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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과 책읽기

유교전에서 발견한 멋진 책들

고래의노래 2010. 10. 12. 22:12
10월 초에 유아교육박람회를 관람했습니다. 물건을 사기 전에 몇 번이고 고민하는 느림보 쇼핑을 하는 저는 애초에 박람회에서 물건을 산다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저 평소에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의 알찬 물건을 구경하고 알아두자는 생각이었지요.
이번 박람회에서 건진 건 다름 아닌 책이었습니다. 어린이책을 전문적으로 내는 작은 출판사들이 있는데, 인터넷 서점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그들의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 10점
아라이 료지 지음, 김난주 옮김/보림
제목만 읽으면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여행다니는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스포일러 뿌립니다! 치익~) 이 책에는 주인공이 버스 타는 장면, 버스에 타고 있는 장면은 한 컷도 나오지 않습니다. 오로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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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넓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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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를 틀어 봅니다.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룸룸파룸 룸파룸!" 악기 연주하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시장 풍경으로 보아서는 중남미 쪽이 아닌가 싶네요.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음악에는 저렇게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묻어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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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지나가고 여행자는 그들을 바라봅니다. 버스는 여전히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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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밤이 오고 여행자는 정류장에서 잠을 청합니다. 사막을 가득 채우는 별들이 그의 곁을 지켜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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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드!디!어! 버스가 오는데!!!! 사람이 바글바글~~~~
그래서..결국 여행자는 버스를 타지 못합니다.

스토리로만 보면 정말 허무할 지경이지요. 만 하루동안 기다렸는데, 버스를 못 타다니!
그런데 그 오랜 기다림을 여행의 한 조각으로 인정하고 타박타박 길을 떠나는 여행자의 담담한 모습이 마음을 울린답니다. '어제는 이 곳을 보았어요. 느낌이 어땠어요. 오늘은 이런 음식을 먹었는데 색다른 맛이었구요~' 하는 식의 여행기를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수 있어서 참 좋답니다.
윤우도 아주아주 좋아하네요.


아빠! - 10점
필립 코랑텡 글 그림, 조소정 옮김/베틀북
다른 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재치있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마치 니콜 키드만 주연의 <디 아더스> 영화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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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잠이 들었다가 이상한 느낌에 깨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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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초록 괴물이 있습니다! 으악~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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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괴물 꼬마가 나를 괴물이라고 하며 자기 아빠한테 달려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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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지네파이를 너무 많이 먹어 악몽을 꾼거라며 달랩니다.
그러다 다시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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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빠!!!!!! 내 침대에 괴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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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사과파이를 너무 많이 먹어 악몽을 꾼 거라며 달래죠.
초록 아기 괴물은 이제 이 상황을 빤히 이해한 것 같습니다. 문 뒤에 숨어 의미심장하게 미소짓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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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이좋게 잠이 듭니다. 자, 과연 누가 괴물일까요?

이 책도 윤우도 아주 좋아합니다. 다만 이 책에 나오는 아기 얼굴이 너무 노안이 것이 조금 아쉽네요. 심지어 처음 책을 읽어주었을 때 윤우는 아기 아빠와 아기가 나란히 나와있는 그림을 보고 "큰 아빠, 작은 아빠" 라고 말하기까지 했답니다. -_-;;;;;


못 말리는 우리 엄마 - 10점
티에리 르냉 지음, 줄리엥 로사 그림 ,이혜선 옮김/크레용하우스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할 줄도 알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사회운동도 참여하는 멋진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딱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이어서 많이 뭉클했어요. 사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엄마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가정 안에서의 사랑'에만 초점이 맞춰진 책들이 대부분이기에 이 책이 많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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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털도 많이 나고 가슴도 영화배우보다 작은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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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엄마는 나에게는 한없이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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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열심이고, 더 좋은 사회를 위해 거리시위에 참여하기도 하지요.

이 책은 아직 구매하지는 못했습니다. 오래 고민하다 이 책을 사지 못한 이유는 책보다 저의 행동으로 아이에게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며칠 전에 생각을 바꾸어 '저를 위해' 이 책을 사기로 결심했답니다.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어두고 그려두면 실현된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처럼 저도 저 그림책을 보면서 첫 마음을 잃지 않고 저를 성장시켜 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