앤을 꽤 세밀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빨강머리 앤 DVD를 샀다고 하자. 곧바로 타이틀곡을 흥얼거리며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은 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거다. - 주제가가 흘러나올 때 나오는 장면- 같은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놀라게 된 점이 3가지가 있었는데,
첫번째는, 빨간머리 앤하면 떠오르는 "창틀에 턱괴고 있는 앤"의 모습이 그토록 절망스러웠던 두번째 날의 장면이라는 것이다. 앤이 남자아이 대신 잘못 보내졌다는 것을 안 그 다음 날, 즉 다시 고아원으로 돌려보내지기로 한 날의 아침 모습이다.
앤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절망스러워도 지금 이 순간에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앞서 고민하는 어리석음을 철저하게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 꼭 닯고 싶은 모습이다
두번째, 앤은 에이본리의 자연에 끊임없이 경탄하고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는데, 자연이 항상 가까이에 있던
그 시절에조차 자연을 갈구했다는 것이 슬펐다. 항상 사람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도시인은 그만큼 슬프다. 으으으...
나는 다중지능테스트도 자연친화가 높게 나왔는데..ㅜ.ㅠ
세번째, 앤이 수다는 29살이 되어 다시 보니 마릴라가 얘기했던 것처럼 "지나쳤다." -_-;;;
특히나 시키는 일에 대한 대답이나 행동을 즉각하지 않고 그에 대한 수다를 늘어놓기 시작할 때는
"또 시작이냐.."하는 생각이 냉큼 드는 것이었다.
예전과는 달리 앤과 상반되는 감정에 잠시 당황했는데. 나는 이것이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순간들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은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상태"인 것이다.
아직까지는 연령에 차이가 있지만. 난 어느 새 마릴라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었다.
이건 세월 속의 경험들이 나에게 가르쳐 준 지혜들이겠지....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그래서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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