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아이와 뚜벅뚜벅> - 덕수궁 산책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과 여행가기

<아이와 뚜벅뚜벅> - 덕수궁 산책

고래의노래 2011. 6. 25. 00:32
교통 : 분당 ~ 백병원까지 광역버스, 을지로 입구역까지 도보 후, 을지로 입구역에서 시청역까지 지하철.
돌아올 때는 시청 부근에서 백병원 쪽까지 도보 후 광역버스 타고 컴백.
이동경로 : 덕수궁 돌담길 -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 덕수궁 - 시청 앞 분수

5월, 6월 정말 싱싱한 날씨다. 따뜻하고 시원하고 높고 푸르고. 도저히 집에만 있을 수가 없다.
드라이버였다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겠지만, '나혼자 드라이빙'을 허락받지 못한 나는야 초보운전. -_-
그래도 윤우를 데리고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이리저리 나갈 일을 자꾸 만들게 된다.

요즈음 블로그를 통해서 좋은 언니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분들이 원조 뚜벅이!! 이 뚜벅뚜벅 행렬에 나도 살짝 끼어 이리저리 마실을 다니는 중이다. ^^
6월 2일에도 블로그 언니들의 부름을 받고 휴대용 유모차 어깨에 짊어지고 서울행 버스를 탔다.
휴대용 유모차 어깨에 매고 아이 안고 낑낑거리며 버스에 타면 나를 향한 연민의 시선이 쏟아진다. ^^;;

6월 2일을 '유기(농) 데이'로 정하고 유기농 판매자분들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홍보행사를 한다며 욱언니가 우리를 부르셨다. (살짝 정보만 흘리셨는데 우리가 와아아아~~~하며 덥석 물었다는 게 사실 더 맞는 표현. ㅎㅎ)

약속장소에 도착해보니 욱언니, 희진언니, 은영님이 와계시고 개구쟁이 연수는 분수에 뛰어들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연수가 노는 모습을 보고 윤우가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동참하는 3단계를 보여준다.

1. '연수가 분수 쪽으로 가네?' - 일단 지켜본다.

2. '재미있겠다.' - 신발을 슬쩍 벗는다.  

3. '살짝 발만 적셔야지.' - 드디어 들어갔으나 물에 젖을까 왕 조심 중.
이후 찍은 동영상에는 연수가 물을 튀기자 냉큼 자리로 돌아가 물놀이를 그만두는 윤우의 모습이 있다. ;;;;

홍보 부스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현주언니와 희범이가 도착했다. 부침개와 떡볶이, 마스코바도 설탕 찍은 흰 떡으로 푸침하게 한 상 차린 후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배부르게 먹은 후 덕수궁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수문장교대식을 한다.
아이 넷(욱언니 뱃 속 평화까지~^^) 어른 하나 자리 잡고 구경중.
희범이, 연수, 윤우는 31~36개월 사이로 비슷비슷한 또래인데 이렇게 쪼르르 앉혀놓고 보니 도토리들같이 정말 예쁘다.
희범이는 위원장님 포스일세 그려. ㅎㅎㅎ

덕수궁에 들어가니 초록이 펼쳐진다. 나무 그들 속은 서늘하다 싶을 정도도 시원하다.
현주언니 강연중이신 듯. ㅎㅎ

연수는 드라마나 광고 속에 나오는 개구쟁이 모습 그대로이다. 분수가 있으면 주저없이 뛰어들고, 비둘기가 보이면 쫓아간다. 그리고 모래밭에서는 신발을 벗는다. 희범이도 그런 연수따라 개구쟁이짓에 당당히 합류.
오늘은 둘이 나무껍질 칼을 들고 해적이 되었다. 희범이 칼 뒤로 뺀 것 보게나.ㅎㅎ 얘야, 앞에 있는 거 네 엄마다.

두 아이가 해적놀이할 때 윤우는 나무를 쓰다듬고 있었다.
윤우는 나무를 끌어안기를 좋아한다. 지나가다가 나무를 끌어안으며 "엄마도 안아봐~"라고 이야기할 때가 많다.
나무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는 걸, 윤우는 아는 걸까?

연수와 희범이랑 잘 어울리지는 않고 이렇게 돌 위에 누워서 신선놀음. 아이다운 유일한 일탈행동은 흙파먹기. -_-;;;
또래들과의 섞이지 못하고, 혼자 유모차를 끌고 엄마가 안보이는 곳까지 가기도 해서 내 속을 태웠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윤우만의 그 세계'를 존중해보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원래 시청앞으로 지나 스파게티 집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분수가 터진다.

연수가 먼저 뛰어들고 희범이도 용기를 냈지만, 윤우는 끝내 뛰어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갈아입을 옷이 없다며 내가 만류하다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우리, 옷을 벗고 들어가볼까?"라고 제안했는데 단호하게 도리도리. 자제력이 강한걸까 모험심이 없는걸까. @0@
결국 유모차에 태워 빙글빙글 돌리는데 중간에 잠이 들었다.
위 사진은 이제 밥 먹으러가자며 욱언니가 연수를 설득하는 모습. 결국 아이스크림으로 유혹하여 겨우 끌어냈다. ㅎㅎ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올 해 이루고 싶은 소원 중 하나는 엄마모임 만들기 였다.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고자 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아이들 교구 고민, 유치원 고민 대신 먹거리 고민, 환경 고민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들을...드디어 만났다.
언제 만나도 지금 막 꽃밭을 헤치고 나온 듯 풀냄새가 나는 언니들. 언니들과 함께 있다보면 내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곁에서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 끈덕지게 매달려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