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파주출판도시에서 데려 온 책들 - 22개월 윤우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과 책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데려 온 책들 - 22개월 윤우

고래의노래 2010. 8. 3. 17:19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카페에 썼던 글 ****************************************************


지난 주말에 파주출판도시에 다녀왔습니다. 급작스럽게 가게 된거라 정보도 많이 수집하지 못한 채였고, 시간도 많이 없어서 어린이 서점으로는 <비밀의 책방>만 다녀왔네요. <비밀의 책방>에서는 서점에 보내졌다가 거래처 사정으로 반품된 리퍼도서를 50% 할인 판매하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헌 느낌이 나는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 깨끗하더라구요.
싸게 샀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좋은 책들은 눈으로 확인하고 건져내는 '심마니'의 기쁨이 정말 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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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 - 10점
샤를로테 데마톤스 지음/마루벌
이 책은 원화 전시회에서 잠깐 본 기억이 있을 뿐(그것도 아마 이 책이었을꺼야..하는 정도로만 기억나네요..^^;;) 어디에서도 추천 목록으로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책을 보니 정말 너무 흥미진진했습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인데, "파란 자동차, 죄수, 날으는 양탄자"를 그림 속에서 찾으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이 책은 아기들도 좋아하지만 엄마들이 진짜 좋아해서 죄수 찾느라고, 아기가 책장 넘기라는데도 "잠깐만~~~" 이러며 버티게 만드는 책이예요. ㅎㅎㅎ(저희 집에 놀러왔던 두 명의 아기 엄마들이 모두 이러더라구요. ㅋㅋㅋ)

세계 곳곳의 풍경이 나오기 때문에 아기가 조금 더 크면 지리와 문화 공부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우는 여기저기에 작게 그려진 비행기와 자동차 찾는 재미에 빠져서 너무 좋아하네요.

저도 어렸을 때 이런 복잡한 그림들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는 "월리는 찾아라!" 이런 시리즈도 유행하기 전이라서 마땅한 그림책은 없었고, 백과사전에 나온 수족관 그림이 약간 이런 식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그 페이지만 열심히 찾아서 오랫동안 쳐다봤답니다. 윤우도 이 책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 저의 어린 시절이 윤우과 포개어지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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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부터 윤우가 찢어놓았어요...ㅜ.ㅠ 아마 저 부분에 뭔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만한 그림이 있었던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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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비행기 - 10점
피터 매카티 글 그림, 배소라 옮김/마루벌
그 유명한 <Hondo and Fabian>의 작가 작품이예요. 이 책은 요즈음 윤우가 비행기가 푸욱~ 빠져 있어서 구매해보았는데 역시나 좋아하네요. 개인적으로 비행기나 자동차가 나오는 책들 중 딱 비행기와 자동차만 우글우글 대는 인지책보다는 이렇게 그것들이 소재가 되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편이예요. 그런 인지책은 딱 한권씩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요. ^^

글밥도 딱 윤우 수준에 적당합니다. 게다가 윤우같은 남가아이가 나와 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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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자동차와 기차, 요트를 지나가는 장면도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교통수단을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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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뚱뚱한 우주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 귀엽죠?

네가 아주 어렸을 때 - 8점
사라 오리어리 글, 줄리 모스태드 그림, 김선희 옮김/사파리(언어세상.이퍼블릭)
이 책은 저의 위시리스트에 있던 책이예요. 어른들이 아이들의 질문에 과장된 농담을 해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진짤까? 아닐까? 진짜일지도 몰라!'하면서 두근거렸던 게 저는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윤우에게 그 느낌을 전해주고 싶어서 골랐어요.

잠자리에서 아빠가 헨리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갑을 열어보니 엄마의 귀걸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던가, 차주전자에서 목욕을 하고, 칫솔로 머리를 빗겨주곤 했다는 과장된 '엄지왕자' 이야기지요. ^^

마지막에 헨리가 "아빠, 그 이야기가 진짜예요?" 라고 묻는데
아빠는 "글쎄~ 너는 기억이 나지 않니?" 라면서 은근슬쩍 넘기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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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100% 이해하는 건 아닐텐데 윤우가 꽤 들고 옵니다.
별을 하나 뺀 이유는 아기를 체스말로 썼다는 것과 크리스마스 트리의 맨꼭대기 인형 대신 올려놓았다는 이야기가 아이에게 한 번의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고 '설명'을 거쳐야 하는 서구 문화이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이 부분은 넘어가도 좋을 만큼 이야기가 귀엽습니다.

사랑에 빠진 개구리 - 10점
맥스 벨트하우스 지음, 이명희 옮김/마루벌
아아아아~ 이건 제가 사랑에 빠진 책이예요. 사실 윤우는 아직 한번도 들고 오지 않았답니다.
이건 아기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기기 시작했을 즈음 읽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서로 '다름'을 넘어서는 사랑의 본질과 사랑하면서 우리가 겪는 감정들을 예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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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하루종일 마음이 이상하네요. 어디가 아픈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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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네 집에 들렀다가 증상을 말하자 토끼가 책에서 그 '병명'을 찾아주네요. 그건 '사랑'이라구요!
(사랑의 증상을 찾아주는 책이라니!!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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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내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개구리는 너무 좋아 껑충 뛰어올랐어요.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는 사실 자체에 이렇게 기쁨이 충만하는 것을 사실 많은 사람이 잊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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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사랑한 대상은 '오리'였어요.
돼지는 '초록'이 어떻게 '하양'을 사랑하냐고 하지만 개구리는 그 차이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개구리는 예쁜 그림을 그려 오리네 집 문틈에 밀어넣기도 하고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 집 앞에 놓고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고백할 용기는 내지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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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에게 어떻게 사랑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개구리는 '다른 친구들이 못하는 개구리만의 능력'을 보여주기로 결심합니다. 뜀뛰기지요! 매일매일 열심히 연습하는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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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말 높이 뛰어올랐다가 그만 꽈당 하고 땅으로 떨어졌는데, 오리가 다가와 집으로 데리고 가서 돌봐줍니다.
"큰 일 날 뻔 했어! 조심해야지. 개구리 너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오리의 이 말에 개구리도 용기를 내어 얘기하지요.
"나도 너를 좋아해. 오리야."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지극히 사랑했답니다.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에 그토록 기뻐하는 개구리의 모습과 외부의 시선(개념없는 돼지의 말..-_-)에 개의치 않는 대범함, 사랑하는 사람의 기쁨을 위해서 노력하는 점이 너무나도 멋져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멋진 점은 '자신을 멋있게 다듬어 사랑을 표현한다!' 는 개구리의 생각이었어요. 진정한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잖아요.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이런 말이 나오죠.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인간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발하는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
'뜀뛰기'라는 개구리의 본질에 충실히 다가가면서 사랑도 얻은 이 책 속의 개구리는 정말 행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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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책은 서점에서 골라야 제 맛! 확실합니다. 책을 직접 손에 놓고 넘겨보면 '나와의 궁합'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교보문고를 자주 가긴 하지만, 거기에서는 이러한 '책과의 만남'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넓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권위적이지요. 베스트셀러들만 '나봐라~!!!!!!'하고 성을 내면서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다른 책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1등 하는 아이부터 저~~~기 1456등 하고 있지만 맑은 눈을 하고 있는 아이까지 모두 눈길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책 속에 파묻혀 부자가 된 듯한 그 넉넉하고 포근한 느낌.. 그야말로 오랫만이었어요. 그게 가장 큰 수확이었답니다. 윤우에게도 이런 느낌을 꼭 전해주고 싶네요.